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 백색인 신들의 아이 황색인
2014년 09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10년 04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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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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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인白い人
신들의 아이
황색인?色い人
역자 후기
p.52(신의 아이, 백색인)
“코냑.”
“안 돼요. 못 마시는 걸요.”
여자가 케이프를 벗자 쇄골이 보기 흉할 만큼 확연히 드러났다. 가슴은 7, 8세의 소녀처럼 납작했다.
“별거 아니니까 잠깐 입을 대봐. 그런데 쟈크에게는 아무 말도 안 했지?”
그녀는 괴로운 듯이 눈썹을 찡그렸다.
“저, 당신을 믿어요.”
“안심해, 걱정할 거 없어.”
술잔이 오고감에 따라 여자의 얼굴은 서서히 붉어지고, 땀으로 엉망이 된 화장이 지워지기 시작하더니 주근깨가 드러났다.
망가진 인형처럼 목도 흔들렸다.
“믿~어~요.”
p.184~185(신들의 아이, 황색인)
물론 기미코는 20일 아침의 일을 모른다. 이브가 아담을 악으로 유혹했듯이 내게 작은 소리로 유혹했던 것은 아니다.
단지 그녀는 일본인이 그러하듯 닳아빠진 다다미 위에 앉아 있었을 뿐이다.
그녀의 시선은 얼어붙은 듯 다다미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나로서는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악으로 유혹하는 듯 생각되었다.
1. 엔도 문학은 다신성을 지니고 있는 동양 정신 풍토 안에서의 기독교 토착화 문제 및 인간에게 있어서의 죄와 악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엔도 문학의 뿌리를 이룬 엔도 슈사쿠의 초기작
종교와 신과 구원의 문제에 관해 고찰한 엔도 슈사쿠는 이미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문학 작가로서, 종교와 인간에 대한 놀라운 통찰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오른 바 있는‘일본 현대문학의 거장’이다. 이번에 번역되어 출간된 《신의 아이(백색인), 신들의 아이(황색인)》(원제 : 백색인 황색인)은 엔도 슈사쿠의 초기작으로, 엔도 문학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이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엔도는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온 후, 유럽의 <신의 세계>를 경험한 <나>가 결국 동양의 <신들의 세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자전적 소설 《아덴까지》를 발표했는데, 그 6개월 뒤에 《백색인白い人》을 발표하였고, 또 6개월 뒤에 《황색인色い人》을 발표했다. 그리고 백색인으로 1955년 제33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다. 《아덴까지》의 작품 의식을 기반으로 한 《신의 아이(백색인) 신들의 아이(황색인)》 역시 엔도가 유럽과 동양의 종교문화의 차이로부터 겪은 방황, 갈등의 요소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유일신을 갖는 서양의 백색인이기도 하고, 범신론적 신을 섬기는 동양의 황색인이기도 한 엔도의 내면에서는 신과 인간, 인간과 신, 신과 신 등 모든 관계의 대립이 발생하여 얽히는데, 소설은 신의 아이(백색인), 신들의 아이(황색인)라는 제목을 통해 이를 자연스럽게 시사한다.
특히 신의 아이(백색인)은 유일신을 섬기는 백색인(서양인)들의 세계관, 유일신의 세계에 순응하지 않는 백색인의 세계관 그리고 이것의 첨예한 갈등을 인간의 악이 극도로 팽창하던 시기인 독일 나치 침공을 배경으로 묘사한다. 인간에게 있는 악의 본성은 신의 세계에서 어떤 의미인가, 더 나아가 그리스도와 유다의 관계에 대해 간접적으로 고찰하고 있어, 행간에 담긴 엔도 슈사쿠 특유의 종교적 사색을 읽을 수 있다.
신의 아이(백색인)
프랑스인이면서도 독일 게슈타포의 고문 협력자가 되어 버린 ‘나’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소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인 나는 프랑스의 평범한 프로테스탄트 가정에서 태어난 못생기고 사팔뜨기인 소년이었다. 엄격한 청교도이신 어머니의 훈육 아래 평범하게 자란 듯하지만 '나'는 어느 날 우연히 하녀 이본느가 폐병 앓는 늙은 개의 목을 새하얀 허벅지로 짓누르며 학대하는 모습을 목격한 후 악마처럼 다가온 학대의 쾌락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일은 이후 ‘나’가 행하는 모든 비도덕적 행위의 모티브가 된다. 나의 내면에는 도덕, 종교, 가정 등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억누르는 것들을 해체시키려는 악의 속삭임이 커지기 시작한다.
