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영어
2015년 07월 08일 출간
국내도서 : 2014년 04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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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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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영어는 처음부터 ‘권력’이었다 : 개화기~일제강점기
1816년 최초의 영어 교육 ㆍ17 김대건, 최한기, 개신교 선교사들 ㆍ19 ‘영어 천재’ 윤치호 ㆍ22 1883년 보빙사 미국 파견 ㆍ23 알렌·아펜젤러·언더우드의 입국 ㆍ26 육영공원·배재학당·이화학당 개교 ㆍ28 1888년 주미 한국공관 설립 ㆍ31 영어로 출세한 이하영과 이완용 ㆍ33 배재학당의 영어 교육 ㆍ35 ‘영어의 달인’ 이승만 ㆍ37 출세 도구로서의 영어 ㆍ39 『대한매일신보』의 활약 ㆍ43 이상설의 영어와 이완용의 영어 ㆍ44 ‘삼인칭’의 뜻을 알게 된 양주동의 ‘미칠 듯한 기쁨’ ㆍ46 『동아일보』·『조선일보』의 영문란 설치 ㆍ48 “이제 영어 모르면 패배자됩니다” ㆍ50 사교권 장악 수단으로서의 영어 ㆍ52 진주만 폭격 이후 영어는 복음의 소리 ㆍ53
제2장 영어는 ‘시대정신’이었다 : 해방 정국~1950년대
해방 정국의 공용어가 된 영어 ㆍ59 ‘통역정치’의 전성시대 ㆍ61 영어는 최대의 생존 무기 ㆍ64 ‘사바사바’의 성행 ㆍ66 6·25전쟁과 영어 ㆍ67 ‘샌프란시스코’는 마력적인 상징 ㆍ70 미국 지향성은 시대정신 ㆍ72 AFKN과 YMCA의 활약 ㆍ75
제3장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 1960~1980년대
미군과 영어로 통해야 권력을 잡는다 ㆍ79 “조국을 버린 자들”? ㆍ81 수출 전쟁 체제하에서의 영어 ㆍ84 박정희의 ‘문화적 민족주의’ ㆍ87 1970년대의 ‘조기 영어 교육’ 논쟁 ㆍ89 “빠를수록 좋다” VS “주체적 인간” ㆍ90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 ㆍ92
제4장 세계화 시대에 영어 광풍이 불다 : 1990년대
‘영어 격차’의 소외감 ㆍ99 조기 유학 붐 ㆍ102 〈톰과 제리〉논쟁 ㆍ104 국제화 바람 ㆍ106 어머니 90퍼센트가 찬성한 조기 영어 교육 ㆍ108 세계화 바람 ㆍ111 ‘카투사 고시’와 ‘토익 신드롬’ ㆍ114 ‘바람난 조기 영어 교육’ ㆍ117 “이대 신방과 94학번들이 절반도 안 남은 까닭은” ㆍ119 세계화의 파국적 결과 ㆍ121 복거일의 영어 공용화론 ㆍ123 박노자의 ‘영어 공용화론의 망상’ ㆍ125 기업이 선도한 ‘영어 열풍’ ㆍ126
제5장 “한국에서 영어는 국가적 종교다” : 2000~2002년
“토플과 토익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 ㆍ133 “영어 하나만 제대로 배워오면 성공이지요” ㆍ135 “민족주의자들이여! 당신네 자식이 선택하게 하라” ㆍ137 ‘영어 자본-영어 권력 시대’ ㆍ139 영어와 대중문화 ㆍ141 “영어! 영어! 영어!……요람에서 무덤까지 ‘영어 스트레스’” ㆍ144 ‘영어 열풍 이렇게 본다’ ㆍ147 영어 시장은 연간 4~5조 원 규모 ㆍ149 “한국 영어 배우기 국가적 종교방불” ㆍ151 ‘우리에게 영어는 무엇인가’ ㆍ154 토익 산업의 팽창 ㆍ155
제6장 영어, 정치와 유착하다 : 2003~2007년
영어캠프·영어마을 붐 ㆍ149 거리로까지 뛰쳐나간 영어 ㆍ163 ‘대한민국은 그들의 천국인가?’ ㆍ166 ‘영어가 권력이다’ ㆍ169 ‘2006, 대한민국 영어 보고서’ ㆍ171 ‘영어 인증 시험 열풍’ ㆍ173 계속되는 ‘토플 대란’ ㆍ176 ‘영어에 홀린 한국’ ㆍ178 ‘스파르타식 학원 성황’ ㆍ181 ‘영어 사교육 부추기는 빗나간 대선 공약’ ㆍ183
제7장 ‘영어 망국론’이 등장하다 : 2008~2014년
영어로 회의하는 ‘뚱딴지’ 서초구청 ㆍ189 “영어 잘하면 군대 안 간다” ㆍ191 ‘오렌지와 아린지’ 파동 ㆍ194 ‘신해철’인가, ‘박진영’인가 ㆍ196 영어 몰입교육 파동 ㆍ198 ‘영어 망국론’ ㆍ200 “한국에선 영어가 ‘종교’나 다름없죠” ㆍ202 ‘영어에 미친 나라’ ㆍ205 ‘복지 예산 깎아 영어 교육’ ㆍ208 “영어가 입에 붙은‘아륀지 정권’” ㆍ210 “영어에 ‘고문’ 당하는 사회” ㆍ212 ‘토익 계급사회’ ㆍ215 ‘공포 마케팅’과 ‘탐욕 마케팅’ ㆍ218 ‘근본적 개선 방안’이 존재할 수 있는가? ㆍ221
