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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수업

새로운 전인교육을 위한 고전의 변론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14
마사 누스바움 지음 |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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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02일 출간

국내도서 : 2018년 03월 0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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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4.03MB)
ISBN 9788954650359
쪽수 4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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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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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배제가 끝없이 부추겨지는 오늘날, 무엇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도덕과 정치가 충돌하는 문화 전쟁의 시대, 새로운 자유교육과 토론의 기술을 모색하다!
교육학의 고전이 된 마사 누스바움의 명저!
고전학, 교육학, 윤리학, 법철학, 정치철학, 여성학을 아우르는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지성 마사 누스바움의 초기 대표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성을 계발하는 교육이다!”

“대학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경이로운 책”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꿋꿋이 지켜내는 놀랍고도 완벽한 책” “교과과정 개편과 정치적 공정성(Political Correctness)을 둘러싼 지지부진하고 피상적인 논쟁을 넘어, 현실적이고 경험에 근거한 논증을 펼치는 탁월한 책” “소크라테스가 우리 시대에 살았다면 꼭 썼을 법한 책” 등 유수의 언론들과 학자들의 찬사를 받으며 현대의 교육학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책 『인간성 수업?새로운 전인교육을 위한 고전의 변론』(원서 제목 Cultivating Humanity, 1997)이 미국에서 출간된 지 20여 년 만에 번역 출간되었다.

저자 누스바움은 비판력, 이해력, 상상력을 토대로 한 ‘자유교육’의 고전적 기원과 이상을 끌어와, 우리가 대학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있고 배워야 하는지 역설한다. 이 책은 여성학이나 소수집단 연구 같은 새로운 주제를 배제하고 전통적 교육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들에게 ‘불편한 진실’로 내리꽂힌 결정타와도 같은 저서다. 한편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과 감정이입을 추구하는 교육, 혐오와 배제를 지양하는 교육을 위해 힘쓰고 고민하는 시민들에게는 중요한 전거가 되어준 반가운 결실이다.

기존에 소개된 대학과 교육에 관한 누스바움 사상의 출발점이 된 이 책은, 대학 운영과 문학의 교육 효과 등 단편적 주제들을 아우르는 동시에, ‘배우는 일’이라는 행위와 ‘인간성 계발’이라는 이상을 중층적으로 사유한 인문서다. 인간의 삶과 존엄성, 행복 등에 대한 물음을 놓지 않았던 누스바움이 교육을 무대로 차근차근 펼치는 주장과 명료한 성찰은, 사유의 가닥이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오늘날 교육의 방식과 내용을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더없이 중요한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제14권.
서문
머리말 옛 교육과 생각 학교
제1장 소크라테스식 자기성찰
제2장 세계시민들
제3장 서사적 상상력
제4장 비서양 문화 연구
제5장 아프리카계 미국학
제6장 여성학
제7장 인간 섹슈얼리티 연구
제8장 종교계 대학의 소크라테스
결론 ‘새로운’ 자유교육


마사 C. 누스바움 연보
옮긴이의 말
추천사 1 자유교육은 모든 교육의 기초다 ? 심보선
추천사 2 문화 전쟁 시대 인/문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임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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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에 대한 책 대부분은 유명한 엘리트 교육기관 몇 군데나 그 밖의 대학들에서 가져온 몇 가지 일화에 국한되기 마련이다. 반면 나는 독자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변화에 대해 분명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형의 교육기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다. (10쪽)

