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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의 연

우리는 자기 삶을, 꿈을 만들고 연을 만드는 거지
로맹 가리 지음 |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2020년 09월 26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09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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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3.70MB)
ISBN 9788960906433
쪽수 4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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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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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침내 나를 완전히 표현했다”
로맹 가리 생애 마지막 장편소설
하나의 정체성에 속박되지 않으려고 여러 필명을 썼던 작가, 본명으로 발표한 소설 『하늘의 뿌리』와 필명 ‘에밀 아자르’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유일무이하게 두 번 받은 작가 로맹 가리. 그의 생애 마지막 장편소설 『노르망디의 연』이 출간되었다.
『노르망디의 연』은 작가가 죽기 직전, 1980년에 발표한 마지막 소설이면서 마음산책 ‘로맹 가리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열다섯 번째 책이다. 2차 세계대전 시기,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펼쳐지는 이 전쟁 서사극은 작가가 생애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희망을 ‘연’이라는 상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로맹 가리가 평생 천착했던 사랑, 우애, 자유, 인간의 존엄성 등의 주제가 전면에 드러나면서 깊은 감동을 전한다. 이렇듯 진중한 주제를 다루지만 주인공이자 화자인 소년 뤼도의 성장과 첫사랑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소년의 섬세한 감수성과 함께 유머를 듬뿍 담아내고, 다양한 처지의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얽히고설켜 몰입감을 선사한다.
책을 펴는 순간 독자를 2차 세계대전의 가장 치열한 전투가 펼쳐질 노르망디로 단숨에 끌어들이는 『노르망디의 연』은 전쟁고아로 삼촌과 함께 사는 뤼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뤼도의 삼촌인 앙브루아즈 플뢰리는 노르망디 지역에서 유명한 연 장인으로, 1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평화주의자가 되고 연 만들기에 빠져 매일 들판에서 연을 날린다. 한편 뤼도에게는 집안 대대로 이어진 한 가지 능력이 있는데 한번 본 걸 절대 잊지 않는 뛰어난 기억력이다. 어느 날, 폴란드 귀족인 브로니츠키 집안이 노르망디로 휴양을 오고 뤼도는 그 집안의 딸 릴라에게 첫눈에 반한다. 얼마 뒤 폴란드로 돌아간 릴라를 잊지 못하고 상사병을 앓던 뤼도는 4년 만에 릴라와 재회하고 연인이 된다. 그러나 둘의 행복한 나날과 반대로 유럽에는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뤼도와 릴라를 갈라놓고 둘은 서로의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된다. 뤼도는 자신의 기억력으로 끊임없이 릴라를 상상하면서 재회의 희망을 꿈꾸고,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합류해 나치에 맞서 저항한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릴라는 폴란드를 탈출해 프랑스 파리로 가지만, 살아남기 위해 몸을 파는 신세가 된다. 릴라의 먼 사촌인 독일 장군 폰 틸러가 노르망디 지역 사령관으로 부임하면서 마침내 뤼도와 릴라는 재회한다. 하지만 운명은 이들을 다시 예상치 못한 길로 안내하고 2차 세계대전 최대의 격전이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디데이가 서서히 다가온다.

『노르망디의 연』이 출간되기 직전에 이루어진 생애 마지막 라디오 대담에서 작가는 이 작품이 자신에게 “대단히 소중하고 중요한 소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불과 몇 개월 뒤 그는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작가는 죽기 직전에 남긴 몇 줄의 글에서 자신이 죽는 이유를 마지막 소설인 이 『노르망디의 연』의 마지막 구절 “더 잘 말할 수는 없겠기에”에서 찾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덧붙인 마지막 말은 이러했다. “나는 마침내 나를 완전히 표현했다.”
-「옮긴이의 말」
1부 - 47부

옮긴이의 말

그것을 “광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숭고한 불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그 둘을 구분하기가 때론 어렵지. 하지만 네가 정말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심지어 너의 전부를 바치거라. 그리고 그 나머지엔 마음 쓰지 마라……. 그의 두툼한 콧수염 위로 유쾌한 표정이 언뜻 비쳤다.
-p. 18

