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바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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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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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길이 서로 다른 행복으로 통하리라는 믿음
상실이 남긴 빈자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매력적인 인물들을 선보여온 소설가 정한아의 세번째 소설집 『술과 바닐라』가 출간되었다. 정한아는 2005년 대학생 신분으로 등단한 이래 생애주기마다 맞닥뜨린 고민들을 깊이 곱씹어 작품 속에 녹여왔다. 그렇게 작가 자신과 함께 성장해온 소설들은 인간의 삶의 궤적과 긴밀히 조응하며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제 정한아는 사십대에 접어들며 펴내는 이 소설집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의 삶을 집중 조명한다. 작가는 여성 소설가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일과 가정 사이에서 느낀 갈등을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인물들을 통해 다양하게 형상화한다. 유독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은 한번 넘어서면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높은 문턱처럼 여겨지고, 그 결과 여성들은 삶의 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정한아 소설은 이 비가역성을 감수하고 새로운 세계로 발걸음을 내디딘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모든 여성들이 각자의 삶뿐만 아니라 서로의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도 이해해나갈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열어 보인다.
술과 바닐라 _041
참새 잡기 _073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 _107
고양이 자세를 해주세요 _143
기진의 마음 _175
할로윈 _211
대담|정한아×염승숙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싸움을 계속한다 _245
작가의 말 _275
니보다 가까운 존재가 되어 아이의 성장을 대신 지켜봐주고, ‘나’의 직업적 성공을 함께 축하해준다. 그러나 이모님이 ‘나’의 가정에 편입되어 어머니로서 실현하지 못했던 욕망을 대리 충족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후, 서서히 끓어오르던 긴장감이 한꺼번에 분출되기에 이른다.
소설집의 말미에는 작가의 친우이자 동료 소설가인 염승숙과 정한아의 진솔한 대담이 실렸다. ‘글쓰는 어머니’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찬란한 기쁨이 웃음과 눈물에 실려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이들은 결혼 이전의 삶을 그리워하지도, 결혼 이후의 삶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각각의 삶마다 서로 다른 행복과 그 대가로 따라오는 고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한아 소설에서는 그 빛과 어둠이 칵테일처럼 부드럽게 섞여든다. 정한아가 그리는 다양하고 또 유일한 삶의 형태들을 음미하다보면 이해 불가능해 보였던 타인의 인생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최근에 ‘엄마됨’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리는 서사가 거의 없는데 나부터도 그게 달갑지는 않았어요. 엄마로서의 나는 이렇게 소모되고 착취당하고 있어, 라는 뉘앙스들이 굳어진 정서가 돼버릴까봐 두렵기도 하거든요. 엄마가 됨으로써 얻어지는 새로운 감각-관계 맺음을 통한 시야의 확장, 유연함이라는 무기, 물리적 삶의 극복이라는 측면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이 소설집에서 그것이 제대로 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계속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이라는 것이 꼭 쾌감, 불쾌감의 두 가지 감각만으로 가늠되는 것은 아닐 거예요. 아주 복합적이고, 세밀하고, 또 매 순간 새로운 것이죠. 삶도 같을 거예요.”
_정한아, 대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싸움을 계속한다」 중에서
정한아 작가는 정공법으로 폐허를 재현한다. 언뜻 무사해 보였던 일상이, 견고해 보였던 관계가 미세한 균열로부터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핍진하게 그려낸다. 작가의 섬세한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우리가 한때 아름다웠던 시간 속에 있었음을, 아름다운 줄도 모르고 그 시간을 떠나와버렸음을,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사후적으로 깨닫는 한순간을 체험하게 된다. 작가는 과거를 미화하거나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다. 지나간 낙원이 실은 진짜 낙원이 아니었듯, 지금의 폐허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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