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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품은 선비

사계절 나무에 담긴 조선 지식인의 삶
강판권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7년 06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06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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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6.43MB)
ISBN 978896086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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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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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나무에 깃든 조선시대 지식인의 삶과 철학
이 책은 계명대 사학과 교수인 강판권 선생이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남긴 나무에 관한 시와 문집 등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살던 공간에 아직 머물고 있는 나무들을 직접 찾아간 기록이다. 이를 통해 조선 지식인들이 어떻게 나무로 자신의 성품을 가꾸고 학문을 실천했는지를 들여다본다.
머리말 | 나무가 이루어준 고금古今 성리학자의 조우

제1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봄나무에게 선비정신을 배우다
끊임없이 피고 지는 매화의 지속성ㆍ남명 조식의 매실나무
여행으로 지친 나그네를 위로하는 나무ㆍ장유와 산수유·수유
목련꽃으로 자신만의 문장을 표현하다ㆍ이건창과 목련
인정받지 못한 조선시대 최고의 역관ㆍ이상적과 살구나무
붉은 해당화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화가ㆍ장승업과 해당화

제2부 생기로 가득 찬 여름나무에게 지속성을 배우다
배롱나무와 함께 지킨 자식 된 도리ㆍ조임도와 배롱나무
조선시대 화가가 본 중국의 풍경ㆍ이계호와 포도나무
파직당한 뒤 회화나무 두 그루를 심다ㆍ조성한과 회화나무
남산에 구기자 보며 백성을 생각하다ㆍ조팽년과 구기자나무
형제의 우애를 위해 나무를 심다ㆍ신흠과 박태기나무

제3부 바람을 견딘 가을나무에게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우다
버드나무에게 배운 정신력으로 나라를 지키다ㆍ곽종석과 버드나무
요절한 학자가 남긴 나무 한 그루ㆍ서해와 은행나무
일상문화의 가치를 알아본 농업전문의ㆍ서유구와 단풍나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학자의 의지ㆍ조덕린과 오동나무
조선시대 최고의 식물전문가ㆍ강희안과 석류나무
부모를 향한 마음을 붉은 홍시에 담다ㆍ박인로와 감나무

제4부 변함없이 고고한 겨울나무에게 지조를 배우다
스님의 곧은 도를 상징하는 나무ㆍ지엄스님과 소나무
선비들이 추구하는 맑은 정신의 상징ㆍ이광진과 백송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ㆍ윤선도와 대나무
차나무의 강직함을 닮으려던 성리학자ㆍ김종직과 차나무
세상 모든 일은 힘쓰는 데 달렸다ㆍ김득신과 잣나무

참고문헌

조선 선비들이 매화를 사랑한 것은 나무를 통해 하늘이 부여한 본성을 드러내는 공부를 위해서였다. 선비들이 유독 매화를 사랑한 것은 매실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선비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_ 30쪽, 〈제1부_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봄나무에게 선비정신을 배우다〉

조임도는 배롱나무를 심어 붉은 꽃 사이로 부모의 묘소를 보는 것을 자식의 도리라 생각했다. 배롱나무 꽃은 100일 동안이나 피니, 꽃이 질 때까지 부모의 묘소를 바라보는 조임도의 심정도 붉게 물들 것이다. 배롱나무는 붉은 태양을 벗 삼아 꽃을 피우고 또 떨어뜨리길 반복하면서 미래를 밝힌다. 조임도는 집을 마련한 뒤에 ‘곡굉曲肱’이라는 편액을 내걸고 팔베게하고 누워 배롱나무의 꽃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부모의 묘소를 바라보았다. _ 105쪽, 〈제2부_생기로 가득 찬 여름나무에게 지속성을 배우다〉

조선시대 누각과 정자 주변의 연꽃은 시에도 등장하듯이 군자 혹은 선비의 정신을 상징한다. 연꽃을 선비정신의 상징으로 만든 사람은 중국 북송시대 염계濂溪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이다. ‘연꽃을 사랑하는 이야기’라는 뜻의 이 글이 등장하면서 중국 사람들은 물론 조선의 선비들까지 하나같이 연꽃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주돈이의 작품이 등장하면서 연꽃은 불교의 상징만이 아니라 성리학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주돈이가 연꽃을 극찬한 것은 진흙 속에서도 고고하게 피어 있는 연꽃의 자세 때문이었다. 선비들은 연꽃처럼 속세에 더럽히지 않고 살기를 꿈꾸었던 것이다. _ 126, 127쪽, 〈제2부_생기로 가득 찬 여름나무에게 지속성을 배우다〉

곽종석이 산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세상을 등진 삶이 아니라 난국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힘을 비축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곽종석은 비굴하게 ‘맹자 왈, 공자 왈’을 외우는 나약한 유학자가 아니라 어떤 어려운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버드나무의 특성처럼 세상에서 강인한 정신력을 실천한 선비였다. 나는 곽종석의 삶에서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유승강柔勝强’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_ 179쪽, 〈제3부_바람을 견딘 가을나무에게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우다〉

윤선도의 다섯 벗은 물·돌·소나무·대나무·달이다. 다섯 벗 중에서 나무는 소나무와 대나무다. 사물을 벗으로 삼는 것은 곧 사물에 대한 인격화 과정이다. 사물에 대한 인격화는 성리학적으로 보자면 ‘공부’에 해당한다. 성리학의 공부 대상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이기 때문이다. _ 291쪽, 〈제4부_변함없이 고고한 겨울나무에게 지조를 배우다〉