─우리 정원사들이 네가 찾아와서 내가 돌아올 건지 물었다고 말해줬어. 미친 사랑이야, 뭐야?
스스로 변호하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걸 나는 알았다.
─때로는 누군가를 잊는 최고의 방법이 그 사람을 다시 보는 거라는 것 알아?
-p. 35

─너 완전히 얼빠진 표정이야. 불쌍도 해라. 타드, 얘가 4년 동안 나를 두 번밖에 보지 못했는데 벌써 완전히 정신이 나갔어. 대체 나한테 뭐가 있다고? 모두들 나만 보면 미친 듯이 사랑에 빠지는 거지? 사람들이 나를 보고 나면 지적인 대화를 나누는 게 불가능해져. 어, 으, 하면서 나를 쳐다보기만 하니 말이야.
-p. 49

존스 씨가 내게 눈을 찡긋하더니 장난기 섞인 의례적인 말을 했다. “선생께서는 티타임에 초대되셨습니다.” 나는 집으로 올라가 세수하고 깨끗한 셔츠를 입었고, 물을 적셔 머리카락을 매만졌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작업실로 가서 풀을 가져와 포마드처럼 사용했다. 그런 다음 자동차 뒷좌석에 근엄하게 자리를 잡고 무릎 위에 스코틀랜드 담요를 덮었다. 그런데 막 출발한 자동차에서 별안간 뛰어내려 존스 씨를 기겁하게 하고는 쏜살같이 내 방으로 다시 올라갔다. 신발 닦는 걸 잊었던 것이다.
-p. 62~63

나는 그녀를 시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나를 그저 나 자체로 사랑하는지 아니면 내가 그녀를 위해 행할 그 모든 무훈 때문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나이만 되면 난 우체국 창구 직원 자리를 얻고 싶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거의 엄마 같은 몸짓으로 내 뺨을 어루만졌다.
마치 내가 한 말이 내 삶이 아니라 그녀의 삶에 대한 얘기인 것처럼 그녀는 말했다.
─넌 날 잘 몰라. 이리 와봐
-p. 67

─세상에! 플뢰리 씨, 선생 조카는 천재적인 기억력을 타고났어요! 그런데도 선생이 이 아이를 위해 갈망하는 것이 고작 보잘것없는 우체국 직원 일자리란 말입니까?
─선생님, 곧 닥칠 시대에는 아마도 보잘것없는 우체국 직원들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가장 멋진 역할일 겁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p. 87

─그 사람들이 영원히 떠나는 편이 낫단다. 넌 이제 열일곱 살이야. 네 인생을 살아야 해. 단지 한 여자만으로 살 순 없어. 몇 년 전부터 너는 오직 그 애를 위해, 오직 그 애를 통해 살고 있어. 사람들이 우리를 “미친 플뢰리 사람들”이라고 부르지만 우리에게도 약간의 이성은 필요해.
-p. 104

사랑이 삶의 전부이고 모든 의미일 수 있다는 생각을 내가 어디서 갖게 되었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난 완전한 야심 결핍을 삼촌에게서 물려받은 모양이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일찍, 너무 어린 나이에 온 존재를 바쳐 사랑하는 바람에 내 안에 다른 무엇을 위한 자리가 남아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p. 125

─너한테 이젠 말해야 할 것 같아, 뤼도.
─뭘?
─널 사랑해.
내가 냉정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그런데 네 말이 옳았어. 방금 땅이 흔들렸어.
무선전신 곁을 거의 떠나지 않는 타드가 슬프게 우리를 지켜보았다.
─서둘러. 너희들은 어쩌면 한 세계의 마지막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
-p. 129

매번 포옹은 모든 위기와 실수에서 삶을 구했다. 마치 그때까지 내가 삶에 대해 알았던 건 거짓된 꾸밈뿐인 듯했다
-p. 130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세상을 여성스럽게 만들어주세요! 생각들을 여성스럽게 만들어주시고, 나라들을 여성스럽게, 그리고 국가 지도자들을 여성스럽게 만들어주세요! 친구들, 여성의 목소리로 말한 최초의 남자가 누구인지 아나? 예수야.
-p. 135

그 무엇으로도 첫사랑에는 대비하지 못하는 걸까?
-p. 137

내가 성 문제를 포함해서 어떤 한계도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릴라를 사랑한다는 것을, 나머지 모든 것이 작아져도 줄곧 커지기만 하는 연인의 차원이 있다는 것을 깨닫자 이 모든 허영심이 사라졌다.
-p. 151

