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에 새긴 이름
2015년 11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14년 07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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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N ECN01022020800000730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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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바다를 신어 본 적 있다 ― 9
새가 날아간 자리
아버지, 그 결핍과 과잉의 모순 ― 13
2월 ― 19
사과나무 ― 24
시(詩)를 찾아가는 시간(時間) 여행 ― 30
쭈뼛거리다 ― 39
편견 ― 42
웃음 ― 44
등단 무렵 ― 46
나는 이렇게 망했다 ― 49
새가 날아간 자리 ― 56
살아남은 자의 슬픔 ― 60
나는 후루꾸다 ― 64
꿈과 현실에서 자라는 나무 ― 72
대인기피증 ― 76
커피 생각 ― 80
나무 위에 새긴 이름
벌거숭이 임금님을 생각하다 ― 87
단상들 ― 91
유령의 앙갚음, 시의 앙갚음 ― 97
물의 근원적 질문 ― 104
이미지들과 싸우다 ― 115
돈키호테를 만난 적이 있다 ― 124
섬 ― 128
당신이 별자리 지도를 펼쳐 놓을 때 ― 131
내성(內省)을 견디는 붉은 손들 ― 138
개 ― 146
화엄사 기행 ― 152
나에게 쓰는 편지 ― 169
내가 읽는 나의 시 ― 174
산꿩이 우는 저녁
이은규 시인과의 대담 ― 181
허정 평론가와의 대담 ― 202
김참 시인과의 대담 ― 215
새가 날아간 자리
쌓인 눈 위에 다시 눈이 사나흘이나 내렸다. 먹이를 먹지 못한 참새들이 논둑 주변을 맴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뒷산에 올라가 힘 빠진 꿩이나 토끼를 잡으려고 종일 눈밭을 쏘다녔다. 나도 마침 논둑에서 참새 한 마리를 쫓고 있었다. 한 시간 가까이 여러 논을 뛰어넘으며 참새를 뒤쫓았다. 매운바람이 코끝에 가득 달라붙었지만 새를 쫓아다니는 기분은 여간 재미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내 몸을 날리면 단번에 참새를 잡을 수 있는 거리에서 나는 헐떡이며 앉아 있는 참새를 보았다. 몇 번의 심호흡. 나는 참새를 향해 온몸을 던졌다. 서툴고 어린 사냥꾼인 내 손에 참새가 정말 잡힐 거라는 기대도, 준비도 없이 그렇게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내가 그 작은 참새를 두 손에 움켜쥐었을 때 내가 얻은 것은 어떤 쾌감이나 성취욕이 아니었다. 기쁨이나 환희의 감정과는 아예 거리가 멀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를 만졌을 때의 공포 같은 것이었다. 새의 작은 몸통에 그토록 커다랗게 울리는 심장의 고동이 있었을 줄이야. 참새는 전신을 다해 자신의 존재를 내 손아귀에 전달하고 있었다. 나는 알 수 없는 커다란 두려움에 사로잡혀 참새를 그만 놓아 버렸다. 참새는 포르르 맑고 투명한 하늘 속으로 사라져 갔다. 새가 날아간 자리를 나는 한참이나 멍하게 바라보았다.
언젠가 또 그렇게 한 사람을 보내 준 적이 있었다. 첫사랑이었다. 시골 교회에선 크리스마스이브엔 새벽까지 집집을 돌며 찬송가를 불렀다. 하늘엔 달무리가 잔뜩 퍼져 있었다. 사람들 틈에 끼어서 나는 하나도 기쁘지 않은 노래를 불렀다. 내 눈과 마음은 단 한 사람의 것이었다. 그 한 사람의 존재로 인해 삶은 아름다웠고, 그 아름다움의 대가는 혹독했다. 보내지 못한 수백 통의 편지를 태우거나 그 사람의 불 꺼진 창문을 오래 바라보는 일조차 아무 의미가 되지 못했다. 시골집들은 언덕과 들길 사이사이에 불씨처럼 숨어 있었다. 그 작은 집들이 켜 놓은 등불은 환하고 아름다운 지상의 또 다른 별자리였다. 크리스마스엔 누구라도 순한 양이 되어 별들이 은종을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달무리 속으로 순결하고 깨끗한 믿음의 사람들이 둘씩 셋씩 짝을 이루어 흥겹게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불안함과 흥분, 부끄러움과 갈망에 사로잡힌 채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있었다. 사람들의 기쁨과 넉넉함에 전혀 어울릴 수 없는 존재는 진정 외로운 사람이었다. 평화와 안식으로부터의 소외. 사랑하는 그 사람의 크고 맑은 눈동자 속에 가득 담긴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그 사람은 내게서 자꾸 멀어져 다른 사람에게로 가고 있었으나 나는 그 절망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하늘에선 몇 개의 눈송이가 가볍게 날리고 있었다.
