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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삶의 정물화

에피파니 에쎄 플라네르
문광훈 지음
에피파니

2019년 07월 26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02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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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4.68MB)
ECN ECN0111202280000141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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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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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의 삶의 고유함과 절실함에서 나온 생각과 느낌에 의지하여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고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삶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문광훈의 담담한 일상의 글쓰기는, 이 땅에 이어진 선하고 섬세한 내면적 영혼만이 기록 가능한 에세이문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저자는 삶의 ‘정물화’ 들을 통해 스스로 쇄신해가는 삶을 이야기한다. 내가 존재하는 바로 ‘여기’에서 현실을 견디며 나아가는 매 순간이 어지러운 시대를 감당하는 방법이라 믿는다. 『조용한 삶의 정물화』에는 읽고 쓰며 부단히도 자신을 쇄신해가는 한 존재의 걸음이 담겨있다.
책머리에

제1부 일상의 깊이를 향하여
쓸쓸한 것들의 이름 - 동해안을 따라 걷다
‘삶’이라는 수수께끼 - 처남을 보내며
홍성역에서 서성거리다 - 어느 별 어느 역에 서 있는가
조용한 삶 의 정물화 - 세 개의 이미지
석곡을 키우며 - 일상의 깊이를 향하여
성스러움에 대하여 - 프란치스코 교황을 생각하며
품위에 대하여 - 자기기만’으로서의 충실

제2부 음악과 문학과 미술에 부쳐
음악에 대한 세 편의 글
평범한 것의 행복 - 모차르트를 들으며
소리의 어울림, 어울림의 바다 - 바흐를 들으며
음악의 깊은 위로 - 차이콥스키 그리고

문학에 대한 두 편의 글
모순과 설움과 아이러니 - 백석의 고향
능소화의 사랑 방식 - 헤세의 『유리알 유희』

미술에 대한 한 편의 글
정거장에서의 중얼거림 - 모네의 〈생 라자르 역〉

매달 받는 봉급으로, 그것이 충분하지는 않았어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그 식비를 댔다. 어디 그뿐이랴. 세 달에 한 번씩 나오던 편집 수당으로 사고 싶은 책도 샀고 CD도 간간이 구입하였다. 3만 원으로 부의금(賻儀金)을 줄여잡아도 가지 못한 장례식이 몇 번 있었다. 헐거운 주머니 사정은 도덕심도 갉아먹는다. 그러나 그 월급으로 나는 내 방에서 다름 아닌 내 일,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고, 이런 몰두 속에서 ‘거의 모든 것’을 누렸다고 할 수 있다. 이따금 ‘자유의 형식’을 생각했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고 생각하며 다시 읽고 글을 쓰면서 꿈꾸는 이 행복감을 나는 글로 토해내고 또 토해내었다. 2006년 (앞면지)

시간 속에서 더욱 분명해지는 것은 슬픔의 무게이고 삶의 깊이다. 때로는 분노를 억누르고 울음을 삼키면서 썼건만, 이 모든 열정도 사막을 건너온 모래바람처럼 메말라 있다. 누군가를 꾸짖거나 억누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또 자기정당성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자신을 일깨우는 방식으로, 그리하여 마치 마른 영혼에 물을 뿌리듯 언어를 우리는 사용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나는 너를 만나고, 그러면서 우리는 사회 속에서 더 큰 자연과 해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의 상처나 고통에 대해서도 겸손해야 한다고 김우창 선생은 쓰지 않았던가? (p. 119)

