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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지키는 더러운 것들: '정체성'이라는 질병에 대하여

'정체성'이라는 질병에 대하여
김철 지음
뿌리와이파리

2019년 07월 19일 출간

국내도서 : 2018년 12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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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2.01MB)
ISBN 97889646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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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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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정체성의 정체를 밝혀라!
―독립투사도 부일협력자도 아닌 일제시대 2000만 조선인,
그리고 그냥 그렇게 오늘을 사는 나, 너, 우리의 정체성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가
머리말: 비천한 육체의 농담

민족-멜로드라마의 악역들―『토지』의 일본(인)

비천한 육체들은 어떻게 응수應酬하는가―산란散亂하는 제국의 인종학

‘국어’의 정신분석―조선어학회 사건과 『자유부인』

“오늘의 적도 내일의 적처럼 생각하면 되고”―‘일제 청산’과 김수영의 저항

우리를 지키는 더러운 것들―오지 않은 ‘전후戰後’

자기를 지우면서 움직이기―‘한국학’의 난관들

‘위안부’, 그리고 또 ‘위안부’

저항과 절망―주체 없는 주체를 향하여

제국류類의 탄생

천지도처유아사天地到處有我師―『복화술사들』그 전후前後

제국의 구멍

출전

프란츠 파농은 식민 종주국인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피식민지 모로코 출신의 흑인 남성 엘리트들이 프랑스 영토에 첫발을 딛자마자 하는 일이 백인 창녀를 ‘정복’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통해 피식민자에게 내면화된 식민주의적 의식과 그 분열을 분석한 바 있거니와, 누이동생이 ‘지배민족’과 연애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 저 ‘오빠’의 내면이야말로 실로 문제적이다. (…) 피식민지 남성에게 주어지는 이 ‘거세’의 감각이야말로, 식민주의의 모방의 결과이며 또 계속해서 그를 식민주의의 모방자로 만드는 심리적 동력이다. 그러므로 ‘정복자의 여자’를 ‘정복’함으로써 거세된 자신의 남성성을 되찾고자 하는 피식민지의 남성이야말로 식민주의를 충실하게 학습한 영원한 노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46쪽)

누이동생이 일본인과 연애한다는 사실에 대해 치욕감을 느끼는 ‘오빠’ 유인성은 왜 조선 남자가 일본 여자와 관계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치욕감을 느끼지 않는 것일까? ‘정복자의 여자’를 ‘정복’한 ‘피정복자 남성’의 쾌감이 이 남성들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신의 여자가 정복자의 남성과 관계하는 것에 대해 이 남성들은 심한 무력감과 분노를 느낀다. 이 분노와 무력감을 그들은 어떻게 해결하는가? (…)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여성 신체에 대한 훼손으로 표상하고, 그렇게 훼손된 여성 신체를 말소시킴으로써(“자결”) 상처로부터의 회복을 기도하는 난폭한 가부장주의는 제국주의의 식민지 정복과 언제나 짝을 이루는 것이었다. 유인성은 그러한 피식민지 남성의 심리를 전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누가 뭐래도 인실은 조선의 딸이고 조선의 잔다르크야”라고 말할 때, 그는 참을 수 없는 치욕감을 누이를 화형(잔다르크)시킴으로써 해결하는 것이다.(46-47쪽)

문법학자 역시 법을 말한다. 오선영에게 있어 문법학자인 남편은 그녀의 주권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종일관 무력하고 무능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지만, 그녀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그 한 사람뿐이다. 아내의 일탈을 의심하는 한편 그는 “미군부대의 타이피스트” 박은미와 아슬아슬한 “밀회”를 즐기고 있다. (…) 그는 아내의 일탈에 대한 최종적인 심판자, 다시 말해, 아내의 죄를 응징할 것인지, 용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입법자, 사면권자이며,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예외’로 규정할 수 있는 주권자인 것이다. 그가 문법학자의 형상을 지닌 것은 그러므로 필연적이다.(128쪽)

마지막으로, 민족 혹은 국민으로 회수되지 않으면서 어떻게 민족-국가의 과거에 대해 말하고 책임을 물을 것인가, 또는 책임을 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간단히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얼핏 보면 자신이 속한 민족-국가의 과거에 대해 그 구성원으로서, 즉 민족 혹은 국민으로서 말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그것은 민족-국가가 저질렀던 폭력에 대한 본질적인 책임추궁이라기보다 오히려 그 폭력의 주체를 다시 강화하고 거기에 의지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그러합니다. 그러니까 민족 혹은 국민 주체의 입장에서 과거와 대면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그 강력하게 동질화된 집단주체의 환상을 통해 폭력의 실체를 가리는 것, 즉 일종의 책임 회피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215쪽)

해방 이전의 부모세대가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새겨진 식민지에 대해 시치미를 떼는 것으로 식민지의 기억을 묻어버렸다면, 해방 이후의 자식세대는 ‘굳이 시치미를 뗄 필요도 없이’ 식민지와 절연하고 망각했다. (…) 식민주의의 가장 큰 죄악은 여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즉, 식민주의는 그 지배를 받은 자와 그 후손들로 하여금 식민지적 틀을 넘어서는 세계에 대한 상상을 원천적으로 박탈함으로써 그 지배를 영속화한다. 그 전형적인 예가 식민지의 역사를 일제에 대한 저항이냐, 협력이냐 라는 따위의 저열하고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멜로드라마적 이분법으로 설명하는 일체의 언설이다. 그런 류의 폭력적 언설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지적?문화적 산물들이 어마어마한 위력을

작가정보

저자(글) 김철

연세대 국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교원대와 연세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 명예교수로 있다. 주로 한국 근대문학을 통해 식민주의, 민족주의, 제국주의 문제를 분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저서로 『‘국문학’을 넘어서』, 『‘국민’이라는 노예―한국문학의 기억과 망각』, 『복화술사들―소설로 읽는 식민지 조선』, 『식민지를 안고서』, 『바로잡은 무정』, 『해방전후사의 재인식』(공편), 『저항과 절망―식민지 조선의 기억을 묻다』(일본어) 등이, 역서로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조선인 강제연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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