꿈꾸는 오아시스. 2
2013년 04월 11일 출간
종이책 : 2012년 05월 02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1.19MB)
- ISBN 9791129502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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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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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영혼이 낙타의 속도로 걸었습니다
11. 사랑이 날던 밤 별비가 내렸습니다
12. 우리는 고요한 축제로 밤바다를 밝히고
13. 모래폭풍 속에서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14. 오아시스에서 사막을 찾고
15. 꿈꾸는 오아시스를 그렸습니다
16. 그리고 남은 날들의 첫 페이지를 썼습니다
17. 우리의 오늘은 안녕합니다
Epilogue
작가 후기
다음 날 아침 수민은 우편물을 지완의 책상에 놓아두는 것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지완은 평소처럼 수민 앞에 대추차를 놓아주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차를 마시며 지완은 호텔에 묵고 있는 쿠웨이트 왕자와 만나 논의할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쿠웨이트 인구 중 45퍼센트 정도만 쿠웨이트 국적 소지자예요. 그곳에 진출한 해외인력을 겨냥해 레지던스 서비스를 시작하면 어떨 것 같아요?”
“최근 중동 국가들이 해외 고급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습니다. 의료산업이나 IT산업 종사자들을 타깃으로 잡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민은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지완이 숙제를 잔뜩 냈다. 그런데 묘하게 버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조사할 자료들을 한 무더기 안고 자리로 가는데도 걸음이 가벼웠다. 비서 이상의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 때문일까? 어쩌면 대추나무가 되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지완이 고달프게 할수록 일을 열심히 하게 되는. 청혼까지 거절한 마당에 이 무슨 가당찮은 충성심이란 말인가.
지완과 쿠웨이트 왕자의 접견은 10시로 잡혀 있었다. 지완이 10시 5분 전 재킷을 갖춰 입고 방을 나서려 하자 수민은 지완의 뒤를 따랐다.
“어디 가요?”
문가로 걷던 지완이 물었다.
“이사님과 함께 내려가려고요.”
“왜요?”
수민은 순간 멍했다.
“저쪽에선 비서며 경호원이며 동반할 텐데 이사님도 사람 하나 데리고 가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수민 씨, 내 사람이었어요?”
지완은 놀리는 것도 같고 비꼬는 것도 같았다.
“제가 가서 차라도 내야겠어서요.”
말을 해놓고 보니 좀 우스웠다. 그 동안 차를 냈던 건 지완이었는데.
“이수민 씨, 차 내는 사람 아니에요.”
지완이 감정을 읽어낼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그렇습니다.”
“그냥 있어요. 오늘은 개인적으로 탐색하고 친해지는 시간이니까 혼자 가볍게 가는 게 좋겠어요. 한 층만 내려가면 되고 우리 호텔은 아주 안전하니까.”
“알겠습니다.”
수민은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정찬용 테이블을 지나치는데 지완이 그녀를 불렀다.
“한 가지 도와줄 건 있는데.”
“네, 이사님.”
수민은 허리를 세웠다. 지완이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그녀의 양손을 잡아 올렸다. 놀랄 새도 없이 몸이 지완에게로 쏠렸다.
그녀를 끌어당긴 지완이 볼을 마주 댔다. 한쪽 볼에 한 번씩. 온기를 뺨에 심듯. 현기증이 일어, 수민은 숨도 쉬지 못하고 서 있었다.
“어땠어요?”
얼굴을 뒤로 빼고 지완이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아랍식 인사 연습한 건데 어땠냐고요?”
“그냥 악수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방에 들어갔을 땐 그렇겠지만 이야기가 잘 흘러가면 나올 땐 아랍 식으로 인사할까 하는데. 환심을 사려는 쪽에서 먼저 상대에 맞춰야 하는 법이니까. 괜찮았어요?”
“워낙 갑작스럽게 인사를 하시는 바람에.”
수민은 열감이 고여 가는 손을 뺐다.
“그럼 다시 할 테니까 잘 봐요.”
지완이 그녀의 손을 잡아 올렸다. 다정하고 묵직한 손이었다. 손이 아니라 마음을 붙잡는 손이었다. 조금만 힘을 주면 벗어날 수 있을 텐데도 우두커니 서서 마음이 취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는 그런 손이었다.
지완의 얼굴이 다가왔다. 깊은 눈빛이 내려앉다 옆으로 지나가고 상쾌한 스킨향이 전해져 왔다. 가슴이 쿵쿵대는 것을 들킬까 수민은 조바심이 났다. 지완의 뺨이 오른뺨에 닿았다. 속눈썹이 경련하듯 떨었다. 코가 스칠 듯 입술이라도 마주 닿을 듯 바로 앞에서 지완의 얼굴이 움직이고 왼쪽 뺨이 지완의 맨 살에 지그시 눌렸다.
수민은 살짝 벌어진 입술을 맞다물었다.
“어땠어요?”
손을 놓고 지완이 물었다. 가두고 있던 숨을 넘기느라 말이 나가지 않았다.
“이수민 씨.”
지완이 느릿느릿 그녀를 불렀다.
“네.”
“나, 어땠냐고요.”
“잘 하셨는데요,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셨습니다. 볼도 너무 꼭 맞대셨고요”
“그럼 해줘봐요.”
“예?”
“시범 좀 보여 달라고요.”
“이러다 늦으시겠습니다, 이사님.”
수민은 도망치듯 벽시계를 쳐다봤다. 10시가 거의
사는 것은 가진 시간을 조금씩 태우는 것.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묵묵히 짊어지는 것.
우리의 믿음만큼 위대하고, 우리의 의심만큼 초라한 이야기.
노쇠한 낙타가 노을을 등지고 걸었습니다.
다리 잃은 게가 푸른 바다 끝으로 갔습니다.
핏빛 모래폭풍이 불어닥쳤습니다.
우리는 폭풍 속에서 사랑을 보았습니다.
영혼이 사막을 견디는 낙타처럼 걷던 시절이었습니다.
모래폭풍을 견디고 마침내 찾은 우리들의 오아시스.
흐린 날은 지나갔습니다. 우리의 오늘은 안녕합니다.
- 오만, 무스카트에서
민지완 & 이수민
<책속으로 추가>
얼굴이 홧홧해졌다.
“에어 키스처럼 풋, 풋, 소리를 내주시면 됩니다. 소리를 내실 때 엄지에 살짝 힘을 주시고요.”
수민은 후다닥 말을 맺고 물러섰다. 손을 잡아 빼고 고개를 드니 지완은 또 그 저승사자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거 뭐 궁금하십니까?”
수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안녕.”
지완이 우울하게 속삭였다.
“네?”
수민은 숨결마저 흔들리는 걸 느꼈다.
“이수민 씨, 정말 안녕 같은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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