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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멈출 수 없다: 여성의 삶이 달라져야 세상이 바뀐다

멜린다 게이츠 지음 | 강혜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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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 03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01월 0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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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4.86MB)
ISBN 9788960517516
쪽수 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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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여성들을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힘을 합칠 때, 우리는 모두 날아오를 수 있다!
세계 부자 순위 1위 빌 게이츠의 아내에서, 세계 최대 자선단체의 공동의장으로 변신한 멜린다 게이츠의 첫 번째 에세이 『누구도 멈출 수 없다』. 2000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해 남편 빌 게이츠와 함께 350억 달러(41조 7천억 원)을 기부하고 빈곤과 질병 원인을 찾아 전 세계의 현장을 누비고 있는 저자는 해당국이 제공하는 통계 숫자를 신뢰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재단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즉각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을 찾아내고 있다.

저자의 이야기는 늘 현장에서, 사람 사이에서 시작된다. 열 명의 아이를 낳고 그중 넷을 잃은 니제르의 한 어머니 옆에서, 10살에 강제 결혼을 당한 뒤 가정 폭력으로 삶이 망가진 에티오피아의 여자아이 옆에서, 아이를 위해 성 노동자로 일했다가 아이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자살했다고 이야기하는 인도의 어머니 옆에 저자가 있었다.

이 책은 그렇게 찾아낸 세계 빈곤 퇴치의 핵심인 가족계획, 무급노동, 조혼, 여자아이 교육, 직장 내 성 평등 문제 등 9가지 문제에 대해 저자가 20년간 들인 노력을 담은 것으로, 선의와 희망으로 세상을 돕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지금까지 계산되지 않았던 수치와 데이터로 실제로 세계를 바꾸는 여정을 담고 있다. 세계의 절반이 왜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깊은 통찰을 얻은 저자의 이야기, 그리고 저자가 만들어낸 세계 변화의 흐름을 살펴보며 인류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하나의 진실, ‘여성의 삶이 달라져야 세상이 바뀐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여성의 권한 강화와 사회의 부 및 건강 사이의 연결성을 깨달은 저자는 이 책의 각 장에서 다루는 것처럼 산모와 신생아 건강, 가족계획, 여자아이 교육, 무급 노동 문제, 조혼, 여성 농업 종사자, 여성의 직장 문화, 성 노동자 문제를 9가지 세부 사안으로 지정하고 사업을 추진했고, 여성의 권한 강화를 가로막는 각종 제약이야말로 그동안 세계를 빈곤과 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던 원인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서 거의 논의되지 않는 것들, 전통, 관습, 금기로 여겨져서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위협받던 것들을 부술 때 세상은 변화한다고 지적하면서, 남성들을 포함한 인류를 위해서 여성의 삶이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프롤로그 11

1장 중요한 생각이 떠오르다 17
2장 어머니에게 힘을 나누어 줄 때 변하는 것들 : 산모와 신생아 건강 51
3장 좋은 것이라면 뭐든 너에게 주고 싶다 : 가족계획 87
4장 고개를 들고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때 : 여자아이 교육 135
5장 집안의 보이지 않는 손을 위하여 : 무급 노동 173
6장 누구든 스스로 운명을 정할 권리가 있다 : 조혼 223
7장 보이지만 보지 않았던 것들 :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들 257
8장 당신 앞의 모든 벽이 문이 될 수 있다면 : 직장 여성 291
9장 가장 고통스러운 곳을 향하여 : 함께하는 삶 347

에필로그 381
감사의 말 385

독자들이 지원할 수 있는 단체들 390
본문 맛보기

누구나 한번쯤 비행기 좌석에 앉아 긴 활주 끝에 있을 이륙의 순간을 초조하게 기다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때, 이륙 직전 비행기가 내달을 때면 나는 아이들에게 “바퀴다, 바퀴, 바퀴”라고 말하고, 비행기가 떠오르는 순간에는 “날개다!”라고 말하곤 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자 나를 따라 하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다 같이 그 의식을 치렀다. 이따금 예상보다 더 여러 번 “바퀴다, 바퀴, 바퀴”라는 말을 해야 할 때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륙하는 데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도대체 왜 그렇게 오래 걸릴 때가 있는 걸까? 어떤 때는 왜 또 빠르게 되는 걸까? 위로 밀어 올리는 힘이 아래로 끌어내리는 힘을 압도해서 우리가 땅에서 떠오르는 시점, 소위 티핑 포인트를 지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남편 빌과 공동으로 재단을 설립하고 20년 동안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나는 이런 의문들을 품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고양의 순간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여성을 끌어올릴 때 인류 전체가 끌어올려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고양의 순간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그들이 여성들을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때로는 여성들을 끌어내리지만 않아도 여성들을 끌어올리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본문12~13쪽