내 기억은 매 순간을 포착해 따로 두었다. 이런 걸 우리 집안에서는 비밀 장소라는 뜻으로 “양말 속”에 둔다고 한다. 거기엔 한평생을 견디게 해줄 만큼의 기억이 저장되어 있었다.
-p. 169

─사랑이 눈먼 것이라고들 말하지만 너한테는 눈먼 상태가 어쩌면 세상을 보는 한 방식인지도 모르겠구나…….
-p. 172

독일 민중이 곧 히틀러를 몰아낼 거야. 다른 국민들을 믿듯이 독일 국민을 믿어야 해.
나는 팔꿈치를 누르고 일어서며 말했다.
─모든 나라의 연들이여, 단결하라.
앙브루아즈 플뢰리는 공격적인 내 응수에 상처받은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깰 수 없는 것들이, 닿을 수 없기에 깰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p. 176

─네가 그녀를 다시 보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 아름다운 일일 거야. 훼손되지 않고 고스란히 남게 될 테니까. 살면서 무엇이건 훼손되지 않고 남는 건 드물어.
-p. 198

나라가 변하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가 점점 더 커졌다. ‘이성적’이며 ‘정신이 건전’하다고 여겨졌던 사람들이 격추된 영국군 비행사나 런던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자유프랑스 요원을 숨겨주느라 자기 목숨을 위험에 빠뜨렸다. 파랑을 좇는다고 비난하기가 어려운 ‘분별 있는’ 부르주아들, 노동자들, 농민들이 ‘불멸’이라는 말이 흔히 쓰이는 신문들을 인쇄하고 퍼뜨렸으며, 그런가 하면 불멸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가장 먼저 죽어나갔다.
-p. 230

─우리는 앙브루아즈 플뢰리와 그분의 연들 덕에 계속 웃네. 좋은 신호야. 희극성에는 위대한 덕목이 있네. 진지함이 피신해서 살아남는 안전한 장소지. 게슈타포가 당신들을 가만히 놔둔다는 게 놀라워.
-p. 273

─상상의 작품이 아닌 건 살아볼 가치가 없어. 상상 없이는 바다도 한낱 짠물일 뿐일 테니까…… 물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은 놓지 말아야 하지. 하지만 그건 그 현실의 목을 제대로 조르려고 붙드는 거야. 더구나 문명이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의 목을 계속해서 비트는 방식일 뿐이지…….
-p. 274~275

난 삶에 의미가 없지 않다는 걸, 삶은 실패하게 되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는 걸 언제나 알고 있었다.
-p. 293

그뤼버는 작업실 한쪽 구석에 던져져 있던 우리의 오래된 졸라,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머리에 후광처럼 두른 졸라 연에 손은 댔지만 그 초상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이렇게 물었다.
─누굴 고발하는 겁니까?
삼촌이 말했다.
─그건 세기 초에 아주 유명했던 노래 제목입니다. 아내가 애인과 떠나자 남편이 아내를 불륜으로 고발하는 내용입니다.
─가수 같지 않은 얼굴이군요.
─그렇지만 목소리는 아주 좋았죠.
-p. 316~317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우리가 독일인들을, 심지어 나치들을 한껏 이용해 우리 자신을 가리려 한다는 깨달음이 불쑥 다가왔다. 오래전부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걸 없애
기가 아주 어려웠다. 어쩌면 결코 완전히 없애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나치들도 인간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들 안에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는 점이 바로 그들의 비인간성이었다.
-p. 319

─저들이 삼촌을 죽였군요.
─오,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테리에 씨가 서둘러 나를 안심시켰다.
─다만 다른 수용소로 이송했죠.
─어디로요?
─폴란드의 오시비엥침으로.
그때만 해도 나는 오시비엥침이 독일 이름인 아우슈비츠로 세상에 더 알려졌다는 걸 알지 못했다.
-p. 368~369

─그 얘긴 하지 않기로 해. 프랑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야. 전쟁 후에 사람들은 말할 거야. 프랑스가 이 사람들과 함께 있었느니, 저 사람들과 함께 있었느니. 이걸 했느니, 저걸 했느니. 그런 건 다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야. 넌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어. 릴라, 넌 나와 함께 있었어.
-p. 388

