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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웃음과 눈물의 절묘함 특별한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 박선경 그림
마음산책

2016년 03월 16일 출간

종이책 : 2016년 02월 25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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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42.64MB)
ISBN 9788960902626
쪽수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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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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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로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모든 세상의 아마추어들을 위로하다!
작가 이기호의 단편소설보다 짧은 이야기 40편을 엮은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박완서의 《세 가지 소원》, 정이현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에 이은 세 번째 짧은 소설로, 어디서나 펼쳐 읽기에 부담 없는 호흡으로 압축적이고도 밀도 있는 글쓰기를 보여준다. 일간지에 인기리에 연재한 짧은 소설 가운데 저자가 애착을 가지고 직접 선별한 40편을 새롭게 다듬어 선보인다.

이기호는 등단 15년이 넘었음에도 어떠한 피로감 없이 소모 없이 새로운 감각의 독보적 이야기꾼으로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온 작가다. 이번에 저자가 직접 선별한 이야기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개인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된 현재를 관통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특유의 비애와 익살로 되살려낸 폼 나는 사람들, 세련된 사람들이 아닌 좌충우돌 전전긍긍 갈팡질팡 하는 우여곡절 많은 평범한 사람들, 그렇게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맞닥뜨린 어떤 순간들을 마주하며 우리는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들로 이 알다가도 모를 세상을 견뎌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일반 소설의 규모와 무게에 견주어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이 작품집에는 일러스트레이터 박선경의 그림이 담겨있다. 해방촌 스튜디오 오픈전을 비롯해 여러 전시회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다수의 책에 그림을 실어온 작가가 선보이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18컷의 그림과 어우러진 이야기 한 편 한 편이 지극히 평범한 이들을 위한 응원이다.
작가의 말

우리에겐 일 년 누군가에겐 칠 년
벚꽃 흩날리는 이유
낮은 곳으로 임하라
동물원의 연인
타인 바이러스
아내의 방
그녀와 마주한 어느 오후
비치보이스
출마하는 친구에게
미드나잇 하이웨이
내 남편의 이중생활
우리에겐 일 년 누군가에겐 칠 년
제발 연애 좀 해
침대
제사 전야

아아아아
불 켜지는 순간들
달려라 아들
그러게나 말입니다
한밤의 뜀박질
도망자
너는 카프카 나는 야누흐
아파트먼트 셰르파
두고 봐라
말처럼 쉽지 않네
개굴개굴
웃는 신부
아아아아
5월 8일생

좀 쉬면 안 될까요?
초간단 또띠아 토스트 레시피
눈으로 말해요
좀 쉬면 안 될까요?
봄비
어떤 상담
마주 잡은 두 손
이젠 애쓰지 않아도 돼요
사로잡힌 남자
소용없다는 말
최후의 흡연자
이게 누구야
데이비드 로지의 연말 일기
입동 전후

최 형사는 남자를 잠시 바라보다가 노트북 전원을 켰다. 봄이니까. 봄이니까. 최 형사는 혼잣말처럼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창밖에선 또 한 번 난분분,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벚꽃 흩날리는 이유」에서

준수는 강원도를 향하는 내내 말없이, 어쩐지 비장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로 앉아 있었는데, 나는 그게 단순히 우리 미취업자들의 일상 표정이라고만 생각했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과 땀에서 배우라는 말,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점점 무표정하게 변해갔고, 결국은 지금 준수가 짓고 있는 저 표정, 그것이 평상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웬만해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 나도 눈높이를 좀 낮추고 취업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찌된 게 이놈의 나라는 한번 눈높이를 낮추면 영원히 그 눈높이에 맞춰 살아야만 했다. 그게 먼저 졸업한 선배들의 가르침이었다. 내 땀과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의 땀의 무게가 다른 나라. 설령 눈높이를 낮춰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월급에서 학자금 융자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나라…….
강원도에 갔다 온다 한들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겠지만, 에라, 모르겠다, 거기 가면 눈높이 따윈 없겠지, 생각하며 나는 두 눈을 감았다.
―「낮은 곳으로 임하라」에서

