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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그리워졌다

인생이 허기질 때 나를 지켜주는 음식 | 김용희 음식에세이
김용희 지음
인물과사상사

2020년 08월 05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04월 03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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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5.19MB)
ISBN 9788959065752
쪽수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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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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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추억이다”
당신을 쓰담쓰담 해줄 50가지 음식 이야기
책머리에 : 내 인생의 전처였던 친정 엄마에게 ㆍ 6

제1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끼
먹이는 것의 거룩함에 대하여 - 칼국수 ㆍ 17
폭신함과 보드라움의 추억 - 달걀말이 ㆍ 22
자식을 기다리며 끓이는 - 전복죽 ㆍ 28
세상에서 가장 고소한 기름기 - 삼겹살 ㆍ 32
사랑은 기다림이 반이다 - 고등어구이 ㆍ 37
입이 미어터지는 행복 - 상추쌈 ㆍ 42
아버지는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 잔멸치덮밥 ㆍ 46
견고한 용서에 대하여 - 닭백숙 ㆍ 50
이국에서 온 낭만 손님 - 카레라이스 ㆍ 55
나를 구원하는 빛 - 빵 ㆍ 60

제2부 사랑이 떠나도 그 맛은 남으니까
그린라이트를 켜줘! - 조개탕 ㆍ 67
크리스마스에 첫눈이 내리면 - 팝콘 ㆍ 70
아이보리 매직 - 막걸리 ㆍ 75
달콤하고 쓸쓸한 연애 - 커피 ㆍ 80
실연의 상처를 달래는 몇 가지 방법 - 양푼비빔밥 ㆍ 85
순수하고 뜨거운 눈물 - 떡볶이 ㆍ 91
사랑의 환각을 완성시키는 맛 - 스테이크 ㆍ 96
당신과 결혼한 진짜 이유 - 김치찌개 ㆍ 101
이보다 야할 수는 없다 - 꼬막무침 ㆍ 107
죽음 앞에서 사랑은 - 선지해장국 ㆍ 112

제3부 외로움이 내 마음을 두드릴 때
청춘을 위한 연가 - 라면 ㆍ 119
먹는 자와 튀기는 자 - 치킨 ㆍ 125
가벼운 농담과 실용성의 맛 - 햄버거 ㆍ 130
조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회전초밥 ㆍ 136
배고픈 슬픔이 영혼에 차오를 때 - 쌀밥 ㆍ 141
비 오는 날의 처량함에 대하여 - 전 ㆍ 147
고향을 잃고 맛을 얻다 - 냉면 ㆍ 152
영혼이 떠난 뒤의 심심한 맛 - 헛제삿밥 ㆍ 157
유배지에서 맛보는 고독의 맛 - 동파육 ㆍ 162
나의 안부가 궁금해질 때 - 김밥 ㆍ 167

제4부 내 영혼의 허기를 채워줄 한 끼
아삭아삭 내 인생 - 양배추샌드위치 ㆍ 177
혼자여도 함께 있는 친구 - 가자미미역국 ㆍ 182
내 마음이 익어갈 때 - 와인 ㆍ 188
나를 쓰다듬어주고 싶을 때 - 짜장면 ㆍ 194
왕만두만 한 복이 올 거야 - 만두 ㆍ 201
한여름에 만나는 눈사람 - 팥빙수 ㆍ 206
당신의 한가로움을 찬양하라 - 차 ㆍ 211
내 인생도 반짝일 때가 있었다 - 초콜릿 ㆍ 216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김치볶음밥 ㆍ 221
단 하루밖에 없는 오늘이라는 선물 - 생일 케이크 ㆍ 226

