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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스님에 빠지다

옛 그림으로 배우는 불교이야기 3
조정육 지음
아트북스

2017년 03월 07일 출간

종이책 : 2016년 05월 02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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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6.51MB)
ISBN 9788961962797
쪽수 4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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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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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스님에 빠지다』는 불법승 삼보에 맞춰 기획된 ‘옛 그림으로 배우는 불교이야기’ 시리즈 중 세 번째인 ‘승(僧)’이다. 첫 번째인 ‘불(佛)’에서는 석가모니 부처의 생애와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고, 두 번째인 ‘법(法)’에서는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 내용을 살펴보았다. 이번 책에서는 부처의 삶에 감동받아 그 가르침을 따라 산 스님들의 삶을 조명한다. 즉 ‘인류의 영원한 멘토’로 지리매김한 동아시아 스님 48명의 수행과 실천의 거대한 생을 좇는다. 아난과 도안에서 수월과 닌쇼까지,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의 쟁쟁한 스님들이 주인공인 이 책은 ‘한 권으로 만나는 동아시아 스님 열전’이기도 하다. 그리고 각 스님들의 수행 이력을 따라잡는 가운데 불교의 특성을 손에 쥘 수 있다.
시작하며

인도의 스님 | 1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아난·가섭 부처의 마음과 부처의 말을 오롯이 새기다 | 작자 미상 「아난과 가섭」
마명 천년을 뛰어넘는, 타인 위한 삶의 감동 | 강도 「화청출욕도」
용수 대승불교의 체계를 세우다 | 작자 미상 「운룡도」
무착·세친 하늘은 비어 있되 빈 것이 아니다 | 마화지 「고목유천도」

중국의 스님 | 2 강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다
도안 얼굴이 새까만 도안, 이웃을 놀라게 하다 | 강세황 「벽오청서도」
혜원 여산의 동림사, 동진불교의 중심이 되다 | 심주 「여산고도」
구마라집 내가 번역한 경론에 잘못이 없다면 | 심사정 「홍련도」
지의 고통받는 누구라도 평등하게 구제하리라 | 고봉한 「매화도」
도선 평생 불법을 알리고 실천하다 | 동기창 「봉경방고도」
현장 정법을 구할 수 있다면 해골산이 문제인가 | 작자 미상 「현장삼장상」
법장 수행의 길을 묵묵히 걸었을 뿐 | 왕유 「강간설제도」
선도 정토에 왕생했어도 사바세계로 돌아오라| 작자 미상 「관경16관변상도」
혜능 마음이 곧 부처다 | 김홍도 「혜능상매」
영가 무상대도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 | 김농 「향림소탑도」
마조 마음 밖에 부처 없고, 부처 밖에 마음 없다 | 여문영 「강촌풍우도」
백장 땀 흘려 일하는 자, 무엇을 해도 떳떳하다 | 대진 「어락도」
황벽 추위가 매울수록 코를 찌르는 매화향 | 진홍수 「매화산조」
조주 시비 끊긴 자리에서 한 잔의 차 샘솟네 | 두경 「죽주거」
임제 한 뿌리에서 났다고 향기까지 같으랴 | 범관 「계산행려도」
설봉 밖에서 구하지 말고 스스로를 제도하라 | 마원 「매석계부도」
운문 마음을 여는 순간 삼라만상이 법신 | 황공망 「부춘산거도」
영명 선과 염불을 양 날개 삼아 | 예찬 「용슬재도」
허운 수난의 질곡에도 신념의 꽃은 핀다 | 장조화 「유민도」

한국의 스님 | 3 교와 선을 회통하다
자장 사람들이 편안해질 수 있다면 | 신명연 「금낭화」
원효 신라불교의 기틀을 다진 호법보살 | 김홍도 「남해관음」
의상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 작자 미상 「화엄종조사회전 의상회」
혜초 우주 만유는 부처의 몸이요 | 김준근 「장가가고」
도의 위엄과 존경은 권위에서 나오지 않는다 | 작자 미상 「금강산도10폭병풍」
의천 캄캄한 밤 어둠 밝히는 등불 하나 | 김명국 「달마도」
지눌 이론과 실천이 동행하는 목우행 | 김희겸 「적성래귀」
일연 격동의 현장에서 명작을 낳다 | 작자 미상 「청령포도」
보우 신념은 흔들리지 않으니 매번 일어나리라 | 전 공민왕 「천산대렵도」
나옹 부처님의 법을 만나 불퇴전 발원하니 | 조영석 「노승헐각」
서산 오늘 심은 자비의 씨앗 하나 | 허련 「완당난화」
사명 수행자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어야 | 전 이징 「연사모종도」
경허 대낮의 격정이 휘몰아쳐도 서원을 잊지 않으리 | 김홍도 「죽하맹호도」 「송하맹호도」
수월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수행 시작하기 | 양기성 「맹광제미」