“사람한테 일 년이 강아지한텐 칠 년이라고 하더라. 봉순이는 칠 년도 넘게 아픈 몸으로 내 옆을 지켜준 거야. 내 양말을 제 몸으로 데워주면서.”
나는 묵묵히 계속 삽질만 했다. 내가 파고 있는 어두운 구덩이가 어쩐지 꼭 내 마음만 같았다.
―「우리에겐 일 년 누군가에겐 칠 년 」에서

침낭 속에서 그는 가만히 별을 바라보았다. 별은 좋겠다, 카드 값 걱정 안 해서……. 그는 괜스레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달빛은 은은했고, 주위는 놀랄 만큼 조용했다. 휴대전화 배터리는 다 떨어진 지 오래였다. 그는 아내가 보낸 마지막 문자를 떠올렸다. “그만 돌아와, 다음 달부터 잘하면 되지. 내일 막내 체험학습 가야 한단 말이야.” 그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이번엔 달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또 혼잣말을 했다. 달은 좋겠다, 다음 달에도 그냥 달이어서……. 그는 그러고선 침낭 속에서 허리를 잔뜩 웅크렸다. 서서히, 잠이 올 것 같았다.
―「도망자」에서

우느라 볼까지 빨개진 아이는 그의 얼굴 표정을 보곤 이내 울음을 멈추었다. 아아아아. 아이는 그제야 분만실에서 들려오는 제 엄마의 목소리가 그냥 장난 같은 거였구나,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그는 웃으면서 계속 비명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아아아아. 우리는 너나없이 고통 속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란다. 아아아아.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아이에게 속엣말을 했다. 고통 다음에야 비로소 가족의 이름을 부여받는 거야. 아아아아. 그래서 가족이란 단어는 들으면 눈물부터 나오는 거란다. 그는 계속 소리를 지르면서 되새겼다. 아아아아. 그는 정말이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래도 꾹 참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소리를 내질렀다. 아아아아.
―「아아아아」에서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그저 모든 것이 부끄러워졌을 뿐이었다. 나는 그저 무언가를 다시 해보려고 했을 뿐인데…… 그는 괜스레 케이블TV 속 셰프가 원망스러웠다. 누구에겐 초간단 요리가, 또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음을…… 아무도 그것을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초간단 또띠아 토스트 레시피」에서

그 형 딸아이 말이야,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내 오촌 조카가, 제 아빠 얼굴을 쓱 한번 문지르더니 귀에서 뭔가를 쑥 빼내는 거야. 그러면서 “아빠, 이젠 애쓰지 않아도 돼요”라고 말하더라고. 그게 뭔지 알겠어? 나도 처음엔 몰랐는데…… 그래, 그게 바로 보청기였어. 알고 보니 이 형이 교통사고 당했을 때, 그만 청력도 많이 손상되었다나 봐. 그런데도 그 귀로, 그 청력으로, 이십 년 넘게 가수 생활을 한 거였지……. 그걸 이 세상에서 오직 딸만 알고 있었던 거고. 나? 나는 형한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왔어. 그저, 그 형이 고장 난 귀로 살아온 이십 년을 생각했을 뿐이지. 그러니까 아무 말도 못하겠더라고.
―「이젠 애쓰지 않아도 돼요」에서

하루에 적어도 스무 번은 아버지 생각을 했지요. 그러면서 또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또 아무도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겠구나. 모두 건강만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겠구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저는 그냥 이렇게 계속 담배를 피우면서 하루 스무 번씩 누군가를 헛되게 그리워하면서 살아갈 작정입니다. 그게 아마 인류 최후의 흡연자가 해야 할 몫이겠지요.
―「최후의 흡연자」에서

