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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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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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 “맑아서 보이지 않는/ 고백이 눈으로 내렸”(「선의」)던 계절을 지나 이제 “사라지는 눈사람처럼/ 시간은 처음의 모습으로 반짝이기 시작한다”(「연말상영」). 시공간의 위계를 지우고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허물어 자신만의 시적 공간을 펼쳐 보이는 시 64편, 섬세히 나누어 3부에 담았다.
1부 안전제일
유리체/ 사람들이 떠나기를 좋아하는 세계/ 플루트/ 신년 인사/ 연말상영/ 사랑의 조예/ 수요일/ 나란한 시/ 여는 시/ 친구는 다치지 않으리/ 정원/ Pi-하고 있는/ 플라스크 속의 작은 인간/ 같아요/ 유저 인터페이스/ 중학생/ 틀림없는 중학생/ 중학생의 별/ 미소/ 휴일/ 빛의 운/ 사랑들
2부 진짜 밤
연강-땅/ 여읜 시/ 선물/ 타임/ 손가락을 접자 손가락이 없어졌다/ 이어year/ 사랑의 뉘앙스/ 작은 포크 병/ 편지화/ 우산이 있는 소품/ 요새/ 선과/ 소다수의 삶/ 레몬진저의 새로운 삶/ 사람행/ 언니의 밤/ 블러핑/ 아니스타와 아니불빛/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이 된다/ 미/ 연강-강
3부 작고 불 켜졌고 사라지지 않는
섬광의 시/ 파인/ 소라/ 박쥐와 당신/ 무크지/ 쇼자인테쉬크톨/ 컨트리/ 물 룸/ 트루먼쇼 증후군/ lesson/ 네이처/ 올해의 도마/ 연기령/ 실루엣의 시/ 미치/ 캐치!/ 우리의 주인님/ 폼포폼포폰포폰폰,1911/ 모자키스/ 티라와 오브, 그리고 티라와 오브의 아름다운 세계/ 선의
사유된다.
잠깐 날았다가 오래 앉았다. 사랑들이 사람처럼 주위에 모인다.
나는 사랑들을 먹이고 재우다가 잠든다. 잠 속에서 나는 잠들지 않으려고 한다.
사랑들이 나를 떠난다. 검은 천으로 얼굴을 덮고 하얀 하늘을 날아 사라진다.
사랑으로 된 잠을 길게 끄는 사람이 뜰에 버려져 있다.
_「연강-땅」에서
해설을 덧붙이지 않고 오롯이 시의 언어만으로 담담히 채운 이 첫 시집은 창작에 대한 시인의 입장과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리라. 손을 잡으면 눈은 녹고, 그 자리에 채워질 것은 읽는 이 저마다에게 다를 터이다.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커다란 혼자”(‘시인의 말’)인 존재가 아주 먼 곳까지 가보고 또 아주 가까이를 들여다본 일,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본 이야기, 내밀함과 환상성의 힘으로 밤을 펼치고 사랑을 담아둔 그 깊고 확장된 여정을 즐겁게 따라가볼 일이다.
ㆍ장수양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로 첫 시집을 낸 시인의 소회를 전한다.
Q. 첫 시집을 낸 소회가 궁금합니다.
딱 기쁜 만큼의 부끄러움이 있어요. 제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누구의 앞에서든 제 안에만 있던 말들을 이렇게나 늘어놓을 수 있었을까요. 저는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도 생각과 마음을 늘어놓고 싶은 사람인 거예요. 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시집이 나오니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듯하여 더 부끄럽습니다.
Q. 시가 가진 특별함은 무엇일까요?
살아 있는 한 누구나 듣고 싶은 말이 있고, 모두 각자인지라 잘 맞는 말을 찾기가 힘듭니다. 그 말을 찾지 못해 비참해지는 때도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아직 듣지 못한 말을 찾을 때 헤맬 만한 지도로써 시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는 언어의 첨단에 있기에 다른 곳에서 찾지 못했다면 시에서 발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첫 시집을 엮으며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이 있다면?
이 시묶음으로부터 감상에 방해가 되는 심각한 의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제 시에 애써 해석해야 할 만큼 비밀스러운 것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요. 시들의 순서를 지루하지 않게 배치하고 싶었던 욕심도 있습니다. 격렬한 시가 있으면 그 다음은 되도록 평온한 시가 오도록 했어요. 전체적으로 읽기 편하고 친밀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Q. 이번 시집에서 특별히 아끼는 시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떠오르는 시들이 열 편 정도가 있는데요. 그중 소개하고
작가의 말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커다란 혼자
2021년 3월
장수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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