제5부 생은 계속된다
가난한 사람의 최후의 보양식 - 설렁탕 ㆍ 235
죽기 전에 생각나는 - 육개장 ㆍ 241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은총 - 풀빵 ㆍ 245
심심하고 무심한 인생의 맛 - 메밀묵 ㆍ 249
생존을 위한 대가 - 간장게장 ㆍ 254
내 청춘을 덮어주던 따뜻한 담요 한 장 - 돈가스 ㆍ 258
세상에 너무 심각할 일은 없어 - 수박 ㆍ 264
전쟁과 굶주림을 이겨내다 - 김치 ㆍ 269
콩은 힘이 세다 - 콩국수 ㆍ 274
매일매일 찬란한 인생은 없다 - 사과 ㆍ 279

나의 엄마도 외지에 나간 식구들이 다 모였을 때 콩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칼국수를 만들어주었다. 경상도에서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칼국수 반죽을 한다. 어느 정도 치대다 반죽이 다 되면 넓은 비닐을 깔고 홍두깨로 민다. 홍두깨가 없으면 다 쓴 형광등으로 민다. 반죽이 끝나고 흰 눈가루처럼 밀가루를 뿌리며 썰어갈 쯤엔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쫄깃쫄깃 씹힐 칼국수를 생각하면. 「먹이는 것의 거룩함에 대하여 : 칼국수」(본문 18쪽)

삼겹살은 기본이고 돼지갈비, 제육볶음, 소불고기, 소고기 로스, 심지어 닭볶음탕을 먹을 때도 상추쌈에 싸서 먹는다.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쌈을 좋아한다. 상추쌈은 그 안에 어떤 것을 다 싸 넣어도 되는 한국의 ‘보자기’를 닮았다. 보자기는 내용물에 따라 크게도 작게도 혹은 그 모양대로 내용물을 감싼다. 무정형의 사랑, 어떤 것으로도 규격화하지 않고 크든 작든 모든 것을 다 감싸줄 것 같은 것이 엄마란 생각이 든다. 상추쌈을 먹으며, 입이 미어터져라 상추쌈을 우적거리며 고향 생각을 한다. 엄마 생각을 한다. 「입이 미어터지는 행복 : 상추쌈」(본문 44~45쪽)

입과 혀에 착착 감기는 조개탕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입에 착 감겨들면서도 밀어내는, 밀어내면서도 감겨드는 맛, 감칠맛이다. 이것이 바로 밀당의 맛이다. 이것이 연애의 맛이다. 썸 타는 남녀에게 먹는 행위는 감정을 나누는 행위다. 음식을 먹듯 서로를 ‘간 보는’ 행위다. 조개탕을 먹으며 썸 타는 남녀가 여기서도 탁, 저기서도 탁, 조개처럼 입을 벌릴 수만 있다면, 인간사의 로망이 시작될 수도 있겠다. 「그린라이트를 켜줘! : 조개탕」(본문 69쪽)

나는 옛 여인들이 피를 내기 위해 물어뜯었다는 오른쪽 집게손가락을 가만히 들어 올려보았다. 체했을 때 무서워 바늘로 손가락도 못 따는 나다. 과연 손가락을 이빨로 물어뜯을 수 있을까? 나는 오른손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럼 은장도가 있다면 허벅지를 찔러 피라도 냈을까? 허벅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은장도로 사과나 깎아먹었겠지. 무슨 성대한 음식도 아니지만, 선지해장국을 먹을 때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죽음 앞에서 사랑은 : 선지해장국」(본문 115쪽)

햄버거는 허겁지겁 허기를 삼키게 만드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시간 도둑이 현대인에게 이거나 먹어라 냅다 던져주고 간 음식. 가벼운 농담 같은 음식. 실용성과 편리함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도시인의 음식. 이렇게 생을 헌납하며 살아야 하다니……. 그러나 그것은 햄버거의 잘못이 아니다. 패스트푸드라고 명명하며 햄버거를 비하할 필요도 없다. 「가벼운 농담과 실용성의 맛 : 햄버거」(본문 134~135쪽)

