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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아가씨는 어디로 갔을까

대중문화로 보는 박정희 시대
이영미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7년 12월 09일 출간

종이책 : 2017년 02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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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4.09MB)
ISBN 9788959064786
쪽수 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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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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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아가씨는 어디로 갔을까』는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박정희 시대의 대중예술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대중예술이라는 문화를 매개로 박정희 시대의 역사를 보고자 한다. 대중예술뿐만 아니라 문화로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문화를 인간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으로 폭넓게 보기 시작하면, 역사를 문화로 읽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이 무슨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갔는가’를 중심으로 한 시대를 살펴보는 것으로 나아가게 된다.

대중예술로 역사를 읽어내는 일은 대중예술의 인기, 유행, 경향을 분석하고 이런 인기 경향을 만든 대중의 사회심리를 읽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런 대중의 사회심리는 그걸 즐기는 수용자 대중이나 인기작을 생산한 창작자도 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심리를 스스로 잘 깨닫지 못하는 것과 흡사하다. 이것이야말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지점이다. 당대의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역사 읽기는 그 시대의 속살을 만져볼 수 있는 입체적인 역사 읽기이기도 하다.
머리말 : 우리는 박정희 시대를 어떻게 살았을까? ㆍ 5

프롤로그 : 박정희 시대는 결코 단일하지 않다 ㆍ 12
박정희 시대를 역사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 | 박정희 시대의 대중문화? 그 질긴 선입견 | 문화로 역사를 읽는다는 것 | 대중문화로 당대의 사회심리를 읽는다 | 어쩌면 이렇게 딱딱 들어맞을까! | 박정희 시대의 사회심리

제1부 혁명과 정변, 그 격변의 시기를 향하여

불안정하고 어설픈 1950년대 ㆍ 27
“한국의 오늘은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 | 대중예술사에서 1960년대는 확실히 새로운 시대 | 1950년대 한국에 웬 인도와 페르샤? | 미국을 중심으로 ‘상상지도’를 그리다

자유부인만 춤을 춘 건 아니다 ㆍ 40
조직폭력배와 TV와 쿠데타 | 서울에 땐스홀을 허하라? | 춤추는 것이 죄인가? | ‘자유’, 그 가슴 벅차고도 불편한 말 | 전쟁, 그것은 자유와 해방의 계기 | ‘아프레걸’이라는 신조어 | ‘자유부인’만? 그 남편들도 다르지 않았다 | 여론의 공격은 ‘남자 어른’에게 불편한 곳으로 향한다

날라리들이 시민혁명을 일으켰다 ㆍ 60
“어머, 전직 대통령들이 살아 있다니!” | 대통령이 양녕대군 16대손임을 들추던 시대 | 서울 장안 처녀 6할이 처녀성 상실? | 잡지에 대한 단속, 풍기 문란과 공안의 물 타기 | 자유주의적이면서 ‘아프레하지’ 않은, 온건한 절충 | 날라리들이 혁명을!

제2부 격변의 시기, 개혁과 희망

영화로 확인되는 4·19와 5·16의 연속성 ㆍ 79
태평양전쟁과 6·25전쟁, 종종 헷갈린다 | 4·19와 5·16은 종이 한 장 같은 차이? | 4·19와 5·16, 대중예술 작품의 연속성 | 합리적으로 도전적인 아들과 관용적인 부모 | 늙은 아버지가 초래한 가부장제의 위기 | 늙은 아버지의 어리석음까지도 포용하는 능력 있는 장남 | 당시의 민심은 무엇을 바라고 있었을까?

개혁의 청년이여, 근대적 기술로 성실히 일하라 ㆍ 100
4·19와 5·16 사이, 어떤 작품을 기억하는가? | 날라리에서 노동하는 인간으로 | 근대적 기술자, 하얀 가운과 작업복 | 생산, 노동, 개혁하는 청년 | 민심에 올라탄 5·16 정권

또순이는 돈을 모아 사장이 되었을까? ㆍ 116
‘또순이’란 말을 아시나요? | 이승만이 아니라 박마리아가 문제? | 당찬 여성이라도 남성의 보조자 | 돈 버는 여자를 유한마담과 동일시한 시대 | 일제 말의 일하는 여성과 달라진 지점 | 강해진 여자들 | 최은희 VS 김지미 | 김지미와 최은희는 모두 1960년대에도 살아남았다

