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우유
2014년 05월 08일 출간
국내도서 : 2013년 08월 14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38.59MB)
- ISBN 978896196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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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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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로 바쁜 와중에도 자식을 위해 기름 솥 앞에 선 엄마가 튀겨준 탕수육, 늦은 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의 품에 안겨 있던 찐만두, 과도한 스트레스의 주범이었던 회사 부장을 대신해 씹곤 했던 베이글 등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음식을 통해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는 추억 속 숨어있던 우리의 기억을 건드려 그 시절, 그 때로 이끈다. 사는 게 쉽지 않은 날, 소소한 그리움으로 추억하는 위로의 음식을 만난다.
1 가족
우리는 식구입니다_탕수육과 비프가스
아랫목, 담요, 그리고 만화책의 향연_산두릅과 호두밥
시간의 나이테_바움쿠헨
늙어가는 엄마 옆에서 드라마를 보다_부추샐러드
넌 나의 자랑이야_빨간 소시지 달걀말이
슬픔은 마주 봐야 헤어질 수 있는 것_냉면
사는 게 참 궁색하다_오차즈케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_상추
갓 지어진 밥 같은 행복_버섯밥과 연어덮밥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이죠_명태
삶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_브로콜리 스프
지상의 행복한 방 한 칸_만두
2 사랑
가시 속에 숨다_성게알밥과 성게보말죽
도둑고양이와 길고양이_고양이밥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지병_파에야
알덴테, 타이밍이 중요해_봉골레 파스타
풋_크렘브륄레
외사랑_초콜릿
누군가 기다려진다는 것_캐러멜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_홍시와 곶감
그럼, 잘 있어_인도식 차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_벚꽃차
하루치 사랑_브룃헨
밤에 쓰는 편지 아침에 쓰는 편지_북엇국
그런 사람 있으면 좋겠습니다_크루아상
3 일상
말랑말랑한_엘비스 프레슬리 토스트
검고 음습한 절망_소주
로스팅을 하다_더치커피
가슴이 콱 막힐 때_평양식 냉면과 물회
겨우 그깟 것_토마토와 치즈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길 위에서_맥주 거품
몸속의 슬픔을 증발시키는 법_오후 3시 홍차
거절당한다는 것, 익숙해지지 않는 것_튀김
오늘은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다_베이글
매일매일_화덕 피자
잘 있나요, 어제의 당신에게_돈코쓰 라멘
4 여행
내 인생에게 너무 미안하잖아_아다지오 파스타
언젠가, 이 말은 말자_오이 샌드위치와 에그샌드위치
떠날 수 없는 날, 잊을 수 없는 날_완탕면
흠뻑 빠지기_흰 눈 빙수
차마 가지 못한 길, 차마 하지 못한 말_바게트와 치즈
정독도서관 등나무 아래서_아이스티
유머나 위트가 증발된 콘크리트 같은 삶에게_레모네이드
아무렇지 않은 날의 여행_카레
사소한 하루_아삼과 얼그레이
소풍 끝내는 날_손가락 김밥과 삼각김밥
묘비 앞에서_물
아침부터 울음을 참는 날_아포가토
부치지 못한 편지, 나는 잘 있어요_캠핑장 커피
우리 즐거웠지?_가나슈
『바나나 우유』와 함께한 책들
식구란 사진관에서 박은 가족사진 속 얼굴들처럼 모두 그렇게 행복하고 단란하지만은 않다. 알콩달콩 행복하게만 지내는 가족은 사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건 동네 사진관 사진 액자 속에 있고 거실 벽 가족사진 속에나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한솥밥 먹으며 밥알 튀게 싸우다가 다시 밥숟갈 위에 노란 달걀말이 하나 얹어주며 가족은 가족이 된다.
_15쪽, 「우리는 식구입니다」에서
내게 오늘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피식피식 증기기관차 같은 소리를 내며 밥 냄새를 솔솔 피우는 압력밥솥 안에서 지금 갓 지어지고 있는 밥, 아마 그런 거. 이제 갓 지은 밥을 한 술 떠서 입안에 넣으면 나는 그 달큼하고 푸근한 맛에 잠시 행복할 게 확실하니까.
