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앞의 한 사람
2018년 05월 11일 출간
국내도서 : 2018년 04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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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56059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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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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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앞의 한 사람』은 그녀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 중 ‘사랑’의 다채로운 면모와 그 속성에 대한 통찰로 생각을 뻗어나가게 했던 내용들을 그러모아 엮은 에세이 『사랑바보』의 개정판이다. 초판에 담긴 첫 원고를 쓸 무렵, 저자는 서른다섯이었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 개정판을 출간하며, 그때와는 달라진 사랑을 바라보는 변화된 관점을 기준으로 두 편의 이야기는 덜어내고, 세 편의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하였다.
사랑은, 기나긴 훈련
초판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사랑을 ‘잘’ 하고픈 사람들
○ 달랄의 마지막 말
○ 한밤에 문을 두드리다
○ 나는 소중한 사람이로군요
○ 미스터 찰스
○ 스무 살의 가방
○ 저글러들
○ 사랑, 그 진지한 농담
○ 언제나 여자가 있었지
○ 시들지 않는 관계에 대하여
○ 결혼반지
○ 가화 김밥
○ 30년째 짓는 집
○ 불확실하지만, 가능한 일
○ 극진함으로 매일 새로운
○ 그녀의 악다문 입술
○ 엄마의 탄생
○ 아주 오래된 습관
○ 매튜와 제임스
○ 스파이와 본드걸
○ 그들이 짓는 성당처럼
○ 빙그레 식품
○ 은별이
○ 만나기 전까지 우리는 그저 보았을 뿐
불가에서는 모든 것은 변하고 변하는 모든 것이 고통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결혼도 예외가 아니다. 사랑해서 결혼했으나 결혼이 사랑을 옭아매고 갉아먹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기혼자들은 수천 가지 배우자의 문제점을 들며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는다고 호소한다. 그런데 다시, 불가에서는 이 수천 가지 문제들이 단 한 가지 처방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말한다. 배우자(뿐 아니라 실은 세상만사)가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없음을 깨닫는 것’. 그러면 나는 이제, 배우자를 바꾸려 들지 않고 내가 그와 조화롭게 공존할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배우자를 향한 나의 생각과 배우자를 향한 나의 태도에 변화를 준다. 신비롭게도 그제야 결혼생활에 평화가 온다. _(‘결혼반지’ 중에서)
어둠이 내렸다. 터미널 안으로 서울행 버스가 들어왔다. 나와 몇몇 사람들이 자리를 찾아 몸을 부렸다. 창밖은 매우 평범한 소도시의 밤 풍경이 되었다. 노래방의 네온, 약국 간판의 큼지막한 고딕체, 떡볶이 포장마차에 몰려든 여고생들, 검은 비닐봉지에 소주를 들고 가는 사내, 그 뒤를 묵묵히 따라가는 동남아에서 온 아내…… 그다지도 평범한 일상의 풍경 속에 그다지도 비범한 사랑이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다는 것에, 문득, 목이 메었다. 길 위에서 언제나 다시 깨닫는 것. 함부로 지나쳐도 되는 풍경은 없다. 풍경 안에 놓인 작은 고양이 하나, 깨어진 장독 하나, 취해 넘어진 이 하나, 함부로 스쳐가도 좋은 것은 없다. 모두가 진한 사연의 귀한 주인공들이다. _(‘가화 김밥’ 중에서)
사랑은 반드시 크고 어려워서 정해진 대상과, 특정한 상황에서만 나눌 수 있는 것일까? 바람처럼 나눌 수는 없을까? 잠시 앉았다 가는 공원의 벤치에서, 근교를 향해 달리는 버스의 뒷좌석에서, 새싹이 움트는 봄 음료수를 사러 들른 동네 편의점 앞에서, 모처럼 흥얼거리는 노래처럼 가볍고 청량할 수는 없을까? 상대가 이성이든, 어린아이든, 할머니든, 상관없이 스치는 것이 기뻐 가진 것을 나누고 돌아서서는 이내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 그 사랑에 빠지기 위해 또 산책을 나선다. 짐을 꾸리고 장거리 버스를 탄다. 마음을 열면 사랑을 주고 사랑할 대상이 지천이다. _(‘그들이 짓는 성당처럼’ 중에서)