일본의 스님 | 4 나는 이와 같이 실천했다
사이초·구카이 수행은 스스로 변하고자 함이니 | 작자 미상 「산월아미타도」
호넨 안락을 좇는 대신 민중 속으로 들어가 | 작자 미상 「헤이지 모노가타리 에마키」
신란 번뇌에 묶인 범부라도 정토왕생 할 수 있다 | 작자 미상 「아미타성중내영도」
묘에 사랑도, 보살행의 실천도 바로 지금 이 순간 | 에니치보 조닌 「묘에쇼닌 상」
에이사이 누에고치가 나비가 되는 시간 | 조세츠 「표점도」
도겐 작은 깨달음이라도 실천이 중요하다 | 가노 모토노부 「향엄격죽도」
잇펜 나무아미타불 명호를 염불하는 순간 | 엔이 「잇펜쇼닌에덴」
닌쇼 비증보살로 살아간다는 것 | 우타가와 히로시게 「아타게 대교의 소나기」

마치며
참고자료

“마명보살과 양귀비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이 가진 능력이 사람을 넘어 동물과 식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삶의 방향은 대척점에 서 있다. 한 사람은 능력을 타인을 위해 회향했고, 또 한 사람은 오로지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낭비했다. 어떤 삶이 가치 있는가를 얘기하는 것은 사족이 될 것이다. 타인을 위해 회향한 삶은 비록 고달프고 힘들어도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감동을 준다. 마명보살처럼 말이다. 그런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은 비록 편안하고 풍족해도 양귀비처럼 그저 그것으로 끝날 뿐이다. 뛰어난 능력을 갖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느냐다. 두 사람의 삶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우리 각자의 결정에 달려 있다.”_「천년을 뛰어넘는, 타인 위한 감동」(33쪽)

“심사정은 명문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조부 심익창이 영인군(훗날 영조)을 시해하려는 사건에 가담하면서 졸지에 역모 집안의 죄인이 되었다. 그는 몰락한 양반 집안의 후예가 되어 평생 관직에 오르지 못한 채 화업(畵業)에 정진하다 생을 마쳤다. 그가 발 담고 있는 현실은 진흙 그 자체였지만 그림이라는 가장 화려한 꽃을 피웠다. 그가 이룩한 그림 세계는 시들어가면서도 물총새의 눈길을 빼앗을 정도로 아름다운 연꽃과 같았다.”_「내가 번역한 경론에 잘못이 없다면」(74쪽)

“고봉한은 「매화도」에서 한 가지 매화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기존 문인화가들이 절개의 상징으로 백매(白梅)만을 그릴 때 고봉한은 홍매, 백매, 황매가 어우러진 ‘절개를 버린’ 매화를 그렸다. 주문자인 상인들의 요구를 반영한 작품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고집이 아니라 자신의 그림을 감상한 사람의 마음이었다. 고봉한에게 홍매, 백매, 황매가 그저 똑같이 아름다운 매화였듯 천태지자에게 후주나 진왕 양광은 똑같은 중생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날까지 그들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_「고통받는 누구라도 평등하게 구제하라」(83쪽)

“비바람이 소상강에만 불지 않듯 우리가 만나는 삶의 비바람도 특정한 시점에만 불지 않는다. 다섯 살에는 알사탕 때문에 요동치던 비바람이 열다섯에는 시험 때문에 요동친다. 스물다섯에는 취직 때문에 소용돌이치던 태풍이 서른다섯에는 자식 때문에 사고가 난다. 서른다섯의 태풍은 마흔다섯에도 계속되고 쉰다섯, 예순다섯에도 그치지 않고 몰아친다. 그렇다면 인생을 끝마칠 때까지 평생 동안 몰아치는 비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 걸까.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맑은 날에도 가슴속에서 여전히 쿵쾅거리는 이 비바람은 도대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마조대사는 말한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만들어낸 작용이라고.”_「마음 밖에 부처 없고, 부처 밖에 마음 없다」(149쪽)