아리스토파네스의 위대한 희극 「구름」에서, 새로운 배움을 갈망하는 젊은이는 저 이상하고 악명 높은 인물 소크라테스가 운영하는 ‘생각 학교’에 간다. 그곳에서는 젊은이를 앞에 두고 전통적 교육의 장점과 소크라테스식 논증이라는 새 교육의 장점을 비교하는 논쟁이 벌어진다. ‘옛 교육’의 대변인은 강인한 노병이다. 그는 암기할 것은 많고 질문의 여지는 별로 없는, 기율이 잘 잡힌 애국적 훈련을 지지한다. 그는 어쩌면 실제로는 있지도 않았을 시절?젊은이들이 부모에게 순종하고 조국을 위해 죽는 것 이상을 바라지 않던 시절, 교사들이 이상한 요즘 노래가 아니라 웅장한 옛 노래 ‘아테나, 도시의 약탈자여’를 가르치던 시절?을 즐겨 회고한다. 그는 우렁차게 소리친다. 나와 함께 공부하라, 그러면 진짜 남자처럼 보이게 되리라. 가슴은 넓어지고 혀는 짧아지고 엉덩이는 단단해지고 생식기는 작아질지니.(그 시절에 작은 생식기는 남성적 자제력을 상징하기 때문에 장점이었다.)
그의 맞수는 논쟁하는 자, 말로 유혹하는 자다. 이것이 아리스토파네스의 보수주의라는 왜곡된 렌즈에 비친 소크라테스의 모습이다. 그는 젊은이에게 시간을 초월해 있는 듯한 도덕규범의 사회적 기원에 관해, 관습과 본성의 차이에 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한다. 젊은이는 권위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논리를 구축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행군은 많이 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나와 함께 공부하라, 그러면 철학자처럼 보이게 되리라. 혀가 길어질 것이고 가슴은 우묵하게 좁아질 것이며 엉덩이는 물렁해지고 생식기는 커지리니.(그 시절에 큰 생식기는 자제의 결여를 상징하기 때문에 단점이었다.) 물론 소크라테스의 이런 자기선전은 보수적인 반대파가 교활하게 지어낸 말이다. 무슨 메시지를 주려고? ‘새 교육’은 남성적 자제를 무너뜨리고 젊은이들을 섹스에 사로잡힌 반항아로 만들어 도시를 파괴하리라는 것이다. (17~18쪽)

세인트로렌스 대학 철학과의 그랜트 콘월과 영문학과의 이브 스토더드는 학생들에게 문화상대주의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우리가 관용을 발휘해 다른 사람의 생활방식을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이야 편하지만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궁극적으로는 모순된 생각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소크라테스의 전통을 따르는 신중한 철학적 문답법을 이용한다. 학생들은 아프리카의 여성 할례 관행에 대해 외부인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에 찬성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진영의 논리를 각각 분석해, 면밀한 추론을 바탕으로 소논문을 작성해 제출한다. (20~21쪽)

1969년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을 때 일이다. 어느 저명한 고전학 교수가 나를 비롯한 대학원 신입생들을 이끌고 와이드너 도서관 옥상에 올라갔다. 교수는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오면 미국 성공회 교회가 얼마나 많이 보이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성공회교도였다가 개종한) 유대교도인 나는 만약 남편과 내가 설사 원했다 해도 하버드 대학의 메모리얼 교회에서는 식을 올리지 못했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즈음 메모리얼 교회가 유대인 커플의 결혼식 접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편 여성인 나는 초대를 받는다 해도 교수회관의 본관 식당에서는 식사할 수 없었다. 여학생은 그 몇 년 전만 해도 학부생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었다. 또 1972년에 나는 여성 최초로 주니어 펠로십?선발된 일부 대학원생에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강의 의무를 면제해주는 장학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그때 어느 저명한 고전학자로부터 축하편지를 받았는데, 그는 편지에 여성 펠로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썼다. 펠로의 여성형 명사 ‘펠로위스fellowess’는 낯선 조어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리스어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겠다고 했다. ‘펠로’를 그리스어로 옮기면 ‘헤타이로스hetairos’이니, 나를 그 단어의 여성형 명사인 ‘헤타이라hetaira ’라고 부르면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 고대 그리스에서 ‘헤타이라’는 ‘여성 펠로’가 아니라 ‘성매매 여성’을 뜻했다.
그런 배제와 그런 ‘농담’이 일상인 환경에서 여성사, 여성이 쓴 문학, 젠더 사회학과 정치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할 수 없었다는 것, 그런 지극히 일반적이고도 중요한 온갖 주제가 진지한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일까? 이런 연구는 가능하지 않았다. (많은 곳에서) 유대교, 아프리