1장 중요한 생각이 떠오르다
나이로비의 코로고초는 광대하지만 더없이 가난한 지역이다. 그곳에서 청바지 천 조각을 잇대어 만든 배낭을 만들어 파는 젊은 어머니 메리(Mary)를 만났다. 초대를 받아 집에 방문했을 때 메리는 바느질을 하면서 어린 두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메리는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피임약을 복용했다. 남편도 그 결정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자 메리가 대답했다. “남편도 먹고살기 힘들다는 걸 알죠.”
어떤 목적으로 떠난 출장에서든 피임약의 필요성을 더 많이 듣고 보기 시작했다. 모든 어머니가 아이를 잃어 본 경험이 있고, 모든 사람이 출산 중에 죽은 여성을 한 명 쯤 알고 있는 그런 지역들을 방문했다. 이미 있는 아이들도 제대로 돌보기 힘들어서 더 이상 임신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수많은 여성들을 만났다. 피임약 이야기를 하러 간 것이 아님에도 그들이 계속해서 피임약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가 데이터로 알고 있던 것을 실제 삶에서 경험하고 있었다. -본문 35쪽

2장 어머니에게 힘을 나누어 줄 때 변하는 것들: 산모와 신생아 건강
현재 약 7억 5000만의 사람이 극빈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1990년의 18억 5000만 명에서 많이 줄어든 수치다. 정책 입안자들은 극빈 상태에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하루에 1.9달러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라 이해한다. 그러나 이 숫자들은 그들의 삶이 얼마나 절박한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극빈이라는 것은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 해도 그 덫에서 헤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절대 벗어날 수 없으며 노력은 무의미하다. 그들은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버려졌기 때문이다. 한스는 이러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내게 가르침을 주었다.
우리의 우정이 지속되는 동안 한스는 늘 이렇게 말했다. “멜린다, 세상 가장자리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 곁으로 가세요.” 그래서 나는 우리가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삶을 보려고 노력했다. 한번은 한스에게 재단을 설립하고 처음으로 떠났던 출장 이야기를 들려줬다. 내가 만약 그런 일상을 살아야 했다면 벌써 무너지고 말았을 것임을 알기에 출장에서 돌아올 때 그곳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큰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말해 주었다. -본문 56~57쪽

2장 어머니에게 힘을 나누어 줄 때 변하는 것들: 산모와 신생아 건강
누군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고 있는 건강관리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문제는 당연히 전달에 있다. 의약품, 의료 서비스, 숙련된 도우미가 그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빈곤의 의미다. 그들은 사회 주변부에서 소외된 삶을 산다. 그들은 인류가 이미 해결 방법을 알고 있는 문제에서도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에게 해결책을 전달할 방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 빈곤이 미치는 영향과 맞서 싸운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적인 관점에서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온다. 과학이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혁신이기 때문이다. 그 수혜에서 누구도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내가 마음속에 항상 간직하고 있는 교훈이다. 가난은 장벽의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는 그 장벽을 돌아가거나 부숴 버리고 해결책을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현장의 일을 알면 알수록, 전달에도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전달의 어려움을 통해 가난의 원인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사람들이 빈곤한 이유를 알게 된다. 장벽이 무엇인지 굳이 추측할 필요도 없다. 도움을 전달하려는 순간 장벽들에 부딪히게 될 테니 말이다. -본문 80쪽