죽음과 함께 있지 않는 삶이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죽음의 의미를 지워버린 삶은 진짜 삶이라 할 수 없다. 우리의 삶은 바로 죽음이 앞에 있기에 더욱 진하고 절실하다. 사람들은 모두 몇 백 년을 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의기양양하다. 죽음의 그림자를 마구 지우려고만 한다. 세상의 모든 양념은 죽음의 냄새를 지우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영혼이 떠난 뒤의 심심한 맛 : 헛제삿밥」(본문 160쪽)

식탁 위에 뜨겁게 고아진 가자미미역국을 올려놓는다. 미역국 안에 가자미가 납작하게 누워 있다. 말간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음식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가자미미역국. 가자미에게 말을 건네면 다정하게 가자미는 내게 말을 건네온다. 혼자 먹는 소박한 식탁에서도 가자미가 있어 외롭지 않다. 친구 같은 가자미미역국으로 나는 온전히 행복할 수 있다. 「혼자여도 함께 있는 친구 : 가자미미역국」(본문 186~187쪽)

둥근 만두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새로운 한 해에 어떤 새로운 희망이나 새로운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새해가 되면 둥글고 탐스러운 만두처럼 모든 사람은 복을 기원한다. 사람들은 복 받기를 원한다. 복에 대한 희원(希願). 삶은 수많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우연을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필연을 만나게 된다는 믿음이 아닐까? 「왕만두만 한 복이 올 거야 : 만두」

몸으로 삼키는 따뜻한 추억
“모든 음식에는 이야기가 있다”

텔레비전 화면에 수많은 ‘먹방’이 넘쳐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아무리 먹고 먹어도 영혼의 허기에 허덕일 뿐이다. 음식은 단순히 물질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다. 더할 수 없는 쾌락으로 우리의 혀끝에 맴돌다 목구멍 너머로 사라지고 나면 지독한 허전함만 남기는 음식들. 내 주변에 아무도 없기 때문일까? 마음 불편한 사람과 먹는 음식이 어찌 맛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음식이 이 세상에서 가장 맛난 음식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다.
음식은 신의 공여(供與)다. 어떤 생명체의 죽음이 깃들어 있다. 나의 생명이 누군가의 생명에 빚진 대가라고 생각하면 음식 앞에서 장엄한 슬픔을 느낀다. 먹고 산다는 것이 참 신산스럽기만 하고 성스럽기만 하다. 당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으면 지금까지 먹은 음식이 무엇이었는지를 기억하라. 그것이 당신의 인생이다.
김용희의 음식 에세이 『밥이 그리워졌다』는 우리 인생에서 ‘기억할 만한 음식’ 50가지를 부려놓는다. 저자는 인생 날것의 맛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한다. 칼국수, 삼겹살, 닭백숙, 양푼비빔밥, 떡볶이, 김치찌개, 라면, 냉면, 짜장면, 설렁탕, 돈가스, 콩국수 등……. 인생의 추억을 소환하는 음식들. 이 음식들을 입안으로 집어넣고 혀로 굴리며 그 맛을 음미해본다. 저자는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 그 음식들이 함께 곁에 있어 주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함께 웃고 울어 주었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끼

