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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좋은 책

김행숙 지음 | 조성흠 그림
난다

2016년 08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16년 07월 12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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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7.80MB)
ISBN 9788954642026
쪽수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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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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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제로 삼은 책 『사랑하기 좋은 책』. 이 책은 사랑을 위해 사랑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인어공주를 시인 김행숙이 모티브로 삼아 여성이 사랑을 한다는 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다시금 구하는 과정을 담았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 사랑을 어려워하는 사람을 위한 책으로 자신이 어떤 감정으로 사랑을 하고 있는지 정도를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작가의 말 7

어떤 시詩 9
나의 인어 할머니 10
사랑의 도서관 17
착해지지 않아도 돼 22
당신의 이상형 29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도 때로는 나를 사랑했다 33
나르키소스의 교훈 39
생은 다른 곳에 43
내 안의 인어 55
인어공주의 우편배달부 59
시소와 그네 64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동화 67
연애편지를 쓰자 71
라르바투스 프로데오 83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아 92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99
세이렌의 노래를 들어라 107
물고기의 침묵 113
눈물의 능력 116
인어공주에게 다리가 알려준 것 123
섹스와 사랑 126
팬티의 이데올로기 133
쉘 위 댄스(Shall we dance)? 139
삼각관계 안에서 일어난 일들 142
다리가 알려준 것, 두번째 152
미완성 교향악이 흐르는 156
너 빼고 모든 것이 있는 곳 158
공기와 에로스 165
어떤 시詩 2 168

‘사랑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170

*
사랑하는 사람이 읽는 책은 특별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불투명한 연인의 마음 한 조각을 엿볼 수 있는 창문이 되어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당신이 접어놓은 페이지나 밑줄 친 문장, 그런 흔적들은 내게 당신의 영혼으로 건너가는, 허공에 걸린 흔들다리처럼 생각되었다. 언제 어디서 끊어질지 모르는 허술한 다리였다. -「사랑의 도서관」p17

*
그녀에게는 무엇보다도 사랑의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용기. 그리고 자신의 ‘쌩얼’을 당당히 드러내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설 용기. 화장의 마법이 사라진 시간에, 더러운 재투성이의 얼굴을 깨끗이 씻고. -「착해지지 않아도 돼」p23~24

*
나는 언젠가 당신에게 사랑의 이상형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마음속에 그리는 이상형으로부터 나는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 내가 궁금했던 것, 괴로웠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때 살도 피도 영혼도 없는 그 텅 빈 ‘이미지’를 얼마나 질투했던가. -「당신의 이상형」p31~32

*
사랑은 생물체 같은 것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활기活氣’가 있어야 한다. 사랑이 살아 있는 것일 때, 그것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기쁘고, 우울하고, 다시 기쁘고, 다시 아프다. 그것은 생물학적인 체온과는 또다른 종류의 열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불처럼 뜨겁고, 1994년 4월 23일의 바람처럼 따뜻하고, 지하 동굴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서늘하고, 심지어 북극의 얼음 바다처럼 차가워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그것은 회사 앞의 버스 정류장을 세상에서 가장 가슴 떨리는 장소로 돌변시킨다. 그것은 높은 파도처럼 거칠고, 낮은 잔디처럼 잔잔하고, 가슴에 박힌 바위처럼 고집스럽고, 마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부드럽다. 그것은 걷고 달리고 날아오른다. 그것은 넘어지고 다치고 부서진다. 사랑의 운동이 정지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그것이 부서져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사랑은 시작을 향해서도, 끝을 향해서도 꿈틀거린다. -「생은 다른 곳에」p46

*
손, 그것은 특별하다. 의과대 해부학 실험실에서 닐 슈빈 박사가 토로했듯이, 콩팥이나 쓸개를 대하는 감정과 손을 대하는 감정이 같을 순 없다. 누군가의 손, 그것은 누군가의 인생을 떠올리게 한다. 저 손으로 무슨 일을 했을까. 무엇을 만졌을 때, 누구를 만졌을 때 저 손이 가장 행복했을까. 언제 저 손이 쓸쓸해졌을까. -「내 안의 인어」p56
내가 사랑에 빠진 날을 생각해요. 과녁의 한가운데 나의 붉은 심장이 들어 있었어요. 그날, 당신의 화살은 빗나가지 않았어요. 정확히 맞췄죠. 그런데 그날도 당신은 나를 쳐다보지 않았어요. 너무 아팠어요.