여행의 좋은 점을 나열하라면, 나란 사람, 아마 천 개쯤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하나는 이것일 게다. ‘세상이 점점 더 좋아진다.’ 오대양 육대주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면서, 수많은 장소가 ‘지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세상의 땅을 돈으로 사지만, 나는 세상의 땅을 사랑으로 산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던 지명이 마음의 지도에 나의 땅으로 오롯이 새겨지는 것이다. 지명이 늘어날수록, 당연히, 세상은 더 사랑스러운 곳이 된다. _(‘은별이’ 중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한 번에 만날 수 없다. ‘만나다’는 행위는 ‘뛰다’나 ‘먹다’ 같은 동사처럼 한 번 행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완성되는 동사가 아니다. 첫 만남에, 우리는 손쉬운 편견이나 기대를 갖고 등장한다. 두 번째 만남에, 첫 만남을 강화하거나 해체한다. 서너 번째 만남 이후에야,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돌멩이처럼 작지만 단단한 것을. 이때부터 한 번의 만남으로 한 개씩 돌멩이가 쌓인다. 이것이 시간 속에서 하나의 건축물을 만들어낼 때, 우리는 비로소 그 건축물 안에 의자를 놓아둔다. _(‘만나기 전까지 우리는 그저 보았을 뿐’ 중에서)
스치는 것이 기뻐 가진 것을 나누고
돌아서서는 이내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
그 사랑에 빠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세 살배기 아들 JB와 함께 터키로 떠난 첫 번째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아랍, 라오스,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각지를 다니며, 특유의 섬세하고도 깊은 시선으로 길 위에서의 평범한 만남들 속에서도 빛나는 삶의 지혜를 길어 올리는 작가 오소희.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 『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 등을 펴내며 ‘아이와 함께 하는 세계 여행’이라는 여행서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그녀의 여행을 수식하는 또 다른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 여행’이다. 나이, 성별, 국적을 떠나 언제나 자신이 마주한 지금, 여기 ‘내 눈앞의 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온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편견 없이 자유롭게 나눈 대화들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바람은 ‘사랑’으로 인해 분다는 한 움큼의 지혜로 이어졌다.
『내 눈앞의 한 사람』은 그녀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 중 ‘사랑’의 다채로운 면모와 그 속성에 대한 통찰로 생각을 깊숙이 뻗어나가게 했던 내용들을 그러모아 엮은 에세이 『사랑바보』의 개정판이다. 초판에 담긴 첫 원고를 쓸 무렵, 저자는 서른다섯이었다. 사랑에 지쳐 있었고, 사랑을 제발 좀 잘할 수 있기를 바라던 그 시절, 세상의 진귀한 사랑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것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길을 나섰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 개정판을 출간하며, 그때와는 달라진 사랑을 바라보는 변화된 관점을 기준으로 두 편의 이야기는 덜어내고, 세 편의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하였다.
남편, 연인, 자식…… 그런 대상이나 조건보다 더 중요했던 건 사랑을 잘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구하는 것이었고 그것을 내 사랑에 겸허히 적용하는 것이었다. 사랑을 배우는 것은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수영을 배우는 것보다 조금도 특별하지 않았다. 구하고 적용하는 기나긴 훈련의 과정. 그것을 통해 나는 조금씩 더 낫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이구아수 같은, 격렬하고 특별한 사랑을 찾아 바깥을 헤매던 걸음을 멈추고 샘물 같은, 담담하고 보편적인 사랑을 안에서부터 길어 올리고 있었다. 한 여행자가 사랑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매다 자기 안의 사랑을 발견하는 일. 아이러니하지만 정코스였다. (_‘개정판 프롤로그’ 중에서)
신비한 일이다
결점투성이 우리,
반드시 한 번쯤 사랑받고
반드시 한 번쯤 사랑에 빠진다는 것
사랑은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인류 보편적인 정서이면서도, 그 과정을 온몸으로 통과해낸 저마다의 개별성이 도드라지는 남다른 정서적 체험이므로,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실로 그 스펙트럼이 무궁무진했다. 오랜 세월 내려온 문화적 관습으로 인해 억제하거나 혹은 발산하는 식의 상반된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 남성과 여성의 이야기(‘달랄의 마지막 말’, ‘한밤에 문을 두드리다’), 자기애의 첫발을 내딛은 한 여행자의 여정에 대한 응원(‘나는 소중한 사람이로군요’), 남다른 듯하지만, 일면 상투적인 전형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유머 섞인 시선(‘사랑, 그 진지한 농담’, ‘언제나 여자가 있었지’) 등 책 속에는 저자가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를 두루 여행하는 동안 길 위에서 마주친 인연들과 나눴던 무수한 결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다채롭게 담겼다.
