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자유의 시학
2013년 10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12년 04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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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N 0111-2018-000-002679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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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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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제1장 김승희의 삶과 문학의 조건
1. 여성시의 흐름과 김승희
2. 김승희 해석의 지평
3. 문학적 생애
제2장 여성의식의 변모와 여성적 발화의 방식
1. 죽음의 부정과 초월의식
1) 태양의 절대화와 이상을 향한 열정
2) 죽음의 충동을 넘어서는 모성적 삶의 의지
3) 환상과 격정의 여성적 어법
2. 일상성의 부정과 비상의 욕망
1) 일상의 감옥과 출구 없는 먼 길
2) 부활의 꿈과 모성의 수용
3) 고백의 어조와 자의식의 분출
3. 제도의 부정과 현실비판
1) 절대적 제도 속의 안주와 불안
2) 소외의 자각과 부드러운 탈주
3) 풍자와 비판의 여성적 전략
4. 제국주의의 부정과 여성의 재인식
1) 제국주의적 일상의 여성 지배
2) 고난의 공유와 자매애
3) 산문적 리듬과 다성적 발화
제3장 김승희, 여성시의 진보
주석
참고문헌
작가 연보
작품 목록
여성작가연구총서, 그 시작을 알리며
해방직후부의 여성문학사 흐름을 조망해볼 수 있는 여성작가총서(전 30권) 시리즈가 소명출판사를 통해 선보인다. 30인의 여성문학계의 대표 연구자가 각각 대표적인 30인의 작가를 맡아 주요 활동시기를 중심으로 젠더 체험과 관련해 핵심 쟁점을 의제화하고 개성적인 표현의 미학을 살펴봄으로써 한국근대 문학사에서 부재처리되었던 여성문학의 역사를 가시화한다. 먼저, 최정희, 한말숙, 김승희의 연구서를 시작으로 이후 27권의 연구서들이 독자들과 만나게 될 예정이다.
여성 작가 연구의 문턱에서 많은 연구자들은 꽤 오랫동안 망설여왔다. 그간 ‘유일한 역사’로 국가, 민족, 계급, 이념 등과 관련한 가치의 체계를 존중하는데 익숙해 여성성은 역사의 대표적인 표상이 되지 못하는 주변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간 발간된 대부분의 문학선집이 대체로 학계의 권위 있는 학자들, 대부분 남성 교수들에 의해 편찬되고 있다는 점은 ‘정전(canon)’을 만드는 과정에서 젠더의 권력 관계가 개입해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품게 한다. 여성작가들의 작품은 냉엄하고 재능있는 문학사가의 검시대에서 날렵한 해부의 대상이 된 적조차 없이 ‘기타 등등’으로 등록되어 버렸다. 그러므로 야심 있는 연구자들에게 여성작가는 기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연구자들 역시 자신을 학자로 정체화하는 학위논문 작성 과정에서부터 여성작가를 부재처리하는(혹은 ‘왕따’시키는) 가부장적 학계의 풍토와 불가피하게 ‘공모’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기실 여성작가 혹은 여성문학은 저주받은 금기가 아니라 근대성, 부르주아 사회, 개인의 발견, 사생활의 탄생, 시민사회, 친밀한 감정의 세계, 육체와 욕망, 일상성 등 근대의 멘탈리티를 깊이 있게 규명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모더니티를 젠더와 관련해 읽는 일은 그다지 익숙하기 않지만, 기실 공사 영역이 분리되고 여성이 사생활 혁명을 주도할 전담자가 되면서 근대가 시작된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여성들은 모더니티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만하다. 이러한 판단을 증명하듯 여성작가들은 새로운 혁명의 파도를 맞아 때로 그것에 적극 환호하면서 혹은 회의를 표명하면서 근대성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녀들은 비록 주류 문단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지만 신문과 잡지 등 근대적 공론장에서 활발한 창작활동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며 근대성을 협상해왔다. 그러므로 해방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는 여성 작가들이 남긴 글들은 우리 역사의 의미심장한 경험에 대한 유의미한 증언 혹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여성작가들은 놀라우리만치 많은 글들을 썼지만 온전히 기록이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어, 본 총서는 오래 전부터 기획되었지만 진행은 다소 더디게 이루어져왔다. 심지어 작가 연보마저 불확실한 경우도 많았다. 긴 시간에 걸쳐 공들여온 ‘여성작가연구총서’가 이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연구서와 함께 오래도록 갇혀있었던 말들이 튀어나와 싱싱한 언어의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부디 독자들이 여성작가들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려는 시도에 동참하기를 기대해 본다.
여성시사에서 여성의식의 심화는 어떠한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는가? 그 여성으로서의 형상을 추적하다보면 우리는 시인 김승희에 다다른다. ‘불의 연인’, ‘초현실주의 무당’, ‘언어의 테러리스트’,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 등 김승희는 줄곧 과격한 수식어를 동반해왔다. 1970년대 등단하여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 김승희는 처음부터 여성시인으로서의 자각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김승희는 등단 초부터 강렬한 이미지와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하게 되는 것은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각성하고 표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980년대 이후 김승희는 초기시의 관념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대와 여성적 자아를 날카롭게 의식한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한 김승희는 누구보다도 뚜렷하고 명확한 인식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그녀의 시는 기존의 여성시와 전혀 다른 파격과 모험을 감행하며 여성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재발견한다.
김승희
이 책에서는 김승희 시의 전개과정을 따라가며 각 시기별로 시인이 가장 몰입했던 시의식과 여성적 경험의 표현, 여성적 시쓰기의 양상을 살펴보고 있다. 전 시기를 통틀어 김승희 시의 일관된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자유로운 자아에 이르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과 현실의 격차에 절망하여 허무주의로 빠져들지 않고 한발 한발 구체적인 실천을 도모해 나간 과정은 김승희 시의 성과이다. 이 책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구속을 자유로운 예술혼으로 극복해가면서 삶과 시의 일치를 치열하게 도모해온 여성봄청瑛뚜렷한 좌표로서 김승희를 규정한다. 이 책의 ‘문학적 생애’와 ‘연보’ 부분은 김승희 시인이 인터뷰 양식에 일일이 응하고 연보도 직접 작성한 것이어서 가장 믿을만한 정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문학평론가이자 현대시 연구자 이혜원은 그동안 시인의 강렬한 개성을 주제의식의 측면에서 규명하는 데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김승희의 시를 의식의 새로움과 표현의 혁신이 길항하는 상관관계로 파악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또한 자유에 대한 지향이 형식의 자유로움으로 표출되는 김승희 시의 전반적 특성과 여성시사에서의 위치를 본격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한국 여성시문학사에서 김승희의 역할은 특별하고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한 본격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김승희 시의 변모는 우리 여성시사의 변모과정을 함축할 정도로 대표성이 강하다. 이 책은 김승희 연구의 대표서가 되며 여성시문학사에서 김승희의 존재를 확실히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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