어떤 것도 내 것은 없다. 그것은 처음부터 그냥 있던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고, 그것을 놓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 집착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슬픔과 고통을 견뎌 내지 못할 것 같은 어리석은 나를 위한 욕심일 뿐이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새의 날개를 꺾을 순 없다. 깨달음은 절절한 후회 뒤에나 생긴다. 그러니까 삶은 원하는 것보다 늘 한 박자가 늦는다. 간절히 원할수록 멀리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날아가 버린 그는 그 자신의 것이다. 그렇다면 새가 날아간 자리에 무엇이 남을까. 나뭇가지의 작은 떨림. 공기의 촉촉한 파동. 채 내게 와 닿지 못하고 흩어진 새의 온기. 허공을 더듬듯 내밀다가 거두어들이는 떨리는 손. 이제 그 모든 것들이 잦아드는 현의 떨림처럼 제자리를 잡아 갈 때, 문득,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은 와 있고, 공중에선 새의 깃털보다 가벼운 눈송이들이 하나둘 내려와 손등에 앉았다가 금세 녹아 버리는 것이다. 새가 날아간 자리처럼 세상은 한없이 고요하고 눈은 하늘과 들판을 지우고 다시 나를 지워 간다. 12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으나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은 깊으며 또한 맑다.
(주)천년의시작에서 최금진 시인의 첫 번째 에세이집 『나무 위에 새긴 이름』이 2014년 7월 25일 발간되었다. 최금진 시인은 2001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새들의 역사』 『황금을 찾아서』가 있다.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한양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최금진 시인은 스스로를 “인간 혐오자”라고 규정한다. 맞는 말이다. 최금진 시인의 이번 에세이집 『나무 위에 새긴 이름』은 온통 “절망과 불신과 좌절”의 기억들로 가득하다. 그는 자신의 가계사를, 자신의 첫사랑을, 자신의 글쓰기를, 그리고 그보다 앞서 자기 자신을 혐오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이 세계를 혐오하지 않고서야 어찌 진정한 사랑을 배울 수 있었겠는가. 아니 애초부터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찌 혐오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따라서 『나무 위에 새긴 이름』은 자신의 기억들과 자신이 놓인 이 세계와 그리고 마침내 자기 자신을 다시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시로 발현되었는지를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고백한 “희망과 꿈과 용기”의 기록이다. 우리는 최금진의 이번 에세이집을 통해 한 시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지, 그리고 매순간 어떻게 새로운 시인으로 거듭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이란 시를 쓰고 있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만 비로소 시인이라 칭해질 수 있다면, 최금진 시인은 매순간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시로 겪고 있는 시인이다.
책을 엮으며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삶을 버텨 내기란 얼마나 버거운가. 그것은 끝없는 회의와 불신의 낭떠러지 속으로 마침내 자신을 밀어 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밖에는 살 도리가 없다. 때때로 운명에 기대어 한세상 편하게 모든 걸 수긍하고 산이나 강가에 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물론 언젠가는 꼭 그렇게 할 것이다. 배를 한 척 사고 해안을 타고 돌며 뭍에다 발을 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담긴 것은 과거와 현재의 신산한 풍경일 것이나 이것을 꺼내 든 내 표정은 부끄러움과 노여움으로 잔뜩 기죽어 있을 것이다. 내 스스로를 인간 혐오자로 규정하는 것에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가. 그러나 결국 나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비극의 최종 결론은 마침내 내가 나 스스로를 혐오하는 것에 이르게 될 것이란 것도 나는 알고 있다. 선험으로의 귀환, 판단중지, 괄호 치기, 정반의 대립……. 글쓰기는 한 개인의 존재 방식이며 실존인 까닭에 나 또한 이를 피하지 못했다. 희망과 꿈과 용기 대신 절망과 불신과 좌절을 얻었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얻은 이 지독한 질병과 증상들을 나는 아끼고 사랑한다. 어쩔 것인가. 나는 너무 먼 길을 걸어왔고 내 손에 든 이정표는 이것 외엔 아무것도 없다. 해체가 아니라 창조를 바랐으나, 못난 수탉처럼 다 헤집어 놓고 다 파헤쳐 놓았다. 그 처참한 증거가 이 한 권의 산문집에 다소간 담겨 있으니, 부디 독자 여러분들의 넉넉한 동정심과 애정을 구할 뿐이다. 아주 먼 길을 걸어와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퀭한 시선에 부디 쓴웃음 짓지 않으시길 빌 뿐이다.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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