(본문 p.25)
나는 그 자신만만한 표정이 매우 싫었다. 이 가톨릭 철학자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선과 덕, 인간의 정신적인 진보, 인간의 역사적 성숙이라는 말을 나는 귓가에 들리는 환청처럼 우스꽝스럽게 여기면서 듣고 있었다. 17, 18세인 순진한 학우들은 적어도 이 말들의 진실성과 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내게는 그것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졌을까?
대학에 들어온 후 만난 쟈크는 이마는 벗어지고, 머리카락은 고추처럼 고불고불한 못생긴 신학생이다. 그리스도에게 믿음을 주지 않는 ‘나’에게 쟈크는 ‘그리스도를 닮음’이란 책을 내밀며 하나님과 같이 십자가를 가슴에 짊어질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리스도의 배반자 유다를 생각하다가 쟈크와 가까이 지내는 마리 테레즈를 농락하기로 결심한다. 무도회에 가지 않도록 신신당부한 쟈크를 무시한 채 마리 테레즈는 너무나도 쉽게 나에게 부름을 받고 무도회에 나간다.
(본문 p.50)
어쨌든 그 여자는 쟈크에게 작은 비밀을 지니게 된 것이다. 작은 비밀은 다른 거짓말, 다른 비밀을 낳고, 그것은 이 배신의 골짜기를 울리면서 무너져 내릴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무도회에서 마리 테레즈를 무자비하게 내팽개치고, 쟈크가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저주를 하도록 만든 후 1년이 지난다.
그 사이 전쟁이 시작되었다. 나는 쟈크와 마리 테레즈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어찌되었든 이제 나와는 상관없었다. 대학에는 두세 번 나갔지만, 옛날 친구는 이미 나를 잊고 있다.
3년이 지난 후 독일 게슈타포의 고문관 통역사로 일하게 된 나는 제6구의 레지스탕트 연락원 역할을 하고 있다가 독일군에게 붙잡힌 가톨릭 신부와 마주치게 된다. 그는 바로 쟈크였다.
(본문 p.63)
내가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은 그리스도의 생애가 고문을 받아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이 남자 역시 고문하는 자와 고문당하는 자로 이루어져 있는세계를 피해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본문 p.92)
“마리 테레즈라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이 녀석 앞에서 그녀를 심문하는 겁니다.”
이날 밤 나는 또 다시 유다를 이용했다.
신들의 아이(황색인)
범신론적 세계관을 갖는 황색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은 ‘나’가 브로우 신부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서두를 시작한다. 나는 브로우 신부에게 듀랑 신부가 죽기 전에 자신의 일기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을 언급하며, 뒤에 곧 듀랑 신부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와 교차하여 싣는 특별한 구성방식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신들의 아이(황색인)에서는 백색인임에도 불구하고 황색의 신의 세계에 살게 된 듀랑 신부의 삶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신의 아이(백색인)와는 정반대의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듀랑 신부는 교회의 일본인 신도들에게 그리스도의 믿음을 전파하던,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착실한 신부였다. 어느 날 수해를 입고 양친과 여동생 등 가족을 모두 잃어버린 기미코를 만난 이후 한순간 인간의 육욕으로 인해 교회로부터 추방당하기에 이른다.
교회의 신도들로부터 가차 없는 모욕을 당하게 된 듀랑 신부는 근근이 브로우 신부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삶을 연명한다. 하지만 그리스도를 배반하였다는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기미코를 폭행하기도 한다. 기미코는 듀랑 신부는 더 이상 신부가 아님을, 이제 그리스도는 듀랑의 삶에서 희미해져가는 허상에 불과함을 인식시킨다.
(본문 p.166~168)
“어째서 하느님과 교회를 잊지 못하나요? 잊으면 되잖아요. 당신은 교회를 버렸잖아요. 그러면서 왜, 언제까지나 그것에만 매여 있는 거죠? 오히려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하기만 하면, 용서해 주는 부처님 쪽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나는 일어나 망연히 기미코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화가 나서 내뱉은 기미코의 이 말은 돌연 계시처럼 내 마음을 찔렀다.