제3부 ‘잘살아보세’의 희망과 역사라는 난제

자신의 역사를 갖고 싶은 욕망과 그 이면 ㆍ 135
언제 나온 노래일까? | 역사는 ‘구성’하는 것이다 | 역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폭증하는 때 | 사극의 중심은 늘 조선시대였다고? 천만에! | 궁궐이 세트장이 된 시대 | 가족물·연애물의 문법으로 읽힌 역사 | 6·25 소재 전쟁 영화의 전성시대 | 미군이 사라진 6·25전쟁 | 멋진 국군, 멋진 전쟁 | 국군인 듯 국군 아닌, 국군 같은

응답하라 1945 ㆍ 156
일제강점기 눈물의 트로트는 ‘나라 잃은 설움’ 때문이다? | 과도한 민족주의적 해석은 1950년대부터 | 구한말과 3·1운동에 집착하는 영화들 | 치욕스런 역사를 다룬 이유 | 복고 열풍은 왜 부는가? | 다큐드라마와 ‘만주 활극’의 인기 | 마적과 독립운동가가 뒤엉킨 만주 활극 | “내가 왜정 때 만주에서 개장사 할 적에”

〈동백아가씨〉 토사구팽 전말기 ㆍ 178
일장기는 봐줄 수 있는데 〈기미가요〉에는 파르르 | 늘 분노하기만 하는 ‘반일 감정’ | 트로트 부활을 견인한 〈동백아가씨〉 | 한일 대중문화 교류는 예정된 수순이다? | 트로트의 왜색 시비 재연 | 리요시코의 〈사랑의 붉은 등〉 | 방송 금지곡의 순조로운 일본 진출 | 〈동백아가씨〉는 언제 금지곡이 되었는가? | 한일 대중문화 교류는 물 건너가고 | 팽 당하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ㆍ 198
염장 지르는 노래 | 횡재 아니면 들어먹기 | ‘빽’ 없는 사람은 모두 평등하게 가난했던 1950년대 | 착실하게 돈 모으니, 쥐구멍에도 볕이 든다 | 가불로 살지만, 나는야 성실한 월급쟁이 | 부잣집 딸과의 사랑을 꿈꾸는 영화들 | 고속성장의 시작, 그리고 50년 후

제4부 몰아붙이니 밀려가면서도 ‘미워도 다시 한 번’

〈팔도강산〉은 독재정권의 노골적인 홍보영화였다 ㆍ 217
1967~1968년, 민심의 바람이 바뀌다 | 정치사와 맞물리는 대중예술사의 변화 | 조국 근대화 유람하기 | 이런 ‘어메이징’한 여행 코스라니! | 이들은 왜 여행을 했을까? | 국립영화제작소에서 만든 장편 극영화 ‘광고’ | 대통령 선거 직전에 전국적 무료 관람 | 이승만 정권 때와 같은 점 혹은 다른 점 | ‘탄신’ 축하 노래를 지어 바치던 때와는 달랐다 | 대통령을 내세운 홍보성 행사의 변화 | 갑자기 많아진 주문 제작 건전가요 | 대중들의

이 시대는 정신없고 어쩔 수 없이 어설펐다. 대중들도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참 버거웠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말에 대중들이 자신의 머릿속에 그렸던 세계의 상상지리는 아시아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방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세계에 대한 인식은 아주 달라졌고, 아시아를 훌쩍 뛰어넘어 미국과 서유럽 자본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상상적 지형도를 그려야 했으니 아주 바쁘고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어설픈 아시아적 이국성의 노래들은 대중의 시야에서 싹 사라진다. 10년도 안 된 시간 안에 이루어진, 놀랍게도 빠른 변화다. 박정희 시대는 이 새로운 시대의 출발과 맞물려 있다. 「불안정하고 어설픈 1950년대」(본문 38~39쪽)

『자유부인』은 이러한 대학교수 부부의 세태를 ‘사바사바’, ‘뒷돈’을 먹고사는 공무원, 부자 스폰서와 공생하는 국회의원, 심지어 돈 봉투를 들이밀며 성적을 올려달라는 대학생과 이를 받아 챙기는 교수 부인에 이르기까지, 이 사회의 온갖 부조리를 만들어내는 인간들과 버무려놓는다. 당시 서울대학교 법대 교수 황산덕이 『자유부인』을 ‘중공군 50만 명에 해당하는 조국의 적’이라고 비난한 것은 단지 춤바람을 다룬 까닭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갖은 재롱을 다 부려가며 대학 교수를 모욕’했다는 분노 어린 표현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교수 부인의 타락을 그린 것뿐만 아니라 이 소설이 소설 속에서 가장 도덕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장태연 교수마저 ‘미스 박의 하얀 종아리’에 한눈을 파는 인물로 그린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유부인만 춤을 춘 건 아니다」(본문 57~58쪽)