맺는말 영어 광풍에 너그러워지자
근본적 개선 방안은 있을 수 없다! ㆍ225 ‘이웃 효과’와 ‘서열주의’ ㆍ228 ‘영어 광풍’의 기회비용 ㆍ230 “영어 교육, 진보의 콤플렉스를 깨라” ㆍ233 ‘SKY 소수 정예화’는 안 되는가? ㆍ235 진보적 근본주의자들의 보수주의 ㆍ237 삼성 입사 경쟁이 치열해지면 안 되는가? ㆍ239 ‘학벌 공정거래법’은 안 되는가? ㆍ241 학벌주의를 긍정하는 언론의 보도 프레임 ㆍ243 학벌만 좋은 ‘천민 엘리트’ ㆍ246 진정한 경쟁을 위해 ㆍ249
주 ㆍ253
영어는 고학령층 사이에서는 ‘인정 투쟁’의 주요 도구가 되었다. 1920년대와 1930년대를 풍미하던 모더니즘의 바람을 타고 영어가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른바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은 영어나, 일본어를 대화에 곧잘 섞어 사용하면서 시대의 소비와 유행을 이끌었다. 「사교권 장악 수단으로서의 영어」(본문 52쪽)
미군이 새로운 지배자로 등장한 해방 정국에서 가장 강력한 생존 무기는 단연코 영어였다. 영어를 할 수 있는 통역관들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일제시대 때 해외 유학을 했거나 국내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영어를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대지주 집안 출신으로 해방 전에는 친일파, 해방 후에는 친미파 노선을 걸었다. 정당으로 보자면 바로 한국민주당(한민당)이 그런 사람들로 구성되었는데, 한민당은 사실상 해방 정국을 지배한 이른바 ‘통역정치’의 주역으로 부상한 것이었다. 「‘통역정치’의 전성시대」(본문 61~62쪽)
1970년대 내내 수출이 국가 제1의 목표가 되면서 각 회사마다 자체 영어 교육을 실시하는 건 물론 사설 영어 학원들이 학생과 직장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런 영어 붐을 타고 문교부는 1971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기 영어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반대가 워낙 심해 철회하고 말았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영어가 생존의 무기였지만, 집단적 차원의 대중 정서는 조기 영어 교육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민심을 의식한 걸까? 박정희 정권은 영어를 최대의 무기로 삼는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펴면서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때때로 강력한 ‘문화적 민족주의’를 내세우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은 1970년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했으며, 1975년에 건립한 민족문화의전당을 세종문화회관으로 명명했고, 어린이회관 앞에 세종대왕의 동상을 세웠다. 동시에 한글 전용 정책을 추진했다. 「수출 전쟁 체제하에서의 영어」「박정희의 ‘문화적 민족주의’」(본문 86~87쪽)
1981년 9월 ‘88올림픽’의 서울 유치가 확정되었으며, 그해 11월에는 86아시안게임의 서울 유치도 확정되었다. 이제 ‘생활 영어’는 시대적 대세가 되었으며, 이런 분위기를 업고 정부는 1981년 10월 영어 조기 교육 방침을 확정했다. 정부는 “10세면 혀가 굳는다”거나 “외국어 교육 환갑은 13세”라는 이론을 내세워 초등학교 4학년부터 특활 시간을 이용해 영어 교육을 1982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조기 영어 교육은 이미 서울 시내 300여 개 초등학교 중 39개 사립학교와 일부 유치원에서도 실시하고 있었지만, 과밀학급과 교사난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빈부 격차에 따른 ‘영어 격차’ 논란이 벌어졌다. 1982년 일반인들의 영어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토익TOEIC이 한국에 상륙했다. 