“새가 높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양쪽 날개가 필요하다. 선과 염불은 수행의 양쪽 날개다. 근경과 원경이 각각 독립되어 있는 것 같아도 서로 의존하고 예찬의 「용슬재도」처럼 선과 염불도 마찬가지다. 선이 부처의 마음이요, 교가 부처의 말이라면 선과 염불은 부처의 마음과 말을 내 것이 되게 하는 수행법이다. 내가 부처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실천법이다.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며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것이 염불이라면 법장비구의 원력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는 선이다. 선과 염불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_「선과 염불을 양 날개 삼아」(211쪽)

“원효대사가 승복을 벗고 무애를 두드리며 민중을 교화한 데는 깊은 이유가 있었다. 당시 불교는 왕실과 귀족들을 위해 존재했다. 일반 백성이나 천민들은 감히 넘나볼 수 없는 귀족불교였다. 자장율사나 원광법사가 귀족불교를 지향했다면 원효대사는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원효대사에게는 부처의 가르침을 전해줄 수 있는 곳이라면 세간과 출세간이 따로 없었다. 이런 원효대사를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一然) 스님은 ‘불기(不羈)의 자유인’이라고 표현했다. 굴레가 없다는 뜻이니 매인 곳이 없다는 말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벗어버리면서까지 대중교화에 나선 원효대사야말로 진정한 보살정신의 실천자였다.”_「신라불교의 기틀을 다진 호법보살」 (239쪽)

“나는 이와 같이 실천했다!”

인도, 중국, 한국, 일본에서 등불을 밝힌,
고승대덕들의 도저한 수행과 실천의 역사

우리시대의 ‘스타 멘토’에는 스님이 여럿 포진해 있다. 이미 입적한 법정 스님을 필두로, ‘즉문즉설(卽問卽說)’로 유명한 법륜 스님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이 대표적이다. 갈수록 사회 불안이 가중되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요구하는 무한경쟁 시대에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 스님들이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스님들의 오아시스 같은 말씀은 위안을 주고 위로가 된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일그러진 현실에 브레이크를 걸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올바른 삶의 길을 찾게 끌어준다. 스님들의 말씀은 마음의 공기청정기다. 사람들은 그 청정기에 힘입어 마음을 추스르고 궁핍한 시대를 헤쳐 간다. 스님들의 존재감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어둠이 깊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스님들은 사회의 멘토였다. 사람들은 스님들의 말씀에 의지하며 고단한 현실을 견뎠다. 멘토는 일반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님에게도 수많은 멘토가 있었다. 이를테면 멘토가 사랑한 멘토, ‘멘토들의 멘토’가 되겠다. 불교의 전등사(傳燈史)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 기라성 같은 고승대덕이 그들이다. 이름만 대면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고승대덕들은 자신의 수행을 통해 부처의 말씀을 실천하면서 수많은 제자에게 영향을 끼쳤고, 나아가 일반 대중을 바른 길로 인도해주었다.