교과과정의 개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문화 전쟁의 현장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정확하고 섬세하게 설명한 책

1990년대 미국 사회에서는 대학의 자유교육 개편 문제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고, 이 책 『인간성 수업』은 그 파고 속에서 등장했다. 당시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유교육’의 개념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에게는 교양교육이라는 용어로 더 익숙한 자유교육은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전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교육 지침을 전적으로 흡수한 교육관으로, 습관과 관습의 굴레로부터 정신을 해방시켜 감수성과 경계심을 갖추고 민감하고 기민한 태도를 지닌 세계 시민으로 기능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배출하는 교육을 말한다. 요컨대 자유교육은 비판적 사고력과 호기심, 이해력 함양을 추구한다.
(유니버시티와 칼리지를 아우르는) 미국 각급 대학에서 선생들은 자유교육이라는 관념의 가치를 토대로, 구습적인 기존 교육내용에 저항하면서 새로운 주제들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가령 ‘비서양 민족 및 미국 내 민족적·인종적 소수집단의 역사와 문화’ ‘여성의 역사와 경험과 성취’ ‘성소수자의 역사와 관심사’ 등을 배우게 되었다. 한편 같은 정전을 읽으면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새로 정리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라블레를 강의할 때 그의 작품들이 여성에 대해 경멸적이고 잔인한 태도를 보이며 그런 태도가 특정한 등장인물들뿐 아니라 작품 전체와 그 유머에도 관통해 내재한다고 지적하는 등 비판적인 관점에서 가르치는 것이다.
전통주의자들이 문제삼은 것은 바로 이 ‘새로운’ 교육이다. 이른바 ‘문화 전쟁’으로 불린 뜨거웠던 교육 논쟁은, 새로운 연구 주체 및 수업 주제들의 등장과 이를 전통의 위협으로 받아들인 이들의 반격을 골자로 한다. 지식을 주입받는 수업 대신 스스로 생각하는 교육, 새로운 주제와 내용이 추가된 교육이 학업의 전통적 기준을 고수하는 전통주의자들의 반감을 사면서, 옛 교육의 대변인들과 새 교육의 대변인들이 격렬하게 충돌했던 것이다. 새로운 교육을 반대하는 이들은 획일적인 엘리트 집단이 인간의 삶을 두고 ‘정치적으로 공정한’ 관점을 강요하면서 전통적 가치들을 전복할 것이라고 믿었다. 학생들에게 독립적인 사고를 부추겨 사회를 불태우게 하기라도 할 것 같은 묘사가 언론에 숱하게 등장했다. 대학 현장의 당사자로서 누스바움은 사람들의 공포를 부추기는 이런 식의 서술이 대학교육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바, 관련 논자들이 대학 교과과정의 개편과 변화의 방향을 책임 있는 태도로 섬세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새롭고 독립적인 사고를 두려워하고
생각의 활기를 불어넣는 교육을 막아서는
옛 교육의 대변인들을 설득한 가장 강력한 변론!

