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권지예 지음

이가서 2007년 01월 20일 출간 종이책 : 2004년 07월 0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소설가 권지예가 유쾌하고 발랄하게 써내려간 프랑스 체류기. 맵고 쓰고 달콤한 빠리의 추억을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통해 고스란히 담아냈다. 빠리 때문에 울고 웃은 8년, 저자는 외부 조건보다 자기 자신의 변화를 꿈꾸고 살았던 열정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또한 정신의 탄력성을 잃지 않고 생활의 긴장을 늦추지 않을 수 있었던 일화들을 통해, '가난'이란 결핍이 삶의 의지를 팽팽하게 조여 주는 생활 속의 나사못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목차

- 작가의 말
[ 1. 어설픈 빠리지엔 ]
. 나는 대한민국의 기자다!
. 개밥튀밥
. 어떤 유혹
. 아저씨, 좀 빼줘요. 네에?
. 건망증
[ 2. 사소한 다름과 엉뚱한 차이 ]
. 1과 7은 한 끝 차이
. 지하철의 소시지
. 단춧구멍 꿰매기
. 손가락 긴급 구조 사건
. 웨딩드레스를 입은 골초 신부
. 대자보 사건
. 명품 틈에 낀 짝퉁
. 물러가라, 쉰떡!
. 신형 살인무기 RU 486
. 별난 거지와 크리스마스트리
. 클레르 아빠랑 해!
. 어린 이방인들, 빠리에 둥지를 틀다
. 올랄라! 두 눈 다 까맣잖아!
. 에펠 탑은 서울에도 많네 뭐...
. 개똥이 싫어
. 아기도 알 권리가 있어!
. 여보, 내 똥 좀 더 가져가
. 내일은 선생님들이 데모하는 날!
. 제발 좀 가만히 내버려 둬!
[ 4. 빠지지엥, 빠리지엔 ]
. 선비형 왕빈대와의 우정
. 집 없는 천사, 자쥬인, 거지
. 일심이는 19층에 조용히 홀로 살고 있다
. 사랑밖에 난 몰라
[ 5. 낯선 빠리에서 만난 꼬레, 꼬레앙 ]
. 벼룩의 간을 먹고 크는 사람들
. 맛 좋은 김치가 여기 있소!
. 빠리에서 만난 나의 첫 독자
[ 6.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 그리고 정情 ]
. 바캉스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 모젤 강에서 만난 복덕방 남자와 전망 좋은 방
. 빈털터리가 된 프라하에서 만난 두 남자
. 숲 속 외딴집의 미스 오클리
. 달리는 특급 호텔, 카라반을 사다
[ 7. 빠리는 이방인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
. 내 삶에 존재하는 부력의 법칙
. 좀더, 좀더 멋지게 떨어져 보자

책 속으로

엉거주춤 그를 따라 들어간 화장실 안은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벗어재낀 옷가지, 달짝지근한 샴푸 향내와 어우러진 뿌연 훈김, 축축한 살 냄새. 괜히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런 내 기분이 그에게도 전염됐을 것 같아 가슴이 마구 뛰었다. 부엌을 묻길래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니 부엌으로 들어가 서슴없이 소독기로 칙칙 뿌리는 소리가 났다. 순간 한국에서 아파트 소독을 할 때엔 두 시간쯤 나갔다 들어와 청소를 했던 기억이 났다. 이것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나가려는 그를 급하게 불러 세웠다. “무?! 씰 부 쁠래……(아저씨! 저 좀 보세요……).” 그런데 어떻게 말해야 하나? 불러 세우고 머뭇거리는 나를 그는 참을성 있게 그윽이 바라보며 웃는다. 옳지, 그렇지! “옹 쁘 레스떼 이씨?(여기 머물 수 있나요?)” 그런데 그의 얼굴이 홍조를 띠며 곤혹스런 빛이 잠깐 스치는 듯하다. 다시 내친 김에 그의 눈을 쳐다보며 발음에 신경 써서 다시 한 번 말한다. “옹 쁘 레스떼 이씨, 무?? 쎄 뽀씨블?(여기 머물 수 있어요, 아저씨? 가능한가요?)” 그의 표정이 좀더 야릇해진다. ‥‥‥ p. 45 “여보, 내 똥 좀 더 가져가.” “와아, 당신은 웬 똥이 그렇게 많냐?” “엄마! 나 까까!” “아까 삐삐할 때 안 했니?” “쟤, 벌써 오늘 세 번째다. 설사 아냐?” “우엑, 대구똥!” “얜 꼭 먹을 때마다 이러더라.” “빨랑 가 봐! 알레 알레! 비뜨!” 어느 날, 우리 집 식탁에서의 대화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국인, 특히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의 말투는 두 나라 단어들이 섞여 있어 한국인이나 프랑스인들이 듣는다면 이해를 못할 때가 있다. 무슨 똥 얘기를 저렇게 할까? 식구들이 식탁에 모여 고스톱을 치나?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 p. 166