3장 좋은 것이라면 뭐든 너에게 주고 싶다: 가족계획
미나에게 프로그램이 도움 되었는지 묻자 그는 진심을 담아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병원에서 출산을 하는 것이 자신과 아기 모두에게 더 안전하다고 느꼈고, 출산 당일부터 수유를 시작한 덕분에 아이와 즉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미나는 매우 활기가 넘쳤고 적극적이었다.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그를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질문을 이어 나갔다. “아이를 더 가지고 싶은가요?” 순간 내가 소리라도 질렀나 싶었다. 미나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어색하리만치 긴 시간 동안 말이 없었다. 내가 무례한 말을 한 걸까, 아니면 통역사가 말을 잘못 옮긴 걸까? 미나가 계속 바닥을 보고 있었기에 걱정이 됐다. 이윽고 그가 고개를 들더니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사실은 싫어요. 더 이상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아주 가난합니다. 남편이 힘들게 일해도 찢어지게 가난할 뿐이에요. 앞으로 이 아이를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요. 사실, 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아무런 희망이 없어요.” (...) “아이의 미래에 대해 갖고 있는 유일한 희망은, 당신이 이 아이를 당신 집으로 데려가는 겁니다.” 미나는 자신의 무릎에 앉아 있던 두 살배기 아들의 머리에 손을 올리더니 말했다. “제발 이 아이를 함께 데려가 주세요.”-본문 90~91쪽

4장 고개를 들고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때: 여자아이 교육
“아이들이 여기 오면 항상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 눈을 치켜뜨게 하는 것이 큰일이지요.” 그날 만난 여자아이들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내 눈을 정면으로 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예의 바르고, 호기심 많고, 눈이 반짝반짝하고, 자신감이 있었다. 좀 건방지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 아이는 내가 빌 게이츠와 결혼했다는 말을 듣고는 지금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수다 수녀와 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텅 빈 주머니를 뒤집어 보여 주었다. 프레르나 여자아이들은 모두 영어, 수학, 음악, 컴퓨터 같은 평범한 과목들을 듣는다. 그러나 수다 수녀는 또한 특별한 교과과정도 제공한다. 그가 무사하르 공동체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들에게 가르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수다 수녀는 모든 여자아이가 자신의 권리를 알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공부할 권리, 놀 권리, 자유롭게 걸어 다닐 권리, 안전할 권리,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는 걸 스스로 알게 하려는 것이다.
아이들은 평생 자신들은 천민 중에서도 가장 낮은 천민이라는 말을 들어 왔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자신의 능력을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데 써야 합니다”라고 배운다. -본문 167~168쪽

5장 집 안의 보이지 않는 손을 위하여: 무급노동
어느 날 아침 우리 재단 인도 지부의 지부장인 아쇼크 알렉산더Ashok Alexander가 보건요원들과 함께 참파의 집을 방문했다. 참파의 두 살배기 딸 라니Rani가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참이었다. 아이는 곧바로 치료해 주지 않으면 금세 사망할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손님들이 도착하자 참파는 한쪽 팔에 아이를 안고 팔루로 얼굴을 가린 채 집에서 나왔다. 팔루는 보수적인 힌두교 사회에서 여성들 대부분이 남성들과의 접촉을 제한하기 위해 입는 옷이다. 라니는 일반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 상태였기에 특별한 처치가 필요했다. 라니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역 영양실조 치료센터에 가는 것이었다. 거기 갈 수만 있다면 아이는 몇 주 안에 건강을 회복할 것이다. 그러나 치료센터는 버스로 두 시간 거리에 있었고 일단 센터에 들어가면 라니와 참파는 그곳에서 2주 동안 머물러야 했다. 그 설명을 듣고는 참파의 시아버지는 말했다. “그럴 수 없소. 여기 남아서 가족들에게 음식을 해 줘야 하니까.”
참파는 여성 보건요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에도 계속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시아버지에게 저항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자기 아이의 목숨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조차 그랬다. -본문 175~176쪽

