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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사물

사소한 물건으로 그려보는 인생 지도
조경란 지음
마음산책

2019년 09월 24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08월 25일 출간

(개의 리뷰)
( 0% 의 구매자)
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4.75MB)
ISBN 9788960905467
쪽수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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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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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사소하고 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이 각별한 물건들을 호명하다!
마음을 살피고 어르는 세심한 문장과 서사를 통해 한국문학에 풍요롭고 다채로운 빛깔을 선물한 조경란이 7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산문집 『소설가의 사물』.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일간지에 1년간 연재했던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 가운데 엄선, 전면 개고하고 전작으로 쓰인 새로운 사물까지 더해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50개의 소소한 물건에 깃든 기쁨과 슬픔, 가치와 각성을 다정하게 적어 내려간 것으로, 한 시절을 대변하는 물건에 얽힌 개인의 역사이자 물건 자체의 탄생과 의미를 탐구한 유려한 기록이다.

하찮아 보이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행위의 옹호인 깡통따개부터 흐르는 시간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손목시계, 쓰는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한 습관인 수첩에의 애착,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한 의식을 새로이 만든 사과, 가장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는 핸드밀, 가족을 찬찬히 생각한 슬리퍼, 지구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존재에 관한 고찰인 에코백까지 한시적인 것도 있지만 보통은 우리 자신과 상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묵묵히 곁을 지켜왔던 나의 물건이 곧 나의 총체라는 깨달음을 얻게 한다.
사물의 안과 밖을 서성이며 부지런히 사물의 진짜 얼굴에 가닿은 작가의 여정은 문학, 심리학, 과학과 철학적 사유가 예술가의 일상과 삶의 풍경과 어우러지면서 산문의 진경을 엿보게 한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사소한 것을 이야기하는 행위를 통해 결코 사소하지 않은 소설가의 인생 지도를 펼쳐 보이며 저마다 세상에 하나뿐인 기억으로 저장된 사적인 사물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책머리에_여기에 사물들이 있습니다

하찮아 보이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달걀의 승리_달걀
영원한 진실에 대하여_타자기
하찮아 보이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기_깡통따개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다_트렁크
귀중중해지지 않도록_귀이개
그 자리가 행복하다면_선글라스
데굴데굴 구르며 약진하는 이야기_레몬
불가리아식 행운_반지
예전보다 못한 내가 되고 싶지는 않아_손목시계
태우다_-성냥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날마다 10분씩_볼펜
우리는 여기에 있다_터틀넥 스웨터
다음 열차, 있습니다_손톱깎이
단념할 수 없음_수첩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한 팁_지우개
계속 배웁니다_텀블러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_새우깡
사과란 무엇인가_사과
머리카락 조심_샤워캡
본질적이고 필수적인_소독용 에탄올

타오르는 생각
시작의 사물_연필
잘 말린 수건 한 장_수건
무작정 WRITE_일기장
열아홉 살_외투
크기보다 힘이 센_엽서
있어도 또 갖고 싶은 것_머그잔
이윽고 닳아 없어지는_비누
빙글빙글_만화경
노란 배_색종이
타오르는 생각_양초

아직 괜찮아
처음 간 도시에서 고독에 대처하는 방법_지도
아직 괜찮아_티셔츠
느긋하게_뒤집개
잘 알지는 못하지만_빨래집게
멋있어 보일 때_앞치마
되돌이 산_접시
제대로 관리하고 싶으니까_구두약과 솔
무뎌서는 안 된다_가위
그리스의 비닐우산_우산
잘 먹겠습니다_도시락

여기 있기에 문제없음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_밀대
종縱의 맛_핸드밀
찔리지 않도록_압정
꽤나 쓸모 있는_와인 코르크
엄마 생각_슬리퍼
당기고 밀어내는 힘_페이퍼 클립
전신으로 울기에_손수건
여기 있기에 문제없음_에코백
터뜨리고 싶다-에어캡
개인의 책_달력

에필로그_가닿기를
소설가의 사물과 함께한 작품들

책과 신문에 ‘종이’를 붙여 쓰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종이 책과 종이 신문은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 놓여 있을 뿐입니다. 거기에 관심을 갖는 누군가 나타날 때까지 무엇도 선행하지 않습니다. 장점도 변별성도 보여주지 않지요. 여기에 책이 있고 신문이 있고 시계가 있고 연필이 있습니다. 다른 많은 사물들도 묵묵히 곁을 지킵니다. 한시적인 것도 있지만 보통은 우리 자신과 상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물들 말입니다.
-「책머리에」에서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으리라. 평소에 책을 읽거나 걷는 일 말고도 매일 늦은 시간이면 한 알씩 삶아서 허기를 달래는 달걀을 나는 물속에 넣기 전 손으로 만지작거리고는 한다. 타원형의 둥글면서 깨지기 쉬운 그 살아 있는 다공질의 달걀을 가만히 쥐고 있는 사이, 그렇게 보내는 저녁의 시간들이 어쩌면 나에게는 정심을 행하는 또 다른 방법은 아닐까.
-24~25쪽에서