_65쪽, 「갓 지어진 밥 같은 행복」에서
외사랑이 쓰기만 하고 아리기만 한 건 아니다. 누군가를 마음속에 고이 숨겨두고 좋아하는 건, 마치 입안에 초콜릿 한 알을 올려놓고 서서히 녹여 먹는 것처럼 때로 달콤하기까지 하니까. 누군가로 인해 심장이 잠자리 날개처럼 파르르 떨릴 수 있다는 거, 내 심장이 박박 세상을 긁고 다녀도 아무렇지 않은 철수세미 같은 것만은 아니었구나, 하면서 다시 한 번 달콤 쌉싸래한 사랑에 빠진다.
_123쪽, 「달콤 쌉싸래한 초콜릿」에서
청양고추로 만든 다진 양념은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충분히 숙성시키면 깊은 맛이 난다. 다진 양념을 듬뿍 넣고 후루룩 쩝쩝. 얼굴에 후끈 올라오는 뜨거운 김에 눈물이 나고 콧물이 나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니 울고 싶다면 칼국수 한 그릇을 쩝쩝거리며 눈물과 콧물을 소매 끝으로 훔쳐내도 된다. _193쪽, 「몸속의 슬픔을 증발시키는 법」에서
너무 지루한 오후에는 레몬을 두서너 개쯤 짜서, 코끝이 찡한 탄산수와 시럽을 넣고 쨍한 레모네이드를 한 잔 만들어 먹는다. 나른하고 몽롱했던 온몸의 세포들이 정신을 화들짝 차리게 되니까. 그리고 내가 이 지루한 세상을 닮아 너무 지루해지고 있지는 않은지, 나의 위트와 유머 감각도 말라 비틀어져 근엄한 얼굴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잠깐 생각한다.
_258쪽, 「유머나 위트가 증발된 콘크리트 같은 삶에게」에서
사는 게 쉽지 않은 날, 소소한 그리움으로 추억하는 위로의 음식
열탕 같은 일상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당신에게 건네는 작지만 속 깊은 한 마디
“나를 위로해준 건 팔 할이 음식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다 변한다. 외모도, 하는 일도, 미약하나마 성격도, 그리고 입맛도. 어렸을 때는 질색하던 선짓국 한 그릇이 간절해지고 입에 달고 살던 사탕과는 점점 멀어져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공고해지는 맛도 있다. 추억의 맛이다.
누구에게나 미뢰 깊숙이 박혀 있는 추억의 맛이 있다. 때로 그 맛은 구체적인 음식으로 표현되는가 하면 기억과 기억 사이의 가교로 존재하기도 한다. 여기, 맛을 더듬어 추억을 그려낸 여자가 있다. 오랫동안 음식 잡지 『쿠켄』 기자로 일하면서 접하게 된 맛들은 그녀의 잠자던 추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 속에는 잊고 있던 가족의 모습, 지금은 희미하게 남은 첫사랑, 그리고 외롭고 쓸쓸하게 방황하던 젊은 날의 자신이 있었다. 때론 눈물겹고 때론 비루한,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 다짐하던 자신을 지켜준 맛의 편린을 모아 추억의 뷔페를 차려냈다. 음식의 기억으로 그려낸 그녀의 자화상, 『바나나 우유』다. 가족, 사랑, 일상, 그리고 여행이라는 주제로, 하나의 이야기마다 추억의 음식이 곁들여진다.
생계로 바쁜 와중에도 자식을 위해 기름 솥 앞에 선 엄마가 튀겨준 탕수육, 늦은 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의 품에 안겨 있던 찐만두, 과도한 스트레스의 주범이었던 회사 부장을 대신해 씹곤 했던 베이글, 쉽지만은 않은 삶을 따뜻하게 위로해준 브로콜리 수프 한 그릇. 추억 속 음식은 대단할 것도 없는 평범한 음식이 대부분이지만, 그 속에 담긴 기억을 나누기엔 부족하지 않다. 읽다 보면 지은이의 이야기는 나의,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로 치환되어 다가온다.