6장 누구든 스스로 운명을 정할 권리가 있다
또 다른 여성은 자신이 그 전통에서 했던 역할에 대해 말하는 내내 울었다. 그녀는 머리에 두른 천을 가져다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이야기하는 내내 그렇게 눈물을 훔쳤다.
“내가 직접 잘라 내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깊게 관여했습니다. 성기를 잘라 내는 사람은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없지요. 나는 그동안 아이들을 붙잡고 있었어요. 너무 끔찍한 일이라 아이를 세게 누르고 있어야 했습니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고 소리를 쳤습니다. 아이들이 도망쳤다 잡혀서 돌아온 뒤에도 나는 아이들을 붙잡고 있어야 했었습니다. 정말 무시무시한 장면들이었어요. 이제 우리는 그만두었습니다. 그만두었을 때 가족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나는 그만두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여자아이들이 죽고 피를 흘리고 있었으니까요.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나는 그것을 그만두었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모든 사람들 앞에서요.”
그 모든 이야기들을 듣고 호텔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본문 249~250쪽

7장 보이지만 보지 않았던 것들: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들
남성 지배적인 종교에 각인된 여성에 대한 경멸이 여성을 억압하는 법과 관습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이는 놀랍거나 새로운 일이 아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은 아마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선입견일 것이며, 종교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제도일 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에 비해 가장 느리게, 그야말로 마지못해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종교가 다른 영역에 비해 편견과 사각지대를 더욱 오래 붙잡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믿는 종교가 오늘날까지도 피임약을 금지하는 것은 더 큰 문제, 즉 여성 사제 금지에서 나오는 작은 결과일 뿐이다. 가톨릭교회에 여성 사제, 여성 주교, 추기경, 교황이 있었더라면 교회에서 피임약을 금지하는 현행 규정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에 대한 공감이 이런 규정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미혼 남성인 성직자들에게 결혼을 하거나, 여성이거나, 아이를 양육할 경우 갖게 되는 여성과 가족에 대한 공감을 기대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해가 되는 법률들을 만든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법률을 만드는 권한이 있다면 부담을 ‘다른 사람들’에게 지우고 싶은 유혹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이 법을 만드는 동안 옆에 앉아 있을 경우, 또 여러분과 함께 법을 만들 경우 사회가 평등을 지지할 확률이 높아지는 건 그 때문이다. -본문 287~288쪽

8장 당신 앞의 모든 벽이 문이 될 수 있다면: 직장 여성
내 직장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중 하나는 내가 딱 한 번 만나 봤던 여성이다. 듀크대학교 졸업을 앞둔 마지막 봄 방학에 나는 비행기를 타고 부모님이 계시는 댈러스로 가서 IBM을 방문했다. 대학과 대학원 재학 시절에 여름 방학을 이용해 여러 차례 일했던 곳이었다. 내가 IBM 상근직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상사가 될 여성과 약속이 잡혀 있었다.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 여성은 나를 따뜻하게 맞아 주고는 사무실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다. 몇 분 동안 으레 하는 예의 섞인 대화가 오간 뒤에 그는 내게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느냐고 물었다. “사실, 면접 예정인 곳이 한 곳 더 있습니다. 시애틀에 있는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예요.” 이렇게 대답하는데 생각보다 꽤 긴장이 되었다. 그가 혹시 어느 회사인지 말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나는 마이크로소프트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내가 그래도 IBM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는데, 그가 내 말을 자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자리 제안을 받았다면 그걸 받아들이세요.”
정신이 멍했다. IBM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다니? 곧바로 나는 이렇게 물었다. “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곳은 발전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IBM도 물론 훌륭한 회사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당신에게 내가 생각하는 재능이 있다면, 그곳에서 여성으로서 혜성처럼 부상할 기회를 잡을 겁니다. 내가 만약 당신이라면, 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제안을 받아들일 겁니다.”-본문 294~295쪽

9장 가장 고통스러운 곳을 향하여: 함께하는 삶
당시 방문에서 빌과 함께 성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때 모습을 찍은 사진이 재단 사무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걸려 있다. 빌과 나는 둥글게 둘러앉은 사람들 사이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고 모임이 시작됐을 때 한 여성에게 물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가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또 다른 여성이 자기가 어떻게 성 노동자가 되었는지를 털어놓았다. 세 번째 여성은 방 전체를 침묵에 빠뜨린 사연을 들려주었다. 정적을 깨는 것은 흐느끼는 소리뿐이었다. 그는 슬하에 딸을 하나 두었는데 남편은 같이 살지 않았고, 돈을 벌려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성 노동자가 되었다. 딸에게 보다 나은 삶을 만들어 주기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있었다. 다행히 딸은 친구도 많고 학교에서 공부도 잘했다. 그렇지만 딸이 나이를 좀 더 먹으면 엄마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알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두려워했던 일이 일어났다. 딸의 학교 친구 중 하나가 학교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아이의 어머니가 성 노동자라는 사실을 퍼뜨렸던 것이다. 친구들은 가장 잔인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딸을 놀려 대기 시작했다. 며칠 뒤에 어머니는 집에 들어갔다가 목을 매 죽어 있는 딸을 발견했다. 빌을 흘끗 쳐다봤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도 그랬고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랬다. -본문 364~365쪽

