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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

생물학과 철학의 우아한 이중주
김동규 , 김응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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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07일 출간

종이책 : 2019년 03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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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5.13MB)
ISBN 9788954656306
쪽수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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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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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에서 인간까지 생물학과 철학으로 본 생명의 비밀!
생물학에 빠진 철학자와 철학에 반한 생물학자의 수상한 동행 『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 전혀 다른 학문의 길을 걸어온 철학자 김동규와 생물학자 김응빈. 두 사람이 2012년부터 연세대에서 함께 진행해온 화제의 강의 ‘활과 리라’를 바탕으로 펴낸 이 책을 통해 이질적인 두 학문 사이의 짜릿한 조율을 통해 사유를 확장하고,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공생의 지혜를 전하고자 한다.

빙하에 갇힌 고대의 바이러스가 깨어난다면? 철학자로 변신한 과학자가 있다고? 도킨스 이론은 독창적이지 않다? 인간 배아복제, 합성생물학, 유전자 변형 등 오늘날 바이오가 지배하는 세상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공생부터 면역과 모방, 동물성과 인간성까지 생물학에서 발아한 다채로운 주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생물학자와 철학자는 단순한 만남에 그치지 않고 한목소리로 두 학문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융합으로 나아간다. 생물학 쪽에서는 다윈과 파스퇴르에서 린 마굴리스, 리처드 도킨스, 칼 우즈로 이어지는 근현대 생물학자들이 소환되고, 철학 쪽에서는 플라톤, 하이데거, 한나 아렌트, 르네 지라르, 조르조 아감벤 같은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더욱 풍성한 울림을 낳는다. 그 융합의 지점에서 두 저자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대상은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생명, 그리고 그 생명의 원천인 사랑이다.
생물학과 철학은 왜 만나야 할까? 현대는 과학의 시대다. 그중에서도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생물학은 자연은 물론이고 자연과학적 지식의 주체인 인간 자신마저 변형시키기에 이르렀는데, 이처럼 생물학이 사회와 문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수록 자연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숙고하는 철학적 기반은 필수 불가결하다. 또 학문적 골동품으로 전락한 철학도 고전 주석에나 매달리는 사변의 무능력을 반성하고 이 시대 가장 활력적인 지식 분야와 만나 소생할 필요가 있는데, 생물학자와 철학자인 두 저자는 두 학문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융합으로 나아가며 우리에게 공생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프롤로그: 활과 리라 ― 생명의 이중주 11

1부 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

1. 미토콘드리아: 공생의 아이콘 21
1) 허리 잘린 벌도 독침을 쏜다
2) 더이상 나눌 수 없는 생명의 최소 단위는?
3) 미토콘드리아, 까마득한 옛날 그건 박테리아였다!
4) 공생, 따로 또 같이

2. 미생이 그리는 인생 36
1) 운명적 만남에서 숙명적 공생으로
2) 핵보다 미토콘드리아
3) 해상 초원은 미생물 천국
4) 미생물의 미니멀 라이프
5) 붉은 여왕 vs 검은 여왕

3. 경쟁이냐 공생이냐 50
1) 미생물 퇴치에 앞장서다: 파스퇴르
2) 여성성과 공생의 친화력: 린 마굴리스
3) 아곤: 전쟁은 만물의 왕이다
4) 1등만 기억하는 세상
5) 다세포 생물, 뭉쳐야 산다

4. 면역, 혼돈의 왕국 72
1) 나는 누구일까?
2) 면역: 이방인을 배제하라
3) 자기식별의 최종 권한은 마음에게 있을까, 몸에 있을까?
4)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5) 면역의 역설: 과잉보호가 자기를 파괴한다

5. 바이러스와 예술 89
1) 예술작품일까 쓰레기일까?
2) 예술은 바이러스다
3) '예술 바이러스'의 숙주는?
4) 개성적인 공공성: 한나 아렌트
5) 도시의 안팎을 넘나드는 예술

6. 현대의 모방론: 도킨스 이론의 한계 108
1) 모방의 화려한 부활
2) 모방은 욕망에 앞선다: 르네 지라르
3) 문화적 유전자 '밈': 리처드 도킨스
4) 복제, 모방, 기생
5) 도킨스가 놓친 것들
6) 유전자 전달과 생각의 전달

