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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빗소리

오세영 지음
천년의시작

2016년 11월 02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07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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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N ECN01112020800000730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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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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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시집 [가을 빗소리]. 시인의 시들은, 그 소재/주제가 시공간에 대한 철학적 체험, 식물(꽃과 나무)에 대한 기존 관점의 전복, 도시문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 등으로 다양하지만, 시가 관점을 발명하고 그 관점이 지배하는 장소에 우리를 초대하는 방식으로 인식적 가치를 생산해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실감할 수 있게 한다.
시인의 말

제1부
겨울 아침 13
심우도尋牛圖 14
붓은 사람일지니 15
허술 17
사막 18
수부水夫 2 20
사랑 22
페트병 23
나이가 몇 살? 25
통영에서 26
철새 27
악몽惡夢 29
수묵화水墨畵 31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33
발인發靷 34

제2부
파지破紙 39
과일 40
실수 41
호미 42
꽃밭 1 44
깃발 45
엘리베이터 46
성희性戱 47
종鐘 48
꽃밭 2 50
고전古典 52
성에 53
주민등록번호 54
택배宅配 55
다산多産 56

제3부
낭독朗讀 61
저울 62
십자가 무성茂盛 63
우화羽化 64
비닐하우스 65
유성流星 66
디아스포라 67
과속 68
엽서 69
바람의 우체국 70
지면紙面 71
천둥 벼락 2 72
넥타이 73
초경初經 74
송년送年 75

제4부
사막극四幕劇 79
온 산 개화開花 80
별밭 81
시간 82
피 한 방울 83
은하수 85
평등 86
사춘기 87
별들은 지상에 있다 88
가을 빗소리 90
짐승 91
소금 92
시는 연필로 쓸 수밖에 없다 93
축대築臺 94
별 96

해설
신형철 시의 인식적 가치에 대하여 98

가을 빗소리

한편의 교향악인가?
불어서, 두드려서, 튕겨서 혹은 비벼서
음音을 내는 악기들,
가을 밤 비 내리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피아노를 치는 담쟁이 잎새,
실로폰을 두드리는 방울꽃,
바이올린을 켜는 구절초,
트럼펫을 부는 나팔꽃,
북을 울리는 해바라기,
빛이 없는 밤에는 꽃들도 변신해 모두
악기가 된다.
비와 바람과 천둥이 함께 어우르는,
실은 신神이 지휘하는 자연의
대 오케스트라 연주演奏.
낮게 혹은 높게, 작게 혹은 크게
화음和音을 이루는 그 아늑한 선율이여.
일상의 소음에 지친 우리를
사르르 잠들게 하는 가을 비
그 빗소리여.

시작시인선 0210권. 19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오세영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오세영의 시를 읽을 때면 ‘시의 인식적 가치’에 대한 그의 집요한 확신과 열정을 볼 수 있다.
그 인식적 가치 중에서도 특히 ‘철학적’ 인식으로 분류될 것들에 몰두해왔다는 것이 시인 오세영의 특징이다. 첫 시집 『반란하는 빛』(현대시학사, 1970)은 20대의 진지한 방황의 소산이어서 암중모색의 수사학이 뻑뻑하지만, 10년 동안의 성숙 기간을 거쳐 발간한 두 번째 시집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문학사상사, 1982)부터는 이미 중년 이후 오세영 시의 일반적 특질로 정착되는 간결하고 중성적인 문장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감정을 자극하거나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이 금욕적 스타일은 시의 인식적 가치 그 자체에만 집중하도록 독자를 이끈다.
그의 시들은, 그 소재/주제가 시공간에 대한 철학적 체험, 식물(꽃과 나무)에 대한 기존 관점의 전복, 도시문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 등으로 다양하지만, 시가 관점을 발명하고 그 관점이 지배하는 장소에 우리를 초대하는 방식으로 인식적 가치를 생산해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실감할 수 있게 한다.
시가 인식적 가치를 가질 수 있고 또 가져야 한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옹호되어도 좋을 것이며, 오세영의 시들은 그 원형적 모델로서 공들여 검토될 가치가 있다.

추천사

이번 시집에서 우리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다채롭게 제공받기도 하지만 이제 노년의 나이에 이른 한 시인이 (심오한 철학자가 아니라) 고독한 유한자의 목소리로 진솔하게 털어놓는 말들에도 마음이 함께 덜컹거린다. 숱한 저술을 출간하며 칠십대 중반의 나이에 이른 노학자가 놀랍게도 “그 숱한 세상의 말씀은 아무 쓸모가 없어”라고 말할 때 나는 삶의 근본 문제와 정직하게 대면해온 사람의 겸손함에 고개가 숙여지고(「철새」), 시인이 “아가, 그만하면 잘했다.” 라는 말을 듣는 대목은 바로 그런 말을 듣고 싶다는 소망의 반영일 것인데 그런 절실한 위로가 필요한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를 알겠어서 덩달아 시큰해지는 것이며(「별-어머니」),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에 이르러 “마지막 줄타기 시험”을 각오하는 시인의 모습을 보면서는 저 마음의 고독한 준비를 과연 누가 대신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느라 숙연해진다(「악몽」).
―해설 중에서

작가의 말

앞에서 아른거리는 그것,
한 발짝 다가서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그것,
한 번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서 아직
무어라 이름을 지어주지 못한 그것을 붙잡으려고
나는 한 생애를 좇아 언어의 그물을 던졌다.
오오, 나의 하느님
그것은 끝내 환영幻影이었을까요?

내 서 있는 곳은 이제
황막한 사막.

2016년 초봄
안성의 농산재聾山齋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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