걷는다는 것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고, 몸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것은 육체가 하는 자동적인 것이면서, 이 육체를 부리는 일이기에 사동적(使動的)인 일이기도 하다. 몸이 움직인다는 것은 내가 아직 숨을 쉰다는 뜻이고, 이 호흡을 내뿜고 들이마실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면서 발걸음을 하나씩 내딛고, 한 걸음에 또 한 걸음을 더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렇게 걷다 보면, 내 몸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내 육체가 마치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몸을 이루는 모든 것이 사라지고, 생명의 숨결만 내 몸을 끌고 가는 것이다. 내딛는다는 것은 오직 몸의 살아있음 속에서, 정신의 허영을 지운 채, 이 세상을 향유하는 일이다.
이렇게 보면, 몸은 단순히 영혼의 ‘껍질’이 아니다. 육체는, 적어도 살아있을 때의 그것은 영혼을 담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마치 정신이 육체의 것이면서 이 육체가 느끼는 갖가지 사물들에 깃들어있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 그리하여 살아있는 몸은 영혼과 하나가 되고 이 영혼과 겹쳐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은 몸이 성하여 두 다리가 내딛을 수 있고, 이렇게 내딛으면서 호흡할 수 있으며, 이 호흡 속에서 나를 생각하고 주변 풍경을 돌아볼 수 있어 여간 다행스러운 게 아니다.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기뻐할 수 있는 삶의 근원조건인 것이다. (pp. 15-16)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의 주변을 나는 한참 머물렀다. 하나의 물결과 또 다른 물결이 만나는 곳, 만나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무늬를 만들었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곳. 그것은 어떤 경계점이요 교차점이다. 이 접점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지 나는 가만히 살폈다. 파도가 밀려오면 물러났다가 파도가 물러나면 다시 그 물결을 쫓아가고, 또 다시 물결이 밀려오면 다시 뒷걸음질치며 아이처럼 실없이 장난치곤 했다. 아마 우리의 삶도 이렇게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그 어떤 시간이 오면, 미처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잦아들 것이다. 그리하여 봉포해변은 언제나 있어도 이 모래밭에 앉아 저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다. 풍경은 그대로지만 이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은 계속 바뀔 것이다. 풍경의 자연무대 위에서 사람은 한두 배역만을 잠시 맡을 뿐이다. (pp. 19-20)

『무서록』의 이태준, 『신록예찬』의 이양하, 『고독의 반추』의 윤오영, 『인연』의 피천득,
『흐르지 않는 세월』의 김태길, 『무소유』의 법정,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신영복을 잇는
오로지 착한 마음과 깊고 섬세한 영혼만이 빚을 수 있는 에세이문학의 한 절정

오늘, 우리의 남루한 영혼에 이토록 깊은 울림을 주는
이 담담한 일상의 에세이들은
홀연히, 어디로부터 나타났는가

삶의 질적 쇄신을 향한 ‘일상 속에서의 문화적 섬세함’의 고양
정치와 사회 이전에 우리 삶에는 영혼의 내면적 울림이 필요하다

사회가 타율적으로 강요하는 도덕적 책임보다
개인의 행복에 대한 심미적 욕구와 나를 책임지는 스스로의 자유와 고독이
우리의 삶과 사회를 훨씬 더 충실하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거대문자적 실천이 아니라 미시문자적 실천이다. (푸코) ? 자기자신을 속이는 사기꾼에 비하면 이 세상의 다른 사기꾼은 아무것도 아니다. (디킨스) ? 가장 중요하고 진지한 일 앞에 모든 인간은 ‘이름없는 혼자’다. (릴케)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백석)

이러한 말들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문광훈은 우리 모두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 ‘잘났거나 못났거나’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절대적으로 소중하고 존귀한 ?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깊이는 스스로가 자기 삶을 자기양식화(self-stylization)하는 데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도덕적 설교의 형태를 띤 타율적 집단윤리는 마땅히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우리는 스스로의 삶의 고유함과 절실함에서 나온 생각과 느낌에 의지하여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문광훈은 주장한다(물론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이런 생각에 의지하여 펼쳐지는 문광훈의 담담한 일상의 글쓰기는, 이 땅에 이어진 에세이문학의 황금전통―오로지 선하고 섬세한 내면적 영혼만이 기록 가능한 ’내 삶을 위한 정직하고 소박한 글쓰기’―를 놀랍도록 분명하게 계승하고 있다.