“고승들의 행적은 부처의 가르침을 배워 후세에 전하고자 했던 정신문화의 총화다.”-「시작하며」에서

‘인류의 영원한 멘토’, 48인의 고승대덕 열전
『옛 그림, 스님에 빠지다』는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에 맞춰 기획된 ‘옛 그림으로 배우는 불교이야기’ 시리즈 중 세 번째인 ‘승(僧)’이다. 첫 번째인 ‘불(佛)’에서는 석가모니 부처의 생애와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고(『옛 그림, 불교에 빠지다』), 두 번째인 ‘법(法)’에서는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 내용을 살펴보았다(『옛 그림, 불법에 빠지다』). 이번 책에서는 부처의 삶에 감동받아 그 가르침을 따라 산 스님들의 삶을 조명한다. 즉 ‘인류의 영원한 멘토’로 지리매김한 동아시아 스님 48명의 수행과 실천의 거대한 생을 좇는다. 아난과 도안에서 수월과 닌쇼까지,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의 쟁쟁한 스님들이 주인공인 이 책은 ‘한 권으로 만나는 동아시아 스님 열전’이기도 하다. 그리고 각 스님들의 수행 이력을 따라잡는 가운데 불교의 특성을 손에 쥘 수 있다.
먼저, 인도 편에서는 아난과 가섭, 마명, 용수, 무착과 세친이 주인공이고, 중국 편에서는 도안, 혜원, 구마라집, 지의, 도선, 현장, 법장, 선도, 혜능, 영가, 마조, 백장, 황벽, 조주, 임제, 설봉, 운문, 영명, 허운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한국 편에서는 자장, 원효, 의상, 혜초, 도의, 의천, 지눌, 일연, 보우, 나옹, 서산, 사명, 경허, 수월이, 일본 편에서는 사이초, 구카이, 호넨, 신란, 묘에, 에이사이, 도겐, 잇펜, 닌쇼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망설임 없이 걸어간 사람들이다. 부산에서 서울 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듯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이 책은 각 스님들의 생애를 핵심만 뽑아서 소개하되 중심이 되는 일화에, 이와 통하는 옛 그림을 접목시켜 수행의 진리를 진하게 추출해낸다. 마명과 강도의 「화청출욕도」, 용수와 작자 미상의「운룡도」, 도안과 강세황의 「벽오청서도」, 도선과 동기창의 「봉경방고도」, 혜능과 김홍도의 「혜능삼매」, 백장과 대진의 「어락도」, 조주와 두경의 「죽주거」, 허운과 장조화의 「유민도」, 원효와 김홍도의「남해관음」, 의천과 김명국의 「달마도」, 서산과 허련의 「완당난화」, 묘에와 에니치보 조닌의 「묘에쇼닌 상」, 닌쇼와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아타케 대교의 소나기」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한중일의 옛 그림은 불화(佛畵)를 비롯한 산수화, 인물화, 풍속화, 사군자, 병풍화 등 동아시아 미술사를 장식한 걸작들이 동행한다(물론 일부는 ‘조각’에 해당하는 불상도 있다). 그것도 스님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기 위한 단순한 보조 자료가 아니라 스님의 드라마틱한 생애를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서, 미술사적인 맥락을 토대로 알기 쉽게 풀어놓은 것이어서 더욱 주목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옛 그림은 스님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스님의 삶은 옛 그림의 이해를 북돋워준다.

“육조혜능부터 임제의현까지 선종을 대표하는 선사들을 살펴보면 가끔씩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마조도일, 백장회해, 황벽희운, 조주종심, 임제의현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시대도 다르고 이들이교화를 펼친 방법론과 개성도 제각각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치 한 사람의 배우가 매번 다른 옷을 입고 나온 것 같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다르되 가르침의 핵심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제자를 가르치는 교육방식은 다르지만 그 근저에는 ‘불립문자 교외별전 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는 선종의 핵심 사상이 흐르고 있다.
형호와 이성, 관동과 범관은 모두 북방 산수화를 대표하는 화가들이다. 그들의 산수화에는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양식이 있다. 웅장하고 험준한 산세, 장송(長松)과 거목(巨木), 높은 산(高山)과 폭포 등이다. 남방 산수화와는 다른 북방 산수화만의 특징이다. 한 눈에 봐도 북방 산수화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징표다. 이런 특징은 형호의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고 범관의 작품에서도 똑같이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형호의 작품과 범관의 작품이 같은가? 전혀 다르다. 이성의 작품도 범관의 작품과 같지 않다. 마조도일이 백장회해와 다르고 조주종심이 임제의현과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한 뿌리에서 났으되 전혀 다른 꽃을 피운 꽃과 같다. 스승과 같아지는 것을 추구하는 대신 스승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우를 범하지 않고 달을 볼 줄 알았다. 그림에서도 선종에서도 기라성 같은 거장들의 출현이다.”-「한 뿌리에서 났다고 향기까지 같으랴」에서

지은이는 스님의 이야기를 앞세워 옛 그림 이야기를 펼치거나 옛 그림을 통해서 스님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미술 교양서 저술로 옛 그림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저자의 내공이 빛을 발한다. 스님 이야기에 옛 그림 이야기를 잇대어서 스님의 수행 역정(歷程)을 옛 그림과 화가들의 삶에서도 확인하며, 양자를 통합해서 더 큰 깨달음으로 현실을 보게 만든다.

