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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너스

손아람 장편소설
손아람 지음
자음과모음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0년 01월 06일 출간

종이책 : 2014년 12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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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5.33MB)
ISBN 9788957078334
쪽수 5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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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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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결코 소설이 아니다!
개봉이 지연된 영화 《소수의견》을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과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원작소설의 저자 손아람이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는 근현대사 10년을 써내려간 소설 『디 마이너스』를 펴냈다. 2009년 용산참사를 연상시키는 전작 《소수의견》에서 대한민국을 현미경으로 세밀하게 확대해 보여줬던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 결코 끝나지 않는 대한민국의 과도기를 멀고 넓게 바라본다.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배경으로 우연적, 숙명적, 그리고 필연적으로 자신이 살고자 하는 방향으로 10년을 흘러간 인물들의 삶을 통해 한 시대를 이야기한다.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한 박태의. 무언가를 믿는 것, 믿는 것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 전부이던 20대, 그는 자신이 숭배하던 선배 미쥬를 따라 철학연구학회에 들어간다. 신입생이 들어오면 마르크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고학번 현승, 법대생이자 미쥬의 애인인 대석, 공대생 진우를 만나게 된 가운데 대우자동차가 부도를 맞는다. 해고된 노동자들과 함께 농성에 참여하게 된 태의는 즐겨 입던 빨간색 패딩 점퍼가 사진에 찍히는 바람에 대공분실로 끌려가게 된다.