저자는 삶의 ‘정물화’ 들을 통해 스스로 쇄신해가는 삶을 이야기한다. 내가 존재하는 바로 ‘여기’에서 현실을 견디며 나아가는 매 순간순간만이 어지러운 시대를 감당하는 방법이라 믿는다. 로맹 가리의 말처럼 ‘고통 없이는 삶도 없기’ 때문이다. 『조용한 삶의 정물화』에는 읽고 쓰며 드러냄 없이 부단히 자신을 쇄신해가는 한 존재의 걸음이 담겨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다. 줄곧 겸손하고 나직한 태도의 저자이지만 분명히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삶을 경작해 가는 것의 중요성, 예술에 기대어 충만한 삶을 추적해가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일상에 필요한 것은 정치와 사회 이전에 영혼의 깊은 울림이다. 특히 제도적 민주화 이후 오늘 우리사회의 혼란 앞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일상의 세목을 가꾸며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는 일, 그리고 그 뿌리를 바탕으로 주변과 이웃과 세계이해로 나아가자고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이 책 『조용한 삶의 정물화』는 특별히, 일상을 귀하게 헤아리며 예술을 통해 서정적 삶을 가꾸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분명 ‘격조 높은 하나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제1부 일상의 깊이를 향하여’는 저자가 자신의 일상을 돌보며 느낀 살아가는 일의 기쁨과 슬픔―예를 들어 동해안을 따라 걷고, 석곡을 기르고, 홍성역을 서성거리며 삶을 견뎌낸 나날들을 썼다. ‘제2부 음악과 문학과 미술에 부쳐’는 예술가들의 자발적 고독에 공감해보고 그들의 예술적 집념을 읽어낸다. 현학적인 예술의 해석을 버리고 저자만의 심미안으로 음악과 문학과 미술을 감상하며 우리 내면의 빈 공간을 풍요롭게 가꾼다.

[책속으로 추가]

-쓸쓸한 것들의 이름 - 동해안을 따라 걷다

몇 평 되지 않은 대기실의 구석진 소파에서 나도 저녁 시간 내내 거기 있던 다른 보호자들과 함께 서로 낯설게 앉아 있었다. 워낙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황망히 달려간 터라 담요도, 세면도구도, 또 들고 간 책도 없었다. 켜놓은 TV의 어떤 드라마 장면이 보이기도 했고, 무슨 코미디 프로의 시시껄렁한 대사가 들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첫날은 11시가 넘으면서 대기실의 실내등이 꺼졌고, 그래서 나는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 그 소파에 누웠다. 한밤중 어떤 시각에 “운명하셨다”고 누군가 말을 하자, 흐느낌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통곡 소리가 아니라 숨죽인 흐느낌이 오랫동안 나의 의식에 머물렀다. 그 소리를 나는 꿈결인 듯이 들으면서 잠을 잤다.
아마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에도 나는 그렇게 쿨쿨,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잘 잘 것이다. 내가 흠모하는 분이 세상을 떠나도 나는 식음(食飮)을 전폐(全廢)하지 못할 것이다. 떠난 자의 죽음을 남은 자가 슬퍼한다고 하여 그 슬픔이 며칠 갈 것이고, 상실을 기억한다고 하여 그 기억이 몇 달 이어지겠는가? 어느 소설의 제목처럼, ‘인간은 홀로 죽어 갈 뿐이다’. (pp. 31-32)

사람은 허점투성이어서 한집에서 오래 살아가거나 서로 깊게 알게 되면, 잘잘못이 얽히고 실수와 오해와 아쉬움이 켜켜이 쌓여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 말을 꺼내기 어렵게 된다. 그리하여 어떤 일은 말하지만, 어떤 일은 차라리 가슴에 담아 두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가슴속 사연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때 어느 순간부터 한두 마디 말을 하기보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이 끄덕임이 지난 뒤에는 말없이 수긍하는 일만 남는다.
결국 한 인간은 다른 인간에 대해 거의 낯선 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거의 낯선 채로 죽어 간다. 만인은 만인에 대해 이방인일 뿐이다(‘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란 것도 서로가 낯설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낯설기 때문에 서로 싸우고, 낯설기 때문에 서로 상처 입히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마도 가장 사랑하는 사이에서조차, 사실은 전적으로 모르는 가운데 그저 몇 가지 ‘안다’는 착각 아래 잠시 부대끼다 제각각 떠나갈 뿐이다. (pp. 35-36)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힘겨운 것인가? 이렇게 알지 못하는 것이 삶의 대부분이고, 그나마 좀더 잘 알게 되어 때로는 친숙해지고 좀더 깊게 이해하면서 사랑하려는 그즈음에, 사랑하고 싶은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서로에게서 떠나간다. 서로에 대해 이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는 바로 그 시점에 인간은 죽어 가는 것이다. (pp. 40-41)
-‘삶’이라는 수수께끼 - 처남을 보내며

