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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이현미 지음 | 김시은 그림
부키

2018년 08월 06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07월 20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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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7.97MB)
ISBN 9788960516472
쪽수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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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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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움으로써 다시 만난 세상, 그 시간에 대하여
‘비혼’ ‘비출산’을 다짐했던 여자가 아이를 낳았다. ‘엄마가 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는데, 정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아이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주고 즐거움을 알려줬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육아와 살림이라는 과제가 여자를 짓눌렀다.
엄마, 며느리, 아내, 직장인 역할까지 하느라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았고, 누구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여자는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라는 인간이 다시 보였고, 나를 둘러싼 ‘사회’의 문제가 뚜렷하게 보였다.
이 책은 현재 30대를 살고 있는 ‘보통 엄마’의 흔한 일상을 그린 에세이다. 그런 동시에 결혼으로 ‘여자의 현실’에 직면한 30대 기혼 여성의 인생 현장 보고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는 왜 아이를 낳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해 1부 엄마(모성신화), 2부 나(성장과정, 가정환경), 3부 아이(양육 태도, 육아 고충), 4부 고양이(육아와 육묘), 5부 남자(성역할, 가부장제), 6부 세상(맘충, 노키즈존, 약자 배려)으로 질문과 고민을 확장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공감과 위로의 언어’, ‘해소와 자유의 언어’가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아이를 낳으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 ‘너만 그런 것이 아니야’라는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2016-2017년 《세계일보》연재 당시 여성가족부 양성평등미디어상을 받았다.
프롤로그 :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세상의 이야기
1. 엄마 : 처음 만나는 ‘미지의 세계’
우리는 왜 아이를 낳는가 17
고민 없이 엄마가 된다는 것 25
내 아이도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한다면 35
전혜린은 왜 그랬을까 42
아이에겐 부모가 곧 우주 51
이제 엄마는 너에게 미안하지 않아 62

2. 나: 아이를 키우자 과거의 ‘내’가 찾아왔다
다시 성장을 시작했습니다 75
비디오 가겟집 딸, 이현미 83
이런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92
착한 딸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던 날 100
나를 울게 한 문화자본 116
수학을 왜 배우느냐고 묻는 너에게 129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141
엄마도 게임 중독이었어 150

3. 아이: 가장 고독하고, 가장 찬란한 순간을 선물한 너
육아,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외로움 163
알 수 없는 죄책감의 근원을 찾아서 171
이런 더위는 평생 겪어 본 적이 없습니다 179
‘육아로 힘든 것도 한때’라는 말 187
세상에서 가장 극한 직업, 전업주부 194

4. 고양이 : 인생의 의미를 가르쳐 준 시간들
육아육묘, 털과의 전쟁 205
인생을 바꾼, 냥줍 사건 215
첫 고양이가 알려 준 비밀 224
임신부가 ‘고양이 기생충’에 대처하는 방법 233
아픈 너를 보며 돈 생각을 해야 하다니 241

5. 남자: 짐을 나누지 않으면 행복도 나눌 수 없다
아빠도 처음이야 253
워킹맘은 퇴근 후에 집으로 출근합니다 261
21세기에도 아들은 울면 안 된다니 270
둘째 아들 말고 남편이 되어 줘 279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285

6. 세상: 이 땅에서 여자로, 엄마로, 약자로 산다는 것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 295
한국의 산후조리 문화는 진짜 유별난 걸까 301
여자는 부엌 안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309
개는 되도 아기는 안 된다는 ‘노키즈존’ 320
외톨이 육아의 시대를 끝내려면 328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
이런 물음을 엄마들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엄마, 아이에게 모든 걸 다 해 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적절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다.
학령기 자녀를 둔 소꿉친구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친구는 같은 반 아이가 자신을 몇 번이나 모함했는데도 그 아이와 계속해서 놀고 싶어 하는 아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숙고 끝에 친구가 굳힌 결심은 더 높은 경지의 마음가짐이었다. 친구는 조금 편안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전처럼 스트레스받지 않기로 했어. 아이 인생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이 애의 인생이잖아. 지켜보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조언을 해 주는 엄마가 될래.”-〈고민 없이 엄마가 된다는 것(본문 33쪽)〉

나에게 삶은 견뎌야 하는 과정이었다. 가족 관계는 썩은 나무 같았다. 도려내고 싶지만 뿌리가 뽑히면 살아갈 수가 없었다. 버릴 수가 없었다. 엄마의 하소연에 매여 살던 어느 날 ‘나도 나만의 일을 생각하며 자유롭고 싶어’라는 생각을 했다.
서른 이후 머리가 굵어지면서부터는 이럴 줄은 몰랐는데 엄마에게도 반감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도 미안해했다. 결혼 이후에는 과거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냈다. 하지만 육아는 성장 과정의 상처를 마주하는 과정이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 자녀 양육에 영향을 미친다. 대개 두 가지 형태다. ‘부모님처럼 하지 말아야지’라며 극심한 강박증으로 자신을 검열해 무리하게 버티는 경우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똑같이 되풀이하며 자신을 혐오하고 자학하는 경우다.-〈다시 성장을 시작했습니다(본문 77-78쪽)〉

