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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고정희 시집
고정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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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8일 출간

종이책 : 2021년 06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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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0.71MB)
ISBN 9788954680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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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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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실존의 늪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 카타콤베 / 차라투스트라

2부 아우슈비츠
미궁의 봄 2 / 미궁의 봄 4 / 미궁의 봄 6 / 미궁의 봄 7 / 바람 / 아우슈비츠 1 / 아우슈비츠 2 / 아우슈비츠 3 / 바벨탑과 마을 / 결빙기 / 살풀이

3부 회소(回蘇), 회소,
수유리 / 숲 / 라벨(Ravel)과 바다 / 브람스 전(前) / 산행가 / 내설악 연가 / 대청봉 절정가 / 동해가 / 파블로 카잘스에게 / 문 / 대장간의 노래 / 회소(回蘇), 회소, / 서식(棲息)의 노래 / 서식기 / 동물원 사육기 / 변증법적 춤 / 점화

4부 탄생되는 시인을 위하여
연가 / 변증의 노래 / 가을 / 영구를 보내며 / 층 / 얼음 / 나무 / 겨울 / 그늘 / 숲 / 성금요일 / 호수에서 / 종소리 / 보도에서 / 부활 그 이후 / 탄생되는 시인을 위하여

야 63장 2-3절). 고정희 시인은 이 첫 시집의 제목에 대해 의미 있는 기억을 갖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틀’이라는 단어를 ‘수틀’이라는 단어로 바꿔서 말하거나 쓴다는 것이다. 시인이 ‘술틀’이라고 고쳐 말해도 활자화된 것은 어김없이 수틀로 나오곤 했다며 바로 그것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의 반영 아니겠느냐고 되묻는다(박혜란).
“거부당한 우리들 몇 마디 언어가/이제는 적막한 허공에 떠서/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아침”(「서식기」). 넘어야 할 산밖에는 보이지 않는 첩첩 산정,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사람들은 산 너머에 보이지 않는다 넘어야 할 산밖에는(「미궁의 봄 4」). “박제된 한 세대의 꿈을 아는 건/박제된 한 마리 사슴뿐이고/박제된 한 시대의 생명을 아는 건/박제된 한 마리 사슴뿐”. ‘산짐승’이 ‘죽은 목숨’처럼 길들여지는 마을. 길들다 숨진 사슴의 골반은 포수의 흥정대상이 되고 뼈가 추려지고 박제당한다(「바벨탑과 마을」). “죽음 같은 자정, 문 닫은 후의 거리를/한 순례자가 절룩이며 절룩이며 가고 있다”(「문」). “목숨의 뿌리에 닿기 위해서/(…)/영혼의 뿌리에 닿기 위해서”(「대장간의 노래」).

우리 서로 문 닫고 혼자인 밤에는
사는 것이 돌보다 무거운 짐 같고
끝내는 눈 덮인 설원 하나 곤두서서
더운 내 부분을 지나갑니다
무사한 날을 골라 반기는 그대
우리는 정말 친구인가요?
우리는 정말 시인인가요?
캄캄한 어둠이 우리 덮는 밤에는
제 십자가 무거워 우는 소리 들리고
한 사람의 시인도 이 땅에는 없습니다

_「탄생되는 시인을 위하여」 전문

■ 기획의 말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고정희

저자 : 고정희
1975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실락원 기행』 『초혼제』 『이 시대의 아벨』 『눈물꽃』 『지리산의 봄』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 『광주의 눈물비』 『여성해방출사표』 『아름다운 사람 하나』, 유고시집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등이 있다.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1991년 6월 9일 4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작가의 말

시를 쓴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비로소 나를 성취해가는 실존의 획득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믿는 것을 실현하는 장이며
내가 보는 것을 밝히는 방이며
내가 바라는 것을 일구는 땅이다.
그러므로 시를 쓴다는 것은 내게 있어 가리고 선택하는 문제를 넘어선 내 실존 자체의 가장 고상한 모습이다.
따라서 내가 존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작업은 내 삶을 휘어잡는 핵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일종의 멍에이며 고통이며 눈물겨운 황홀이다. 나의 최선이며 부름에의 응답이다.
나는 시를 쓰는 일이 여기가 될 수 있는 부자가 아니며, 그렇다고 시 쓰는 일을 통해서 누구에게나 선사할 수 있는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못 가진 자신이 내내 가슴 아프다.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건 진실이 다 편한 것은 아니며 확실한 것이 다 진실은 아니라는 점이다. 너그러움이 다 사랑은 아니며 아픔이 다 절망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내 실존의 겨냥은 최소한의 출구와 최소한의 사랑을 포함하고 있다.
이 첫 시집을 마무리하면서 긴장된 마음으로 또하나의 외로움과 멍에를 감내한다. 아직은 내가 너무 젊다는 이유만으로 초라한 모습을 드러내는 용기를 갖는다.
지난 몇 년간 쓴 작품들을 편의상 4부로 나누었다.
1부는 근작이며, 2부는 78년에, 3부는 77년에, 4부는 데뷔 전후에 쓴 작품들을 선한 것이다.
끝으로 이 시집을 엮어내는 데 격려와 힘을 주신 최정희님, 운수자님, 김정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오늘이 있기까지 나를 지켜주신 부모님과 수유리 캠퍼스의 스승님들 그리고 나의 미루에게 이 작은 정성을 삼가 바친다.

1979년 7월 무등산 기슭에서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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