그곳에 먼저 끌려갔던 대석은 화염병을 던진 사람으로 태의를 지목했고, 전학협의 간부는 대석의 이름을 불었고, 청년진보당 간부는 전학협 간부의 이름을 말했고 결국 아무도 침묵을 지키지 않았다. 태의 역시 화염병을 던진 사람을 진우라고 지목했고, 진우는 자신이 화염병을 던졌다고 자백했다. 이후 이들은 모두 흩어져 군에 입대하고, 유학을 가고, 학교로 돌아와 학생회장이 되었고, 투쟁선봉대에 들어가 시위에 참여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늘 그래왔듯, 선택의 기로에 놓인 채 각자 자신의 삶을 선택해 나가며 길을 엇갈려가며 그렇게 살아간다.
농성에 참여한 날 입었던 빨간색 패딩 점퍼. 태의는 여름처럼 따뜻해 즐겨 입던 그 옷을 입고 경찰에 잡혀 들어갔다. 혼자 새빨간 점퍼를 입고 있어 눈에 띄었으리란 걸, 사진에 찍혔으리란 걸 짐작할 수 있었기에 양면이었던 패딩 점퍼를 뒤집어 입거나 버릴 수 있었지만 태의는 빨간색 패딩을 그대로 입고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는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을까. 매번 하나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내어주는 방향을 따라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가슴 속 깊이 박힐 메시지를 전한다. 하나의 선택이 하나의 삶을 살게 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의 선택으로 흘러간 10년이고, 앞으로 나아갈 우리의 역사라는 것을.
담배 1 / 아름다움의 학문 1 / 마르크스에 대한 생각 1 / 웅덩이 1 / B- / 양면 패딩 점퍼 1 / 거목1 / 본질적인 차이 / 체 게바라 / 길고양이 1 / 차별적인 규칙 / 칸트가 쓴 세 줄 / 무관심성 이론 / 금기 / 우승 / 농활 / 단발머리 / 오리와 매 / 성폭력 / 권력 / 밤에 빗댄 시 1 / 베티 1 / 수학의 방법론 1 / 버거킹 / 차라리 가수 / 기호논리학 / 미친 남자 1 / 그들 / 세계의 전부 1 / 수학의 방법론 2 / 길 1 / 무이자 대출 / 거짓말은 모두 젖어 있다 / 명령 / 세계화 / 습격 / 결사대 / 해결 방법 1 / 해결 방법 2 / 세계의 전부 2 / 가상, 현실 / 전쟁 1 / 양면 패딩 점퍼 2 / 마르크스에 대한 생각 2 / 기계 1 / 사랑의 밤 / 아는 사람들 / 퐁당퐁당 / 골절 / 대공분실 / 자살 1 / 대공분실 2 / 고문 / 양면 패딩 점퍼 3 / 양면 패딩 점퍼 4 / 진실의 약 1 / 연기 / 악 / 이웃 / 봉합 / 길고양이 2 / 마르크스에 대한 생각 3 / 마르크스에 대한 생각 4 / 웅덩이 2, 졸업식 1 / 갯벌 / 마르크스에 대한 생각 5 / 난 괜찮아 / 검증 /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계절 / 자유시장 1 / 주필 1 / 서울대 찌꺼기 / 축제 / 힙합 정신 / 취향 / 진흙탕 / 용서 / 기울어진 세계의 역학 / 길고양이 3 / 대공분실 3 / 대한민국 / 법의 보호 / 죄수의 딜레마 / 진실의 약 2 / 역사에 기록된 사실 / 배신 / 도둑질 / 진리는 나의 빛 / 단두대 / 유죄판결 / 헬싱키 / 길고양이 4 / 가능성 / 과대망상 / Be the reds! / 양 선생 / 투쟁선봉대 / 인간에 대한 이해 / 세상은 어떻게 망하는가? / 마르크스에 대한 생각 6 / 란다우어의 원리 / 조자룡, 논개 / 변하는 것 / 밤에 빗댄 시 2 / 화석 / 훈육 / 주필 2 / 별의 여왕 / 자유시장 2 / 갈림길 / 계란으로 바위 치기 / 패배 / D- / 당선 / 거목 2 / 승진 / 미선이, 효순이 / 내 전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줘 / 멸종 / 베티 2 / 메리 크리스마스 / 객관성과 상대성 / 아름다움의 학문 2 / 대중예술 / 바그다드 / 전쟁 2 / 좌파 성향 / 대연정 / 진실은 언젠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법이다 / 1982, 1989, 2003 / 대가리를 반쪽으로 / 국경을 넘는 사다리 / 망명 / 눈물 / 애꾸눈 / 평범한 세상 / 출병 / 담배 2 / 토마스 아퀴나스 1 / 희한한 일 / 미친 남자 2 / A+ / 자본의 논리 / 자살 2 / 아름다움의 학문 3 / 토마스 아퀴나스 2 / 길 2 / 베티 3 / 졸업식 2 / 청첩장 / 담배 3 / 연표: 잃어버린 10년 / 작가의 말

“세상을 말로 배울 수는 없어.”
하나같이 줄담배를 피우던 대학 선배들은 종종 역설의 정수와 같은 설교를 늘어놓곤 했다. 세상을 말로 배울 수 없다는 말. 그것은 말로 배운 말이었다. 말을 부정하는 말이었다. 그들에게 배운 말로 나도 후배를 타일렀던 적이 있다. 그런데 세상을 말로 배울 수 없다는 건 사실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어쩌면 아닐 것이다. 경험보다 말을 많이 가진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끝없는 말들. 세상보다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이야기. 아마도 세상은 언어가 소멸하는 날에 종말을 맞을 모양이다. 이제 선배들도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말과 함께 나이 들었고 나이와 함께 거짓말의 비중을 늘려왔지만 다 지나간 일을 굳이 거짓으로 덮을 필요는 없을 테니까.(11쪽)