자녀 교육과 관련된 어떤 글에서 “아이가 있는 데서 부모가 브렉시트나 양적완화 같은 사회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라”는 조언을 본 적 있는데 이 역시 문화자본과 관련된 말이다. 브렉시트에 대해 처음 들은 아이는 ‘?미(그게 뭐임)?’라며 흘려버리겠지만 그런 대화가 오가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훗날 해당 용어를 다시 접했을 때 그 의미와 맥락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배움을 세상에 대한 이해 과정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이전까지의 나는 세상 사람들을 수직으로 세우고 그 안에서 나의 좌표를 찍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문화자본에 대해 배운 뒤로는 계층화된 사회구조와 그 안에서의 나의 위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지, 배움을 지속하려는 의지, 배움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의지 등 계층에 따라 결과뿐 아니라 의지를 품을 가능성이 달라지는 사회에 살고 있었다.-〈나를 울게 한 문화자본(본문 127-128쪽)〉

모유 수유는 이제 지난 일이고 그냥 안 한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고통을 겪다가 중단한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죄책감을 털어 버리자.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늘 함께 있어 주는 엄마’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 한 내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다. 늘 함께 있지 못하는 대신 나는 아이의 말을 인내심 있게 잘 들어 주고 반응하는 엄마가 되겠다. TV 좀 보여 주면 어때? 온종일 보여 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괜찮은 엄마야……. 엄마로서 나를 칭찬해 주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발에 차고 있던 보이지 않는 쇠고랑을 벗은 느낌이었다. 홀가분했다. 늘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들에게 나는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조금 더 자기편이어도 된다고. 조금 더 자신을 챙겨도 된다고.-〈알 수 없는 죄책감의 근원을 찾아서(본문 178쪽)〉

당시 나의 문제 중 하나는 배출구가 없다는 것이었다. 집에만 있다 보니 작은 일을 곱씹으며 울화를 키울 때가 많았다.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가 종류도 더 많고 상황이 엄중할 때도 있지만 해소와 배출이 안 된다는 점에서 전업주부로서의 스트레스가 더 감당하기 힘들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술을 마시면서 억눌린 마음을 잠시나마 풀 수 있었다. 일에 집중하며 잊어버릴 수도 있었다. 감정이 불타오를 때 잠시 다른 일을 하면 잊고 있었던 시간만큼 내면의 갈등이 사그라져 있었다.
하지만 집에만 있을 때는 스트레스가 뇌리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매일매일 해도 별로 표시 나지 않는 집안일로 는 성취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나의 역할은 있었지만 이 일이 나를 드러내 주지는 않았다. 계속 이렇게 지낸다면 나는 무엇을 통해 나를 찾아야 할까? 나를 잃고 엄마로서, 아내로서만 살아갈 수 있을까? 사회적 역할과 지위를 잃은 내가 열등감 없이 생활할 수 있을까? 자존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세상에서 가장 극한 직업, 전업주부(본문 198쪽)〉

수시로 울컥하는 마음, 낯설어진 세상, 여자의 현실을
설명하는 ‘엄마의 언어’
여자가 엄마가 되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일까? 인간의 위대함, 생명의 숭고함, 아기를 향한 본능적인 모성? 초보맘들의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는 이런 육아 후기가 올라온다.
“아이를 낳으니 세상이 달라졌어요.”
처음 엄마가 된 현미 씨 눈앞에도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아이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 주고 즐거움을 선사했다. ‘아이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잠든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 “아아 좋아”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돌봐줘야 하고, 사랑하고, 일평생 지근거리에 두고 지낼 존재를 만나면서 내면의 즐거움이 커졌다.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더욱 단단해졌다.
그러나 반대편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 어느 날부터 현미 씨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늘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아이와 함께 있다가 잠깐 졸을 때, 퇴근 후 파김치가 되어서 책 한 권조차 읽어 주지 못할 때면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명절날 시댁 부엌에서 놓여나지 못할 때, “남편한테 아침밥은 차려줘?”라고 사람들이 물을 때, 맞벌이를 해도 남녀 책임의 무게를 다른 것으로 간주할 때…. 울컥거리는 마음이 입가를 맴돌았다.
어느 날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울 리 없는데, 이토록 소중한 가족과 함께라면 일상이 좀 더 기껍고 행복해야 할 텐데…. 현미 씨는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답답함이 풀린 건 ‘모성 이데올로기’에 대해 알아 가면서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이 사회가 요구하는 모성 신화가 내면에 가득함을 깨달았다. 세 살까지 엄마가 아이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는 ‘3세 신화’부터 아이의 발달을 전부 엄마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 분위기에 나 역시 젖어 있었다.-본문 10쪽
우리 사이를 벌려 놓은 데는 가부장제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의 영향이 컸다. 정확히 말하면 가부장제 사회가 구분 지어 놓은 남녀의 고정된 성역할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남편의 의식 속에서 이러한 역할 구분은 더욱 강화됐다. 그는 바깥일은 남자, 집안일과 육아는 여자의 몫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연애를 5년이나 했지만 그가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미처 알지 못했다. “연애할 때 당신의 그런 가부장적인 면을 미리 알려 주지 그랬어?” 내 앞에 거대한 벽이 놓인 느낌이었다. 남편의 무의식에는 ‘능력 있는 아빠, 내조하는 엄마’의 그림이 있었다.-본문 286~287쪽