5·16을 경유하면서 이 흐름을 5·16 정권의 것으로 귀결시키고자 하고, 여기에 근면·성실의 흐름을 더욱더 강조하고자 하는 노골적인 시도는 분명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대표적인 작품은 영화 〈쌀〉(신상옥 감독, 1963)이다. 귀향한 상의군인 차용(또 신영균이 맡았다)은 마을 사람 모두가 기아에 허덕이는 지독한 가난은 농사지을 물이 없어 땅의 태반이 황무지로 팽개쳐져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는 바위산에 굴을 뚫어 황무지에 물을 대고자 마을 청년들을 설득해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 일에는 오로지 곡괭이만으로 바위산에 굴을 뚫는 물리적인 어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을 유지인 지주 송 의원은 소작인들이 황무지를 개간해 자영농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노회한 방해 공작을 편다. 심지어 무당을 사주해 ‘산을 건드려 산신령이 노했다’며 마을 사람을 선동하도록 한다. 「개혁의 청년이여, 근대적 기술로 성실히 일하라」(본문 111~112쪽)

그것은 현실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대중은 영화 속에서 이를 용인할 뿐만 아니라 꽤나 좋아했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영화 속 현실’이 ‘진짜 현실’보다 좀더 멋진 모습으로 가공되어 고통과 어려움으로 가득 찼던 자신의 현실을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다소 기분 좋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런 위로야말로 대중들이 대중예술을 즐기는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오히려 열악한 현실을 지독할 정도로 리얼리티 넘치게 그려낸 작품은 대중들이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 세계가 이미 힘들어 죽겠다 싶은데, 영화에서까지 그 고통을 재확인하려 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1960년대 전쟁 영화가 지닌 미국적인 질감이야말로 현실 속에서 체험한 고통을 다소 휘발시킬 수 있는 요인이었다. 대중은 이런 영화가 주는 위로 효과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의 역사를 갖고 싶은 욕망과 그 이면」(본문 154쪽)

대중가요계가 이렇게 발 빠르게 강경한 대응을 했던 것은 이미 이 문제가 10년 전부터 누적·반복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1956년에 김성태·나운영 등 본격 음악인들이 모여 ‘국민개창운동’을 전개하면서 왜색의 트로트와 양풍의 재즈를 불건전한 음악으로 비판했다. 이에 트로트를 주 양식으로 하고 있던 대중음악인들이 모여 반박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집단행동을 했고, 이를 계기로 ‘대한레코드작가협회’까지 결성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후에도 트로트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왜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트로트를 해왔던 사람들로서는 억울하기 이를 데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왜색’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대중가요인이 아닌 본격 음악 작곡가이거나 양풍이 강한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자면 그네들이 하는 음악도 ‘한국색’은 아닐진대, 유독 자신들만 ‘왜색’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확실히 대중음악인, 그중에서도 대중적인 트로트를 해온 사람들을 깔보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는 것이다. 「〈동백아가씨〉 토사구팽 전말기」(본문 187~188쪽)

왜 이 여자들은 서울 남자와 이룰

“〈동백아가씨〉는 왜 금지곡이 되었는가?”
“데모꾼들은 ‘김민기 노래’를 즐기지 않았다”

▣ 출판사 서평

박정희 시대, 대중문화의 욕망을 읽는다!
4?19혁명, 5?16 군사쿠데타, 동백아가씨, 아침이슬, 조국 근대화, 잘살아보세, 국가비상사태, 포크, 장발족, 금지곡, 대마초, 히피, 트로트…….

