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 마우로의 세계 지도

제임스 코완 지음 | 강은슬 옮김

푸른길 2008년 12월 31일 출간 종이책 : 2008년 10월 22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방에 앉아 세계를 그려낸 어느 수도사의 일기!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제임스 코완의 철학소설『프라 마우로의 세계 지도』. 다른 사람들에게 얻은 정보로 간접 여행을 하는 16세기 베네치아의 수도사 프라 마우로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상인, 선원, 모험가, 이국의 사절 등 방문객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프라 마우로는 수도원에 있는 자신의 독방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걸친 여행을 떠난다.

어떤 곳을 직접 답사하는 대신 수도원의 자기 방에서 세계 각지를 여행한 다른 사람들의 방문과 편지, 다양한 문서들을 통해 여행을 하는 프라 마우로는 외적인 면을 넘어서는 정신적인 면을 지도 위에 나타내려고 고민한다. 이러한 경험이 거듭될수록 그는 점차 혼란을 느끼고, 명상을 통해 자신이 창조하고자 하는 '지도'에 관한 정의를 이끌어내는데….

사실에 대한 묘사를 위해 물질세계를 많이 알아가려 했던 프라 마우로는 당시 사람들이 알고 있던 지식들을 아우르는 좀 더 근원적인 진실을 찾고자 한다. 인간 정신이 크게 개화되고 있던 시대 속에서 사실이란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를 묻는 한 수도사의 영혼의 편력을 그려낸 이 소설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반성해볼 기회를 선사한다.

목차

서문
프라 마우로의 명상
독자에게
옮긴이의 글

책 속으로

이따금 아드리아 해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면 창고 옆 조선소에서 흘러나와 온 석호에 떠도는 망치질 소리와 톱질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부지런히 뼈대만 세운 갤리선 선체에 롬바르디아 숲에서 베어 낸 두꺼운 널빤지를 붙이고 있다. 이것이 내가 알고 사랑하게 된 베네치아다. 종탑과 주랑, 조각상과 아라베스크 문양, 비밀의 정원에서 풍기는 월계수 잎 향기, 그런 것들이 이 도시의 인상을 만든다. 나는 곤돌라 사공이 되어 그 탁한 물 속 깊이 노를 담근다.
수도원 담 밖으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지만 나는 전 세계를 훤히 알고 있다. 세계는 다른 사람들이 받은 인상으로 내게 여행해 온다. 나는 마치 왕처럼 나의 방에서 신하가 망토에 실망이나 기쁨의 먼지를 묻힌 채 방문하기를 기다린다. 그들은 내게 와서 자기들의 짐을 벗는다. 그리고 조언을 구한다. 무엇보다 내가 그들의 노력이 옳았다고 확인해 주기를 바란다. 나는 그들에게 바위투성이 갑(岬)에서 깜박이는 등댓불이다.
내가 지나친가? 글쎄! 오래전부터 나는 사실을 윤색하는 나의 기호를 억제하지 않게 되었다. 켈트 매답은 환상의 영감을 받고 장인의 인내와 노력으로 영감을 구체화하지 않는다면 개성 없는 매듭이 될 것이다. 지도 제작자는 세계를 윤색하며,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나의 지도는 환상을 전하기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진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출판사 서평

수도원 독방에 앉아 세계를 그려 낸 공상가의 일기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표 작가 제임스 코완은 일기 형식을 빌려, 타인으로부터 얻은 정보로 간접 여행을 하는 16세기 베네치아의 프라(수도사) 마우로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프라 마우로는 수도원에 있는 그의 독방에서 단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걸친 고결한 여행을 한다. 턱수염에 소금기가 남아 있는 무역상인은 그에게 인도 여행 중 어느 황제의 무덤에서 겪은 독특한 체험 기록을 남긴다. 마우로는 상인과 함께 특별한 신성함을 갖춘 무덤가에서 침묵의 형태를 깨닫는다. 교황의 지시로 그를 만나러 온 바티칸 특사는 타타르 국을 여행했던 어느 수도사의 보고서를 건넨다. 마우로는 그 수도사의 눈을 통해 칭기즈 칸의 수도 카라코룸의 거리에 들어갈 수 있었으며, 그와 함께 난생 처음 마유주(馬乳酒)를 마신다. 이처럼 세계는 다른 사람들이 받은 인상을 통해 그에게 여행해 온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거듭될수록 그는 점차 혼란을 느끼고, 명상을 통해 마침내 자신이 창조하고자 하는 ‘지도’에 관한 정의를 이끌어 낸다.