*
나는 사람들이 놀이터라고 부르는 장소에서 놀이기구의 이름과 사용법을 익히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네’에 몸을 싣자, 새처럼 날아오르고 싶었어요.
나는 왜 현기증을 느끼면서 행복해할까요?
그네는 줄에 매인 새.
멀리 날아오를 수 없었어요.

내 마음속에도 ‘시소’가 있어요.
반대편에 앉은 당신이 너무 무거워 나는 허공으로 들려 올라갑니다. 내가 이렇게 가벼워도 되는 걸까요. 이 지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내게는 존재감이 필요해요. 존재의 무게를 가지고 싶어요.
갑자기 당신이 헛것처럼 가벼워져서 나는 땅바닥에 처박힙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었어요.
햄릿처럼 나는 내게 말했어요. “내 영혼아, 제발 조용히 앉아 있자.”
그러나 인어에게는 영혼이 없다고들 말하죠.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그럴 리가 없어요. 나는 넘실거리는 파도처럼, 시의 운율처럼, 내 영혼의 움직임을 분명하게 느껴요. 누군가의 살결을 간절히 어루만지고 있는 것처럼.
-p64~66「시소와 그네」

*
내 몸에는 당신의 흔적, 당신의 터치가 새겨져 있었다. 당신의 손길, 그 손길 아래에서 따스해지고 뜨거워지던 몸, 당신의 아랫입술, 잇몸, 등줄기, 옆구리의 흉터, 혀, 가슴, 발목, 어느 순간 더 부드러워지던 살결, 살결을 스치듯이 닿았던 당신의 숨결, 당신의 음성…… 사랑이 끝나고 만남이 끝나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촉각적 지대에 남겨진, 만짐과 만져짐의 흔적. 감각이 감정보다 더 끈질기게 살아남고, 감각 중에서도 촉각이 가장 오랫동안 우리 몸을 붙들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몸에 비문처럼 새겨지고 주름처럼 접히며 퇴적토처럼 쌓이는 것이다. 우리는 ‘만질 수 있고 만져질 수 있는 거리’를 서로에게 허락했고, 그 ‘안쪽’에서 서로를 애타게, 애타게 찾았다. 그 ‘안쪽’에서 서로의 떨림을 느끼며 우리는 포개지고 뭉개졌다. 거리가 점점 사라지는 거리, 시력視力이 무화無化되는 거리를 우리는 서로에게 허락했다. 나는 당신을 보지 않고 당신을 만졌다. 나는 당신을 보지 않고 내 살갗에 당신을 필사筆寫했다. -「섹스와 사랑」p131~132

『사랑하기 좋은 책』
-포개지고 번져가는 이야기들

시인 김행숙이 아주 독특한 책 한 권을 완성했다. 그것도 ‘사랑’을 주제 삼아서다. 시작과 끝은 제 본업인 「어떤 시詩」로 문패를 내걸었지만, 그 안팎의 고리 안에서 포개지고 번져가는 이야기들은 몹시도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한다. 단언컨대 김행숙 시인밖에 쓸 수 없는 글임을, 김행숙 시인이기에 가능했던 글쓰기임을 자부하는 데는 깊고 넓은데다 입체적인 시인만의 사유에 수려하고 유려한 시인만의 문체가 최고조로 결합된 그 절정의 증거물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일 거다. 예까지 오는 확신에는 단 한 발도 물러섬이 없다. 읽는 순간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책장과 더불어 빈 노트에 적어나가게 되는 무수히 많은 책의 이름 속에 여러분의 책에 대한, 특히나 ‘사랑’에 대한 조갈증은 더욱 심해질 테니까.
그래, 도무지 정의가 안 되는 ‘물건’이 있다면 바로 ‘사랑’, 사랑일 거다. 이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 김행숙 시인은 ‘책’을 꺼내들었다. 시인은 우리에게 책을 꺼내 보였겠지만 대신 자신은 책 속으로 숨어든 것이리라. 그렇게 이 책 한 권의 디딤돌이 된 ‘사랑의 도서관’ 안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리라.

