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고 싶다면
2019년 01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18년 1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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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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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쓰기
기교의 문제가 아니에요
소설의 기술_<파리리뷰> 인터뷰
나가며
옮긴이의 말
나는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 난 이제 더 이상 의무감으로 책을 읽지 않아요. 뭔가를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지도 않고요. 그렇기는 하지만 내가 죽기 전에 읽고 싶은 몇몇 책들이 있답니다. 무엇 때문인지 그 이유를 말하긴 어렵군요. 읽지 않고 떠난다면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15쪽
물론 하나하나의 단어가 모두 다 완벽한 단어일 수는 없습니다. (…) 하지만 잘못된 단어들, 또는 문장이나 해당 페이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단어들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쓰고 있는 글에 대한 감식력이 있어야 합니다. 글이 나빠졌을 때 그걸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해요.
―30쪽
작가로서 출발한 초기에는 대개 자신의 목소리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보통 확실히 자리 잡은 어떤 작가의 영향을 받거나 그 작가에게 끌리기 마련이죠. 그 작가가 뭘 하든 그걸 따라서 해보려고 합니다. 그 작가가 사물이나 현상을 어떻게 보든 그와 똑같이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점차 그런 애착은 약화되고 여러분은 다른 작가들에?그리 강렬하지 않게? 끌리게 되고 여러분 자신의 글에 끌리게 됩니다. 그러한 연습과 변화를 거치다 보면 다른 작가가 끼어드는 일 없이 전적으로 자신의 글을 쓰는 때가 오고, 그러면 비로소 여러분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리게 됩니다.
―31~32쪽
우리가 글로 쓴 것들은 우리와 함께 늙어가지 않습니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런 것 같아요. 그것들에도 시간의 흔적이 어리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최신 상태가 되는 것과 같은 일은 없지요. 그것들은 시간 바깥으로 나가서 존재하거나 아니면 소멸됩니다.
―75쪽
나는 처음 쓴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표현을 싫어해요. 글쓰기의 온전한 기쁨은 글을 다시 점검하여 어떻게든 좋게 만들어보는 기회에서 오는 거예요.
―101쪽
나는 단어를 손에 넣고 비벼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게 정말 최선의 단어인지 미심쩍어하면서 손안에서 단어들을 이리저리 굴리며 느껴보는 거죠.
―102쪽
의미가 있어야 해요. 그저 뭔가를 썼다고 해서 정당화되지는 않는답니다. 독자를 놀라게 할 필요는 없어요.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은 놀라게 하는 것을 경멸하지요. 극적일 필요도 없어요. 피터 테일러의 「내슈빌의 아내A Wife of Nashville」는 극적인 요소가 없답니다. 단편이 해야 할 일은 어떤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거예요. 그리고 어느 정도 완전한 느낌을 주어야 해요.
―143쪽
“소설의 기술이 있다면 제임스 설터에게 배우고 싶다”
‘작가들의 작가’ 제임스 설터의 소설 쓰는 법
2014년 가을, 미국 버지니아대학교는 제임스 설터를 ‘캐프닉 저명 전속 작가’로 초빙했다. 이 대학교에는 캐프닉 가문의 후원 아래 미국 저명 작가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는데 그해 설터가 선정된 것이다. 제임스 설터는 ‘20세기 미국 문단에 한 획을 그은 소설가’ ‘작가들이 칭송하는 완벽한 스타일리스트’로 정평이 난 작가다. 그가 캐프닉 저명 전속 작가 자격으로 진행한 문학 강연은 그래서 소설가를 지망하는 학생에겐 더욱 특별했다. 설터가 사망하기 10개월여 전이자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 『올 댓 이즈』가 나온 지 1년이 조금 지난 때였다.