내가 들은 수업 첫날에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강정환 교수는 강의실에 들어온 뒤 입 밖으로 한마디도 내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학생들은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다. 강의실을 향해 돌아섰을 때 교수는 정중한 존댓말을 썼다.
“빗줄기라는 표현은 틀렸어요. 빗방울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한 줄기처럼 보여도 띄엄띄엄 내리지요. 실은 세상 모든 게 띄엄띄엄 존재합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비가 띄엄띄엄 내리듯이 디지털 역시 띄엄띄엄의 기술이다. 양자 에너지도 띄엄띄엄하다. 사랑도 띄엄띄엄 찾아오고, 소변도 띄엄띄엄 마려운데, 그 이유는 심지어 시간조차 띄엄띄엄 흐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세상 만물이 띄엄띄엄하다! 그는 자기 철학에 이름까지 붙였다. 띄엄띄엄의 철학.(28쪽)

대석 형은 아침이 다 된 시각에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취해서 내 방에 들어왔다.
“휴게실 가서 같이 야구 보자.”
너무 취한 나머지 스탠드를 켜놓고 시험을 준비하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진정으로 섬긴 것은 학생운동이 아니라 야구였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야구 시합에 정치적 신념을 끌어들이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신념을 이루기 위한 싸움에 타자로서의 재능을 끌어들인 사람이었다.
“박찬호가 지금 지구의 자전 속도가 못 따라갈 것 같은 공을 뿌려대고 있어! 공부가 되냐!”
결국 나는 책을 덮어두고 휴게실로 따라나갔다. 휴게실에는 학생 세 명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었다. 흘러나오는 방송은 박찬호의 경기가 아니라 긴급 뉴스였다. 학생들은 시끄럽게 욕설을 쏟아냈고, 대석 형도 곧 동참했다. 그날 우리는 야구가 아닌 전혀 다른 시합을 구경했다. 아웃 카운트 세 개가 아닌 목숨 하나로 결정되는 삶의 경기.(52쪽)

내 방을 찾아온 대석 형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그는 턱짓으로 나를 끌어냈다. 그를 따라 기숙사 바깥으로 나갔다. 겨울 저녁이라 공기가 찼다. 우리는 노란 나트륨등 밑으로 걸어가 섰다. 대석 형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커튼처럼 내려왔다. 그는 담배를 꺼내 물어 불붙이고 내게도 하나를 건넨 뒤 불붙여줬다.
“이게 다 김우중 때문이야. 그런 데 애꿎은 사람들 목숨이 왔다 갔다 하고 있어.”
그는 담배 연기를 입으로 내뿜으면서 내 눈을 바라보았다.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전학협에서 김우중을 습격할 거야.”
그는 엄청난 계획을 털어놓았지만 나는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김우중은 장소가 아니잖아. 대우로 간다는 거야?”
“우리는 김우중의 집으로 쳐들어갈 거야.”
나는 얼어붙었다. 한참 뒤에야 간신히 물었다.
“왜 나한테 이야기하는 거야?”
그는 머뭇거렸다. 담배를 떨어뜨려 신발 바닥으로 비벼 끄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물었다.
“같이 갈래?”(146~147쪽)

“우리가 너를 어떻게 찾아냈을 것 같냐? 너 찍힌 사진 들고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녔을까?”
문 경사는 담담하게 물었다. 나는 그의 눈을 보았다. 검고 깊은 눈동자. 생쥐처럼 몸을 움츠린 내 모습이 거기 비쳤다. 나는 그 안에 사로잡혀 있었다. 알고 싶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귀는 눈과 달리 꺼풀이 없어서 받아들일 진실을 고를 수가 없다. 그래서 인간을 상처 입히는 건 언제나 말이다.
그는 말해주었다.

대석 형도 점심식사로 설렁탕을 골랐다고 한다. 문 경사의 손이 깍두기 그릇의 싸맨 비닐을 벗겨주었을 것이다. 그는 문 경사가 내민 사진을 보고 내 이름을 말했다.(219쪽)

빗줄기를 뒤흔드는 커다란 드럼 소리와 함께 흠뻑 젖은 힙합 가수 A가 무대 위로 뛰어오르자 학생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가 안무 동작으로 격렬하게 발을 구를 때마다 바닥에 고인 빗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무지갯빛 조명에 반사된 물방울은 허공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며 흩어졌다.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신이 난 A가 허리를 굽혀 자세를 낮추었다. 검지를 들어 무대 아래쪽의 미쥬를 가리키며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여기 온

느슨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수십 명의 사람들에 의해 쓰였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결코 소설이 아니다.