사랑을 위해 사랑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인어공주를 시인은 이 책의 모티브로 삼았다.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이 완성해낸 이야기라지만 그런 인어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안팎으로 훑는 데 있어 분명 궁금증이 없을 수 없을 터, 그 호기심의 발로가 “여성이 사랑을 한다는 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다시금 구하는 과정의 첫발이 아닐까 하였다. “인어공주에게 다리(leg)는 사랑하는 사람의 세계로 건너갈 수 있는 유일한 다리(bridge)를 의미”한다고도 하지 않았나. 그러고 보면 ‘사랑’을 말하기 위해 사랑을 잃어버린 인어아가씨에게 펜을 쥐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의 타당성은 참으로 단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얻어 누리는 자가 아니라 잃고 소진된 자가 그 무너진 바닥에서부터 일어나보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사랑하기 좋은 책』은 마침표와 느낌표를 찍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이를테면 물음표와 말줄임표로 이어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확고히 답을 안내하는 책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문하게 만드는 책이고 쉴새없이 감탄하게 만드는 책이며 그럼에도 머뭇거리게 만드는 책이다. “당신이 마음속에 그리는 이상형으로부터 나는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라는 말에 당신은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다만 이런 예시를 일러주는 책이다. “인어공주가 발의 아픔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면, 그건 마음이 더 아팠기 때문이다”라고.
사랑에 빠지면 우리의 귀엔 그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는 법. 그럼에도 답답할 땐 책의 최고의 연애코치임에 분명하다. 책은 최소한 착한 척 일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책은 사랑의 실패로 고통받는 이에게 이런 글귀로 복수를 귀띔해주기도 한다. “저희가 그를 사랑했듯이, 그 역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하소서. 하시되 이 사랑을 이룰 수 없게 하소서. 이로써 사랑의 아픔을 알게 하소서.”(오이디우스,『변신 이야기』) 반면 사랑을 발로 차버리는 일로 가뿐해하는 이도 있을 테지. 그래서 책 맨 뒷장에 [‘사랑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라는 제목 하에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의 정보를 상세히 적어두었다. 솔직히 이 리스트만 보더라도 예방 차원에서 무척이나 안도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어떤 식으로든 충분하다는 말이 통용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랑의 단상을 이어가게 해주는 징검다리이며 새로운 힘을 솟구치게 해주는 지렛대가 아닐 수 없다. 몹시도 귀한 사랑의 도서관이라 하겠다.
김행숙의 『사랑하기 좋은 책』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사랑을 어려워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사랑을 머리로 배우고 사랑을 가슴으로 배우지 못한 사람을 위한 책이다. 사랑은 너만의 일이 아니고 나의 일이기도 하거니와 그 사랑이 찾아들 적마다 그 사랑을 잡지 못하고 놓쳐버린 사람을 위한 책이다. 사랑은 왜 어려울까, 왜 나는 사랑하지 못할까, 인어공주의 상황인 듯 시치미를 뚝 떼지만 결국은 나 들으라고 하는 내 얘기, 최소한 내가 어떤 감정으로 사랑을 ‘사랑’하고 있는지 정도를 꼼꼼하게 감안해보게 만드는 책이 맞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행숙

저자 김행숙은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여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집으로 『사춘기』 『이별의 능력』 『타인의 의미』 『에코의 초상』을 펴냈고, 그 밖에『문학이란 무엇이었는가』 『창조와 폐허를 가로지르다』 『마주침의 발명』 『에로스와 아우라』 등의 책을 썼다. 노작문학상, 전봉건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현재 강남대 국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림/만화 조성흠

그린이 조성흠은 홍익대학교 영상영화학과를 졸업했다. 『잃어버린 일기장』, 『사춘기 맞짱 뜨기』, 『마법의 나날들』, 『세상의 문 앞에 선 아이』, 『사이렌』,『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출판사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를 비롯하여 다수의 잡지와 단행본에 다양한 스타일의 일러스트를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말

나는 왜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 책 속으로 숨어들어야 했을까.
이런 나의 은신은 사랑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자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자 도피 같은 것.
그러나 이것이 도피라면 더 깊이 빠져들라고,
이것이 도망이라면 더 힘껏 더 멀리 가보라고,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나를 이끌어주었다.

다른 아침에
다른 해변에서
사랑을 위해 사랑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인어아가씨에게 펜을 쥐여주고 싶었다.
만져지고 겹쳐지는 사랑의 이야기들을 쓰고 싶었다.

2016년 6월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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