가던 길을 잠시 멈출 때, 이렇게 멈추어 주변을 돌아보거나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우리는 평상시에 갖지 못한 세계와 접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거기에는 전혀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은밀한 기쁨이 있다. 나는 지금 어느 별 어느 역에 머물고 있는가? 어느 역에 서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내가 갈 미래의 길은 분명한가? 그리고 그렇게 바라는 대로 나는 가고 있는가? 아마도 이런 물음이 없다면, 정거장에서의 이같은 중얼거림이 없다면, 인간은, 제발트(W. G. Sebald)가 썼듯이, 무대 위에서 타인에 의해 이리저리 옮겨지는 ‘소도구(小道具)’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p.54)

인간의 생애는, 반추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삶은, 다시 기억하고 쓰지 않으면, 어떤 것도, 적어도 그 전모는,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쓴다는 것은 경험한 것을 헤아리고 반추하며 검토하는 가운데 이 삶에 없을 수 없는 진리와 아름다움을, 그 근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그렇게 만들어 나날의 자양분으로 삼으려는 노력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매일매일의 일상은 기억하고 헤아리며 돌아보는 가운데 조금씩 제 자리를 찾는다. 생애의 풍경은 기억풍경 외에 다른 게 아니다. “기억은 우리를 젊게 한다”고 벤야민은 썼지만, 나는 이렇게 쓰고 싶다. 기억은 우리를 마침내 살게 한다. 기억 속의 글은 우리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 (p.57)
-홍성역에서 서성거리다 - 어느 별 어느 역에 서 있는가

때로는 글을 쓰고, 이렇게 쓴 글을 묶어 책을 만들지만, 이 책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낡아간다. 생활은, 그것을 기억하지 않으면, 잊혀지고 말지만, 이렇게 기록한 글도 시간 속에서 헤지고 삭아간다. 무너지고 찢기며 거덜 나고 너절해져 가는 운명을 어떤 것도, 삶의 그 무엇도 피할 수는 없다. 시간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그림은 삶의 망실(亡失)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이 망실의 불가피한 도래를 보여줄 뿐이다. 예술은 시간의 풍화를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쇠락과 붕괴의 흔적을 상기시켜줄 뿐이다. (p. 60)

주말이면 나는 하루 종일 집에 있다. 외출할 때도 있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설령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나는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는 편이다. 그래서 쉰다. 이런 휴일에는 바흐가 좋다. 오전에는 바이올린 협주곡 같은 경쾌하고 밝은 곡이 편하고, 오후에는 좀더 조용하고 담담한 곡들-〈프랑스 조곡〉이나 〈영국 조곡〉 아니면 〈파르티타〉 같은 피아노 솔로 곡이 적당한 것 같다. 편안하고 한가로우면서도 아름답고 어딘가 모르게 고귀한 선율들, 이런 곡을 들으면서 나는 휴일 오후를 보낸다. 이런 일상적인 것들을 나는 소중히 여긴다.
일상적인 것들의 목록은 길다. 그것은 이를테면 휴일 오후의 조용한 휴식과 따뜻한 햇살, 그리고 이 햇살이 비치는 베란다에 놓인 몇 개의 화초를 지긋이 바라보는 일이다. 아니면 정오가 가까워올 때까지 실컷 잠을 자거나, 늦은 오전 식탁 위에 식구들 수저를 놓고 밥과 국을 올리고, 그리고는 둘러앉아 식사하며 이런저런

작가정보

저자(글) 문광훈

고려대학교 독문과와 같은 대학원 졸업.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박사. 현재 충북대 독문과 교수.
『구체적 보편성의 모험』 (2001), 『시의 희생자 김수영』 (2002), 『숨은 조화』 (2006), 『김우창의 인문주의』 (2006), 『아도르노와 김우창의 예술문화론』 (2006), 『교감』 (2007), 『렘브란트의 웃음』 (2010), 『한국현대소설과 근대적 자아의식』 (2010), 『사무사思無邪』 (2012), 『페르세우스의 방패-바이스의 ‘저항의 미학’ 읽기』 (2012), 『가면병기창-발터 벤야민론』 (2014), 『심미주의 선언』 (2015), 『가장의 근심』 (2016), 『한국인문학과 김우창』 (2017)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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