지적 권위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논리를 구축하도록 이끄는 것, 존재하는 다양한 삶을 교육 안으로 들여오는 것?이것이 누스바움이 추구하는 교육철학이었다. 누스바움은 전통주의자들과 달리 새로운 교육과 이론이 대학에 등장함으로써 사회 내 다양한 존재들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보았다. 이러한 가치관은 자신이 대학사회에서 겪었던 일들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는 1970년대 초반 하버드 대학에서 여학생 최초로 주니어 펠로십(선발된 일부 대학원생에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강의 의무를 면제해주는 장학제도)의 혜택을 받았을 때의 일화로 서두를 연다.
당시 한 고전학 교수가 축하 인사를 전하며, ‘펠로(fellow)’를 고대 그리스어로 옮기면 ‘헤타이로스(hetairos)’이니 여성 펠로인 저자를 그 단어의 여성명사인 ‘헤타이라(hetaira)’로 부르면 되겠다고 농담했다. 그러나 누스바움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에서 헤타이라는 여성 펠로가 아니라 ‘성매매 여성’을 뜻했다. 그런 배제와 그런 ‘농담’이 일상인 환경에서 여성사, 여성이 쓴 문학, 젠더 사회학과 정치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할 수 없었다는 것, 그런 지극히 일반적이고도 중요한 온갖 주제가 진지한 연구 대상이 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다른 소수자 연구 역시 마찬가지로 가능하지 않았다. 더구나 학계에서 이런 배제는 자연스럽고 비정치적인 것으로 보였다. 반면 포용을 요구하는 학자들의 목소리는 ‘정치적 의제’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자는 이런 의식화 과정을 겪으며, 이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새로운 교육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이 책은 새로운 교육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기획되었다. 더불어 저자는 여성, 종교적·민족적 소수집단의 구성원, 레즈비언과 게이 등의 성소수자, 비서양 문화의 사람들을 존경과 사랑을 담아 인식 주체인 동시에 연구 대상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학교, 여성 펠로가 성매매 여성으로 불리지 않는 학교 세계에 다양한 유형의 시민들이 있음을 인식하고 우리 모두가 그 전체 세계의 시민으로 기능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건설하기 위해 이미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런 분위기에 고무되어 적극적으로 담론을 제기하고 있다.

학교에서 실제로 공부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
교과과정 개편의 성과와 인간성 계발을 향한 의지

대학에서 선생들과 학생들이 실제로 무엇을 공부하고 있으며, 인간 다양성과 관련한 쟁점들의 새로운 경향은 이들의 공부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미국 대학은 어떤 종류의 시민을 배출하고자 하고, 그 과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가? 저자는 이와 같은 질문을 바탕으로 교과과정 개편이라는 사안을 한층 정확하게 명료하게 설명해나간다.
총 8장 중 제1장부터 제3장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인간성 계발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정리한다. 이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자기 자신과 자신의 전통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능력(자기성찰), 자신을 단순히 소속 지역이나 집단의 시민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인정과 관심이라는 유대로 다른 모든 인간과 묶여 있는 인간으로 바라보는 능력(세계시민성), 다른 사람의 입장을 지적으로 읽어내고 감정이입하는 능력(서사적 상상력) 등이다. 고전학 전문가인 저자는 이러한 가치를 소크라테스, 세네카, 스토아학파로 이어지는 고전의 정신에서 불러왔다. 제4장부터 제7장까지는 서양 전통적인 정전 교육에서 벗어난 비서양 문화 연구, 아프리카계 미국학, 이성애자 남성 중심의 연구에서 벗어난 여성학과 인간 섹슈얼리티 연구 등 구체적인 주제를 다룬다. 이 주제들이 강의실에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은 사회적 투쟁과 맥을 같이하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으며,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매일의 투쟁이기도 하다. 제8장에서는 미국에서 특화된 기독교계 대학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두 가지 방식(노터데임 대학의 포용 지향과 브리검영 대학의 불관용 경향)을 살펴본다.
이 같은 내용 구성은 저자의 깊은 연륜에서 비롯한 것이다. 마사 누스바움은 여러 대학에서 20여 년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듬고, 15개 대학의 교과과정 내용 및 적용 현황을 면밀히 조사했다. 사례와 제안은 구체적이며 현실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현하는 각 분야의 선생들의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생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드러난다. 이들은 불충분한 지원 속에서도 대학교육의 사명을 깊이 헤아리는 가운데 자신들이 만난 학생들에게 사유와 성찰의 활기를 불어넣을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물론 변화를 일으키려는 시도에는 불가피하게 혼란과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그것이 변화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시행착오는 더 나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더구나 시대에 발맞춘 교육이라는 것은 그저 과거를 내버리고 새로운 것만 취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러한 교육은 고전의 정신을 계승한 가장 오래된 교육윤리다. 세네카는 “우리가 사는 동안, 인간들과 함께하는 동안, 우리의 인간성을 계발하자”고 말했다. 많은 대학에서 선생들은 이 말에 담긴 도전에 응할 교과과정을 개발하려고 노력중이다. 시행착오와 지원 미비의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저자의 결론은 그러므로, 새로운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도 절실하고 설득력 있는 논리일 터다