저자는 칼국수에서 엄마의 칼의 사랑이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엄마는 세상의 헐벗음 속에서 자식새끼들을 지켜내기 위해 스스로 칼을 든 무사였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칼국수를 먹다보면 누군가로부터 나 자신이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칼국수 한 가락 한 가락 썰어나가는 마디마다 칼날의 섬세함과 우직함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말한다. 먹은 이들이 있다면 먹이는 이들이 있다고. 아니 평생을 먹이는 이가 있다고. 새끼를 먹이는 제비처럼 오므리는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는 엄마. 그 음식들을 자식들이 씹고 삼켜서 내장이 되고 간이 되고 심장이 된다.
엄마는 진즉에 세상이 전쟁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외지에 나간 자식들이 고향으로 내려오면, 온갖 음식을 내놓는다. 엄마는 말한다. “사람은 어려울수록 잘 먹어야 된다.” 바람 가득한 겨울 벌판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다 문득 삼겹살이 먹고 싶다. 거친 삶의 광야에서 헐떡거리는 영혼을 채워주는 음식은 기름진 그 고소한 육질의 맛이란 것을 삼겹살을 먹어보면 안다. 세상에서 미아가 되었다고 느껴질 때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다른 사람 눈치도 보지 않고, 이것저것 고민도 하지 않고. 자식들은 엄마에게 먹어보라는 소리도 없이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입이 미어터져라 넣는다. 식도를 타고 흘러내려가는 기름진 육즙. 세상의 미아에서 구원되는 해방감. 자식을 위해 삼겹살을 구워주고 자식이 삼겹살을 먹는 모습을 가장 예쁘게 봐주는 엄마가 있다.
엄마의 손맛이란 것은 음식에 만드는 이의 정성과 영혼과 예의가 들어간다는 뜻이다. 접시 위에서 자신의 명성을 빛내고자 하는 것이나 돈을 벌기 위한 것과는 다르다. 오직 자식을 위해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주는 이는 엄마밖에 없다. 그래서 엄마는 음식을 만드는 그 시간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기다리는 시간은 상상만으로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품게 되는 시간이기에.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며 음식을 만드는 시간, 세상의 모든 행복이 어
깨에 내려와 앉았을 것이다. 사랑이 가장 진해지는 때는 자식이 왔을 때가 아니라 자식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보물처럼 숨겨둔 채 자식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그 순간만큼은 순수하게 자식들에게 집중하는 시간이기에.

아버지는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맛이란 건 참 오묘하기만 하다. 단 한 번 먹은 음식이 아련한 기억의 한순간을 솟아나게 하니 말이다. 저자에게는 아버지가 만들어준 음식이 없었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의 맛도 없었다. 다만 딸의 결혼식 때 보인 눈물인지 땀인지를 닦던 젖은 손수건 정도. 첫 애 나으러 친정에 갔을 때 희미하게 웃으시던 모습 정도. 산업화 1세대, 척박하고 굶주렸던 1960~1970년대, 오직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였던 우리 시대의 아버지. 어쩌면 그런 것 같다. 꿋꿋한 영혼처럼 가족을 위해 걸어온 땀범벅의 소금 기둥. 그 짠맛이 아버지를 기억하게 하는 맛인지도 모르겠다.
부부란 무엇일까? 생판 모르는 남녀가 만나 평등을 외치며 같이 살려고 발버둥 치는 힘겨운 생존 게임인가? 부부는 거대한 산 같은 존재인지 모른다. 꽃나무처럼 꽃을 피워 열매를 맺기도 하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면 흙이 파이고 상처가 나서 어느 순간 허물어질 수도 있는 존재다. 그래서 전혀 모르는 남녀가 만나 함께 한집에서 수십 년을 산다는 것은 눈물겨운 기적이다.
아버지가 아궁이에 불을 붙여 솥에 물을 끓이고 닭을 잡아 오래오래 닭을 곤다. 노랗게 닭국물이 우러날 때까지, 오래오래 불을 지핀다. 마음의 폭정(暴政)이 가라앉고 맑은 국물 눈물의 닭백숙이 될 때까지. 살과 뼈가 허물어지는 해산(解産)처럼 자신의 주장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마음의 모든 용서. 그래서 아버지는 회심(回心)하는 것이다. 마음을 돌이키는 것이다. 아버지가 닭백숙 한 사발을 드리는 그 순간,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하는 회심의 그 순간, 우주도 운행을 멈춘다. 한 사람의 마음이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탄생한다. 언제나 깨달음은 늦게 오는 법이다. 눈발 날리는 마당에서 닭백숙을 끓이는 시간, 그것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한 불빛을 구하는 기도의 시간인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은 메밀묵을 드셨다. 벽돌만 한 메밀묵을 손가락 굵기로 썬 후 그 위에 펄펄 끓는 뜨거운 멸치 육수로 토렴을 한 뒤 메밀묵이 잠길 만큼 멸치 육수를 부어준다. 그 위에 양념장과 잘게 썬 신김치와 김가루를 올려주고 마지막으로 참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려주면 메밀묵이 완성된다. 심심하고 무심한 듯한 맛. 싱겁고 구수한 듯한 맛. 아버지는 맛이 느껴지지 않는 쓸쓸함을 씹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나서 그 맛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어쩌면 인생이란 단맛도 짠맛도 쓴맛도 신맛도 아닌 그냥 ‘무맛’인지 모른다.

