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파리의 무덤

서기원 지음 | 이우범 그림

세상모든책 2007년 12월 12일 출간 종이책 : 2007년 01월 0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집착과 한이 어린 사기장이와 그의 아들, 그리고 조선 백자를 소재로 한 서기원 역사 장편소설. 1920년 광주 분원 사기장이의 아들 이창길은 조선 그릇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일본인 타케야마의 밑에서 무덤을 파 그릇을 도굴하는 도굴꾼 노릇을 한다. 어느새 조선 그릇에 대한 집착이 커져만 가고, 당해야만 하는 설움 속에서 그릇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게 되는데….

책 속으로

『 조선의 그릇은 그걸 빚은 도공부터가 가면을 씌우려고 하지 않았다. 남의 눈을 의식해서 꾸민 것이 아니고, 사기장이의 고달픈 삶이 숙명처럼 맺힌 자신의 순박한 눈과 솜씨만을 믿었다. 만든 사람은 조선인 저부이지, 어느 하나의 도공이 아닌 것이다. 』

『 지금까지 공들여 모아 놓은 수장품을 모조리 뺏기는 한이 있더라도 조선의 그릇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걸로 족하다. 일인들한테 져서는 안 된다. 나라와 하늘과 땅과 모든 것을 뺏겼을망정 눈(眼)만은 내 것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

『 너도 알다시피 우리 조선은 일본한테 나라와 강토를 뺏긴 지 오래다. 조선 사람은 천상 일인들 종노릇밖에 할 수가 없어. 허나, 일인들이 뺏지 못하는 것이 단 한 가지 있다. 조선의 아름다움이다. 도자기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 말이다. 그건 도자기를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가릴 것 없이, 우리 조선 사람 전부 속에 흐르고 있는 피와 같은 것이다. 』

- 본문 中에서 -

출판사 서평

청소년들을 위한 책으로 다시 만들고자 이 작품을 대했을 때 난감함이 없지 않았다. 지금은 별세한 언론인이자 소설가였던 고 서기원 선생이 이 작품을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흐릿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담담하게 화선지 위에 붓을 굴리면 어느 새 탄생하는 동양화처럼 그 깊이도, 그 여백도 너무 깊었다. 그것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욕심이 고인의 글에 누를 끼치지 않았나 염려스럽다. 다행스럽게 말이 필요없는 삽화가 이우범 화백의 그림이 더해졌다.
아무도 지키지 않으려 하는 분원 가마자리. 평생을 사기장이로 살아온 한 노인의 허망한 삶도, 조선 그릇에 미친 한 일인(日人)과 그에 대한 열등감과 동질감으로 발버둥치는 한 조선 청년의 삶도, 그 안에서 사라져 간다. 우리가 외면해서 뺏긴 조선 백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직도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는 씁쓸함에서, 작품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인간의 욕망과 집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네의 한이 어린 서럽지만 신명났던 삶, 그 안에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비웃는 듯한 조선 백자의 신묘한 가락이 들려 오는 듯하다. 그 가락을 타고 이 작품이 청소년들과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편하게 읽힐 수 있다면, 하고 바라본다.

작가정보

저자(글) 서기원

글 · 서기원

193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상대를 중퇴하고 공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뒤 대위로 예편했다. 1956년 전쟁 이후의 정신적 공황을 다룬 <안락사론>과 <암사지도>를 현대문학에 발표하고, 이듬해 황순원의 추천으로 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1961년 <이 성숙한 밤의 포옹>으로 제5회 동인문학상(후보작)을 수상했다.
1964년 장편 <혁명>을 시작으로 망국과 동족 사이의 전쟁에까지 이르게 한 역사적 근원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1971년 <사금파리의 무덤>과 <마록열전 1,2><조선 백자 마리아상><어느 충주 목사>를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언론인으로는 1956년 동화통신에 경제부 기자로 입사한 이후 조선일보,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서울신문 주일특파원,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1973년 경제기획원 대변인으로 정부에 들어간 뒤, 1976년에는 국무총리 공보비서관으로 옮겼다. 1979년 10·26사태로 최규하 총리가 대통령이 되자, 대통령 공보수석 비서관 겸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1982년 정치권력의 핵심부에서 체득한 권력투쟁의 역학관계를 바탕으로 조선 초기의 개혁가 조광조를 바라본 장편 <왕조의 제단>을 펴냈다. 이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서울신문 사장, KBS 사장, 문학의 해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다. 1996년 임진왜란의 와중에서 벌어지는 권력투쟁의 모습을 그린 <징비록>, 1997년 대원군을 통해 19세기 역사를 재구성한 대하소설 <대원군>을 발표했다.
2005년 75세로 세상을 떠나 충북 옥천 석탄리에 묻혔다.

그림 · 이우범
1943년 중국 텐진에서 태어나 충북 제천에서 자라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신문, 잡지, 화보 등에 많은 삽화를 그렸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그림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림을 그린 책으로는 <어느 솔거의 죽음>, <동화로 읽는 해신>,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 <잿부기 삼형제> 등 여러 권이 있으며, 현재 무지개 일러스트레이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만화 이우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