지식이 관찰만이 아니라 감각에 의해 구체화된다는 것을 깨닫고 확실히 당혹스러웠다. 멀리서 보내온 많은 편지를 읽을 때나 산미켈레 수도원으로 찾아오는 상인들이나 모험가들이 전해 주는 개인적인 감상을 들을 때, 그들의 관찰이 전혀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멍해졌다. 그들의 관찰은 각자가 느끼는 감정에 영향을 받았다. 결국 그들이 나에게 제공하는 세상은 그들의 눈에 비친 것이다. 내가 과연 세계의 정확한 그림을 얻고 있는가 하는 회의는 오래 계속되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파악하기 시작한 세계와 실제 세계와는 다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범주와 양식을 무시하는 지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모든 범주와 양식을 다 포함하는 지도일 것이다. 정의를 내리기 어렵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좀 더 정확한 정의를 끌어낼 수 있는 지도이다. 그 지도는 어떤 특별한 정책이나 신앙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지도로 창공에 있는 지구와 지상의 하늘을 모두 보여 주기를, 또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지금까지 제작된 모든 지도의 원형이 되기를 바란다. 그 지도는 모든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에 세계의 단편을 드러내는 수단이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프라 마우로는 가공의 인물이 아니다. 이 소설이 그리고 있는 프라 마우로의 세계 지도는 지난 세기에 걸쳐 자취를 감추었지만, 실제 그가 그린 지도 가운데 하나는 베네치아의 마르치아나 국립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소설 속에서 그는 어떤 곳을 직접 답사하는 대신 수도원의 자기 방에서 세계 각지를 여행한 사람들의 방문과 편지, 다양한 문서들을 통해 지구의 외형을 넘어서는 정신적인 면을 지도 위에 나타내려고 고민한다. 믿음에 대한 부정확하고 감상주의적인 표현에 불과했던 중세 기독교도 학자들이 그렸던 지도가 아닌, 사실에 대한 묘사를 위해 물질세계에 대해 되도록 많이 배우려 했던 그는 당시 사람들이 알고 있던 모든 지식을 아우르는, 좀 더 근원적인 진실을 찾고자 한다. 퍼즐 조각 같은 정보를 기초로 세계 지도를 완성해 가는 고독한 르네상스 인이 찾아낸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인간 정신이 크게 개화하고 있던 시대에, 사실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수도사의 영혼의 편력을 그린 철학소설……. 이 소설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반성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제임스 코완

(James Cowan)

1942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교육받았다. 1960년대에 밴쿠버, 뉴욕, 런던 등을 여행하고 일하다가 1973년에 귀국했다. 귀국 후 마치 외국을 관찰하듯이 조국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에 남은 초기 유럽 문화의 흔적을 탐험하고 『The Mountain Men』, 『The River People』, 『Starlight? Trail』을 썼다. 그 후 10년간 오스트레일리아 토착민 문화를 연구하고 그들과 함께 살면서 『Mysteries of the Dreaming』, 『Myths of Dreaming』, 『Letters from a Wild State』 등을 썼다.
1990년대에는 시야를 다시 세계로 돌려 사실주의적인 것을 배제한 평온하고 명쾌한 산문 형식의 『프라 마우로의 세계 지도(원제：A Mapmaker? Dream)』를 썼다. 이 작품은 오스트레일리아 문학협회로부터 금메달을 수상했다. 현재 작품을 위한 3년간의 이탈리아 체제를 끝내고 오스트레일리아의 퀸즐랜드에 살고 있다.

번역 강은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