7. 몸의 기억에서 우주의 기억으로 140
1) 여신 vs 뇌: 기억의 주인은 누구일까?
2) 카르페 디엠 vs 메멘토 모리
3) 세균의 일편단심
4) “기억이 나를 본다”
5) 우주의 기억 매체
6) 상상은 기억의 야누스적 얼굴이다

2부 동물과 인간,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이’

8. 동물과 인간의 차이 167
1) 동물성과 인간성
2) 동물 담론의 지형도
3) 침팬지와 인간, 무엇이 다를까?
4) 인간중심주의의 함정
5) 북극에서 깨어난 고대 미생물
6) 본질적 차이냐, 정도의 차이냐

9. 돌, 도마뱀, 인간 188
1) 파스칼의 최선의 길
2) 돌 위에서 햇볕을 쬐는 도마뱀
3) 동물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것
4) 진드기의 심플한 감각

10. 성스러운 생명과 괴물 사이 203
1) 생활세계 vs 전문가세계
2) 성스러운 생명: 욥 이야기
3)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4) 산 자의 명단에서 제외된 사람들
5) 조에와 비오스: 조르조 아감벤
6) 인간보다 섬뜩한 것은 없다

11. 과학 시대의 철학 226
1) “이건 과학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입니다”
2) 철학하는 데 나이 제한이 있다?
3) 철학자로 변신한 과학자: 칼 우즈
4) 우리가 잃어버린 세 가지
5) 인식의 섬

12. 생명의 비밀 241
1) 생명의 트리니티: 진리, 자유, 사랑
2) "왜 사랑해?"
3) "왜 생명을 존중해야 하지?"
4) 호모 멜랑콜리쿠스
5) 살아남은 자의 슬픔

에필로그 마지막 말 한마디 257

주 265

‘개념 없어 보이는’ 미생물과 ‘뭔가 있어 보이는’ 플라톤이 원탁에 마주앉았습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플라톤이 쩔쩔맵니다. 온갖 논리를 구사합니다만, 듣도 보도 못한 미생물의 반응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합니다. 결국 고매한 플라톤은 자기 생각을 바꾸기까지 합니다. (11)

미토콘드리아의 공생은 원핵생명체에서 진핵생명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33)

공생은 개체들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지금의 개체를 만들어준 머나먼 과거이자, 끊임없이 이합집산하게 될 개체들의 미래입니다. (35)

만일 조물주가 있어서 지구의 조화로운 삶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생물의 순위를 매긴다면, 1등은 미생물 차지이고 인간은 틀림없이 꼴찌일 겁니다. (36)

이제는 주요 진화 이론으로 자리매김한 붉은 여왕 가설은 주로 적대적인 경쟁에 주목합니다. 최근 이와 반대되는 시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주장이 등장했습니다. 생명체 간의 호혜적 의존성을 강조하는 ‘검은 여왕 가설’이 그 주인공입니다. (47-48)

면역은 세포들의 공동체가 개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피아 식별 장치이자 자기보호 시스템입니다. 그 점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역설과 모순이 존재합니다. 자기보호의 과도한 몸짓은 현재 자신이 허약하다는 징후일 뿐입니다. (87)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는 악성 병원체이면서도 (인간이 기생하고 있는) 자연의 자정 작용의 하나일 수 있듯이, 예술은 개인중심주의, 공동체중심주의, 인간중심주의 등등 온갖 중심주의에 기생하면서 그것을 탈중심화하는 힘입니다. (106)

피임법을 사례로 들며 도킨스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고 선언합니다. 인간은 다시 유전자를 이길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자연을 초월하는 존재가 됩니다. 유전자를 통한 탈인간중심주의적 행보는 종국에 또다른 인간중심주의임이 확인됩니다. (127)

예술은 창의성이 ‘생명’입니다. 기존에 없던 낯선 것을 창작하는 문화 영역이 예술이죠. 예술은 문화적으로 동질적인 공동체에 낯선 타자성을 도입하여 문화에 새로운 활기를 주입합니다. 그런데 밈은 한갓 모방과 복제를 기본 원리로 삼고 있을 뿐입니다. (127)

인간을 비롯한 유성생식 생물은 세대를 거치며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유전자를 전달합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죠. 그래서 이를 ‘수직 유전자 전달’이라고 합니다. 세균은 세포 분열을 통한 수직 유전자 전달은 물론이고, 다른 세균에게도 자기 유전자를 줄 수가 있습니다. 횡적 이동이기에 이를 ‘수평 유전자 전달’이라 부르는데, 일종의 박테리아 난교입니다. (135)