작가정보

고전학, 법철학, 정치철학, 교육학, 윤리학, 여성학을 아우르는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석학 중 한 사람. 194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이른바 백인-앵글로색슨-신교도-엘리트 사회에서 성장한다. 1966년 뉴욕 대학에 진학해 1969년 서양고전학·연극학 학사학위를 받고, 하버드 대학에 진학해 1972년 고전철학 석사학위를 받는다. 대학원 재학 당시 여학생 최초로 주니어 펠로에 선발되며 두각을 드러낸 그는 1975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지도교수는 영국의 저명한 고전철학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 전문가 G. E. L. 오언이다. 졸업 후 하버드 대학에서 조교수를 거쳐 부교수로 재직하다 1984년에 브라운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고 이듬해 정교수로 부임한다. 1986년 운명과 선의지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논의를 다룬 『선의 연약함』을 출판해 학계의 명성을 얻는다. 같은 해 세미나에서 만난 아마티아 센(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과 교유하면서, 경제성장 지표가 아닌 개인 행복에 초점을 맞춘 삶의 질 연구에 함께 착수하기로 한다. 이후 1987 년부터 1993년까지 유엔 대학 부설 세계개발경제연구소에서 연구자문으로 활동하며 개발도상국에서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방법을 구상해나간다. 이 연구는 유엔개발계획의 『인간개발보고서』를 비롯해 빈곤과 불평등에 관한 국제적인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
1988년 미국 학업우수 대학생 모임인 ‘파이베타카파협회’의 초청으로 미국 내 여러 대학을 방문해 강연과 토론을 진행한다. 이 시기에 다양한 대학 현장에서 교수진과 학생들을 만나면서 미국 대학에서 ‘새로운’ 자유교육이 얼마나 절실한 사안인지 실감한다. 그는 이러한 인식하에 대학교육의 현실을 조사하고 진단해 새로운 교과과정을 우려하는 보수주의자들에 맞서 현실적인 옹호와 제안의 변을 써나간다. 1997년에 출간된 『인간성 수업』은 이때의 경험과 면밀한 조사, 주의깊은 성찰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누스바움의 대표 저서로 자리매김하며 화제를 불러모으고, 이듬해 미국 각급 대학 협회에서 주관하는 도서상을 수상한다. 1993년에는 동성애자 인권 침해를 명시한 콜로라도 주 수정헌법 2조에 대항하는 소송에 전문가 증인으로 나서 해당 조항 무효 주장을 지지하는 한편, 이듬해 미국 철학협회 여성지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여성 이슈에도 앞장선다. 1995년부터 시카고 대학 로스쿨에서 윤리학과 철학을 가르치고, 현재 이 대학 석좌교수로 있다. 미국 학술원 회원, 영국 학술원 외국회원이며,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서 매해 선정하는 ‘세계 100 대 지성’에 세 차례 선정되었다. 저서로 『사랑의 지식』(1990), 『시적 정의』(1995), 『여성, 문화, 개발』(1995), 『인간성 수업』(1997), 『성과 사회정의』(1999), 『생각의 격변』(2001), 『혐오와 수치심』(2004), 『혐오에서 인류애로』(2010),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2010), 『역량의 창조』(2011) 등 다수가 있다.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번역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마르크스 평전』 『프로이트』(전 2권) 『비트겐슈타인』 『호치민 평전』 『 혁명의 기술에 관하여』 『레닌의 유산: 진리로 나아갈 권리』 『텍스트의 포도밭』 『그리스 사상과 아랍 문명』 『권력의 법칙』 『극단의 형벌』 『카탈로니아 찬가』 등이 있다. 제3회 유영번역상과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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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인간성 수업
    새로운 전인교육을 위한 고전의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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