싸우고 아파도 가장 따뜻한 사이, 가족
“엄마 몸에 밴 억척스러움처럼 몸에 시간의 나이테가 그려진다. 살아온 흔적. 엄마의 열아홉 살 사진을 보았다. 참 예쁜 열아홉의 그 소녀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은 언제나 자식들에게 애잔하게 다가온다. 과거의 고운 모습은 주름 뒤에 가려지고 청운의 꿈을 생계 때문에 접어둔 부모님이 비단 지은이의 부모님뿐일까. 지은이는 『바나나 우유』의 첫머리에서 가족을 추억한다. 가족,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서로에 가장 큰 상처를 주기도 하는 관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이로 가족을 꼽는다. 지은이는 세월의 무게를 덧입은 엄마의 뒷모습에서 학창시절 엄마가 싸주던 도시락을 떠올리고, 아랫목에 담요 한 장, 만화책 한 권만으로도 행복했던 형제들과의 유년 시절을 통해 점차 과거를 거슬러 오른다. 이밖에도 가족에 얽힌 이야기가 만두, 탕수육, 달걀말이, 냉면 등의 음식을 곁들여 소개된다.
때로는 가슴 아픈, 사랑
사랑이 언제나 핑크빛인 것만은 아니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두 번째 추억 ‘사랑’은 쓴맛과 단맛, 때로는 씁쓸한 맛까지 다양한 인생의 맛을 가지고 있다.
“설레고 여리던 처음 사랑은 시간이 흐르면 딱딱한 군살이 배긴다. 울고불고 질펀해지는 건 딱 질색인데, 이별은 언제나 그렇게 품격을 갖출 수는 없으니까. 아침에 단정해진 마음도 밤이면 다시 질펀해질 테지.”
물론 지은이가 말하는 사랑이 연애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내 이웃, 내 주변의 작은 것들, 그리고 여리고 어설펐던 시절의 ‘나’까지, 그녀는 애정을 담아 바라본다. 도둑고양이라는 오명을 쓴 고양이에게 길고양이라는 이름을 건네며 그녀는 『심야식당』의 고양이밥을 떠올린다. 다른 이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주며 담아냈던 파에야, 사랑의 달콤 쌉싸래한 맛을 표현한 초콜릿, 벚꽃차와 크루아상 등이 사랑 에피소드를 빛내준다.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한 구절을 주문처럼 입에 달고 다니는 지은이는 일상에서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꿈꾼다. 반복되는 일상에 모래알처럼 까끌까끌한 일들이 점점이 박혀 있지만, 맥주 한 잔으로 털어내고 내일의 시간을 이어가는 지은이의 모습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이 드라마처럼 이어지는 매일의 시간 속에서 지은이를 지탱해준 것 역시 음식의 기억이었다. 검고 음습한 마음을 소주로 달래고 책상 위에 놓인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여유를 찾고, 거절당하기만 한 괴로운 마음을 떡볶이와 튀김 같은 사소한 음식으로 달랜다. 나라 잃은 시름에 답답한 가슴을 냉면으로 달랬다는 고종 황제의 일화를 소개하며 가슴 콱 막힌 날의 음식으로 냉면과 물회를 추천하는 지은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입에 고인 침을 닦게 된다.
상상만으로도 달콤한, 여행
어느 멋진 하루 정
작가정보
저자 김주현은 흰 국숫발이 널려 있는 국숫집이 있고, 나무 궤짝 가득 생선이 쌓인 어묵집과 새벽부터 떡 뽑느라 불빛이 훤한 떡집, 닭장에서 꺼낸 닭을 커다란 무쇠 솥에 넣고 튀겨내는 통닭집이 있던 동네에서 달콤한 유년을 보냈다. 그런 유년을 지나 씁쓸하고 쌉쌀하고, 짠내 나고, 쩐내 나는 시간들을 맛보며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음식 잡지 기자로 지냈으며, 지은 책으로는 『이 골목에 가득한 행복』 『갖고 싶은 부엌+알고 싶은 살림법』 『수상한 주인장』 『내겐 너무 가벼운 레시피』(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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