이미 대기업의 80퍼센트가 1년에 한 번씩 자체 영어 시험을 실시하고 있었다. 현대그룹은 사원들을 3등급으로 나눠 보너스를 차등 지급하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었다. 토익은 이런 시장을 겨냥해 파고 든 것이다. 「“빠를수록 좋다” VS “주체적 인간”」(본문 91~92쪽)
1996년 영어 과외를 받고 있는 초등학생은 53만여 명에 달했으며 이에 드는 과외비는 연간 3,550억 원인 것으로 추산되었다. 어린이 영어 전문 체인점은 500여 개에 이르며 일반 영어 학원에서 ‘유치원반’을 개설한 학원까지 합하면 1,000여 개 이상이었다. 조기 영어 교육에 투자되는 돈은 교재 시장까지 합하면 6,000억 원대에 이르렀다. 영어 교육열은 상식을 초월했다. 2세 갓 넘은 어린 아이들에게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하는 학원까지 생겨났는가 하면 이젠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까지 해외 어학연수 길에 올랐다. 김포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집계에 따르면 만 6~10세 어린이(유치원생~초등학교 4학년) 출국자는 1993년 3만 5,000여 명, 1994년 4만 7,000여 명에 이어 1995년에는 6만여 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들 중 대부분이 방학 기간을 이용, 영어 학원과 여행사가 모집한 해외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거나 개인적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3~4주간 어학연수를 받기 위해 출국하는 어린이들이었다. 일부 지역교육청에서는 미취학 아동의 영어 교육을 자제하도록 행정지도를 하기도 했지만, 영어 광풍狂風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바람난 조기 영어 교육’」(본문 117쪽)
한국인의 영어 전쟁은 계급투쟁이다!
“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최대의 생존 무기”
한국인에게 영어는 무엇인가?
- 영어는 권력이자, 종교이자, 공포다
한국에서 영어는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영어는 이 땅에 들어오면서부터 ‘권력’이었다. 일제강점기 고학력층 사이에서 영어는 ‘인정 투쟁’ 수단이자 사교권 장악 수단이었으며, 미군이 새로운 지배자로 등장한 해방 정국에서 영어는 가장 강력한 생존 무기였다. 영어를 할 수 있는 통역관들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해방 정국에서 영어는 시대정신이었다. 본격적인 ‘수출 전쟁’이 시작된 1970년대에 영어는 생존의 문제로 격상되었다. 수출을 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영어를 위해 수출을 지휘하는 정부의 중앙부처는 영어 붐 조성에 앞장섰으며 각 회사마다 자체 영어 교육을 실시하는 건 물론이고 사설 영어 학원들은 학생과 직장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불기 시작한 세계화 바람 속에서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명분 삼아 기업은 영어 열풍을 선도했으며 “토플과 토익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거나 “영어 하나만 제대로 배워오면 성공이지요”라는 말이 떠돌 만큼 영어는 한국 사회 최고의 자본이 되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갓난아기까지 영어 교육에 휩쓸리기 시작했으며,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영어 배우기는 ‘국가적 종교’라는 말까지 나왔다.