한 청춘이자 한 시대의 일지를 기록하고 싶었다.

『소수의견』 손아람의 세 번째 장편소설
낙제에서 간신히 복권된 학점, 『디 마이너스』

잃어버린 것들보다는 잃어버릴 것들을,
종말의 임박, 암울한 아우성,
그들도 머지않아 알게 될 터였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멸망하지 않는다.
미래의 몫으로 더 나빠질 여지를 언제나 남겨둔다.

얼마 전 영화 《소수의견》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 있다. 배급사인 CJ에서 1년여간 지속적으로 개봉을 지연하다가 결국 ‘영화를 폐기하기로 했다’는 것. 원작소설 저자 손아람 작가의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공개되었다. 이후 《소수의견》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사실무근’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유사 소재 영화가 나올 때마다 회자되는 등 개봉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한데 모으고 있다. ‘21세기 낙원구 행복동’ 용산 참사를 연상시키는, 첨예하고 벼린 칼날 같은 소설 『소수의견』의 작가 손아람 세 번째 장편소설 『디 마이너스』가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디 마이너스』는 말 그대로 낙제에서 간신히 복권된 학점 ‘D-’를 말한다. 『소수의견』이 대한민국을 현미경으로 세밀하게 확대한 사진이라면, 『디 마이너스』는 결코 끝나지 않는 대한민국의 과도기를 “가깝되 바깥인 곳에서” 멀고, 넓게, 바라본다. 『디 마이너스』는 용산 참사를 포함,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는 근현대사 10년을 그린다. 서울대 미학과 주인공 태의. 입학 후 만난 사람들 대석 형, 미쥬, 진우. “알기 전에는 믿지 않는 것, 의심, 호기심, 반항심”을 갖춘 인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서사를 지나는 학생과 교수, 노동자, 경찰까지. 그들이 품은 태생적이자 후천적 성질은 모두 다르다. 그 성질은 출신 지역이기도 하고, 부모의 직업이기도 하며, 본인들이 선택할 삶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당락의 기로에 위태롭게 서 있다. ‘D-를 받느냐, F를 받느냐. 합격이냐, 낙제냐. 모두 갖느냐, 모두 잃느냐’ 선택해야 하는 고질적 병을 앓는다. 그런데 겨우 D-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를 갖는 걸까?
실제 서울대 미학과 출신인 손아람 작가가 그린 하이퍼 리얼리티 『디 마이너스』. 주인공 박태의는 소설 도입에 이런 말을 한다. “이 이야기의 아름다운 면과 지저분한 면을 모두 이해시키려면 반드시 그 괴물 같은 고유명사와 맞닥뜨려야만 한다. 나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미학과였다.” 태의가 입학해서 만난 동기들과 선배들은 운동권으로,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책의 내용과 구성

이야기는 주인공 박태의가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한다. 무언가를 믿는 것, 믿는 것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 전부이던 20대. 아마도 미학과는 “그런 학문이 존재한다는 게 신기”한, 대체 “뭘 배우는지 알기 위해” 입학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학과 내 학회들은 나름의 신념과 성격으로 예민하게 그어진 분파일 거다. 태의는 선배 미쥬를 따라 철학연구학회에 들어갔다. 미쥬는 서울대 총학생회 회장이 될 그릇이었고, 태의는 그녀를 숭배했기 때문이다.
고학번 현승 선배는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꼭 이렇게 질문한다. “마르크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는 시대의 마지막 음유시인이다. 기타와 음악과 시는 그를 상징하는 전부다. 그리고 대석 형. 법대생이자 미쥬의 애인이다. 투쟁 머신의 줄임말 ‘투신’이 쓰여진 야구방망이가 그를 상징한다. 그리고 진우는 미쥬 생각엔 “공대 전체를 집어삼킬 거목으로 자라날” 공대생이다.

