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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학 강의

탈근대의 관점으로 읽는 현대미학
진중권 미학 에세이 1
진중권 지음
아트북스

2013년 10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2013년 08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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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5.56MB)
ISBN 9788961962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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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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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학 강의』는 베냐민의 언어 타락을 통한 역사의 시작으로 시작해 보드리야르의 역사의 종말로 끝난다. 하지만 과연 끝일까? 진중권은 실재하는 모든 것이 사라진 사막의 원시적 숭고함처럼 보드리야르의 ‘사라짐’ 또한 역설적으로 숭고의 미학에 합류한다고 보며, 종말이 경계를 넘어 또 다른 사건으로 전화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2판 서문
1판 서문

1 발터 베냐민Walter Benjamin: 알레고리와 멜랑콜리
2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진리의 신전
3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진리, 가상, 화해
4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회화 속의 진리
5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위계 없는 차이의 향연
6 질 들뢰즈Gilles Deleuze: 감각의 논리-새로운 유물론 미학의 정초
7 장-프랑수아 리오타르Jean-Francois Lyotard: 형언할 수 없는 숭고함
8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스캔들이 말하는 것

주석
도판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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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이 책에서 노리는 이론적 목표는 따로 있다. 현대예술은 ‘숭고’와 ‘시뮐라크르’라는, 서로 대립하며 보족하는 두 개념으로만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이 책에 소개된 텍스트들의 독해는, 개별 사상가들의 미학 속에서 ‘숭고’ 미학과 ‘시뮐라크르’ 사상의 계기를 찾아내 드러내는 하나의 일관된 전략에 따른다.
(……) 현대예술에는 ‘숭고’의 무거움과, 그것을 파괴하는 시뮐라크르의 가벼움이 또한 존재한다. 숭고와 시뮐라크르는 현대인의 세계감정이 가진 야누스의 얼굴이다.
_「2판 서문」(p. 10~11)

주체의 죽음. 그러나 이는 모든 주체의 죽음이 아니다. 자신을 “궁극적인 것”으로 여겼던 어느 독단적 주체의 죽음일 뿐이다. 이 낡은 주체의 무덤에서 이제 새로운 주체가 걸어 나와야 한다. 이성의 폭력성을 철회하고, 인간화를 거부하는 자연이라는 타자에 귀를 기울이고, 동일화의 강박을 벗고 개별자들의 존재를 존중하며, 말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써, 합리적으로 관리되는 사회의 비합리성을 비판하는 탈근대적 주체. 타자가 아니라 자신을 지배하고, 그렇다고 자기 안의 자연을 억압하지 않고, 비동일성 속에서 동일성(정체성)을 유지하는 주체. 섣부른 희망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절망하지도 않고, 역사에 최종목적(텔로스)을 설정하지 않으나 저항을 포기하지도 않고, 불꽃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포착할 감수성을 지닌 현대적 의미의 예술적 주체…….
_3장 「아도르노-진리, 가상, 화해」(p. 112)

르네상스 이후의 회화에서 ‘유사’는 곧 재현관계의 ‘확언’이었다. 이 원리를 깨뜨린 것이 바로 칸딘스키다. 그의 작품 속에서 형과 색은 바깥에 있는 가시적 대상을 닮을 의무에서 벗어난다. 형과 색은 아무것도 묘사하지 않고 화폭에서 자유롭게 유희한다. 이렇게 유사가 포기됨으로써 그림의 재현 작용은 중단된다. 그의 그림은 가시적 대상을 가리키지 않고, 그저 “붉은 형태” “삼각형들” 혹은 “오렌지색 보랏빛”으로 남는다. 그리하여 누군가 “이게 무엇이오?”라고 묻는다면, 그는 다만 그것은 “즉흥”이나 “구성”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칸딘스키는 “그 선들과 그 색채들을 더욱더 고집스럽게 확인함으로써 유사와 재현 관계를 동시에 지워 버린다.”
_5장 「푸코-위계 없는 차이의 향연」(p. 175~76)
기관 없는 신체는 의미 작용을 포기한다. 분열자들의 말은 그 신체 속에 들어가 파열되어, 무의미한 음성이 되어 나온다. 이 역시 말 못하는 아기들 수준으로의 퇴행이 아니다. 여기서 ‘무의미’란 글자 그대로 ‘의미 없음’이 아니라, ‘모든 의미’, 즉 다다이스트들의 무의미 시(물체적 무의미)나 루이스 캐럴의 난센스 놀이(비물체적 무의미)처럼 새로운 의미가 무한히 생성되는 잠재성의 영역이다. 나아가 기관 없는 신체는 새로운 주체를 준비한다. 여러 개의 인격을 바꾸어 갖는 분열자처럼, 이 신체를 바탕으로 하나의 정체성에 함몰되지 않고 끝없이 제 존재를 다양화하는 유목적 주체가 형성된다.
_6장 「들뢰즈-감각의 논리: 새로운 유물론 미학의 정초」(p. 219~20)