하느님을 배신하고 교회를 버린 지난 8년간, 나는 악몽처럼 하느님의 벌에 시달렸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아왔다. 나는 자신을 파문한 교회를 미워하고, 그것을 부정하려고 해 보았지만, 한순간도 하느님을 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미코의 말대로 그 하느님을 잊는다면, 그로부터 해방된다면, 더 이상 벌에 대한 두려움도,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어진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선교한 지 12년, 비로소 오늘 나는 이방인의 (즉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의) 행복을 알았다. 그것이 행복인지 아닌지, 나로서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기미코와 어제 찾아온 치바라는 청년이 지니고 있는 그 동양인 특유의 가늘고 긴, 멍한 눈의 비밀만은 알 듯한 느낌이 든다. 둔한 광택을 띤 그들의 눈은, 죽은 작은 새의 눈을 생각나게 한다. 그 멍한 시선에는 우리 백인이 왠지 기분 나쁘게 느끼는 무감동한 것, 비정한 것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과 죄에 무감각한 눈이고, 죽음에 대해 무감동한 눈이었다. 기미코가 때때로 외우는, ‘나무아미타불’은 우리가 바치는 기도 같은 것이 아니라 죄의 무감각에 어울리는 주문이다.
오늘부터 나는 구원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껏 내가 자라온 백인들의 방법과는 전혀 상반된 이방인의 방법을 통해서일 것이다. 그 멍하고 생기 없는 눈으로, 서서히 하느님을 잊고 죄를 거듭 지으면, 결국 죽음에 대해서도 죄에 대해서도 무감동해져 갈 것이라는 것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소설은 마지막에 듀랑 신부가 ‘나’에게 자신의 일기를 맡겨 그간의 일들을 브로우 신부에게 전하고자 했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본문 p.198~199)
당신에게 있어 성탄은, 이 어둠 속에 신神께서 빛을 내려주신 밤이겠지요. 하지만 누런 피부색을 지닌 우리들에게는 어둠도, 빛도, 그 구별이 없습니다. 듀랑 씨는 죽기 전에 그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폭격 직전에 류머티즘을 앓는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간 그 노인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폭격이 그를 죽인 것이 아닙니다. 일기를 내게 맡긴 이상, 그가 자살했을 것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가 그 때문에 당신네들의 신神으로부터 심판을 받고 있는지, 아니면 심판도 벌도 없는 황색인의 세계, 지쳐서 눈을 감듯 텅 빈 잠 속으로 빨려 들어갔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백색인일지라도 듀랑 씨라면 우리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같이 새하얀 그 세계만큼 피부색이 누런 우리들과 동떨어진 것은 없습니다. 그것이 이 편지를 쓰게 한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
엔도는 이 두 작품을 같은 시기에 병행하여 썼고, 같은 해에 두 작품을 각각 발표했다(1955년「근대문학」5 · 호/ 1955년『群像』11월. 이처럼 이 시기 엔도에게 있어서는 <백색>과 <황색>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색이
작가정보
1923년 도쿄에서 출생. 12살에 바오로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고, 게이오 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 가톨릭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 결핵으로 인해 2년 반 만에 귀국한 뒤, 《백색인》으로 아쿠타가와상(賞)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가 활동 시작. 대표작으로는 《침묵》, 《바다와 독약》, 《내가 버린 여자》, 《예수의 생애》, 《그리스도의 탄생》, 《깊은 강》등 다수가 있다. 1996년 9월 29일 유명을 달리하였으며 東京 府中市 가톨릭 묘지에 잠들어 있다. 엔도문학은 多神性을 지니고 있는 일본 토양 안에서의 기독교 토착화 문제 및 인간에게 있어서의 죄와 악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침묵-다니자키 준이치로상", "바다와 독약-신쵸샤 문학상,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깊은 강" 등 종교 소설과 세속 소설의 차이를 무너뜨린 20세기 일본 문학의 거장 엔도 슈샤쿠의 초기작. "백색인"은 제33회 아쿠타가와상(賞) 수상작이다.
와세다대학 대학원 일문학 연구생 수료. 도쿄가쿠게이(東京學藝) 대학 대학원 일문학 석사. 도쿄 시라유리여자대학 대학원에서 <엔도 슈사쿠 문학>으로 문학 박사 . 현재 연세대학교, 명지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외래교수 번역서서로 엔도 슈사쿠 《바다와 독약》가톨릭출판사, 엔도 슈사쿠 《예수의 생애》가톨릭출판사, 엔도 슈사쿠 《그리스도의 탄생》가톨릭출판사, 엔도 슈사쿠 《내가 버린 여자》어문학사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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