인간만 기억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주인을 기억하는 반려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철새와 회귀성 어류의 기억은 그 정확도가 참으로 놀랍죠. 더 놀라운 사실은 미생물의 세계에서도 기억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미생물의 기억으로 요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를 들 수 있습니다. (150)

유전자는 자연의 변화와 흐름이 남긴 자국의 총체, 곧 기억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우주를 기억하는 매체입니다. (154)

우리는 너무 쉽게 인간을 동물화하는 언동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것은 동물을 의인화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동물 의인화는 우화 속 동물들처럼 유치할 뿐이지만, 인간의 동물화는 무시무시한 야만을 낳을 수 있습니다. (222)

애도할 줄 모르는 자는 인간이기를 그만둔 사람입니다. 인간이란 사랑하다가, 사랑하는 것들의 죽음을 견디며 살아가다가, 결국 스스로도 죽어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고로 인간이란 사랑의 멜랑콜리를 앓을 수밖에 없는 존재, 즉 호모 멜랑콜리쿠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254)

이 책에서 우리는 줄곧 생명을 사랑으로 고양시키는 한편, 사랑을 생명으로 육화시키고자 했습니다. 생명의 진화 과정이 곧 사랑의 역사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260)

생명계에서는 생태지위의 상호 존중이 으뜸 원칙입니다. (262)

생물학과 철학의 만남

이 책은 생물학자와 철학자,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의 산물이다. 이 만남의 주인공은 『나는 미생물과 산다』 등을 통해 미생물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생물학자 김응빈(연세대 생물학과)과 『멜랑콜리 미학』『멜랑콜리아』 등을 통해 서양문화의 ‘멜랑콜리한’ 정체성을 탐구해온 철학자 김동규(연세대 철학과)이다. 전혀 다른 학문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2012년부터 연세대에서 함께 진행해온 화제의 강의 <활과 리라>가 이 책의 밑거름이 되었다. 저자들은 “이질적인 두 학문 사이의 짜릿한 조율”을 통해 사유를 확장하고,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공생’의 지혜를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학제간 융합이니 통섭이니 하는 말이 회자되고 유행한 지는 한참 되었으나, 이처럼 생물학자와 철학자가 하나의 책을 공동집필한 사례는 (대화의 기록인 도정일?최재천의 『대담』을 제외하곤)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오랫동안 함께 공동수업을 이끌어온 경험에다 친밀한 대화와 치열한 토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생물학과 철학은 왜 만나야 할까? 현대는 과학의 시대다. 그중에서도 합성생물학,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등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생물학은 자연은 물론이고 자연과학적 지식의 주체인 인간 자신마저 변형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생물학이 사회와 문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수록 자연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숙고하는 철학적 기반은 필수 불가결하다. 또한 학문적 골동품으로 전락한 철학도 고전 주석에나 매달리는 사변의 무능력을 반성하고 이 시대 가장 활력적인 지식 분야와 만나 소생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생물학자와 철학자는 단순한 만남에 그치지 않고 한목소리로 두 학문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융합으로 나아간다. 그 융합의 지점에서 두 사람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대상은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생명, 그리고 그 생명의 원천인 사랑이다.

