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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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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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가 정영수의『내일의 연인들』. 이 책은 2017년 겨울부터 2019년 겨울까지 꾸준히 발표한 단편 여덟 편을 묶었다. “내가 편애하는 유형의 소설 (…)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 나는 예상보다 훨씬 깊이 내려와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좀 머물러 있고 싶어서 내 생각과 동작을 잠시 멈추어야 했다”(신형철), “소설이란 결국 스타일이 아닌가라는 오래된 명제를 환기하는 힘이 있었다”(신수정) 등의 심사평과 함께 2018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하고 문학과지성사의 ‘이 계절의 소설’(2017년 겨울)에 선정된 「더 인간적인 말」과 2018년 가을 ‘이 계절의 소설’에 선정, 2019 올해의 문제소설, 2019 현대문학상 수상후보작,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품 「우리들」, 2019년 여름 ‘이 계절의 소설’에 선정, 2020 올해의 문제소설로 꼽힌 표제작 「내일의 연인들」 등이 수록돼 있다.
편편에 연인(들)이 등장한다. ‘연애소설’보다는 ‘연인생활소설’에 가까운 작품들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남녀 관계에서 오가는 섬세한 감정선도 물론 인상적이나, 실패했거나 실패가 예감되는 연인들이 주로 등장한다는 점, 그들이 겪는 사건과 생활 밀착적인 풍경이 함께해 리얼리티가 증폭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난해한 알레고리보다는 현대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삼십대 생활인이 마주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것이 연인 관계의 시작과 지속과 끝, 그리고 끝 이후를 통해 드러난다는 데서 독자들에게 더욱 소구하는 작품일 것이다. 빠르게 몰입 가능한 일인칭 화자와 지적이면서도 가독성 좋은 문장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내일의 연인들
더 인간적인 말
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삶
기적의 시대
서로의 나라에서
길을 잘 찾는 서울 사람들
두 사람의 세계
해설│신형철(문학평론가)
밤의 연인들을 위한 인생독본 삼부작
작가의 말
말인가?”
나머지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환기되는 감각은 ‘시간이 지난 후’라 말하면 어떨까. 흐릿한 이별의 기억부터 잊어서는 안 될 일을 잊은 데 대한 놀라움까지, 시간이 지난 후 어떤 사건을 복기하거나 새삼스레 떠올리는 화자를 만날 수 있다. 「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삶」의 첫 문장은 “나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불운한 일들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했다”이다. 그러나 실제 사건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일어났는데, 오랜 친구 부부의 백일 갓 지난 아이를 안으려다 바닥으로 떨어뜨린 것. 끔찍할뿐더러 돌이킬 수 없는 그 일이 그러나 바로 나 자신에게 생긴 일은 아니라는 것,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그 자명한 사실에 서늘함을 느낀다.
명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유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채로 서서히 멀어진 「기적의 시대」의 ‘나’와 연희. 시간이 흘러 나는 아내 은주에게 연희에 대해 장난스러운 추궁을 받고, 십수 년 전 그 이별이 남긴 “설명할 수도 설득할 수도 없는 애매모호하고 불분명한 부끄러움”을 새삼스레 느낀다. 십 년이 지나 베들레헴에서 재회하게 된 「서로의 나라에서」의 ‘나’와 조아현의 만남도 흥미롭다.
「두 사람의 세계」의 ‘두 사람’은 1970년대에 여공이었던 이영선과 공구상가에서 일하는 하남영이다. 두 사람의 연애와 그 안에 침투한 폭력성, 원치 않았던 임신과 결혼, 이어진 불화와 불행의 나날이 쌓여 말년이 된 현재의 이영선-하남영 부부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바로 그 어쩔 수 없이 태어난 아들 ‘나’에 의해 재구성된다.
연인이 된다는 것은 두 개의 삶이 하나로 포개진다는 뜻이다. 그러다 결별의 순간이 오면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어떤 이들은 그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어 원래의 삶을 잊어버리거나 혹은 잃어버리기도 한다.
_185쪽, 「두 사람의 세계」에서
살고, 관계 맺고, 겪고, 무언가를 배우는-그것이 때로 어렴풋한 예감의 차원으로, 때로 배울 수 없는 것이 있음을 배우는 차원으로 드러날지라도-연인들. 그들이 맞닥뜨린 일들이 엄청난 스펙터클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지 몰라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읽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우리가 살면서 시시때때로 행하는 일들의 단면을 작가가 세밀하게 그려내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가 된 사람들, 그 관계를 통과한 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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