출판사 서평

◆ 억척스런 빠리 생활, 유쾌하고 발랄하게 읽기 - 1997년 등단 이후, 2002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작가 권지예. 그가 첫 번째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를 펴냈다. ‘참신한 은유 하나하나가 사원의 모자이크처럼 정교하게 어울리면서 건축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는 문단의 평을 들었던 그인 만큼 빠리의 매혹적인 면과 그 이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였다. 1991년에 도불, 1999년에 귀국할 때까지 “억척스러운” 빠리 생활을 감내하였던 그는 생생하면서도 팔딱팔딱 살아 숨쉬는 이야기들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써내려갔다.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는 그의 맵고 쓰고 달콤한 빠리의 추억담으로, 자전적인 에세이다. - 이 글들은 어언 8년간의 프랑스 생활의 한 개인적 기록이자 체험기입니다. 소설가의 문향이 배어나는 글이라기보다는 소설가 이전의 생활인의 글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는 곳에서 힘겹게 홀로서기를 했던 제 스스로에게, 또 힘들고 외로운 이국 생활을 견뎌 냈던 제 가족들에 대한 저 나름의 따뜻한 헌사입니다. 그래서 자칫 외국 생활에서 오는 고달픔과 숱한 시행착오에 대한 부끄러움과 우울함을 조금이라도 가려 보기 위해 짐짓 명랑한 척을 좀 해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상에 젖는 대신 콩트풍으로 경쾌하고 발랄하게 제 스스로가 재미나게 썼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7개의 큰 마당, 38개의 맵고 쓰고 달콤한 빠리의 추억담 - 에세이는 크게 일곱 단락으로 나뉘어 있다. 빠리에 막 도착해 언어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빚어낸 좌충우돌 실수담을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어설픈 빠리지엔’ 문화적 차이에서 빚어진 혼동과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 저자와 그의 가족들의 생기발랄한 이야기 ‘사소한 다름과 엉뚱한 차이’ 엄마의 눈길로 바라본 두 아이의 빠리 생활을 읽을 수 있는 ‘어린 이방인들, 빠리에 둥지를 틀다’ 빠리 생활 속에서 접한 빠리 보통사람들의 이야기 ‘빠리지엥, 빠리지엔’ 빠리 속의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낯선 빠리에서 만난 꼬레, 꼬레앙’ ‘바캉스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주장하는 빠리 사람들 틈에서 덩달아 수많은 여행길을 떠났던 가족 여행의 후일담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 그리고 정. 빠리에서 직접 쓴 일기 몇 편 속에서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외로움과 삶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빠리는 이방인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 저자는 이 산문집을 ‘뻘밭 염전에서 써레질을 하듯 빠리의 추억 속에서 건져 올린 소금 결정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빠리에 대한 궁금증이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할 만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권지예

◆ 권지예 1960년 경주에서 태어났다. 여고 시절, 당시 매력이 대단했던 교내 신문 『숙란』지의 기자가 되었고, 교내 백일장에서 수상을 하면서 난생 처음 문학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이화여대 문리대 영어영문학과에 들어간 스무 살 초겨울, 천재라 불렸던 동생의 죽음을 통해 문학이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대학 내 서클인 ‘이화문학회’에 들어가 열심히 책도 읽고 토론도 했고 소설도 쓰기 시작했다. 3학년 때 ‘다락방’이라는 동인 그룹에서, 지금은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는 남편을 만났다. 4학년 때 단편 「뜨거운 포말」이 이화문학상에, 단편 「피꽃」이 이대학보 현상문예에 당선되었다. 결혼 후 중학교 교사 생활 거쳐 1991년 프랑스로 건너가, 국립 빠리 7대학 동양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단편 「꿈꾸는 마리오네뜨」로 문단에 데뷔, 1999년 귀국 후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뱀장어 스튜」로 2002년 제26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해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작품집으로 『꿈꾸는 마리오네뜨』,『폭소』, 장편소설로『아름다운 지옥1·2』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