서울대학교.
내가 입학하고 졸업한 학교다. 으스댈 뜻은 없다. 굳이 그 이름을 피하고 싶지 않을 뿐. 이 이야기의 아름다운 면과 지저분한 면을 모두 이해시키려면 반드시 그 괴물 같은 고유명사와 맞닥뜨려야만 한다. P대학. ㅈ대학. OO대학이라 바꿔 부를 수도 있다. 그러지 않으려 한다.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겸허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어야 하지, 단어를 선택하며 발휘하는 게 아니다. 나는 삶을 선택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단어는 선택하려 한다. 이 이야기에서 나는 가급적 고유명사를 피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앞으로 내가 할 이야기는 특정한 이름들이 환기하는 우리의 기억과 감정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그 첫번째로, 나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미학과였다.(15쪽)

“선배들이 즐겨 구사하는 징그럽게 우아한 논법”을 제외하면 크게 다를 바 없는 대학생활 중 대우자동차가 부도를 맞는다. 대석 형이 속해 있던 전학협은 김우중을 습격할 계획을 세우고 대석 형은 태의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태의와 대석 형은 경찰에 붙잡히고, 최대한 매각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고자 했던 대우는 결사대원들을 풀어沮娩 하지만 GM과 대우자동차가 매각 협상을 진행하면서 노동자 1,750명이 해고되었고 미쥬가 농성에 참여했다. 시위는 점차 고조되면서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태의가 즐겨 입던 빨간색 패딩 점퍼가 사진에 찍히면서 대공분실에 들어간다.
“그들 사이의 작고 보잘것없는 전선보다 훨씬 크고 심각한 전선이 발 앞에 그어졌기에, 잠시 모두가 전우가 되”는 듯했으나, 이야기는 훨씬 더 복잡해졌다. 먼저 대공분실에 끌려간 대석 형이 화염병을 던진 사람으로 태의를 지목했던 것이다. 그리고 전학협 간부는 대석 형의 이름을 불었고, 청년진보당 간부가 전학협 간부를 불었다. 태의는 진짜로 화염병을 던지지 않았고, 진우가 화염병을 던졌다. 태의는 진우의 이름을 대고 나왔다.

“제가 증언했다는 걸 진우가 모르게 할 수도 있나요?”
문 경사는 무표정했다. 대답이 없었다.
“그러면 증언을 고려해볼게요.”
“니 증언은 이제 필요 없어.”
“네?”
“양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거든.”(297쪽)

진우는, 본인이 화염병을 던졌다고 자백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진우는 구형을 받았다. 8개월이면 “월드컵을 치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미쥬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후보를 사퇴하고 본가로 들어갔다. 그녀는 “학생운동의 물길을 바꿀 수도 있었던 걸출한 영웅”이었으며, “모든 남자가 탐을 냈지만 오로지 자기 자신의 주인이었던 외로운 여인”이었고, 열정적이었고 아름다웠다. 그녀는 강남 출신이었다.
결국 이들은 모두 흩어지고 있었다. “훨씬 크고 심각한 전선”은 그들을 단결하게 하는 듯도 했고 흩어지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본인들의 선택이기도 했다. 대석 형은 군에 입대했고, 미쥬는 유학을 갔다. 진우는 다시 학교로 돌아와 공과대학 학생회장이 되었고, 태의는 휴학 후 투쟁선봉대에 들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시위에 참여한다.