공생과 경쟁: 생물학이 전하는 삶의 지혜

이 책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공생부터 면역과 모방, 동물성과 인간성까지 생물학에서 발아한 다채로운 주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를 위해 생물학 쪽에서는 다윈과 파스퇴르에서 린 마굴리스, 리처드 도킨스, 칼 우즈로 이어지는 근현대 생물학자들이 소환되고, 철학 쪽에서는 플라톤, 하이데거, 한나 아렌트, 르네 지라르, 조르조 아감벤 같은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더욱 풍성한 울림을 낳는다.
이 책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은 ‘공생’이다. 우리 인간이 미생물만도 못한 지점, 즉 미생물에게 배워야 할 핵심 가치도 바로 이 ‘공생’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미생물이라고 하면 우리는 여전히 하찮은 미물 정도로 인식한다. 병균처럼 인간에게 해로운 미생물은 소수에 불과하고 유산균처럼 유익한 미생물이 훨씬 많은데도 그렇다. 이런 선입견이 생긴 데에는 미생물 연구의 선구자인 루이 파스퇴르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파스퇴르는 박테리아를 ‘병원균’으로 명명하면서 스스로 미생물의 살육자가 되고자 했다. 병원균을 적대시한 파스퇴르 이후 수많은 파스퇴르 추종자들은 미생물을 포함한 자연 전체를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았고, 다윈주의적 생존 경쟁을 진화의 근본 원리로 삼았다.
그런데 20세기에 미토콘드리아 DNA가 발견되면서 ‘공생’ 이론이 부상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의 최소 단위인 세포 내 소기관 중 하나로 핵의 DNA와는 다른 자기만의 DNA를 가지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오히려 핵이 없는 원핵생물인 박테리아의 DNA를 닮아 있다. 이런 미토콘드리아의 특징을 바탕으로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는 ‘세포 내 공생설’을 제기한다. 지구에 박테리아들만 살던 까마득한 옛날, 덩치 큰 박테리아가 작은 박테리아를 먹어치웠는데 먹잇감이 포식자의 내부에서 우연히 살아남는 일이 발생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 서로 공존의 기술을 터득하면서 박테리아 같은 원핵세포가 진핵세포로 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다.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세포의 기원이 되었다는 점에서 ‘진화의 숨은 지배자’로도 불린다.
이런 세포 내 공생설에서 나온 새로운 진화 이론이 ‘공생발생론’이다. 공생발생론은 적대적 경쟁과 유전자의 돌연변이 현상으로만 진화를 설명하는 대부분의 진화론과 달리 공생 과정을 통해 새로운 종의 발생을 설명한다. 그러나 처음에 마굴리스의 공생 이론은 학계에서 철저히 배척당한다. 논문은 열다섯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이는 그녀가 여성 과학자였기에 받은 차별이면서 동시에 비주류인 공생 이론의 주창자였기에 받은 차별이었다.

붉은 여왕에서 검은 여왕으로

적대적 경쟁에 주목하는 대표적인 진화 이론은 ‘붉은 여왕 가설’이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벤 베일런이 내놓은 이 가설은 경쟁 상대의 끊임없는 변화(진화)에 맞서 계속해서 변하지 못하는 생명체는 결국 도태된다는 것이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 앨리스가 붉은 여왕과 함께 나무 아래에서 계속 달리는 장면을 보고 이 이름을 떠올렸다고 한다. 거울 나라를 지배하는 붉은 여왕은 숨가빠하는 앨리스에게 말한다. “지금처럼 계속 달려야 제자리에 있을 수 있어. 어디론가 가고 싶다면 더 빨리 뛰어야 한다고.” 머물기 위해서라도 계속 뛰어야만 하는 현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최근 생명체 간의 호혜적 의존성을 강조하는 ‘검은 여왕 가설’이 등장했다. 이 가설의 이름은 ‘하트(♥)’라는 카드 게임에서 유래한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카드를 주고받는 이 카드 게임은 마지막에 가지고 있는 카드 중 모든 하트 카드와 스페이드(♠) 퀸(Q) 카드만으로 점수를 낸다. 하트 카드는 각각 1점이고 스페이드 퀸은 13점으로 계산하며, 총점이 낮은 순서로 순위가 결정된다. 스페이드 퀸(검은 여왕)을 가지고 있으면 꼴찌이기에 게임에 이기고 싶다면 중간에 검은 여왕을 내놓아야 한다.
‘검은 여왕 가설’의 핵심은 미생물들이 자신의 대사 산물 일부를 공공재화로 내놓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마치 참석자들이 음식을 하나씩 가지고 와서 함께 먹는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와 마찬가지다. 이처럼 ‘붉은 여왕 가설’과는 대조적으로 ‘검은 여왕 가설’은 생명체의 진화 과정에서 경쟁보다는 협동 또는 공생의 역할을 강조한다.

면역의 역설

생물학의 관점에서 면역은 세포들의 공동체가 개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식별 장치이자 자기보호 시스템이다. 하지만 생명체는 애초에 자기와 자기 아닌 것을 구분하기 어렵다. 몸이 자기를 비非자기로 오인해서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이 이를 증명한다. 자가면역 질환은 모든 장기에서 발생한다. 눈의 포도막염, 뇌의 다발성 경화증, 궤양성 대장염, 류마티스성 관절염이 모두 그런 질환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면역관용’도 있다. 면역관용은 너그럽게 비자기를 자기로 간주하는 현상으로, 여성의 몸 안에서 자라는 태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태아는 엄마 유전자의 절반만 가지고 있기에 엄마의 면역계가 비자기로 인식해야 정상인데도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외부 물질의 유입이 많은 소화기관의 경우 면역계가 집중되어 있지만 그런 장내 미생물들에 대해서도 우리 몸은 관용을 베푼다.
이런 까닭에 면역은 단순한 자기방어 시스템으로 보기 어렵다. 자기보호의 과도한 몸짓은 자신의 허약함을 드러내는 징후일 뿐이다. 멸균 상태와 같은 인공 환경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타자와의 공존은 필수적인 것이다.