부와 빈곤, 질병과 생존, 계급과 불평등, 무지와 교육
바뀔 듯 바뀌지 않는 세상의 ‘균형’을 찾아가는 20여 년의 여정

세계 부자 순위 1위의 ‘아내’에서 세계 최대 자선단체의 ‘공동의장’으로 변신한 멜린다 게이츠의 첫 번째 에세이다. 1993년 빌 게이츠와 약혼 여행으로 떠난 아프리카에서 그녀는 비통한 빈곤의 현장을 마주 한다. 그 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퇴사한 후 가정주부로 살고 있던 1997년, 신문에서 아프리카의 빈곤과 질병 문제를 다룬 기사를 읽은 그녀는 ‘어째서 세계의 빈곤은 사라지지 않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전 세계의 과학자들과 행동가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2000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멜린다의 행보는 명예를 위해 재단을 세우고 책상 앞에서 자선을 실천했던 기존 부자들과 완전히 다르다. 그녀는 남편 빌 게이츠와 함께 350억 달러(41조 7천억 원)을 기부하고 ‘진짜’ 빈곤과 질병 원인을 찾아 전 세계의 ‘현장’을 누빈다. 해당국이 제공하는 통계 숫자는 신뢰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재단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즉각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을 찾아낸다. 이 책은 그렇게 찾아낸 세계 빈곤 퇴치의 핵심인 가족계획, 무급노동, 조혼, 여자아이 교육, 직장 내 성 평등 문제 등 9가지 문제에 대해 그녀가 20년간 들인 노력이 들어 있다. 선의와 희망으로 세상을 돕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지금까지 계산되지 않았던 수치와 데이터로 실제로 세계를 바꾸는 담대한 여정이 펼쳐진다.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전 세계 32개국 출간 계약
버락 오바마, 말랄라 유사프자이, 엠마 왓슨, 브레네 브라운 추천!

세계 부자 순위 1위의 ‘아내’에서 세계 최대 자선단체의 ‘공동의장’으로 성장한
멜린다 게이츠의 첫 번째 에세이

6년간의 사내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한 빌과 멜린다는 1993년 약혼을 기념해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멜린다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 장면을 하나 목격한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아이를 안고 업고, 장작더미까지 머리에 이고 있는 한 어머니의 모습. 먼 길을 걸어온 것이 분명한 그녀 주위에는 신발도 신고, 짐도 들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며 노닥거리는 남자들이 있었다. 어떤 마을을 지나든 똑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것을 보고 멜린다는 의문을 품었다. ‘왜 그들의 삶은 이런 모습일 수밖에 없는가?’
그로부터 3년 뒤, 첫아이의 출산을 앞둔 멜린다는 10년간 일한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어머니로서 가정에 충실하고 싶었고, 입사 당시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그해 IBM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면서 수입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멜린다는 회사로 다시 돌아올 생각도, 유명해질 만한 어떤 활동도 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빌 게이츠가 회사에 전념하는 동안, 전업주부로 집안의 일들을 건사하고 싶었다. 기사 하나를 보기 전까지는 정말로 그럴 작정이었다.《뉴욕타임스》의 한 기사에서는 설사로 인해 개발 도상국가에서 수백만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누구도 죽지 않은 질병으로 여전히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멜린다는 의문을 품었다. ‘왜 그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것인가?’ 세계 최대 민간 자선단체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가족에 집중하겠다면서 집으로 돌아갔던 멜린다 게이츠가 재단 설립을 선언하며 세상에 다시 등장한 것은 2000년이다.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출범했을 때 사람들은 세계 1위 부자의 아내가 명예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이름을 나란히 올려놓은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후에 멜린다의 멘토이자 진정한 친구가 된《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 역시 ‘돈을 주는 미국 억만장자들이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지!’라고 생각하며 재단 초기의 그녀를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멜린다는 세계의 빈곤, 질병, 불평등의 원인을 연구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향, 적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재단의 공동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책은 멜린다 게이츠가 재단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순간부터 실제로 세상을 변화시키기까지 20여 년간의 여정과 게이츠의 아내로서, 세 자녀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한 명의 여성으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담담한 고백이 담긴 에세이다.