이 책이 이야기하는 건 현재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삶이다. 1980년대에 태어나 희미한 가부장제의 틈에서 사회적?경제적 성취를 위해 달려오다 결혼으로 ‘여자의 현실’을 알아버린 30대 기혼 여성의 흔한 일상. 하지만 그 일상 속에서 엄마들이 겪는 문제들의 뿌리는 한국이라는 곳에서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사회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으로 보이는 저자의 경험과 고민은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도약이기도 하다.

“이런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엄마가 되는 걸 두려워했던 딸, 진짜 ‘어른’이 되다
현미 씨가 느꼈던 ‘죄책감’의 근원에는 모성 신화뿐 아니라 ‘애가 나처럼 상처받고 자라면 어쩌나’라는 불안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서른 살 전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출산은 ‘영혼이 뒤바뀌어야 가능한’ 삶의 선택이었고, 아이는 언젠가 멸망할 지구에 후손을 남겨 고통을 겪게 하는 것이었다. 현미 씨가 비혼과 비출산을 다짐했던 배경에는 성장과정이 있었다. 어린 시절,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를 때마다 엄마는 ‘너만 없었어도…’라는 혼잣말을 했다. 아버지가 또다시 집 안을 뒤엎은 날, 동네 여인숙 방바닥에 누워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나는 왜 태어나서 엄마가 떠날 수 없게 발목을 잡고 있을까? 어른들은 왜 결혼을 해서 이토록 힘들게 사는 걸까? 이런 의문을 지닌 아이가 결혼과 출산에 비관적인 생각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의 태도는 타고난 성질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고통스러워한 시간의 결과물임을 성인이 되고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본문 22쪽

부모님의 관계가 안정되고 불쌍한 엄마에게서 한 발자국 물러날 수 있게 된 뒤에야 그녀는 연애를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독립을 이룬 뒤에는 성인이 된 자신을, 결혼을, 출산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단단한 어른이 됐다고 믿었는데, 어느 날 머릿속에 의문점 하나가 떠올라 가슴을 가득 채웠다. ‘우리 부모님은 나한테 왜 그랬을까?’
어린 시절의 상처는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 자녀 양육에 영향을 미친다. 대개 두 가지 형태다. ‘부모님처럼 하지 말뻬틴償贅?窄극심한 강박증으로 자신을 검열해 무리하게 버티는 경우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똑같이 되풀이하며 자학하는 경우다. 현미 씨는 첫 번째 부류였다. 아이가 유년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엄마는 강인해야 한다고, 감정을 아이에게 내색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점점 힘에 부쳤다. 나약함을 혐오하는 자신을 들여다보자 부모님과 화해하지 못한 어린 현미가 보였다. 아직 겪어야 할 성장통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더 이상 발톱을 세울 의지가 없는 곰이 됐고, 나약했던 엄마는 슈퍼파워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중년 여성이 됐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모습은 더 이상 없는데 나 혼자 아이를 키우며 예전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이 없었다면 지난 시간에 대한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손주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 주려 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꼬인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본문 80쪽.

육아는 유년의 상처와 마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면에 울고 있는 아이를 보듬게 되고, 그 상처와 화해하는 용기도 내게 된다. ‘아이를 낳아봐야 진짜 어른이 된다’는 말은 바로 이런 과정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엄마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현미 씨는 ‘너만 그런 것이 아니야’라고, ‘이런 나도 엄마가 되었다’면서 조심스레 손을 내민다.