사랑이 떠나도 그 맛은 남으니까

냉장고에 있는 모든 나물을 양푼에 넣고 비벼 먹는 양푼비빔밥. 실연당한 여자들이 꼭 먹는다는 그 양푼비빔밥. 그것은 자기 삶의 모든 맛을 받아들이겠다는 어떤 의지다. 내면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 보겠다는 안간힘이다. 이 모든 문제를 딛고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그녀는 안다. 그러니까 양푼비빔밥은 누군가를 잊어야만 한다는 처절한 몸부림 속에서도 자신을 보듬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자기 위안의 음식이다. 온갖 나물의 힘으로 매콤하고 고소한 고추장과 참기름의 힘으로 밥의 힘으로 일어서라는 단단한 의지가 담겨 있다.
첫사랑은 자신의 신분과 존재를 잊게 한다. 무언가 심장 아래께에 와서 쿵 하고 짐을 부어놓고 가는 덤프트럭 같은 것이다. 그것은 죽음 같기도 하고 삶 같기도 하고. 아니 울먹이고 싶기도 하고 소리나게 웃고 싶기도 한 느낌. 설명할 수 없는 불이 가슴에서 이글거리다 가슴이 파괴되듯 붕괴되는 느낌. 그럴 때 세상은 남자에게 충고한다. ‘원래 첫사랑은 다 실패하는 거야.’ 첫사랑이니까. 첫사랑은 떡볶이처럼 뜨겁고 맵고 달고 고소하니까. 떡볶이 하나에 청춘의 설렘이, 떡볶이 하나에 첫사랑의 아련함이, 떡볶이 하나에 뜨거운 눈물이 서려 있다. 첫사랑이 떠오르면 가슴 뜨거운 떡볶이 한 접시를 먹음직도 하다.
모든 것이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도 ‘사랑’과 ‘결혼’이란 게 가능할까? 현실은 피곤하고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연인의 사랑은 오직 스크린에서나 가능한 듯하다. 짝짓기 방송 프로그램이나 로맨틱 영화에서나 가능하다. 그것도 현실적이지 않은 판타지 방식으로. 사랑은 본질적으로 생존 법칙에서 어긋난다. 생존 법칙은 자기애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사랑은 순수한 환각만으로도 존재한다. 단 한

작가정보

저자(글) 김용희

실연당한 지 한참 되었지만 아직도 양푼비빔밥을 좋아한다. 신선한 식재료에 관심이 많고 요리 유튜브를 엄청 즐겨본다. 음식의 맛과 향을 즐기듯 삶의 결이 느껴지는 글을 쓰고픈 크리에이터. 이화여대 국문학과에서 현대시를 공부하고 문학평론, 시, 소설을 써왔다. 인문학으로 풍요롭게 살기, 소박한 음식 속에서 오감을 느끼며 살기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평택대학교 공연영상콘텐츠학과에서 학생들에게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소설 『란제리 소녀시대』·『나의 마지막 첫경험』·『해랑』·『향나무 베개를 베고 자는 잠』·『화요일의 키스』가 있고, 문화비평서 『천 개의 거울』·『기호는 힘이 세다』·『사랑은 무브』, 문학평론집 『페넬로페의 옷감 짜기』·『천국에 가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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