리오타르는 숭고 체험에 수반되는 그 “모순적 감정”을 기대하지 않은 사건을 기다리는 두려움과 미지의 것을 느끼는 데서 비롯되는 기쁨의 혼합감정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스피노자의 언어로 이 혼합감정의 효과가 사건성의 체험을 통해 존재를 ‘강화intensification’시키는 데에 있다고 강조한다. (……) 숭고는 사건이 수반하는 존재의 강화를 낳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더 이상 인식의 문제가 아닌 존재의 문제, 더 이상 관념론적 현상이 아닌 유물론적 사건이 된다.
_7장 「리오타르-형언할 수 없는 숭고함」(p. 266)

「기술복제시대」 논문에서 베냐민은, 배우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공허감에 관해 말하는 어느 비평가의 언급을 인용한다. “이러한 공허감이 생겨나는 까닭은 그의 육체가 자신에게서 떠나버리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는 순간적으로 사라지며, 또 그의 실체, 그의 삶, 그의 목소리, 그가 불러일으키는 소음 등도 자신에서 이탈되어 (……) 스크린에서 명멸하다가 다시 정적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느낌……. 한마디로 복제 앞에서 실재가 아예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서 베냐민은 ‘시뮐라시옹’ 속에서 ‘실재의 사라짐’을 얘기하는 보드리야르를 연상시킨다. 베냐민의 복제가 원작의 아우라를 파괴하는 데에 그친다면, 보드리야르의 시뮐라시옹은 그 아우라를 자신이 뒤집어쓴다.
_8장 「스캔들이 말하는 것」(p. 281)

화가가 보여주고 철학자가 답한다!
반 고흐와 하이데거, 푸코와 마그리트, 들뢰즈와 베이컨……
철학자 여덟 명의 이론을 통한 근대미학의 개념 틀 재검토

“많이 거론된 책은 일단 유행이 지난 다음에 읽기를 좋아한다.” 발터 베냐민의 말이다. 이 책에는 이제는 유행이 지난 듯한 푸코, 들뢰즈 등 프랑스 현대 철학자들과 언뜻 보아 그들과는 별 관련이 없을 듯한 베냐민과 아도르노, 하이데거의 사상이 소개된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근대미학의 한계를 비판하는 사상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특히 베냐민은 우리가 아는 탈근대 철학의 거의 모든 주요한 개념들을 선취하고 있다. 근대미학의 주객이원론, 모방이론, 재현의 진리 등은 베냐민의 사상 속에 산산이 부서진다. 이제 주체가 있던 자리에는 다양한 맥락 가운데 해석의 자유가 펼쳐지고, 원본의 권위가 있던 자리에는 복제의 연쇄가, 재현의 진리가 있던 자리에는 형태와 색채의 유희가 들어선다.

한데, 아도르노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인간의 관계를 물질들의 관계로 왜곡시킨다. 이 체제는 모든 것을 교환가치로 환원해 다양한 개별자를 획일적으로 통분해버렸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삶의 격률이 되었다. 근대예술은 이와 같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대립과 투쟁, 불화에서 눈을 돌리고, 화해 불가능한 주체와 객체, 인간과 자연의 대결을 ‘아름다운 가상’이라는 허구로 보충하려는 시도였다(1장 「베냐민-알레고리와 멜랑콜리」, 2장 「하이데거-진리의 신전」, 3장 「아도르노-진리, 가상, 화해」, 4장 「데리다-회화 속의 진리」.)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름다운 가상이라는 거짓말에 기댈 수 없다. 모든 것을 획일화하고 체제 내에 포섭하려는 자본주의에 맞서 예술은 끊임없이 탈주를 행한다. 그래서 현대예술은 낯설다. 미술은 보이지 않고, 음악은 들리지 않으며 예술 감상은 더 이상 즐거운 체험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절대적 부정을 통해 예술은 견딜 수 없는 현실을 증언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토피아를 그리워한다. 또한 우리는 한없이 외로워진 미술과 음악에 말을 걸기 위해서는 철학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현대예술은 철학과 비평을 동반하지 않으면 완성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3장 「아도르노-진리, 가상, 화해」.)