사람들은 박정희 시대를 무슨 생각과 느낌으로 살아갔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역사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또한 ‘박정희’와 ‘대중예술’이라는 조합은 우리에게 선입견을 준다. 대마초 사건이니 금지곡이니 하는, 박정희 시대에 이루어진 대중예술 통제 정책에 대한 뻔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박정희 시대의 대중예술 통제 정책은 그렇게 단순무식하지 않을뿐더러 대중예술이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도 단순하지 않다.
『동백아가씨는 어디로 갔을까』는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박정희 시대의 대중예술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대중예술이라는 문화를 매개로 박정희 시대의 역사를 보고자 한다. 대중예술뿐만 아니라 문화로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문화를 인간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으로 폭넓게 보기 시작하면, 역사를 문화로 읽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이 무슨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갔는가’를 중심으로 한 시대를 살펴보는 것으로 나아가게 된다.
대중문화나 대중예술은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대 대중의 선택이 어떻게 바뀌는지, 즉 대중들의 사회심리의 변화를 살펴보는 데에는 가장 좋은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심층의 의미를 잘 분석해야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대중예술 속에 대중의 사회심리나 민심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대중예술의 변화는 정치적·경제적 상황과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 따라서 대중예술의 유행과 인기의 변화가 정치사적 변화와 맞물려 나타나는 일은 우연이라 보기 힘들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비롯된 댄스 뮤직의 시대, 얼터너티브 록의 유행 등의 현상은 모두 1992년에 등장했다. 그런데 이해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가 함께 치러진 해로 더는 군인 출신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이 확실해진 해였다. 국제적으로는 소련 해체 직후였으니 국내와 국제의 정세가 모두 바뀐 시기였던 것이다. 1990년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조용필의 인기 시대는 정확하게 전두환 정권의 시대와 일치하는데, 조용필의 노래가 전두환 정권의 이데올로기와 일치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중예술로 역사를 읽어내는 일은 대중예술의 인기, 유행, 경향을 분석하고 이런 인기 경향을 만든 대중의 사회심리를 읽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런 대중의 사회심리는 그걸 즐기는 수용자 대중이나 인기작을 생산한 창작자도 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심리를 스스로 잘 깨닫지 못하는 것과 흡사하다. 이것이야말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지점이다. 당대의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역사 읽기는 그 시대의 속살을 만져볼 수 있는 입체적인 역사 읽기이기도 하다.

『자유부인』과 시민혁명

1950년대의 대중문화와 풍속을 생각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은 바로 사교춤이다. 1950년대는 최고의 화제작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과 영화 〈자유부인〉이 자유주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자유’라는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연결되어 있었다. 분단을 통해 남한은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다른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국가라고 힘주어 이야기하게 되었고, ‘자유민주주의’는 ‘반공’과 함께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가치가 되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 들어 이 자유주의가 가장 먼저 철퇴를 맞았다. 박정희는 민심의 호응을 얻기 위해 포퓰리즘 수법을 동원했는데, 5·16 군사쿠데타 직후 단행한 사교춤에 대한 철퇴는 그런 포퓰리즘의 한 사례였다. 박정희 정권은 오랫동안 무허가 댄스홀과 카바레의 주간 영업을 단속했다. 그러니 아직도 사교춤이란 말에서 ‘장바구니 카바레’를 연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그런 현상은 바로 박정희 시대의 유산이다.
1958년을 기점으로 이후 한두 해 동안의 잡지들은 급격히 풍속적으로 보수화된 논조를 보여준다. 오락적 대중지 『아리랑』과 『명랑』은 도시 남녀들의 ‘명랑 발칙’한 연애 이야기를 줄이고, 혼외 임신 등 연애의 후유증이나 건전한 부부의 미담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수록하기 시작했다. 당시 경제적으로는 원조경제가 한계에 봉착해 극한적인 생활난에 부딪친 대중들의 불만이 터졌고, 정치적으로는 부정선거로 대표되는 이승만 정권의 비민주적이고 탈법적 장기 집권 시도에 대한 불만이 터졌으며, 윤리적으로는 ‘사심 없는’ 학생들의 시위에 무자비한 진압으로 대응한 정권의 비윤리적인 폭압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면서 4·19혁명은 일어났다.

청년과 또순이, 희망을 노래하다

1960년대의 KBS와 CBS 라디오 방송극은 청취자가 요구하는 오락이나 방송저널리즘 등의 성격보다는 ‘국민계도’라는 보수적 성격의 메시지가 부각되는 예술이었다. 라디오 방송극은 세련되고 진취적이되 모범적이고 건전해야 하는 대중예술이었다. 그래서 1950년대 미국적 자유주의의 바람을 어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수용하되 ‘아프레한 광풍’은 자제하는 방향의 온건하고 상식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영화 〈로맨스 빠빠〉는 세련되고 진취적이되 온건하고 건전한 라디오 방송극의 톤을 아주 잘 보여주었고, 영화 〈박서방〉은 늙은 아버지의 어리석음까지도 포용하는 능력 있는 장남의 모습을 그려냈다.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대중은 정치적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다시 말해 가부장제적 질서의 회복과 재구축 이상의 해법을 생각할 능력이 없었다.
그런데 이후에 등장한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근대적 기술을 갖고 성실히 노동하는 인간이야말로 이 시대 젊은이들이 나아가야 할 바임을 역설한다. 요즘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처럼, 이 시대 영화에서도 변호사나 의사는 멋진 직업으로 자주 나온다. 그런데 하얀 가운이나 작업복에 작업모를 쓰고 큰 기계가 돌아가는 공장 혹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청년이 장래가 촉망받는 멋진 직업의 남자로 그려지는 것은 1960년대의 독특한 특징이다. 이렇게 근대적 기술을 갖고 성실하게 일하는 젊은이들이 심지어 개혁적이기까지 하다. 적폐를 청산하고자 고난을 자초하는 개혁적 인물이 이 시기 라디오 드라마와 영화에 적잖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작품들은 모두 생산과 노동과 개혁하는 청년들을 그려냈다.
또순이를 탄생시킨 작품은 1962년 KBS 라디오 드라마 〈행복의 탄생〉이다. 또순이는 아버지를 꼭 닮아 부지런하고 억척스럽다. 거친 함경도 사투리만큼이나 직설적인 성격의 또순이는 자기 고집을 꺾지 않고 결혼과 일에서 성공한다. 그럼 이토록 실용적 능력과 성실성, 진취성을 갖춘 또순이의 성공은 어떻게 귀결되었을까? 이 개혁적이고 당차고 실행력 있는 또순이는 성공에 기여한 바가 크다 해도 남자의 보조자일 뿐이었다. 다시 말해 남자는 사회적 노동, 여자는 가사노동이라는 종래의 성적(性的) 분업 개념에서 벗어난, 사회적 노동을 하는 여자들과 스스로 돈을 버니 다소 잘 차려입고 바깥 활동을 하는 여자들은 비판의 대상이었다. 여성에게 요구된 역할은 남성을 잘 보필하는 것이었다. 대중들도 듬직하고 추진력 있지만 결코 남자를 ‘이겨먹으려’ 하지 않는 성실한 맏며느리 같은 여자를 선호했다.