재기 넘치는 문체, 매력적인 캐릭터, 시대를 포착하는 날렵한 서사
웃음과 눈물의 절묘한 만남, 작가 이기호의 짧은 소설 40편

“2000년대 문학이 선사하는 여러 유쾌함들 중에서도 가장 ‘개념 있는’ 유쾌함 중의 하나(문학평론가 신형철)” “웃고 싶은가, 울고 싶은가, 그럼 ‘이기호’를 읽으면 된다(소설가 박범신)” “이기호의 소설에는 심장 박동 소리가 난다(시인 함민복)”. 그럴싸한 포장 없이 능란한 거짓말 없이 우직하게도 이야기꾼의 행보를 이어왔다. 등단 15년이 넘었음에도 어떠한 피로감 없이 소모 없이 새로운 감각의 독보적 이야기꾼이라는 신뢰가 여전하다. 2000년대 등장한 이래 희비극적이라 할 그만의 월드를 축조했던 작가 이기호. 그의 특별한 짧은 소설을 한 권에 담았다.
박완서의 『세 가지 소원』, 정이현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에 이은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의 세 번째인 이 책은 단편소설보다 짧은 이야기 모음집이지만 여운은 더욱 길다. 어디서나 펼쳐 읽기에 부담이 없는 호흡으로 압축적이고 밀도 있는 글쓰기를 보여준다. 이 짧은 소설들은 마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손바닥소설이 자아내는 깊이를 재현한 듯 읽는 재미와 묵직한 통찰이 있는 되새기기에 좋은 이야기들인 것이다. 일간지에 인기리에 연재한 짧은 소설 가운데 작가가 애착을 가지고 직접 선별한 40편을 새롭게 다듬어 일반 소설의 규모와 무게에 견주어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작품집으로 거듭났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개인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된 현재를 관통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폼 나는 사람들, 세련된 사람들이 아닌 좌충우돌 전전긍긍 갈팡질팡 하는 우여곡절 많은 평범한 사람들, 그렇게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맞닥뜨린 어떤 순간을 작가는 호명해낸다. 솔직하고 정직한 이 사람들의 ‘지지리 궁상’들을 특유의 비애와 익살로 되살린다. 이름하여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들.
대학 졸업 후 계속되는 취업 낙방으로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변해가는 ‘우리’가 강원도의 한 밭에서 배추 출하를 목전에 둔 사연, 서른 살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여자 친구를 사귀어보지 못한 ‘그’가 동물원에서 한 첫 데이트의 결말, 아내와 자식을 사고로 잃고 집의 침대에선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한 남성이 마침내 침대 위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된 순간, SNS의 세계에서 ‘멋진 남자’로 살아가는 남편의 이중생활을 바라보는 아내의 솔직한 심경, 고속도로 ‘졸음 쉼터’에서 자살을 기도 중인 ‘내’가 수상쩍은 한 사내와 보내게 된 어느 밤, 카드 값 때문에 아내를 피해 산으로 도망쳐 숙식하게 된 한 가장이 별에게 하는 말, 점점 세상과의 끈이 없어져 집안에 틀어박히게 된 남자가 몇 년 만의 외출을 하게 된 날 벌어진 일…… 모두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세상사가 마음처럼 쉽지 않음을 알게 된 이들이 마주한 ‘당혹스러운’ 순간들이다. 하지만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이 순간들이 그들에게는 체념과 자조가 아닌, 그럼에도 기꺼이 생의 알 수 없는 고통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긍정의 태도를 의미한다. 무작정의 긍정이 아닌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성실한 긍정에 불순물은 없다. 그렇게 작가는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모든 세상의 ‘아마추어들’을 위로한다. 유머를 한껏 장착한 채.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박선경의 그림을 배치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박선경은 해방촌 스튜디오 오픈전을 비롯해 여러 전시회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다수의 책에 그림을 실으며 존재감을 뚜렷이 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치 있는 18컷의 그림은 자체로 책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이게 왜…… 이런 일들이 생긴 거죠?”
어리둥절한 삶에 대한 슬픈 농담 같은 이야기
40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평범한 존재들이다.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난감함 가운데서도 솔직하고 정직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이는 우여곡절 좌충우돌갈팡질팡 우리네 ‘웃픈’ 인생사에 대한 속 깊은 위로다.
“취직이 뭐 마음먹은 대로 되는 세상인 줄 아세요!” 하고 외치는 「낮은 곳으로 임하라」 속 ‘준수’는 같은 미취업자인 ‘나’를 부모에게 사업 자금을 얻어낼 ‘볼모’로 강원도에 데려가지만 ‘나’는 도리어 배추 출하에 동원될 처지다.