2000년대 들어 영어는 정치와 유착했다. 광역자치단체는 물론이고 기초자치단체까지 경쟁적으로 영어캠프를 열거나 영어마을을 조성했으며, 2007년 대선에서는 대통령 후보들까지 영어 교육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영어 지상주의’가 한국 사회를 휩쓸면서 ‘영어 망국론’까지 등장했지만 영어를 향한 한국인들의 숭배는 끝을 모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한국에서 영어는 ‘내부 서열 정하기 게임’이다
“다른 집 아이에 비해 뒤떨어지는 건 참을 수 없다.” 한국 영어 교육의 본질을 이처럼 잘 꿰뚫어본 말이 또 있을까? 이 발언이 시사하듯, 한국에서 ‘국가 종교’로까지 숭배될 만큼 대접 받는 영어는 ‘내부 서열 정하기 게임’이다. 한국에서 영어 수요는 실수요가 아니라 가수요다. 가수요의 정체는 물론 ‘내부 서열’이다. 즉, 내부 서열을 정하기 위한 용도로 한국인들은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계층 간 영어 격차는 필연이다. 영어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영어의 공용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순진하거나 낭만적이거나 어리석거나 기만적이다. 영어 전쟁의 목적이 영어를 잘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 서열을 정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즉, 모든 국민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하는 날이 오더라도 누가 더 잘하는가를 따지는 서열은 건재하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어 전쟁은 대학 입시 전쟁과 한 몸이다.
대학 입시 전쟁이 이른바 ‘능력주의meritocracy’의 가면을 쓴 적나라한 계급투쟁이듯이, 영어 전쟁 또한 그러하다. 영어 문제는 대학 입시 문제의 판박이라는 주장에 이견을 제시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대학 입시 문제가 그대로 온존하는 가운데 영어 문제의 개선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두 가지 문제 모두 그 핵심은 서열에 관한 생각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영어 전쟁은 대학 입시 전쟁처럼 숙명인 셈이다.
영어 예찬론과 영어 망국론의 타협을 위해
한국은 영어 예찬론과 영어 망국론이 공존하는 사회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보수주의자들은 영어를 예찬하고 있고 진보주의자들은 영어 망국론을 이야기한다. 둘 사이에 타협은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충분히 타협이 가능하다. 영어 광풍을 비교적 지지하는 보수파는 전체 초·중·고생 사교육비의 3분의 1이 영어 학습에 쏠리는 현실이 국가적 차원에서 초래하는 ‘기회비용機會費用’에 눈을 돌려야 한다. 영어 광풍은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보자면 보수주의자들이 좋아하는 국제 경쟁력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큰 해악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학생들이 배움에서 ‘깊이’를 추구할 때에 우리는 순전히 내부 경쟁용 변별 수단으로서 영어 교육에만 목매고 있는 상황이라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진보주의자들도 성찰이 필요하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자세를 버리고 나의 욕망도 인정하는 수준의 타협이 필요하다. 서열 없는 사회를 꿈꾸는 건 아름답지만, 그건 종교의 비전과 비슷한 아름다움이다. 영어 광풍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백번 지당하신 말씀이지만, 이게 일반 대중 사이에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하다. 영어 전쟁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다 영어를 잘했기 때문에 그렇게발언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우선 좋은 대학을 나오기 위해서라도 영어를 잘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었을 테고, 이후의 경쟁에서도 영어라고 하는 관문을 거쳐야만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를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나와 내 자식은 예외로 하면서 사회를 향해 당위를 외치는 건 무력하거니와 위선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열 유동화가 필요하다
서열 타파는 가능한가? 그건 불가능하다. ‘서열 미화’도 위험하지만 ‘서열 타파’ 주장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주장이다. 강준만 교수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적인 논지는 ‘서열 미화’와 ‘서열 타파’ 사이에 중간지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서열 유동화’다. ‘서열 미화’와 ‘서열 타파’라고 하는 양극화된 대립구도 속에서 ‘서열 유동화’라고 하는 제3의 길을 통해 한국 사회가 직면한 영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강준만 교수는 그간 학벌, 서열, 경쟁을 비판하면서도 학벌과 서열을 깨거나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서열 유동화’를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다원적 경쟁 체제’라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경쟁의 병목 현상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평생 경쟁 체제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대학의 기존 ‘고정 서열제’를 노력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변동 서열제’로 바꿔야만 학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게 강준만 교수의 주장인 셈이다.