〈동백아가씨〉와 〈팔도강산〉

이미자의 대중가요 〈동백아가씨〉는 1960년대 초반의 복잡한 정치적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화려하게 솟아올랐다가 사라진 노래다. 그리고 이 노래가 솟아올랐다가 사라진 과정을 뜯어보면, 민심의 흐름과 이를 고려한 집권자들의 ‘잔머리’의 향방을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다. 〈동백아가씨〉는 1960년대 초에 잠시 주춤했던 트로트 양식과 신파적 미감이 1960년대 후반에 다시 막강한 힘으로 떠오르게 되는, 그 분기점에 있었던 노래라 할 수 있다. 즉, 1964년에 〈동백아가씨〉의 ‘대박 히트’를 계기로 트로트는 부활의 기선을 쥐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시기에〈동백아가씨〉는 금지곡이 되었으니 그 이유는 ‘왜색(倭色)’, 즉 일본색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트로트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들어와 정착된 것인데, 겨우 몇 년 동안 주춤했던 이 경향이 보란 듯이 다시 솟아올랐다. 게다가 전주의 기타 반주는 일본 엔카의 거장으로 통하는 고가 마사오(古賀正男) 스타일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때는 정부가 한일수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온 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던 때였다. 이런 여론의 흐름에서 가장 공격받기 쉬운 것은 바로 대중가요였다. 그러면서도 가장 대중적이었으니 대표로 얻어맞기 딱 좋은 대상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동백아가씨〉가 표적이 되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한국 영화 중 가장 많은 최고급 스타를 총동원한 〈팔도강산〉은 ‘박정희 정권’의 홍보영화였다. 이 영화는 정치적 색깔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단연 독재정권의 홍보에 앞장섰다. 이 영화에서 노부부의 여행은 크게 두 가지 콘셉트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그 지역의 유명한 풍광이나 명승고적을, 또 하나는 개발 현장이나 공업화 현장을 둘러보는 것이다. 부부의 여행 코스는 정말 비상식적이고 비효율적이며 ‘어메이징’했다. 특히 개발?산업화?근대화의 현장은 코믹한 노부부 덕분에 〈대한뉴스〉에서 보던 것보다 좀더 생생한 느낌으

작가정보

저자(글) 이영미

저자 이영미는 1961년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1920년대 대중화 논쟁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을 밟는 대신 마당극과 민중가요가 공연되고 향유되는 진보적 예술문화운동과 대학로 연극계에서 평론가와 연구자로 활동하면서 예술의 대중성에 대한 고민을 발전시켰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일했고, 학교를 그만둔 후부터는 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대중예술에 대한 연구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대중예술본색』, 『한국대중예술사, 신파성으로 읽다』, 『한국 대중가요 속의 여성』, 『요즘 왜 이런 드라마가 뜨는 것인가』, 『구술로 만나는 마당극』(전5권),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 『대학로 시대의 극작가들』, 『광화문 연가』,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마당극 양식의 원리와 특성』, 『한국대중가요사』, 『서태지와 꽃다지』 등이 있고, 『김내성 연구』, 『정비석 연구』,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 『아프레걸 사상계를 읽다』 등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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