설터의 강연을 엮은 책 『소설을 쓰고 싶다면』은 『그때 그곳에서』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소개되는 제임스 설터의 산문이다. 마지막 장에는 1993년 미국 문예지 <파리리뷰>에 실렸던 인터뷰 내용을 더했다. 『올 댓 이즈』 『어젯밤』 『가벼운 나날』 『사냥꾼들』 등의 소설과는 또 다른 방식과 매력으로 작가의 육성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설터는 “소설 쓰는 법은 따로 없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의 독서 이력, 문학관, 소설가로서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가로서 확신이 없던 지난날을 고백하기도 하고 그가 심혈을 기울여 쓴 첫 장편소설이 악평을 받은 일화도 소개한다. 하지만 설터의 관찰과 경험이 어떻게 소설로 구현되었는지 듣다 보면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소설 쓰기엔 정답이 없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놓쳐선 안 되는 것들이 있다고 말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실은 특정한 사람들의 소설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소설을 어떻게 쓰는가 하는 것에 관해서 많은 것을 가르쳐주지는 않을 겁니다. 사실 나는 누가 여러분에게 소설 쓰는 법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설령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다 해도 한 시간 만에 가르칠 수는 없겠지요.
―42쪽
“소설을 쓰고 싶다면 소설을 읽어야 한다”
‘읽기’로 시작한다
설터의 강연 주요 테마는 ‘소설 쓰기’다. 하지만 설터는 “소설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잠시 한 발 물러선다. 그리고 ‘쓰기’ 대신 ‘읽기’에 대한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한다.
첫 번째 강연 「소설을 쓰고 싶다면」에서 설터는 발자크와 이사크 바벨, 플로베르 등 자신이 좋아하는 여러 작가와 작품들, 자신이 읽고 싶은 책들을 열거한다. 이는 「장편소설 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다양한 예시들을 통해 소설 쓰기의 길잡이를 제시한다. 발자크가 『고리오 영감』에서 어떻게 인물과 배경을 묘사하고 시점을 이동했는지, 플로베르가 정확한 문체를 구사함으로써 얼마나 글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는지, 헤밍웨이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무기여 잘 있거라』에 어떻게 녹아들어갔는지, 트루먼 카포티와 솔 벨로가 소설 속에서 배경을 어떻게 활용해 전개해나갔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설터는 이렇게 소설을 ‘쓰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소설을 잘 ‘읽어내야’ 함을 강조한다. 읽지 않고 쓰기부터 시작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나에게는 독서가 필수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설터의 깊고 충실한 독서 이력은 그가 “단 한 줄의 문장으로 가슴을 깨뜨릴 수 있는 작가”로 기억될 수 있는 발판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문체 대신 ‘목소리’라는 말을 선호하곤 합니다. 문체와 목소리는 정확히 똑같은 것은 아니에요. 문체는 선택적인 것이고 목소리는 거의 유전적인 것, 전적으로 독특한 것이지요. 다른 어떤 작가의 글도 이사크 디네센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그 누구의 글도 레이먼드 카버나 포크너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고쳐 씁니다. 바벨, 플로베르, 톨스토이, 버지니아 울프 같은 작가들 말입니다.
―31쪽
“소설은 쉽게 쓰일 수 없는 삶의 기록”
순간을 정물화처럼 기록하는 소설가
설터는 “소설은 늘 삶에서 나온다”라고 믿는 작가였다. 그는 <파리리뷰> 인터뷰에서 “글을 쓰는 일은 학문이 아니다”라며 “위대한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은 전적으로 꾸며낸 게 아니라 완벽하게 알고 자세히 관찰한 것에서 비롯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문학관은 세 번째 강연의 제목(「기교의 문제가 아니에요」)이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기게 한다.
설터의 삶은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파란만장했다. 웨스트포인트사관학교 졸업 후 10년 넘게 군인으로 활동했던 그는 뒤늦게 소설가로 인생의 경로를 바꿨다. 문학 밖의 삶이 길었던 만큼 고충도 컸다. 그는 “내게 있는 것은 단지 욕망뿐이었고, 그것이 아주 오래 지속되었을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나는 단편소설을 몇 편 썼지만 썩 좋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계속 글을 써나가야 할지 몰랐어요. 내 단편소설의 문제점은 작품의 형태가 미흡하고 핍진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뉴요커>와 <에스콰이어>에 실린 단편들을 읽고 그걸 모방하려 노력했습니다. 모방은 참 한심한 짓이지요. 내 단편 작품들은 그들의 작품처럼 보이긴 했으나 어딘지 진짜와는 구별되는 것 같았어요.