타자기를 보면 어디서든 치고 싶어진다. “손가락에 짜르르 느껴지는 교류의 맥동.” 연필이나 노트북, 타자기는 누르는 힘이 필요하다. 거기에는 의지 또한 필요할지도 모른다. 자신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을 만들고 새기겠다는. 영원한 진실들, 지워지고 잊어버린 소중한 것에 관해서.
-30~31쪽에서

트렁크를 보기만 해도, 트렁크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다. 어디로 가든 어디에 있다 돌아오든 트렁크에 담는 것들 중에는 희망이 가장 클지도 모른다. 여행과 글쓰기는 이런 면에서 닮지 않았나. 어떤 신비를 믿고 기꺼이 그것을 따라가 보게 되는.
-39쪽에서

지금 그 자리에서 행복한 이유는 어쩌면 밝고 찬란한 햇빛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 번쯤 만져보고 싶고 맨눈으로 맞바라보고 싶기도 한.
-48~49쪽에서

오르세 뮤지엄에서 본 에두아르 마네의 레몬은 침착하고 고요했다. 단순한 타원형의 접시와 타원형의 레몬. 그것이 전부다. 마네는 레몬 한 알을 그렸을 뿐이다. 그런데 이 긴장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세잔의 사과를 볼 때와 같은. 작가의 묘사를 통해서 정물들이 만들어내는 균형과 조화를 가만히 응시한다. 정물화에 푹 빠진 적이 있었고 아직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레몬 한 알, 사과 한 알. 작아 보여도 빛, 색채, 음영, 구도가 있어야 한다. 정물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지만 그 형태와 원근으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정물화를 마주하고 있을 때면 그 안에 이야기가 막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어떤 묵직한 침묵도.
-52쪽에서

지금은 이런 질문이 선행될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과연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돼가고 있는가? 인생이 갖고 있는 불가능성, 있을 수 없는 일들에 더욱 놀라워하고 감탄하면서. 짐작하기 어려운 결말도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불가능한 것,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그러니 내일도 살아봐야겠다.
-59쪽에서

시간은 흐르는데 더 나은 인간이 되기는커녕 예전보다 못한 내가 될까 봐 겁난다. 그래서 느리게라도 계속해서 읽고 생각하고 듣고 보고 쓴다. 일단 멈춘다면 예전보다 못한 내가 될 게 뻔하니까. 시간은 순환한다는 말은 위로일 뿐이다. 시간은 앞으로 간다. 우리는 분명히 지금보다 늙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을 명백히 살아내야 한다. 나는 나답게 당신은 당신답게.
-64쪽에서

사물에 스며 있는 관념이 있다면 성냥과 불을 붙이는 행위, 태우는 행위도 그렇지 않을까. 사물 그 자체로는 어떤 이야기가 가능할까.
-73쪽에서

당신과 나는 이미 열차를 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여행의 끝이 어디인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어쩌면 우리는 오래전 누군가에게 이 여행이 끝나면 곧바로 다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기차표를 받았을까. 여행은 오래 계속될 터다. 서로가 하는 말을 듣고 보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거나 그러지 않으면서.
열차가 방향을 비껴갈 때, 이야기는 진짜 시작된다.
-93쪽에서

떠오르고 스쳐 지나가는 단상들을 기록한다. 일종의 채집처럼. 그게 노력의 한 방법이며 그런 습관이 글쓰기를 위한 후천적 재능을 만들어가는 거라고 믿고 있다. 새것이든 다 쓴 것이든 수첩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95~97쪽에서

나는 시장도 가고 백화점도 가고 서점도 가지만 어느 도시엘 가나 문방구에 들른다. 아끼고 실용적이기까지 해서 단념할 수 없는 사물들로 가득 찬 장소로. 아시겠지만 갖가지 개인적 애착이 그곳에 있다.
-98쪽에서

인생을 사물로 기록하는 표를 만든다면 어떤 목록을 추가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개인적 주기표.
-132쪽에서