─뤼도, 네 고통이 어떠할지 난 알아. 하지만 용기를 잃지 말자고. 아마도 그는 우리 곁으로 돌아올 거야. 우리 가운데 다시 나타나는 걸 보게 될 거야. 그토록 한결같이 연이라는 사랑스러운 예술로 이 땅에서 영원히 순수하고 변질될 수 없는 모든 것을 표현할 줄 알았던 사람. 자네, 앙브루아즈 플뢰리를 위해 잔을 드네. 자네가 어디에 있건 자네의 영적 아들이 자네 작업을 이어갈 것이며, 그 작업 덕에 프랑스의 하늘은 영원히 비어 있지 않을 것임을 알게나!
-p. 419

전쟁에 맞선 인간의 사랑과 희망
존엄성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

『노르망디의 연』의 제목이자 중요한 상징인 “연”은 하늘에 띄운 모든 인간적 가치를 나타내는 동시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을 은유한다. 연은 하늘에 속했지만 동시에 줄로 땅에 매여 있듯, 현실에 발을 디뎠지만 인간은 계속 이상을 꿈꾼다. 그러나 연이 줄을 끊고 날아가면 결국 추락해서 “나무 도막과 잔해”가 되는 운명인 것이다. 추락하기 쉽지만 그럼에도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이카루스 같은 인간의 실존을 연은 암시하고 있다. 로맹 가리는 산문집 『인간의 문제』에서 “인간의 발전은 과학보다는 신화에 달려 있다”고 단언하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과 상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런 작가의 신념은 모든 인간적 가치가 땅에 떨어진 전쟁이란 현실에서도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때로는 죽음까지도 감수하는 등장인물들의 저항을 통해 극적으로 표현된다.
먼저 주인공 뤼도는 릴라를 잊지 않기 위해 전쟁의 고난 속에서도 그녀를 계속 상상하며 끝내 사랑을 지켜낸다. 뤼도의 학교 선생님인 팽데르도 “상상의 작품이 아닌 건 살아볼 가치가 없어”라며 뤼도에게 상상의 힘을 강조한다. 루소, 볼테르, 졸라 등 프랑스 위인들의 연을 만들고, “이 땅에서 영원히 순수하고 변질될 수 없는 모든” 아름다움을 연을 통해 표현하고 지키려는 앙브루아즈는 강제수용소에 유대인 아이들이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자 그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가 자신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힌다. 릴라의 오빠 타드는 폴란드 의용군으로 나치에 맞서고 독일군 장교 한스는 전세를 뒤엎기 위해 히틀러 암살 계획을 꾸민다.
이렇게 나치에 직접 저항하는 등장인물들도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위대한 프랑스”라는 이상을 지키려고 분투하는 인물도 있다. 노르망디의 유명한 식당 “클로 졸리”의 주인 마르슬랭 뒤프라는 스스로 최고의 프랑스 요리사라 믿는 자존심 강한 인물로, 점령군 나치의 억압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요리에 전심전력을 다한다. 명성을 듣고 찾아온 고위 나치군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노르망디 사람들에게 욕을 먹지만, 그는 자신만의 신념과 존엄성을 꿋꿋이 지켜나간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에 자유프랑스 공군으로 참전했던 로맹 가리는 전후 35년이 지나 발표한 『노르망디의 연』으로 당시 나치에 맞섰던 프랑스인들, 나아가 엄혹한 현실에서 존엄성과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저항했던 모든 이들에게 헌사를 바치고 있다.

로맹 가리에게 소중한 모든 테마들이 새롭게 변주된다. 전쟁, 상상과 기억의 힘, 자유, 저항, 우애 등. 전쟁은 평화로울 때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주는 계기다. 인간이 저마다 내면에 품은 최악과 최선이 표출되는 기회다. 세상이 느닷없이 굴러떨어진 전쟁이라는 진창 속에 폭력과 비굴, 우애와 사랑, 억압과 저항의 초상들이 뒤섞여 뒹군다. 로맹 가리에게 상상과 기억은 현실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갖춰야 할 최고의 무기다. 그는 우리가 상상력을 잃는 순간 “네발로 기게”되며, 문명이란 상상력을 동원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의 목을 계속해서 비트는” 일이고, 사랑할 때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옮긴이의 말」