―65쪽
하지만 설터는 “자신이 쓴 글에 실망할 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때도 글을 써나갔”다.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며 ‘원액’만을 글에 남겼다. 그렇게 자신만의 언어를, 자신의 글에 대한 확신을 정립해갔다. ‘네드라와 비리’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뻔했던 『가벼운 나날』과 『올 댓 이즈』 『버닝 더 데이즈Burning the Days』 등에 얽힌 뒷얘기를 듣다보면 다시금 깨닫게 된다. 소설 쓰기와 삶은 결코 분리될 수 없고, 그래서 삶의 중요한 순간은 더욱 의미 있게 기억해야 한다고.
가능한 방법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에서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많은 시간을 글쓰기에 사용해야 하고, 생활 대신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 뭔가를 얻어내려면 아주 많은 것을 글쓰기에 바쳐야 해요. 그렇게 해서 얻어내는 것은 아주 소소한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건 의미 있는 거죠.
―44쪽
일기장에는 ‘이처럼comme ?a’이라는 제목이 쓰여 있답니다. 이 일기장들은 나중에 내가 사용할 생각이었지요. 누구에겐가 읽힐 용도로 쓴 게 아닙니다. 어떤 페이지에는 세세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면 내가 후회하게 될 내용들이 한결 더 신중하게 쓰여 있습니다.
―64~65
작가정보
미국 소설가. 1925년 뉴저지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랐다. 웨스트포인트사관학교 졸업 후 전투기 조종사로 수많은 전투에 참전, 비행 중대장까지 지냈다. 한국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군에서 집필한 『사냥꾼들』(1956)을 출간하면서 전역, 전업 작가로 데뷔했다. 1967년 『스포츠와 여가』로 “사실적 에로티즘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후 한동안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해 영화 <다운힐 레이서>(1969)와 <약속The Appointment>(1969)의 시나리오를 썼고, <세 타인들Three>(1969)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1975년 『가벼운 나날』을 발표해 큰 호평을 받았다. 리처드 포드는 서문에서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제임스 설터가 오늘날 미국 최고의 문장가라는 사실은 일종의 신념과도 같다”라고 썼고, 줌파 라히리는 “이 소설에 부끄러울 정도로 큰 빚을 졌다”라고 말했다. 1988년 펴낸 단편집 『아메리칸 급행열차』로 이듬해 펜/포크너상을 받았으며, 시집 『여전히 그렇게Still Such』(1988), 회고록 『버닝 더 데이즈Burning the Days』(1997)를 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단편집 『어젯밤』(2005)을 발표해 “삶이라는 터질 듯한 혼돈을 누구도 설터처럼 그려내지 못한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밖의 작품으로 소설 『암 오브 플레시The Arm of Flesh』(1961, 2000년 개정판은 『캐사다Cassada』), 『솔로 페이스Solo Faces』(1979), 여행기 『그때 그곳에서』(2005), 부부가 함께 쓴 에세이 『위대한 한 스푼Life is Meals』(2006) 등이 있다. 2013년 장편소설 『올 댓 이즈』를 발표해 “더없을 위업” “설터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등 수많은 극찬을 받았다.
2012년 펜/포크너 재단이 뛰어난 단편 작가에게 수여하는 펜/맬러머드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예일대에서 제정한 윈덤캠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5년 6월, 뉴욕주 새그하버에서 아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아메리칸 급행열차』 『보르헤스의 말』 『축복받은 집』 『저지대』 『모스크바의 신사』 『밤에 들린 목소리들』 『그레이엄 그린』 『에브리데이』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토미노커』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제3의 바이러스』 『암스테르담』 『촘스키』 『벡터』 『쇼잉 오프』 『마틴과 존』 『구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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