예를 들어 르네 마그리트, 파울 클레, 바실리 칸딘스키의 그림에서 푸코의 철학을 바탕으로 유사와 상사라는 개념을 설명할 수 있다. 유사는 원본을 전제로 한 복제이고 상사는 원본이 없는 복제(시뮐라크르)다. 유사는 원본의 권위에 의지하지만 복제의 복제인 상사는 이런 위계가 없다. 상사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여주려 하는 마그리트의 그림은 19세기까지의 유럽회화의 전통인 유사성을 통한 재현(원본을 얼마나 닮게 그리는가), 재현을 통해 보이는 것만이 유일한 진리라고 선언하는 주체의 권위에 도전한다. 재현의 독재에서 벗어난 예술은 확대된 상상력으로 더욱 풍요로워진다(5장 「푸코-위계 없는 차이의 향연」.)

그렇다면 재현을 포기한 회화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프랜시스 베이컨은 그것이 감각이라고 말한다. 베이컨의 기괴한 신체, 고깃덩어리는 고요한 관조(고전주의 미학)가 아니라 충격 효과를 준다. 또한 인간도 동물도 아닌 명확히 알 수 없는 형태들은 이성 중심주의, 인간 중심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무너뜨린다. 푸줏간에 매달린 고깃덩어리는 렘브란트의 작품이 그렇듯이 우리들 자신과 구별되지 않는다. 들뢰즈는 이러한 인간의 ‘동물-되기’를 퇴행이보다는 ‘창조적 역행’으로 여기고, 기관의 분화가 사라지는 데에서 새로운 것을 생성하는 유목적 주체의 가능성을 본다(6장 「들뢰즈-감각의 논리: 새로운 유물론 미학의 정초」.)

한편 원본을 전제하지 않는 현대미술, 이 시뮐라크르의 세계 반대편에는 숭고의 미학에 승부를 거는 예술가들이 있다.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는 우리가 묘사할 수도 없고 형언할 수도 없는 숭고의 체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은이가 보기에 숭고의 미학은 시뮐라크르 미학과 함께 현대미학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현대미학은 서로 대립하며 보완하는 이 두 개념의 지지를 받는다. 대량복제 된 산물을 예술에 끌어들인 뒤샹과 워홀 등의 작품이 시뮐라크르로 설명된다면 바넷 뉴먼의 작품은 묘사를 포기함으로써 이 세상에 묘사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함을 증언하는 숭고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장 보드리야르의 철학이 놓인다. 보드리야르가 보기에 예술은 종언을 고했다. 차이의 생성이 극점을 지나면 동일자의 지루한 무한증식을 낳듯이 도처에서 증식되는 예술 속에 진정으로 새로운 사건은 없다. 오직 자기 동일성의 무한 반복만이 있을 뿐이다. 또한 미적 가치가 예술 밖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어 미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변별성이 사라져 예술은 불필요해졌다. 이제 예술은 열역학에서의 열사망(熱死亡)과 같은 상황이 되었다. 예술이 그렇게 사라졌고 역사는 끝났다는 것이다(7장 「리오타르-형언할 수 없는 숭고함」, 8장 「보드리야르-스캔들이 말하는 것」.)

『현대미학 강의』는 베냐민의 언어 타락을 통한 역사의 시작으로 시작해 보드리야르의 역사의 종말로 끝난다. 하지만 과연 끝일까? 진중권은 실재하는 모든 것이 사라진 사막의 원시적 숭고함처럼 보드리야르의 ‘사라짐’ 또한 역설적으로 숭고의 미학에 합류한다고 보며, 종말이 경계를 넘어 또 다른 사건으로 전화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추천사
내가 아는 미학은 전부 진중권에게서 배운 거다. 그는 내가 아는 가장 탁월한 미학자이며, 그 어려운 미학을 나 같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주는 좋은 스승이다. 난 그의 책을 좋아한다. 『현대미학 강의』 역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빨간 줄을 빡빡 그어가면서. 그의 책은 다른 이에게 자랑하고 싶게 만든다.
서민(리뷰어 ‘마태우스’, 『기생충 열전』의 지은이, 단국대 교수)

작가정보

저자(글) 진중권

저자 진중권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유리 로뜨만의 구조기호론적 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미학과 언어철학을 공부했다. 1994년 출간한 『미학 오디세이』로 미학이라는 낯선 학문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만들었으며, 그 이후 줄곧 독창적인 미학 세계를 펼치며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현재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미학 오디세이』 1·2·3, 『춤추는 죽음』 『천천히 그림 읽기』(공저) 『앙겔루스 노부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1·2·3, 『현대미학 강의』 『생각의 지도』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진중권의 이매진』 『교수대 위의 까치』『아이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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