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러 유라시아
2011년 12월 12일 출간
국내도서 : 2011년 11월 0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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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6291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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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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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writer’s note 장기 배낭족을 위한 준비물 리스트
얼떨결에 중국을 종단하다 중국
출발
정저우 동생
따뜻한 남쪽 도시, 광저우
writer’s note 정보의 양면성
다섯 국가를 한걸음에 달리다 동남아시아
프란시스 아저씨와 함께한 하노이
우울한 하롱베이
베트남과 제국주의
또 다른 한강이 흐르는 다낭
아담한 역사도시, 호이안
그래, 라오스로 가는 거야!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
방비엥에서 휴양
라오스의 경주, 루앙프라방
치앙마이 트래킹
방콕이라는 거점
쿠알라룸푸르는 덥다
방콕 가는 길 : 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
writer’s note 나는 한국인이다
히말라야에서 만난 사람들 인도, 네팔
드리어 인도!
인도 : 캘커타라는 도시
바라나시에서 뭘 바라나
휴양의 도시, 포카라
히말라야 트래킹 : 마야푸르에서 푼힐까지!
카트만두에서의 헤어짐
보석 사기를 당하다
writer’s note 불교 이야기
이슬람의 흔적을 찾아서 걷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
라호르와 훈자 친구들
훈자 밸리 바이러스
파키스탄을 떠나며
아프가니스탄이 아파요
기독교와 선교 활동
이란으로 가는 길
테헤란의 초대
이스파한의 시인
writer’s note 무슬림 이야기(1)
아시아인가, 유럽인가? 터키
아라라트 산과 이삭 파샤 궁전
반, 터키 최대의 호수
론리 플래닛의 표지 모델, 콤마게네 신전
터키 여행의 꽃, 카파도키아에 도착하다
카파도키아 투어
3개월 만에 비를 보다 : 페트히예 가는 길
셀주크와 에페수스
이스탄불
여행, 그리고 지루함
writer’s note 무슬림 이야기(2)
비트겐슈타인에게 안부를 전하다 유럽
터키와의 이별, 그리고 루마니아에서의 좌절
비트겐슈타인의 비엔나
파벨 아저씨와 프라하
파리의 오후
아비뇽의 연극 축제는 안 보고, 여행의 막을 내리다
writer’s note 왜 여행을 하세요?
에필로그
밤은 깊었고, 택시는 좁았다. 일단 택시에 짐을 넣고 탔다. 보이텍은 앞에 타고, 나와 일본 친구들은 뒤에 탔다. 다짜고짜 운전사는 우리를 보고 짐이 많으니까 돈을 더 내라고 했다.
‘흥, 바가지가 시작되는군.’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 보이텍이 기사를 상대했다.
“웃기지 마! 이미 공항에서 돈을 지불했고, 그런 말은 들은 적도 없어. 빨리 가기나 하시지.”
“15kg이상 짐을 실으면 돈을 더 내야 한다구!”
“우린 돈을 따로 지불했어. 각자 모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지. 내 짐은 12kg이야. 킴! 네 짐은 몇 킬로지?”
“14kg.”
나는 순간 보이텍의 재치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언제 그런 멘트를 생각해 두었는지.
기사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으며 라디오를 틀었다. 그런데 어찌나 볼륨을 크게 틀어 놓았는지 귀가 얼얼할 정도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사람과 차와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가득한 거리를 60km의 속도로 질주하는 그를 보면서 우리는 모두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일본 친구들은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인도는 정말 재밌는 곳이구나라는 말을 연발했다. 나는 겁에 질려 말도 나오질 않았다. 거리의 풍경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이 거리는 차와 사람과 가축들이 경합을 벌이는 난장판이었다. 그런데도 기사는 기죽지 않고, 질주한다.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르면서 손잡이를 꽉 잡았다.
-본문 119쪽에서
요리사인 정하 덕분에 우리는 맛있는 닭볶음을 먹을 수 있었다. 정하는 배낭여행을 하던 도중에 네팔에 들렸다가 포카라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5개월 동안 식당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다가 정하는 다시 여행에 나섰다. 따지고 보면, 정하가 포카라짱에서 일하고 있을 때는 사장과 손님의 관계로 만났다가, 이제는 같은 여행자의 입장이 되어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여행 도중에 동갑내기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하와 나 모두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라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에 빈자리가 생기면, 금방 다른 사람이 채워 주는 것 같았다. 정하는 이란을 경유해 터키로 간 후, 독일에서 월드컵을 보고 영국에 있는 친구가 소개해 주는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그가 목표로 삼은 것은 해외에서 한국 식당을 할 만한 곳을 물색하는 것이었다. 물론 요리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요리라는 전문적 기술이 있기 때문에 그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반면에 내가 배운 지리학이나, 철학을 이용해서 해외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는 없었다. 항상 대학생에 둘러싸여 생활하던 한국에서의 생활이 무척 좁은 삶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본문 185쪽에서
우리는 그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은근히 비교하면서 표독스럽게 걷고 있었다. 한 늙은 아저씨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 온다.
