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을 기다리며
2012년 07월 19일 출간
종이책 : 2008년 09월 15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0.87MB)
- ECN 0102-2018-800-00262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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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벽화 _ 14
붓꽃 _ 15
파계(破戒) _ 16
고추잠자리 _ 17
시월의 빛 _ 18
백록(白鹿)을 기다리며 _ 19
적벽(赤壁)으로 향하던 길 _ 20
새벽의 시 _ 21
안개지대 _ 22
칸나 3 _ 23
거미 _ 24
민들레 방식으로 _ 25
뿔 없는 짐승처럼 _ 26
지렁이와의 동행 _ 27
나무늘보 보법으로 _ 28
제2부 들풀이 바람이래!
그리운 별꽃 _ 30
달 _ 31
점등 _ 32
겨울 꽃병 _ 34
들풀이 바람이래! _ 35
올해 다시 오셔서 _ 36
상사화 옆에서 1 _ 38
상사화 옆에서 2 _ 39
상사화 옆에서 3 _ 40
신록 한때 _ 41
제목 없는 시 1 _ 42
제목 없는 시 2 _ 43
제목 없는 시 3 _ 44
제목 없는 시 4 _ 45
산방의 휴일 _ 46
우수 경칩 다 지나고 _ 47
차귀도(遮歸島)의 봄 _ 48
비양도 시월 아침 _ 49
칠월 수평선 _ 50
제3부 사월의 힘
고추 말리기 _ 52
사월의 힘 _ 54
쇠별꽃 1 _ 55
쇠별꽃 2 _ 56
쇠별꽃 3 _ 57
삘기꽃 피면 _ 58
돌고래가 산다더라 _ 59
용장마을 바늘엉겅퀴 _ 60
구월 허수아비 _ 61
산비둘기 우네요 _ 62
구절초 피었구나 _ 63
장끼야, 장끼야 _ 64
금악오름 바람까마귀 _ 65
오늘 1 _ 66
오늘 2 _ 67
오늘 3 _ 68
오늘 4 _ 69
오늘 5 _ 70
오늘 6 _ 71
오늘 7 _ 72
오늘 8 _ 73
에세이 시작노트
오로지 붙임성 하나로 _ 76
삼십 초에 쓴 시 _ 81
붓 대신 무릎을 꺾고 _ 86
파리와의 외출 _ 90
미선이 효선이 부르며 _ 96
오백 원짜리 오징어 _ 100
꿀풀꽃 _ 107
│경작지로 오던 길│
손에 관하여 _ 111
해발고지 높아질수록 나무들은 진솔했다
한두 개 명치에 박힌 상처 자국들을 내보이며
낮은 키 낙엽수들이 내게 옷을 벗으란다
비정규직 일터 같은 한겨울 이 잡목숲
관목들 등골이 휜 성판악 등산로 따라
한때 그 위풍 떨쳤던 잔해들이 보이고
지엔피 이만 불입네, 시인들도 다 뜬 지금
어느새 나의 글에 기름기가 끼었다며
뼈뿐인 박달나무가 궁체 붓을 세운다
더 큰 만남을 위해 어둠을 깊게 하라
빽빽한 설산에서 제 뿔이 하얗도록
묵묵히 백록을 기다린 초목들이 고마워.
-<백록을 기다리며> 전문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하여
이 시집은 고정국 시인의 시집으로 슬픔도 분노도 없는 자는 이미 인간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말과 몸속에 광대와 반역의 피가 흐리지 않는 자가 어찌 시를 쓸 수 있냐며 시인은 시집 [서울은 가짜다] 이후 또 한번의 변화를 시도했다. 형식 자체가 시조(時調)이기 때문에 3·4 3·4, 3·4 3·4, 3·5 4·3의 음보에 맞춰 읽었을 때라야만 내용과 형식의 조화로움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점을, 시조는 쓰는 법에 앞서 읽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는 것을 귀띔해둔다. 말미엔 해설 대신 <에세이 시작노트>로 채웠다. 또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슬픈 과거를 처음으로 고백하고 있다. 이 땅 도처에 아프도록 글썽이는 별꽃들이 산재해 있음과 촛불 앞에 하얗게 밤을 설친 그 별꽃 같은 독자의 품에 이 시집 한 권 안겨줄 수 있다면, 천 리를 걸어서라도 나는 그를 찾아 나설 것이라는 시인의 말이 더욱 인상적이게 한다.
죽어서야 찾아온 파리 목숨만한 평화……, 그 슬픈 평화가 메모지 위에 가볍게 놓여져 있다. 나는 메모지를 들고 한참 동안 파리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몸을 반쯤 돌려 “후―욱” 하고 불었다. 쓰레기통 속에서 아득하게 파리 시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한민국 광복 60주년을 맞는 아침의 일이었다.
―<에세이 시작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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