“내 아이도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할까?” “고양이와 아기를 함께 키울 수 있을까?”
이 시대, 이 땅의 ‘보통 엄마’들이 하는 육아 고민들
육아휴직 기간 현미 씨의 또 다른 이름은 ‘털 치우는 노예’였다. 아이와 고양이 두 마리를 함께 키우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고양이가 아이를 할퀴면 어떻게 해?” “동물 털이 애한테 안 좋다던데”라며 우려를 표했고 시댁과 친정 어른들에게 고양이는 눈엣가시가 됐다. 아침저녁 집 안 곳곳을 청소기로 밀었는데도 아기 입술에 털이 끼어 나풀거릴 때면 “아아아, 또 털…….” 탄식이 절로 나왔다. 임신 중 의사에게 일명 ‘고양이 기생충’이라 불리는 ‘톡소플라스마’ 때문에 아기가 기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공포를 경험했다.
반려묘 인구가 374만 명을 넘어선 지금, ‘육아육묘’ 문제는 더 이상 특별한 집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기가 생기면 반려동물들은 건강 문제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파양과 유기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고양이와 아이를 함께 키우는 건 정말 위험한 행위인 걸까?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냥줍’을 했던 현미 씨는 육아 육묘의 공존을 위해서 고양이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인생의 의미도 얻는다.

비오는 날 고양이들과 함께 창밖을 응시할 때면 우리 모두에게 안식처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길에서의 삶을 힘들어했던 녀석들이 없었다면 그저 비 내리는 날로만 보였을 것이다. 우리가 만나기 전,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쉴 곳을 찾아 빗물 사이를 달렸을 녀석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지금의 모습에 안도감이 밀려온다. 그 안도감은 악다구니 쓸 일들이 생길 때면 ‘내게는 보금자리가 있고 가족이 있는데 왜 이렇게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라는 초연함을 불러온다.-본문 221쪽

먹고사는 문제를 때문에 아이는 낳았으니 그냥 키우는 시대도 아니고 사회가 다각화, 다변화된 만큼 요즘 엄마들의 육아고민 또한 다양해졌다. 현미 씨 또한 아이를 키우며 ‘자녀도 나와 같은 문화적 취향을 가질 수 있을까?’ ‘아이의 재능과 욕구를 어떻게 포착하고 존중해줄 수 있을까?’ ‘문화자본을 아이에게 물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가 수포자가 되지 않게 하려면?’ ‘아이가 게임에 빠졌을 때, 게임 중독자였던 내가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과정을 통해 육아 방향에 대한 실마리도 얻는다. 아프지 않고 성장하는 아이는 없다. 그리고 자신이 바라는 건 아이가 조금도 아프지 않은 삶이 아니라 여러 가지 모습의 삶을 단단하게 살아가는 것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란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출산 후 처음으로 부부와 아이만 남은 날이었다. 어른들 도움 없이 남편과 둘이 아이를 봐야 한다는 생각에 현미 씨는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서른 중반이나 됐지만 태어난 지 한 달 된 어린 생명은 너무나 조그맣고 연약해서, 책임지는 일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런데 시어머니를 터미널에 모셔다드린다며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았다. 나간 지 2시간이 넘어서야 전화선 너머로 들려오는 “친구를 만났어. 저녁 먹고 들어갈게”라는 남편의 말에 현미 씨의 눈에선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왜 나

작가정보

저자(글) 이현미

신문에 <이현미의 엄마도 처음이야>라는 연재 기사를 쓰기 전까지 나는 개인사를 그 어디에도 세세히 공개한 적 없다. 심지어 SNS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재를 하면서 말과 글 에 치유의 힘이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털어놓는 것만으로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았는데 감격스럽게도 많은 이의 응 원까지 받았다. 심리 상담, 자조 모임의 효과가 이런 것일까 싶을 정도의 큰 위로였다. 덕분에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힘 이 되길 바라며 내면 깊숙한 곳까지 드러낼 수 있었다.
여전히 부끄럽고 걱정스럽지만 이로써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성격으로 어떻게 기자가 됐느냐, 기자 일 을 어떻게 하냐 싶겠지만 사회의 많은 것을 비추기 위해서 는 세상일을 전달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다양해야 한다.
나는 더 낮은 곳에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을 만날 때면 항상 가슴이 먹먹하게 떨렸다. 2011년 《세계일보》 에 입사해 사회부, 문화부, 경제부, 국제부를 거쳐 현재 다시 사회부에 근무하고 있다.

그림/만화 김시은

부산에서 태어나 미술가의 꿈을 안고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현재는 미술기자로 일하고 있다. 신문사에서는 독자들이 기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림을 그리며, 작업실에서는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림책 구성 공부를 한다.
언젠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일상의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출간하길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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