세계를 ‘빈곤과 질병’ ‘계급과 불평등’에서 구해낼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피임약이다
멜린다가 첫 번째로 추진한 대규모의 투자는 어린이 ‘백신 사업’에 이루어졌다. 그녀를 재단 설립으로 이끈 주제였으니 당연한 귀결이었다. 백신 사업 시찰 차 아프리카 말라위를 방문했을 때 그녀는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선 줄을 보았다. 아이에게 백신을 맞추기 위해 약 20km를 걸어와 줄을 서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멜린다는 벅찬 마음으로 줄 중간에 서 있는 한 어머니에게 물었다. “이 예쁜 아이에게 주사를 맞히러 오신 건가요?” 그러자 어머니는 멜린다에게 되물었다. “내 주사는요? 내가 왜 주사를 맞으려고 이렇게 더운 날 20km를 걸어와야 하나요?” 그가 말하는 것은 예방주사가 아니었다. 데포프로베라(Depo-Provera), 임신을 하지 않게 장기간 약효가 지속되는 피임약을 말하는 것이었다.(34쪽)
말라위, 니제르, 나이로비, 인도 등 질병과 빈곤이 극심한 곳, 특히 영아 사망률이 가장 높은 곳을 방문할 때마다 멜린다는 여지없이 피임약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수많은 어머니와 마주했다. 그리고 그들의 삶, 그곳의 현실, 각종 통계와 연구 자료를 들여다본 끝에 멜린다는 ‘피임약 배포’와 ‘가족계획’이야말로 빈곤을 종식시키는 가장 혁신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재단의 최우선순위 사업으로 지정한다.
대체 빈곤과 피임약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가족계획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관점만 달리하면, 이해는 어렵지 않다. 여성들이 터울을 조절하며 임신할 수 있게 되면 자신의 교육 수준을 높이고, 돈을 벌고,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다. 아이 양육에 필요한 음식과 보살핌, 그리고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시간적, 금전적 여유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서 잠재력을 끌어내면 그들은 가난에서 벗어난다. 실제로 과거 50년 동안 피임약 사용을 확대하지 않고 가난에서 탈피한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간단히 말해, ‘여성의 권한이 강화되면 인류는 번영한다.’ 멜린다는 이것이 과거 20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자신이 얻은 통찰인 동시에 그동안 사람들이 놓치고 있었던 중대한 아이디어였다고 밝힌다.