준수는 강원도를 향하는 내내 말없이, 어쩐지 비장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로 앉아 있었는데, 나는 그게 단순히 우리 미취업자들의 일상 표정이라고만 생각했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과 땀에서 배우라는 말,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점점 무표정하게 변해갔고, 결국은 지금 준수가 짓고 있는 저 표정,, 그것이 평상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웬만해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 나도 눈높이를 좀 낮추고 취업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찌된 게 이놈의 나라는 한번 눈높이를 낮추면 영원히 그 눈높이에 맞춰 살아야만 했다. 그게 먼저 졸업한 선배들의 가르침이었다. 내 땀과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의 땀의 무게가 다른 나라. 설령 눈높이를 낮춰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월급에서 학자금 융자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나라…….
강원도에 갔다 온다 한들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겠지만, 에라, 모르겠다, 거기 가면 눈높이 따윈 없겠지, 생각하며 나는 두 눈을 감았다.
―「낮은 곳으로 임하라」에서

「도망자」 속 ‘그’는 카드 값 때문에 화가 난 무서운 아내를 피해 별안간 아파트 뒤 야산으로 도망쳐 노숙을 감행한다. 계속되는 아내의 문자 메시지 폭격에 겁을 먹고 도리어 캠핑 용품까지 사 산에서 나흘째 밤을 보내기에 이른다.

침낭 속에서 그는 가만히 별을 바라보았다. 별은 좋겠다, 카드 값 걱정 안 해서……. 그는 괜스레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달빛은 은은했고, 주위는 놀랄 만큼 조용했다. 휴대전화 배터리는 다 떨어진 지 오래였다. 그는 아내가 보낸 마지막 문자를 떠올렸다. “그만 돌아와, 다음 달부터 잘하면 되지. 내일 막내 체험학습 가야 한단 말이야.” 그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이번엔 달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또 혼잣말을 했다. 달은 좋겠다, 다음 달에도 그냥 달이어서……. 그는 그러고선 침낭 속에서 허리를 잔뜩 웅크렸다. 서서히, 잠이 올 것 같았다.
―「도망자」에서

“그저 무언가를 다시 해보려고” 했을 뿐인 일상인들에게 닥친 어떤 난감한 순간을 작가 특유의 익살과 페이소스로 그려낸 이 작품들은 원고지 15매가 안 되는 분량의 이야기임에도 충분한 몰입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위트 넘치는 그림과 어우러진 이야기 한 편 한 편이 지극히 평범한 이들을 위한 응원이다.


“그에겐 그 달달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내야 하는 인생을 향한 따뜻한 위안
가까운 이의 죽음 혹은 부재에서 오는 고독감을 안고 사는 이들, 미취업자로 계약직 노동자로 사회의 주변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인생은 ‘말처럼 쉽지’ 않다. 견뎌내야 할 각자 인생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이 짧은 이야기들은 작가의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과 목소리 안에서 비로소 빛을 발한다.
「아아아아」속 ‘아이’와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분만하러 들어간 엄마를 기다리며 비명을 들을 때마다 함께 비명을 지름으로써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절묘한 인생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탄생과 죽음을 공평히 맞이하는 사람들. 그렇게 우리는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들’로 이 알다가도 모를 세상을 견뎌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너무나 이기호적인 눈물과 웃음으로 말이다.

우느라 볼까지 빨개진 아이는 그의 얼굴 표정을 보곤 이내 울음을 멈추었다. 아아아아. 아이는 그제야 분만실에서 들려오는 제 엄마의 목소리가 그냥 장난 같은 거였구나,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그는 웃으면서 계속 비명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아아아아. 우리는 너나없이 고통 속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란다. 아아아아.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아이에게 속엣말을 했다. 고통 다음에야 비로소 가족의 이름을 부여받는 거야. 아아아아. 그래서 가족이란 단어는 들으면 눈물부터 나오는 거란다. 그는 계속 소리를 지르면서 되새겼다. 아아아아. 그는 정말이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래도 꾹 참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소리를 내질렀다. 아아아아.
―「아아아아」에

작가정보

저자(글) 이기호

저자 이기호는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김 박사는 누구인가?』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최순덕 성령충만기』, 장편소설 『차남들의 세계사』 『사과는 잘해요』 등을 펴냈다. 이효석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림/만화 박선경

그린이 박선경은 중앙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다수의 책과 잡지 작업을 했으며 주제가 있는 여러 일러스트전에 참여했다. 인터넷에 두더지 그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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