천변만화千變萬化, 즉 ‘끝없이 변화하다’라는 뜻에서 붙여진 만화경萬華鏡 생각을 며칠 동안 하고 지낸 이유가 있을 텐데. 그저 옛날 생각

“여기에 사물들이 있습니다”
소설가 조경란의 각별하고 내밀한 물건 이야기

1996년 등단 이후, 마음을 살피고 어르는 세심한 문장과 서사를 통해 한국문학에 풍요롭고 다채로운 빛깔을 선물했던 작가 조경란. ‘코끼리’와 ‘봉천동’이라는 단어에 고독과 치유의 상징성을 각인하며 특유의 섬세한 이야기로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얻어온 작가는 사실 특별한 산문가이기도 하다. 인생의 터닝포인트에 대한 반짝이는 이야기 『조경란의 악어이야기』를 첫 산문집으로 펴냈고, 소설가가 쓸 수 있는 최고의 논픽션이라는 평을 들은 『백화점』으로 품격 있는 산문 쓰기의 정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7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산문집 『소설가의 사물』을 통해서 작가는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고 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이 각별한 ‘물건들’을 호명한다.

하찮아 보이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행위의 옹호인 깡통따개부터 흐르는 시간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손목시계, 최초의 불을 목격하며 어른이 되었던 성냥, 쓰는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한 습관인 수첩에의 애착,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한 의식을 새로이 만든 사과, 가장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는 핸드밀, 가족을 찬찬히 생각한 슬리퍼, 지구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존재에 관한 고찰인 에코백까지, 50개의 소소한 물건에 깃든 기쁨과 슬픔, 가치와 각성을 다정하게 적어내려갔다. 사물의 안과 밖을 서성이며 부지런히 그 사물의 진짜 얼굴에 가닿은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저마다 세상에 하나뿐인 기억으로 저장된 사적인 사물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묵묵히 곁을” 지켜왔던 나의 물건이 곧 나의 총체라는.

책과 신문에 ‘종이’를 붙여 쓰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종이 책과 종이 신문은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 놓여 있을 뿐입니다. 거기에 관심을 갖는 누군가 나타날 때까지 무엇도 선행하지 않습니다. 장점도 변별성도 보여주지 않지요. 여기에 책이 있고 신문이 있고 시계가 있고 연필이 있습니다. 다른 많은 사물들도 묵묵히 곁을 지킵니다. 한시적인 것도 있지만 보통은 우리 자신과 상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물들 말입니다.
-「책머리에」에서

한편 『소설가의 사물』은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일간지에 1년간 연재했던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 가운데 엄선, 전면 개고하고 전작으로 쓰인 새로운 사물까지 더해 새롭고 단단한 책으로 거듭났다.

“생의 이정표 같은 사물들”
소설가의 다정한 인생 기록법
이 책은 “인생을 사물로 기록하는 표를 만든다면 어떤 목록을 추가할 수 있을까”란 작가의 물음에 솔직하고 재미있고 유용하고 아름답게 답한다. 한 시절을 대변하는 물건에 얽힌 개인의 역사이자, 물건 자체의 탄생과 의미를 탐구한 유려한 기록이다.
문학, 심리학, 과학과 철학적 사유가 예술가의 일상과 삶의 풍경과 어우러지면서 산문의 진경을 엿보게 한다. 쓸모없는 것을 이야기하는 행위가 쓸모없지 않듯 별것 아닌 것 같은 사소한 것을 이야기하는 행위를 통해 결코 사소하지 않은 소설가의 인생 지도를 펼쳐 보인다.

무섭고 조심해야 하고 함부로 다루면 안 되는 어떤 것이 때로는 아름답고 치명적일 만큼 매혹적인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내가 두 번째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태우다_성냥」에서

열아홉 살 때 나는 그 나이가 너무 두려웠고 스물이 되는 것은 더 그랬고 꿈도 희망도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열아홉 살도 스무 살도 지나가야만 하며 언젠가 어른의 세계로 입문하지 않으면 안 될 거라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세 가지였다.
변변해 보이는 외투와 구두와 우산. 미성숙함과 내핍의 생활을 나는 그것으로 가리고 막고 욱여넣은 채로 간신히 20대가 되었다.
-「열아홉 살_외투」에서

불을 목격했던 어릴 적의 나와 이모의 외투를 몰래 입고 외출한 열아홉 살의 나는 어른의 세계로 진입했음을 깨닫는다. 또한 주변 모두가 눈부시게 날아갈 동안 집에 틀어박혀 책만 보았던 청춘 시절, 나는 어느 밤 연필을 손에 쥐고 처음으로 시를 써내려간다.
디자인 학원에 다니다 취업해 빈 도면 용지를 가득 채우던 시기는 머그잔 하나로 남아 있다. 누군가와 함께 와인을 마신 날에는 코르크에 그 시간들을 기록한다.(그렇게 모은 코르크가 대형 유리 꽃병 4개쯤에 가득하다.) 낯선 곳에서는 꼭 지도를 사고 점점으로 빼곡하게 표시한다.
늙어가는 부모와 자라나는 조카들을 위하여 여행지에서는 늘 티셔츠를 사온다. 이웃과 지인, 제자와 문우, 일로 연결된 사람들까지 꽤나 소통해온 흔적들인 자그마한 물건들. 작가의 인생을 축약해놓은 듯한 잊지 못할 ‘사물’들의 “사소하며 소곤거리고 싶어 하는 어떤 이야기들”을 마주하는 기쁨 또한 이 책에는 넉넉하다.