고승들의 수행에서 배우는 실천하는 삶
이 책의 힘은 무엇보다도 고승대덕들의 도저한 수행과 실천에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지은이의 구도행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옛 그림으로 배우는 불교이야기’ 시리즈를 매력적으로 빚는 강점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가 부처님의 생애, 경전 소개, 스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다른 책들과 차별화되는 점의 하나도 이것이다. ‘불법승’ 삼보를 이끄는 에너지는 불자인 저자의 구도행이다. 지은이는 그것을 이렇게 토로한다.

“처음에, ‘옛 그림으로 배우는 불교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부처의 생애만 쓸 예정이었다(『옛 그림 불교에 빠지다』). 내 능력으로는 부처의 생애만 추적하는 것도 벅찬 수준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 과유불급임을 알면서도 굳이 부처의 가르침(『옛 그림, 불법에 빠지다』)을 좇았고, 결국 조사들까지 연재 범위를 확대시킨 이유는 다음의 문장 때문이었다. / “선의 등불(禪燈)은 가섭의 마음에 켜시고, 가르침의 바다(敎海)는 아난의 입에 부으셨다.” /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됐다. 부처님이 밝힌 진리의 등불이 2559년의 세월을 건너 우리 집 안방까지 붙여졌다. 팔만대장경을 가득 채운 부처님의 가르침이 내 마음속에서 바다처럼 출렁거렸고, 어둠속에 빛나는 환한 불빛은 신기루처럼 황홀했다. 출렁거리는 바다와 황홀한 불빛에 취해 이끌리듯 오다 보니 불법승 삼보가 되었다. 가섭의 마음에 켠 선의 등불과 아난의 입에 부으신 가르침의 바다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싶다는 열망이 무모하게도 여기까지 오게 했다.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문장의 출처가 바로 『선가귀감』이다.”-「오늘 심은 자비의 씨앗 하나」에서

이런 열정이 각 스님들의 이야기 밑바탕에 흐르고 있다. 그것이 책을 뜨겁게 만든다. 저자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서 만난 부처의 위대한 생애를 지나 그들의 경전을 거쳐, 마지막으로 48명의 스님들의 수행기를 체화한 것이 이 책인 것이다. 그리고 스님들의 수행을 통해서 실천의 중요성을 부단히 일깨운다.

“팔만대장경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음 심(心)’ 자라고 얘기한다. 고승대덕들은 그 마음을 알기 위해 수많은 경전을 보고 수행을 한 사람들이다. 선(禪)과 교(敎), 경전 공부와 실천은 불교 수행의 양 날개다. 날개 하나로는 하늘을 날 수 없듯 선과 교 중 하나만 빠져도 수행이 완성되지 않는다. 이론이 뒷받침되지 않는 실천은 독단에 빠지기 쉽다. 실천이 결여된 이론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론은 실천에 의해 검증되어야 하고 실천은 이론에 의해 틀이 잡힌다. 달마대사가 도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이치로 들어가는 것(理入)과 행으로 들어가는(行入) 두 가지를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치를 알아야 행으로 들어갈 수 있다.”-「시작하며」에서

“수행은 내가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위해주고 챙겨주는 것이 수행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조정육

저자 조정육은 전남대학교 불문과, 홍익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 동국대학교에서 박사를 수료했다. 고려대, 국민대, 성신여대, 서울과학기술대에서 강의했으며, 옛 그림을 통해 동양의 정신과 사상을 알리기 위해 집필과 강의에 전념하고 있다.
옛 그림을 소재로 삶의 이야기를 녹여낸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를 시작으로 『거침없는 그리움』 『깊은 위로』로 이어지는 ‘동양미술 에세이’ 시리즈를 펴냈다. 『그림공부, 사람공부』 『좋은 그림 좋은 생각』 『그림공부 인생공부』 등을 통해 옛 그림에 담긴 인생의 지혜와 가르침에 귀 기울이는 한편, 『조선의 글씨를 천하에 세운 김정희』 『조선의 그림 천재들』 『어린이를 위한 우리나라 대표 그림』 등 어린이를 위한 책도 함께 펴냈다. 2013년부터 『법보신문』에 ‘옛 그림으로 배우는 불교이야기’를 연재하여 『옛 그림, 불교에 빠지다』(2014)와 『옛 그림, 불법에 빠지다』(2015)에 이어 『옛 그림, 스님에 빠지다』(2016)를 각각 출간했다. 블로그 ‘조정육의 행복한 그림읽기’(http://blog.daum.net/sixgardn)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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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그림, 스님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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