저자는 때때로 대화가 아닌 ‘응시함’으로서 사랑의 일면을 묘파해내기도 한다. 길 위에서 만난 그들이 보여준 그들 삶의 한 단면을 지긋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만남과 이별, 열정과 권태라는 남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랑의 생로병사는 물론이고, 청춘의 사랑, 중년의 사랑, 노년의 사랑처럼 인생의 각 시기마다 그 면모를 달리하는 사랑의 다채로운 얼굴을 우리 앞에 선연히 드러내 보인다. 이를테면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거리의 저글러들을 바라보며 가진 게 없어도 지침 없을 수 있는 청춘의 사랑이 가진 속성을 간파해내고(‘저글러들’), 콜롬비아 메데인의 한 버스 터미널에서 이별을 앞두고 서로를 애틋하게 감싸고 어루만지는 중년의 부부를 보면서 권위와 채신이라는 집단의 규범 속에서 중년의 위기를 통과의례처럼 맞이하는 우리의 모습을 뼈아프게 짚어낸다(‘시들지 않는 관계에 대하여’).
저자가 포용하는 사랑의 범주는 ‘이성애’라는 경계를 뛰어넘는다. 자기애, 모성애, 동성애, 이웃에 대한 사랑처럼 이성간의 사랑이라는 범주 밖에 존재하는, 그러나 우리 삶의 바탕을 굳건하게 만들어주고, 사랑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시켜주는 사랑에 대해 공평하고 너그러운 시선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하여 궁극에는 “마음을 열면 사랑을 주고 사랑할 대상들이 지천”이라고, “어디에나 사랑이 있다”고, “모든 것이 사랑”이라고 우리를 일깨운다.
사랑에 고픈 자가 할 일은
다만 저 골목 어귀를 도는 일.
거기 따뜻한 체온을 지닌 사람이 있다.
눈을 맞추라.
이야기가 시작된다.
머물라.
그가 당신 안으로 들어온다.
생이라는 단 한 번의 축제,
더 울고 더 웃으라.
더 섞고 더 나누라.
(_본문 중에서)
우리는 모두 사랑을 ‘잘’ 하고픈 사람들
저자는 개정판 프롤로그에서 이 책에 부제를 붙인다면 “집요하게 사랑을 잘하고 싶었던 한 인간의 13년간에 걸친 세계 여행기”쯤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에 지쳐 있던 한 사람이 “스치는 것이 기뻐 가진 것을 나누고, 돌아서서는 이내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랑에 빠지기 위해 길을 나섰고, 그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내 눈앞의 한 사람”들로부터 얻은 깨달음은 소박했다. 그것은 사랑이란, 그저 구하고 적용하는 기나긴 훈련의 과정과도 같다는 사실. 그 깨달음이 사랑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매던 이에게 비로소 자기 안에서 샘물 같이 솟아오르던 담담하고도 보편적인 사랑을 발견하게 해주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지금, 가슴 깊이 사랑이 간절한 당신에게,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 자문자답하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잘’ 하고픈 사람들”일 터이므로.
한 번의 상처와 한 번의 회복은
언제나 한 번의 성장이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성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사랑을 좀 잘 못해도 괜찮다.
지금 사랑 때문에 널브러져 있다고 해도 괜찮다.
도저히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고 해도,
그래도 괜찮다. 정말 괜찮다.
오직 열심히 사랑하지 않는 것만이
잘못일 뿐이다.
(_본문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 오소희
하던 여행도 멈추는 것이 마땅히 여겨지는 ‘엄마’가 되었을 때, 아장아장 걷는 세 돌 지난 아이의 손을 잡고 지구 곳곳의 제3세계를 여행했다. 아이의 천천한 보폭을 따르는 여정은 느릴 수밖에 없었지만 작고 연약한 것들에 자연스레 눈길을 머무르게 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들을 향한 시선은 그 어떤 평범한 인연과도 깊고 따뜻하게 마음을 나누는 ‘사람 여행’으로 이어졌다.
나이, 성별, 국적을 떠나 ‘내 눈앞의 그 사람’ 이야기에 온전히 가슴을 열고 귀를 기울이다 보니,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바람은 ‘사랑’으로 인해 분다는 한 움큼의 지혜를 얻었다. 사람 여행이 ‘사랑 여행’이 되는 순간이었다.『내 눈앞의 한 사람』에는 ‘사람 여행’ 하는 여행 작가이자 생의 이면을 치열하게 사유하는 저자가 길 위에서 마주친 수많은 만남들로부터 깨달은 사랑의 다채로운 풍경이 담겼다.
* 저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endofpacif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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