“한국인이시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아저씨는 프라하를 방문한 한국인이라면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이었다. 파벨은 한국말을 꽤 할 줄 알았고, 수많은 여행객이 한글로 써 놓은 메모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언뜻 기억하기로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인 민박 가지 말고, 파벨 아저씨에게 갑시다. 온리 10유로!”
“아저씨 너무 친절하시고, 정이 많으세요. 파벨 하우스로 오세요. 절대 후회 안하실 겁니다.”
호객꾼에게 사기를 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였지만, 나는 한국인의 칭찬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은 완벽했다. 그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깜짝 놀랐다. 이곳은 파벨의 집이라기보다는 한국인 여행자의 자체 커뮤니티와도 같은 곳이었다. 곳곳에는 한글로 써놓은 안내문이 있었다.
“샤워할 때는 샤워 커튼을 닫고 하세요. 안 그러면 바닥에 물이 고여서 아저씨께서 일일이 치우신답니다.”
“신발 가지런히 정리합시다. 아저씨께서 일일이 정리하시기 힘들잖아요.”
“방 값 떼어먹지 마세요. 아저씨께서는 방 값 달란 말씀을 안 하세요. 미리 챙겨 드리세요.”
도대체 파벨이라는 인물에게 얼마나 감동을 받았으면, 한국인 여행자들이 이렇게까지
내일은 시험, 모레는 토익, 첩첩이 쌓인 일정표 챙기다 여행의 꿈은 살며시 접었다
그런데 정말로 짐 싸서 떠나 버린 용자가 있다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듯이, 떠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7개월이라는 시간은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고, 학원 쫓아다니고, 학점을 따고, 스펙을 쌓아 취업의 밑거름을 다지는 데도 모자랄 시간이다. 헌데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욕심대로 훌쩍 떠나 버린 사람이 있다면? 김창현, 그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도 처음에는 7개월이라는 세월을 길바닥에 버릴 셈은 아니었다. 하지만 새로운 곳을 찾을 때마다 찾아오는 그 쾌감은 그를 점점 여행에 탐닉하게 만들었다. 독자는 이 책에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20대 남자가 여행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새로운 곳으로, 더욱 매력 있는 곳으로…. 그가 여행에 매료되는 과정은 사랑에 빠지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상을 떠나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었던 것
그의 글은 미련하리만치 질박하다. 꾸밈이 별로 없다. 가끔 가다 뜬구름 잡는 소리도 좀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풀어 놓는 과정을 통해 한국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 비로소 볼 수 있었던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필사적으로 말하고자 한다. 서울 녹두 거리에서 시작되었다는 그의 여정은 중국, 동남아, 인도를 거쳐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네팔을 지나 프랑스의 아비뇽에서 그 끝을 맺었다. 약 7개월에 걸친 그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글쓴이의 너덜너덜한 고생담이 아플 만큼 다가온다. 그러나 타박타박 걸어 나가는 그의 여정에는 생동감이 있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이 있고, 그가 보고 느끼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있고, 서툴지만 그만큼 직설적으로 다가오는 성찰이 있다. 여행 중에 만나는 모든 이들의 눈은 좋든 싫든 그와 한국을 거울처럼 비춘다. 한국에서 안고 온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세계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장기 여행자들의 이야기도 있다. 때로는 달갑잖은 사기꾼이 여정 중에 톡 하니 끼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저자는 여행이라는 장기간의 분리 과정을 겪으면서 그제야 일상 밖의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작은 세상을 돌아볼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 담담하게 술회한다.
나의 20대에 유라시아 횡단을 선물하라
허름한 호텔 방에서, 이동 중의 차 안에서, 비행기 안에서 그는 7개월간의 혹독한 대장정을 꼼꼼히 적어 나갔다. 낯선 중국에서 영어 교사의 뒤를 따라다니며 한껏 겁을 먹고, 파키스탄에서 사귄 친구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면서 줄담배를 피우고, 아프가니스탄의 참상에 남몰래 눈물 흘리고, 여행 경비를 사기꾼에게 뺏겨 허탈해 하기도 하는 그의 모습은 절제된 베테랑 여행가의 글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지리학 전공이기도 한 그가 새로운 곳, 새로운 문화와 마주칠 때마다 적어 나가는 부록들은 독자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효자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일생의 한 번쯤은 무모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에필로그는 고단한 하루를 이어 가는 젊은 청춘들에게 고하는 희망의 메시지인 동시에, 삶에 필요한 자그마한 용기 한 점이나마 건넬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정보
저자 김창현은 1981년 광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때 당차게 영화 감독을 꿈꾸다가, 자신이 만들고자 했던 영화를 김성수 감독이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감독의 꿈을 접고 공부에 매진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월간 인물과 사상」에 ‘한 고등학생의 태백산맥 읽기’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였고, 이듬해 서울대 지리학과에 입학하였다. 지리학과에 입학한 후, 장보고 유적을 답사하기 위해서 중국에 다녀왔다. 군 제대 후에는 록밴드 보컬로 활동하기도 했다. 복학하여 기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던 중 돌연 여행을 떠났다. 배를 타고 중국으로 건너가 유럽까지 육로로 여행하는 동안 꼬박꼬박 여행 기록을 남겼다. 여행을 마치고 좀 더 전문적으로 지리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갔다. 현재 지리학 박사 과정에 있으며, 예쁜 공주님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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