예술은 바이러스다?

저자들은 쉽게 정의하기 힘든 예술의 속성을 생물학적 은유로 풀어낸다. 바로 “예술은 바이러스다”라는 명제다. 온갖 미학적 개념들을 제쳐두고 예술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인문학자들에게 예술이 설명하기 힘든 난제이듯, 자연과학자들에게 바이러스는 “자연의 풀리지 않는 암호”(92쪽)와 같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바이러스의 존재방식이 그만큼 기괴해서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런 바이러스의 특성은 예술의 존재방식과 아주 유사하다.
저자들이 말하는 ‘예술 바이러스’는 우선 강한 ‘전염력’을 가진다. 예술은 그것을 접한 사람들을 쉽게 감염시키고 빠르게 확산되며 역사적으로 전승된다. 일찍이 플라톤이 예술을 두려워하고 경계했던 이유도 바로 이런 강한 전염성 때문이었다.
예술 바이러스는 숙주에 ‘기생’하면서 존속한다.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숙주, 즉 인간이 없다면 예술작품은 죽은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작품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보존하는 인간 없이 예술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예술 바이러스는 자신이 감염시킨 인간에 기생하면서 동시에 그 인간을 ‘변모’시킨다. 예술작품을 접함으로써, 말하자면 전혀 다른 세계의 정보와 관점이 뒤섞임으로써 감상자는 결국 자기 변형을 겪게 되며, 낯선 세계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런 예술 바이러스의 특성이 여실히 발현되는 것이 공공예술이다. 예술의 공공성은 인간의 불멸성이 실현되는 장소다. 거기서 개체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생과 사의 경계에 붙어사는 바이러스가 불멸하는 존재에 가깝듯”(104~5쪽), 숙주인 인간이 멸종하지 않는 한 예술도 그 특이한 존재방식 덕분에 불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예술 바이러스 감염은 공동체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는 악성 병원체이면서도 (인간이 기생하고 있는) 자연의 자정 작용의 하나일

작가정보

저자(글) 김동규

생물학에 빠진 철학자. 연세대 철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이데거를 비롯한 유럽 현대 철학과 미학이 주요 전공 분야이다. 오랫동안 서양 예술과 철학의 근본 정조인 ‘멜랑콜리’ 연구에 매진했고, 현재는 생물학과 철학의 창조적 접점 찾기(메타비올로기아Metabiologia, 동물시학Zoopoetics)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멜랑콜리아: 서양문화의 근원적 파토스』 『멜랑콜리 미학: 사랑과 죽음 그리고 예술』 『철학의 모비딕: 예술, 존재, 하이데거』 『하이데거의 사이-예술론』 『시는 나의 닻이다』(공저)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미학적 힘: 미학적 인간학의 근본개념』 『모든 것은 빛난다: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 『마르틴 하이데거, 너무나 근본적인』이 있다.

저자(글) 김응빈

철학에 반한 생물학자.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학에서 환경미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독성 화합물 분해 미생물에 대해 연구했으며, 국제 SCI에 미생물 관련 논문을 60여 편 발표했다. 현재 연세대 생물학과 교수이자 생명시스템대학장이며,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과학문화연구센터장이다. 또한 미국미생물학회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 학술지 편집위원이자 한국 환경생물학회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
여러 방송과 대중강연, 온라인 매체 등을 통해 흥미로운 미생물의 세계를 널리 알리는 데 애써왔으며, 생물학과 철학의 접점을 찾는 융합미생물학에 관심이 많다. 2005년에 최우수강의교수상Best Teacher Award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나는 미생물과 산다』 『생명은 판도라다』 『한눈에 쏙! 생물지도』 『위대한 유산』(공저)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공저) 『핵심생명과학』(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우주: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천문학의 역사』 『철학: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철학의 역사』 『토토라 미생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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