인류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하나의 진실
‘여성의 삶이 달라져야 세상이 바뀐다’
사실 ‘여성의 권한이 강화되면 인류는 번영한다’는 매우 보편적이고 단순한 원리에 토대를 두고 있다. ‘배제되어 있던 집단을 포함시킬 때,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것. 실제로 여성을 포함시키고 지위를 높이는 일은 건강한 사회 지표들과 직결된다. 교육 수준, 고용률, 경제 성장률은 올라가고, 십 대 출산률, 가정폭력 피해, 범죄율은 낮아진다. 여성의 권리는 사회의 부 및 건강과 정비례 관계에 있다.
‘여성의 권한 강화’와 ‘사회의 부 및 건강’ 사이의 연결성을 깨달은 멜린다는 이 책의 각 장에서 다루는 것처럼 산모와 신생아 건강, 가족계획, 여자아이 교육, 무급 노동 문제, 조혼, 여성 농업 종사자, 여성의 직장 문화, 성 노동자 문제를 9가지 세부 사안으로 지정하고 사업을 추진한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 규모로 이 급진적인 사안을 추진하려는 그녀 앞에는 문화적, 경제적, 법적, 그리고 종교적 제약들이 산재해 있었다. 교황청에서는 가톨릭 신자인 그녀가 ‘길을 잃었고’ ‘허위 정보와 잘못된 방법으로’ 기부를 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111~115쪽).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 즉 재단 사업의 핵심 지역인 남아시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여성 차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세상 어떤 곳에서든 재단이 사업을 시작하려고만 하면 전통과 관습을 앞세워 활동을 저지했다. 심지어 미국조차 여성을 배제하는 법이 존재했다(283~284쪽). 마치 모두가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며, 문제가 아니라고 외쳐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멜린다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현장에 가서 상황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전략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한 가지 통찰을 얻는다. 문제의 핵심에 다가갈 때 부딪히는 그 장벽, 여성의 권한 강화를 가로막는 각종 제약이야말로 그동안 세계를 빈곤과 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던 원인이란 것을 말이다. 멜린다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서 거의 논의되지 않는 것들, 전통, 관습, 금기로 여겨져서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위협받던 것들을 부술 때 세상은 변화한다고 지적한다. 즉 벽이 곧 문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그 제약들과 어떤 방법으로 싸울 것인가? 전통과 관습을 들이대는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눈앞의 벽을 어떻게 문으로 만들어 열 수 있을 것인가? 멜린다는 그 해답 또한 찾아냈다.

“가장 가슴 아프게 하는 곳으로 들어가라”
현장에 직접 들어가 해결책을 찾아내는 멜린다만의 방식
세네갈의 여자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 성기를 절단당한다(3~5세). 성기를 절단한 아이 상당수가 조혼을 하고(10세 전후), 강제로 결혼당한 어린 신부에게 주어지는 노동, 임신, 출산 부담은 가정 폭력과 죽음이라는 비참한 결과로 이어진다. 수십 년간 외부 사람들이 이런 관습을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모두가 실패했다. 단 하나의 단체가 성공하기 전까지 말이다. 세네갈에서 조혼을 근절시킨 단체 토스탄(Tostan)은 사회 변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했다. 이 단체는 마을 사람에게 관습이 틀렸다고 비판하지 않았다. 이들은 현지 언어에 능통하고 전문 훈련을 받은 조력자를 마을로 파견했고, 3년간 함께 생활하면서 ‘여성의 권리’ ‘성 평등’ ‘남녀의 건강관리’에 대해 토론했다. 이 과정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전통’이라고 부르는 ‘성기 절단’과 ‘조혼’이 ‘가족’과 ‘행복’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그것을 중단했다. 실제 이 방법을 통해 토스탄이 활동하는 세네갈의 8500개 지역에서 조혼 금지를 선언했고, 8개 국가 300만 명이 여성 성기 절단 관습을 중단했다고 밝혔다(241~247쪽).
멜린다는 이러한 방식으로 성공한 단체들에서 착안해 재단 사업을 추진하는 원칙을 정했다. 첫째, 문제가 있는 해당 지역에 들어감으로써 그 사안에 대해 배운다. 어떤 곳은 연구 자료만으로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기에 자신이 직접 가거나, 재단 직원, 현지 거주 조사원(Resident Enumerator)을 파견해 반드시 실사한다(116쪽). 둘째, 현지에서 돌아와서 자료를 연구하고, 전문가, 활동가들과 논의한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양질의 데이터’다. “측정이 없으면 노력도 없다”는 멜린다의 말처럼 문제가 있는 지역들은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해당국이 수치를 부풀리거나 줄이기 때문이다. 셋째,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내부 활동가 혹은 현지 단체에 자금을 지원한다. 이렇게 하면 서구식 교육을 받은 ‘돈 많은 외부인’이 빠질 수 있는 사각지대와 편견으로부터 현지인들을 보호할 수 있다(250~256쪽).
그래서 멜린다의 이야기는 늘 현장에서, 사람 사이에서 시작된다. 열 명의 아이를 낳고 그중 넷을 잃은 니제르의 한 어머니 옆에서, 10살에 강제 결혼을 당한 뒤 가정 폭력으로 삶이 망가진 에티오피아의 여자아이 옆에서, 아이를 위해 성 노동자로 일했다가 아이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자살했다고 이야기하는 인도의 어머니 옆에 멜린다가 있다.