2차 세계대전 배경의 정교한 팩션 소설
연에 띄운 작가의 애정 어린 마지막 인사

『노르망디의 연』은 2차 세계대전의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섞인 팩션 소설이다. 1차 세계대전부터 뮌헨회담, 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프랑스 공방전, 자유프랑스군의 활약과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노르망디 상륙작전까지, 굵직한 역사적 사실들이 골격을 이루며 이야기와 정교하게 맞물린다. 특히 1943년 실제로 독일군 장교들이 실행했지만 실패했던 히틀러 암살 계획에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가담한다는 허구적 상상이 돋보인다. 히틀러, 괴링, 페탱, 드골, 처칠 등의 2차 세계대전의 역사적 인물들도 언급되면서 서사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직접 경험했던 로맹 가리는 『노르망디의 연』의 결말 부분에서 전쟁이 남긴 또 다른 상흔에 주목한다. 프랑스 해방 후 릴라는 사촌이었던 폰 틸러 독일 장군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나치 부역자로 오해받고 노르망디 사람들에게 학대를 당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인간 내부의 야만성을 경고한다. 완전히 해결될 수 없는 전쟁의 비극과 아이러니를 겪으면서도 마침내 사랑을 지켜낸 뤼도와 릴라는 등장인물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로맹 가리는 평생 놓지 않았던 인간에 대한 사려 깊은 애정과 기대를 ‘노르망디의 연’에 마지막으로 실어 독자에게 보냈다.

─이제 폴란드는 없어.
앙브루아즈 플뢰리가 말했다.
─어쨌든 프랑스에서 새 폴란드 군대가 다시 편성되고 있어요.
뭔가를 알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저한텐 밝은 희망이 있어요.
삼촌은 눈을 내리깔았다.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겠니? 가거라. 우리 같은 사람들을 지휘하는 건 언제나 희망이지. 그 지칠 줄 모르는 녀석 말이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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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로맹 가리

Romain Gary
프랑스의 소설가. 본명은 로만 카체프. 1914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열네 살 때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 니스로 이주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 공군으로 참전했다. 종전 후 공훈을 인정받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로맹 가리’라는 이름으로 1945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유럽의 교육』이 프랑스 비평가상을 받으며 성공을 거두었다. 같은 해 프랑스 외무부에 들어갔고 이후 외교관 자격으로 불가리아의 소피아, 볼리비아의 라파스,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체류했다. 1949년 『거대한 옷장』을 펴냈고 『하늘의 뿌리』로 1956년 공쿠르상을 받았다. 로스앤젤레스 주재 프랑스 영사 시절에 배우 진 세버그를 만나 결혼했다. 1958년 미국에서 『레이디 L』(프랑스어판 출간은 1963년)을 펴냈고, 1961년 외교관직을 그만두고 단편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1962)를 발표했다. 만년에 이르러서는 『이 경계를 지나면 당신의 승차권은 유효하지 않다』(1975) 『여자의 빛』(1977) 『노르망디의 연』(1980) 등의 소설을 남겼다. 소설뿐 아니라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두 편의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1980년 파리에서 권총 자살했다. 사후에 남은 기록을 통해 자신이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그로칼랭』(1974) 『가면의 생』(1976) 『솔로몬 왕의 고뇌』(1979) 그리고 『자기 앞의 생』(1975년 공쿠르상 수상작)을 썼음을 밝혔다.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 덕성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제3대학에서 문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로맹 가리, 밀란 쿤데라, 아멜리 노통브, 피에르 바야르, 리디 살베르, 로제 그르니에 등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옮긴 책으로 『마법사들』 『밤은 고요하리라』 『레이디 L』 『흰 개』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 『내 삶의 의미』 『하늘의 뿌리』 『단순한 기쁨』 『프루스트의 독서』 『랭보의 마지막 날』 『올랭프 드 구주가 있었다』 『책의 맛』 『알베르 카뮈와 르네 샤르의 편지』 『햄릿을 수사한다』 『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 『어느 인생』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 『웃음과 망각의 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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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노르망디의 연
    우리는 자기 삶을, 꿈을 만들고 연을 만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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