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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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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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의 미학으로 역사에 그림자를 부여한 작가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
지난 세기 마지막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 『고양이와 쥐』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4번으로 출간되었다. 그라스 작품세계의 핵심을 밀도 있게 담아내 독일 교육과정 내 필독서로 꼽히는 소설로,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 오십여 년 만에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다. 그래픽아트를 전공한 화가이기도 한 작가가 직접 그린 표지 일러스트는 고양이가 목에 맨 훈장을 시각적으로 부각시켜 작품의 주제를 가시화한다. 『고양이와 쥐』는 전공戰功을 최고의 가치로 둔갑시킨 나치 이데올로기를 고발하면서, 무비판적으로 나치에 동조한 소시민들에게도 집단적 죄과가 있음을 꼬집는다. 회고적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서술자는 시대의 어둠을 증언하는 동시에 나치 독일의 범죄에 가담한 공범으로서, 글쓰기를 통해 죄의식의 심연을 드러내 보인다.
해설 | 그러므로 그라스는 이야기한다.
고양이와 쥐, 나의 죄, 그리고 부끄러움에 대하여
귄터 그라스 연보
?여겨진다.
『고양이와 쥐』는 액자식 구성을 띤 소설로, 서술자 필렌츠는 전후 가톨릭 단체에서 서기로 일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신부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는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비대한 울대뼈를 가진 말케라는 소년이 있다. 말케는 유달리 큰 울대뼈를 가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온갖 물건으로 덮어보려 하기도 하고, 운동능력을 키워 이를 상쇄하려고도 한다. 원래 수영을 할 줄 몰랐던 말케는 동급생들이 놀이터 삼아 드나드는 침몰한 소해정을 목표 삼아 잠수 실력을 키운다. 그는 곧 소년들 사이에서 경탄의 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외톨이 말케는 계속해서 세상의 인정을 갈구한다.
말케는 학교 강당에 연설하러 온 전쟁 영웅의 목에 걸린 훈장을 본다. 좀처럼 채워지지 않던 인정욕구를 채워줄 유일한 물건이다. 훈장을 가진 자는 틀림없이 모두의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 당시 모두가 탐내던 그 훈장을, 말케는 집착에 가까운 수준으로 좇고 급기야 ‘전대미문’의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남들이 자원입대할 때 유일하게 동조하지 않던 이 ‘위대한 말케’는 이후 누구보다 훌륭한 군인이 되어 바라던 대로 훈장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투쟁은 결국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회고적으로 이야기를 서술하는 필렌츠는 자신도 그 비극에 책임이 있음을 안다. 이야기하는 내내 말케의 울대뼈, 즉 ‘쥐’를 노리는 고양이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고양이를 부추긴 것이 누구인지, 혹시 나였던 건 아닌지 되묻는다. 고양이는 필렌츠의 죄의식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작은 쥐를 보호해야 할지, 고양이들을 부추겨 사냥하도록 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하는 필렌츠의 우유부단함이 말케를 곤경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죄책감은 필렌츠의 머릿속에서 고양이, 그리고 쥐를 영원히 맴돌게 만든다.
『고양이와 쥐』는 귄터 그라스가 필렌츠를 대리인 삼아 쓴 자기 고백이기도 하다. 작품 속 단치히는 실제로 그라스가 어린 시절 나치의 행동강령을 몸에 익힌 장소이고, 그가 회상하는 당시의 분위기가 그대로 재현된 곳이다.
나는 뉴스 속보를 들으며 자랐다. 나는 언제나 성공의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군인으로서 어떤 공적을 세웠는지가 용감함을 재는 척도였고, 용감함이야말로 우리 세대가 갈구한 행복이었다. [...] 천단위 등록톤수의 배가 얼마나 많이
작가정보
저자 : 귄터 그라스
G?nter Grass
1927년 10월 16일 지금의 폴란드 그단스크에 해당하는 단치히 자유시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공군지원병으로 징집돼 이후 전차병으로 복무했다. 종전 이후 뒤셀도르프와 베를린에서 그래픽아트와 조각을 전공하고 1956년부터 파리에 체류하며 시와 희곡을 집필했다. 47그룹 모임에서 낭독해 호평을 받았던 『양철북』을 1959년 출간하고, 뒤이어 『고양이와 쥐』 『개들의 시절』을 발표해 ‘단치히 3부작’을 마무리지었다. 나치 점령기의 단치히를 배경 삼아 당시 세태를 풍자한 이 작품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 외 대표작으로 『넙치』 『텔크테에서의 만남』 『암쥐』 등이 있다. 게오르크 뷔히너 상, 토마스 만 상, 몬델로 문학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19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자전적 소설 『양파 껍질을 벗기며』를 출간하며 나치 친위대에 복무했음을 뒤늦게 고백하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산문시 「말해야만 하는 것」을 발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끊임없이 역사를 뒤돌아보며 일관되게 자기반성을 강조해온 작품세계가 다시금 주목받았다. 2015년 독일 뤼베크에서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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