“엄마가 주방을 떠날 때까지 아무도 못 나가”
멜린다 게이츠란 ‘여자’가 부딪혀 온 세상의 장벽들
재단 설립 이전, 보통의 엄마와 같이 세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갔던 멜린다의 일상은 2000년 재단 설립이후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 자리로, 해당국 정부 관계자, 국제기구, 협력 단체와 관련 기업들과의 미팅으로 채워졌다. 선구적인 보건학 교수 한스 로슬링(53쪽)과 노벨 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153쪽), 레이마 그보위(368쪽), 지미 카터(213쪽)를 만나며 아이디어와 깊은 감명을 얻었다. 그러나 멜린다는 이렇게 세계 최대 민간 자선단체의 공동의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투명 인간’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빌 게이츠보다 재단 일을 훨씬 더 많이 하고 있는데도 언론에서는 ‘빌의 재단(Bill’s foundation)’이라는 표현을 썼다. 재단의 대표로 공개석상에서 발언을 해야 할 때 빌이 그 자리에 섰고, 재단의 실적과 미래의 비전을 발표하는 ‘연례 서한’ 또한 빌 혼자 작성했다. ‘여성의 삶이 달라져야 세상이 바뀐다’고 주장하며 여성의 권한 강화를 위해 애쓰는 그녀에게도 남편과 ‘평등한 파트너십’을 갖추지 못했다는 ‘속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집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빌 게이츠와 결혼하고 첫아이를 가졌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가파른 성장세였고, 육아는 전업주부인 멜린다의 몫이 되었다. 혼자서 분투하는 동안 그녀는 지독한 외로움과 자아의 위기를 견뎌내야 했다(188~200쪽). 어느 저녁, 식사를 끝내고 주방에 마지막으로 남아서 다섯 명 분의 설거지를 하고 있던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목소리를 내기로 결정한다. “엄마가 주방을 떠날 때까지 아무도 못 나가!” 그제서야 게이츠가(家)에도 가사 노동의 성 불균형 문제가 해결됐고,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빌과 멜린다는 집안에서의 ‘평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해냈다(217쪽). 그래서 재단 사업에서 불균형 문제에 부딪혔을 때도 그녀는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다. ‘이혼’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격렬한 싸움 끝에 연례 서한에 둘 모두의 이름을 올려놓았고(214~217쪽), 2006년 워런 버핏의 막대한 기부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 멜린다가 재단의 얼굴로 서서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연설했다.
멜린다가 이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은 나도 당신들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토로하거나 동정을 얻으려는 게 아니다. 그녀도 이 점을 경계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힌다(314~315쪽). 그녀가 자기 삶을 고백한 것은 첫째, 평등한 부부 관계를 쟁취하는 것은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를 바꿈으로써 해결 가능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할 때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고, 둘째, 본인의 삶에서조차 ‘성 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척하며 ‘여성의 권한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가짜’이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멜린다는 앞으로 10년간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를 여성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그녀가 말하는 ‘여성의 권한 강화’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남성에 맞서기 위해 여성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남성들을 포함한 인류를 위해서 여성의 삶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제 세계의 절반이 왜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깊은 깨달음과 통찰을 얻은 멜린다의 발걸음은, 그녀가 만들어낸 세계 변화의 흐름은 누구도 멈출 수 없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자선사업가, 기업가, 그리고 전 세계 여성과 소녀의 옹호자다.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공동의장으로서 재단의 방향성과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미국 내 여성과 가족들의 사회적 진출을 지원하는 투자 및 인큐베이션 기업 피보탈벤처스(Pivotal Ventures)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태어나, 듀크대학교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뒤 듀크대학교 후쿠아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졸업 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하여 10년간 멀티미디어 제품 개발 업무를 담당하다가, 가족과 자선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2000년 남편과 함께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을 설립하면서 세상에 다시 등장했다.
현재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남편 빌 게이츠 그리고 젠, 로리, 피비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미국 400년 계급사》 《해적국가》 《오로지 일본의 맛》 《반지성주의》 《폼페이,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 《주키퍼스 와이프》 《역사가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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