잃어버린 10년에 관한 서사

윤태호는 『야후』에서 세상 밖으로 내몰린 자들을 모아 수경대(수도경비 기동대)를 만들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88올림픽과 삼풍백화점, 지존파, 2002월드컵 등의 굵직한 사건들을 짚어내면서 그 수면 아래에 잠긴 이야기들을 수경대를 통해 드러냈다. 『디 마이너스』의 인물들은 우연적, 숙명적, 그리고 필연적으로 자신이 살고자 하는 방향으로 흘러서 10년을 갔다. 살고자 하는 대로 흘러갔다는 말에 전면 동의할 수 없겠지만, 그들은 매번 하나의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내어주는 방향을 따라 살아나가고 있다.
서울대 미학과. 작가의 모교를 무대로 펼친 『디 마이너스』. 작가는 도입에 물었다. “자, 묻습니다. 혹시 끊을 날이 올 걸 알면서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까?” 하나의 선택은 하나의 삶을 살게 한다.

미쥬의 눈썰미가 옳았던 것이다. 미쥬는 우리 정파의 미래가 진우에게 걸렸다고 말했다. 진우는 우리 정파가 아니라 운동권의 미래를 어깨에 걸머졌다. 전우들은 싹 전멸하거나 전장 바깥으로 달아났고, 어둑한 PC방에서 밤새워 스타크래프트 하길 즐기던 창백한 얼굴의 공대생 한 명이 홀로 남았다. 그렇게 모두에게 잊힌 채로 그는 외로운 걸음을 뚜벅뚜벅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지나간 모든 일, 그 모든 일이 진우라는 상속인 한 명을 키워내기 위한 거대한 시험이었던 셈이다. 오직 진우만이 그 시험을 통과했다. 오직 진우만이.(519쪽)

추천사

시간의 바다에 그물을 던지는 이가 있다. 바다는 지나간 흔적들을 지워버리려 하고, 그는 더 열심히 그물을 던진다. 그렇게 건져 올린 것들을 벼려내는 그의 문장들은 짧고, 발랄하고, 예리하다. 때로는 풀잎 이슬에 어리는 햇살처럼 영롱하다. 때로는 역설(逆說)을 품고 미묘한 변화와 반전을 일으키며 사태의 이면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때로는 매우 함축적이다.
이 소설에 담긴 154편의 이야기들은 무질서한 듯 배열되어 아라베스크 문양이나 만화경 같은 효과를 빚어낸다. 거기에는 사랑과 우정, 폭력과 항거, 고문과 좌절, 배반과 용서 등이 아로새겨져 있다. 거기에 길고양이, 개, 미친 남자 등의 에피소드들이 가세하여 서사적 틈들을 메우며 이 소설에 풍요로운 감성을 부여한다. 이 다채로운 이야기들의 공존은 개인들의 체험적 요소들을 축적해가며 마침내 한 시대의 초상, 또는 우리가 ‘역사적 현실’이라 불러온 것과 유사한 모종의 총체성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니 작가 스스로 매겨놓은 ‘디 마이너스’라는 성적표는 그 기억의 주체에게 반성적 기표로 작동하며 미래를 치열하게 사유케 하는 장치가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첫머리에 올려놓은 헌사―너희가 만들고자 꿈꿨던 세상에서 살게 되기를―가 더욱 믿음직스럽다.
_황광수(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한 청춘이자 한 시대의 일지를 기록하고 싶었다. 한 인간이자 한 세계의 모형을 창조하고 싶

작가정보

저자(글) 손아람

저자 손아람은 1980년생.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으며, 아이큐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아 멘사 회원이 되었다. 힙합그룹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의 멤버 ‘손전도사’로 활동하였으며, 음반과 콘서트를 기획하였다. 조PD 등 다수의 뮤지션 음반에 참여하며 상당 제작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소설 『소수의견』 ,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너는 나다: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공저) 등이 있다. 영화 《소수의견》의 각본을 썼으며, 한겨레 월간지 『나들』의 인터뷰어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한겨레 《야 한국사회》에 칼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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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디 마이너스
    손아람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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