차나무를 만나는 일은 단순히 한 그루의 나무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선비정신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선비정신은 자신을 위하는 일이 곧 천하를 위하는 일임을 깨닫고 실천하는 자세다. 손관이 굳이 차나무를 가져온 것은 이 나무의 특성과 자신의 생각을 맞추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차나무는 옮겨 심는 것을 꺼린다. 딸을 출가시킬 때 부모가 차씨를 주는 것도 변함없이 시댁에서 잘살길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_ 310쪽, 〈제4부_변함없이 고고한 겨울나무에게 지조를 배우다〉

▶ 이 책은
한 그루 나무에 깃든 조선시대 지식인의 삶과 철학
이 책은 계명대 사학과 교수인 강판권 선생이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남긴 나무에 관한 시와 문집 등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살던 공간에 아직 머물고 있는 나무들을 직접 찾아간 기록이다. 이를 통해 조선 지식인들이 어떻게 나무로 자신의 성품을 가꾸고 학문을 실천했는지 살핀다.

▶ 출판사 서평
나무가 이루어준 조선 성리학자와의 조우
조선시대 성리학자의 삶이 서린 공간은 우리나라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널리 알려진 곳을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저자 강판권 교수는 조선 선비들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헌뿐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현장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정신이 그들이 산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나무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선 선비들이 살았던 성리학 관련 공간을 직접 찾고, 그 내용을 글과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몽골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심은 이건창 생가 앞 탱자나무를 통해 저자는 나라를 걱정한 이건창과 그의 할아버지 이시원의 모습을 떠올린다. 조임도가 자신의 보금자리 주변에 심은 소나무, 국화, 매화, 대나무 풍경을 보며 그만의 무릉도원을 상상해본다. 이러한 현장의 기록은 나무가 오래 전 죽은 줄 알았던 조선 지식인들을 우리 곁에 소환하는 매개가 되어준다는 것을 증명한다.

나무에게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늘 자신이 사는 공간에 나무를 심어놓고, 손수 관찰하고, 공부했다. 그가 어떠한 삶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가까이하는 나무가 달랐다. 성리학자의 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던 조식은 만년에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매실나무를 심었다. 중국의 화가 엄릉처럼 유유자적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를 바랐던 조덕린은 엄릉의 삶을 상징하는 오동나무를 소재로 시를 지었다. 파직당한 뒤 칩거하던 조성한은 ‘진정한 선비로 살아가겠다’는 의미로 집 앞에 회화나무 두 그루를 심고 집 이름도 쌍괴당이라 지었다. 이처럼 조선 선비들은 나무를 통해 인간의 선한 본성을 가꾸고 드러내려 노력했다. 이 책은 각각의 조선 지식인이 어떠한 나무를 자기수양의 대상으로 삼았는지 살펴본다.

나무에게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나무는 조선 선비들에게 자기수양만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타인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법 또한 알려주었다. 나무는 그들에게 부모를 향한 지극한 효심과 나라를 향한 변치 않는 단심丹心, 백성을 향한 애틋한 애민愛民의 정신을 심어주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식물전문가 강희안은 나무를 비롯한 식물로부터 관료로서 천하를 다스리는 통치수단을 배우려 했다. 조선을 대표하는 문장가 신흠은 자신의 공간에 박태기나무를 심어 형제간의 우애를 다졌다. 지식인의 표상으로 평가받는 김종직은 차나무로 차밭을 만들어 백성들의 세금 문제를 해결해 다도茶道의 정신을 실천했다. 이 책은 조선 선비들이 나무의 생태를 통해 어떻게 사랑의 가치를 구현했는지 살펴본다.

천년 동안 한곳에 살고 있는 나무는 분명 우리의 위대한 스승이다!
나무를 매개로 하는 성리학자와의 조우는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늘 유쾌한 것은 아니다. 종종 방치되고 있는 옛 공간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해가 심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호헌의 은행나무가 잘려 나간 모습, 조선 최고의 문장가 이건창의 무덤이 안내문 하나 없이 방치된 현장, 아파트 건설이 한창인 서유구의 생가터를 보여준다.
성리학 관련 공간과 나무는 역사 속 지식인들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생태적 인문 현장이다. 조선 지식인들이 심은 나무와 그들이 살던 공간에 그들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공간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공간에 대한 관심과 복원을 주장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강판권

저자 강판권은 1961년 경상남도 창녕군 고암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나무와 함께했다. 1981년 계명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해 역사학도의 길에 들어섰고, 동 대학원에서 중국 청대사를 공부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에는 경북대학교에서 중국의 농업경제사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금은 자신만의 학문세계를 만들기 위해 인문학과 식물을 결합하는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식물로 역사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철학·건축·조경·미술·사진 분야에 관심이 많다.
주요 논문으로는 〈청대 안휘성 휘주부의 숲과 생태환경 변화〉, 〈숲과 문명: 인문학자의 시선〉 등 40여 편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생태로 읽는 사기열전》, 《회화나무와 선비문화》, 《나무철학》, 《선비가 사랑한 나무》, 《나무사전》, 《중국을 낳은 뽕나무》, 《나무열전》, 《차 한잔에 담은 중국의 역사》, 《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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