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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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54677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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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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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시인의 말
1부
자결(自決) / 독(毒) / 단검처럼 스며드는 저녁 햇살 / 칼 / 성(聖) 핏방울 / 칼끝에 맺힌 마지막 눈물 / 천사의 가슴 / 탈출기 / 빛의 원액, 그 치명적인 독 / 막차 / 숙박계 / 사소한 균열의 끝 / 그해 겨울
2부
풍향계 / 회오리바람 / 장물(?物) / 백사(白蛇) / 사랑 / 어느 인형의 노래 / 손들엇 / 화성(火星)에서 보내온 사진 한 장 / 구름궁전의 뜨락을 산책하는 김씨 /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 우주복 / 성탄 전야 / 긴 수로의 끝, 늦가을물 한 자리 / 월광소나타 / 순도, 0.1 퍼센트의 눈물 / 꽃과 나비의 사상적 인과성에 관하여 / 누가 방귀를 뀌었나 / 제목, 혹은 죄목도 모르고 / 허공의 사무원들
3부
오차의 진실 / 박쥐 / 고장난 풍향계가 가리키는 곳 / 그때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지요 / 골다공증 / 자동 히터 / 물위의 발자국 / 부화(孵化) / 호출기 / 이름 허물기 / 봉숭아 꽃물 번지는 저녁 / 흉터 / 텅 빈 둥지 속의 밥상 / 철새들 사랑 / 청정 해역
4부
삽 / 한밤을 건너가는 밥 / 성화(聖化) / 무지개를 놓치다 / 오래된 열쇠 / 경운기 속으로 들어간 아버지 / 어떤 장기 기증자 / 우족탕 한 그릇 / 개복숭아 / 별들 / 영웅 일기 / 흙의 조직을 와해시키다 / 꺽정이 같은 수상한 날에 / 어처구니 / 우리집 식구 중에는 귀신이 더 많다 / 어떤 우물 / 양수기 / 무지렁이 / 유언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초판 시인의 말]
스무 살 가을밤이었다. 어느 낯선 간이역 대합실에서 깜박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 어떤 서늘한 손 하나가 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왔다.
순간 섬뜩했으나,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때 내가 가진 거라곤 날 선 칼 한 자루와 맑은 눈물과 제목 없는 책 따위의 무량한 허기뿐이었으므로.
그리고, 이른 아침 호주머니 속에선 뜻밖에 오천 원권 지폐 한 장이 나왔는데,
그게 여비가 되어 그만 놓칠 뻔한 청춘의 막차표를 끊었고, 그게 밑천이 되어 지금껏 잘 먹고 잘산다.
그때 다녀가셨던 그 어른의 주소를 알 길이 없어……,
그간의 행적을 묶어 소지하듯 태워 올린다.
2003년 10월 화성에서
이덕규
[개정판 시인의 말]
다 잊었다는데, 모두 다 지난 일이라는데도
나는 여전히 가난하고 슬프고 여린 것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많아서
무작정 미안하고 송구한 사람.
세상 춥고 성한 곳이라곤 없어 보였던 그때, 눈보라치는 내 눈동자에게도
나는 일생 순정을 다해 원금과 이자를 무는 사람.
묵은 빚 갚느라고, 찬바람 무서리 맞으며 철 늦은 꽃을 매단 질경이처럼
입동 근처, 빈들에 파랗게 서 있는 사람.
2022년 화성 들녘에서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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