“개인의 책”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책의 연대
작가는 “제가 책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렇게 오래 책이라는 사물을 믿고 매달렸기 때문”이라며 책이란 인격체와 동일한 사물이라고 여기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자신에게 “사물과 책과 추억은” 필연적으로 얽혀 있다고.
이 책은 소설가의 남다른 사물인 ‘책에 대한 예찬’이기도 하다. 달걀에서는 셔우드 앤더슨의 단편을, 접시에서는 되돌이 산이라는 동화를, 타자기에서는 폴 오스터를, 터틀넥 스웨터에서는 헤밍웨이를, 도시락에서는 쓰시마 유코의 단편을, 밀대에서는 레이먼드 카버를 떠올린다.
책은 현실과 환상의 사물이자 행복과 위안의 레시피, 가장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이야기임을 독자에게 간곡히 말하는 듯하다. 헌책을 닦는 소독용 에탄올의 성상을 일찌감치 깨친 작가는 “사람을 끌어당기고 깨어나게도 할 수 있는, 그런 돌연한 빛”인 책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소독용 에탄올을 일찌감치부터 상비해두게 되었다. 헌책의 먼지와 손때를 닦아내는 데 그만한 게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일단 책을 사오면 현관 밖에서 책을 푸르르 넘겨가며 먼지를 털어낸다. 그러곤 휴지나 톡톡한 키친타월에 에탄올을 적셔 안쪽 표지까지 꼼꼼하게 닦아낸다.
그런다고 책벌레, 먼지다듬이를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의식은 무척 중요하게 느껴졌고 책을 소독약으로 닦고 있자면 새것이, 드디어 온전한 내 소유가 된다는 작은 흥분을 느낄 수도 있었다. 읽고 싶은 깨끗한 책이 손에 있고, 그것이 몇 권씩이나 쌓여 있다는 건 큰 선물 같았다.
어서 이불 속에 들어가 책을 펼쳐 들고만 싶어진다. 기꺼이 하고 싶은 그 일 때문에 그날 밤, 또 내일 밤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견뎠을까 아찔하기만 한 학창 시절을 그런 식으로 하루하루. 일상이 더 절박해질 무렵, 나는 비로소 문학에 눈뜨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본질적이고 필수적인_소독용 에탄올」에서

또한 “계속해서 읽고 생각하고 듣고 보고 쓴다”는 것, 그것으로 지금 이 순간과 시간을 명백히 살아가자고 말한다. 상처와 걱정과 불안을 안고 있는 인간이지만 괜찮다고, 계속 읽고 쓰고 노력하는 한 “나는 나답게 당신은 당신답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책만능주의자’의 권유를 허투루 들을 수 없다.

시간은 흐르는데 더 나은 인간이 되기는커녕 예전보다 못한 내가 될까 봐 겁난다. 그래서 느리게라도 계속해서 읽고 생각하고 듣고 보고 쓴다. 일단 멈춘다면 예전보다 못한 내가 될 게 뻔하니까. 시간은 순환한다는 말은 위로일 뿐이다. 시간은 앞으로 간다. 우리는 분명히 지금보다 늙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을 명백히 살아내야 한다. 나는 나답게 당신은 당신답게.
-「예전보다 못한 내가 되고 싶지는 않아_손목시계」에

작가정보

저자(글) 조경란

한 해의 마지막 날 태어났다. 스물여덟 살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 『일요일의 철학』 이후 지난 계절에 일곱 번째 소설집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를 펴냈다. 『소설가의 사물』이 열일곱 번째 책이다.
틈틈이 산문도 쓰고 『후후후의 숲』같은 미니 픽션도 쓴다. 북유럽과 리가에 한번 가볼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소설 쓰기를 위한 진짜 법칙은 없다고 믿는데도 어쩐지 혼자만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지는 날에는 더 멀리 걷다 돌아온다.
이 책 시적과 끝에 ‘매일의 책’ ‘책 중의 책’이라는 표현을 쓰다가 어딘가에 ‘기대의 책’이란 말을 넣고 싶어졌다. 언젠가 그런 책을 쓰고 싶다고. 지금보다는 성실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대체로 게으르며 가끔은 시간을 낭비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편이다.
생각하고 읽고 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이상,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며 살지 않기로 했다. 종이와 나무로 만들어진 거의 모든 사물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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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는사람 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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