영어 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사실상 학벌과 한 몸인 영어 문제 역시 서열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가 “영어 광풍에 너그러워지자”는 대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열 미화’와 ‘서열 타파’라는 양 극단의 주장을 넘어설 수 있는 ‘서열 유동화’에 주목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책속으로 추가
정부의 조기 유학 전면 자유화 방침에 따라 학부모들이 앞다투어 유학 설명회에 몰려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를 미국으로 조기 유학 보내려는 김 모 씨(37)는 “영어 하나만 제대로 배워오면 성공이지요”라고 말했다. 이런 원리에 따라 젊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태어난 지 2~3개월 된 아기에게도 선생님을 고용, 과외를 시키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는 선생님에게 ‘장난감 갖고 놀기’를 지도받는 전 모 군은 생후 6개월인데, “좀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는 어머니 김 모 씨(27)는 “남편은 ‘아기에게 뭐하는 짓이냐’며 나무라지만 주변의 아기에 비해 뒤떨어지는 건 참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 영어 교육의 본질을 이처럼 잘 꿰뚫어본 말이 또 있을까? “다른 집 아이에 비해 뒤떨어지는 건 참을 수 없다”는 교육 원리에 따라 불법 조기 유학도 급증했다. 「“영어 하나만 제대로 배워오면 성공이지요”」(본문 135쪽)
2004년 초 국내에서 최초로 문을 연 경기도 안산의 영어체험마을은 문을 연 지 3주 만에 2005년 2월까지 예약이 완료되었다. 이에 자극 받은 각 자치단체들은 벤치마킹을 통해 앞다투어 영어마을 조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서울시는 백제 초기의 토성터가 있어 ‘유적지 훼손’ 우려와 비난에도 불구, 송파구 풍납동에 (구)외환은행 합숙소를 활용한 약 1만 6,730제곱미터(5,061평) 규모의 거대한 영어마을을 2004년 11월 개장하기로 했으며, ‘제2의 영어체험마을’을 유치하기 위한 성북구와 노원구, 도봉구, 서대문구 등 강북 지역 자치구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전라남도는 도청 이전지인 무안군 남악 신도시에 총 151억 원을 투입, 2006년까지 대규모 영어마을을 조성하기로 했다. 그 밖에도 부산시, 강원도, 인천시, 제주도, 대전시 등 광역 지자체·교육청, 소규모 지자체들도 영어마을이나 비슷한 시설 건립을 추진했다. 「영어캠프?영어마을 붐」(본문 162~163쪽)
2012년 6월 3일 한국개발연구원이 내놓은「영어 교육 투자의 형평성과 효율성」보고서에 따르면 부모 소득에 따라 영어 사교육 노출 비율이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월 소득 100만 원 이하 가구의 학생은 영어 사교육 참여율이 20퍼센트 수준이지만, 500만 원 이상 가구의 학생은 70퍼센트였다. 서울 강남권은 영어 유치원 참여 비율이 24.6퍼센트인 반면에 비강남권은 1.1퍼센트에 불과했다. 영어캠프와 영어 전문 학원 참여 비율의 격차는 물론 도·농 간 영어 성적 격차도 두드러졌다. 이런 불평등 구조는 대학 수학 능력 시험과 토익 점수, 연봉 격차로 이어졌다. 부모 소득 100만 원 당 수능 영어 점수 백분율이 2.9계단 상승해 국어(2.2계단), 수학(1.9계단)을 앞질렀다. 소득 100만 원 당 토익 점수는 16점 차이가 났다. 또 토익 점수 100점이 높으면 연봉이 170만 원 높은 것으로 나타
작가정보

저자 강준만은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하는 데 선도적인 구실을 해왔다. 2011년에는 세간에 떠돌던 ‘강남 좌파’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냈고, 2012년에는 ‘증오의 종언’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며 ‘안철수 현상’을 추적했을 뿐만 아니라 2013년에는 ‘증오 상업주의’와 ‘갑과 을의 나라’를 화두로 던지며 한국 사회의 이슈를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감정 독재』,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갑과 을의 나라』, 『증오 상업주의』, 『교양영어사전』(전2권), 『안철수의 힘』, 『멘토의 시대』, 『자동차와 민주주의』,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강남 좌파』, 『룸살롱 공화국』,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전화의 역사』, 『한국 현대사 산책』(전23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 『미국사 산책』(전17권)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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