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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도정일 문학선 3
도정일 지음
문학동네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16년 03월 21일 출간

종이책 : 2016년 02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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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9.04MB)
ISBN 9788954639996
쪽수 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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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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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당시 ‘늦깎이’ 신예 비평가였던 저자의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는 출간 후 입소문을 타면서 평론집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쇄 10,000부의 판매고를 올리고 절판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99년(아직 절판이 되지 않았을 때)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는 ‘전문가 100인이 선정한 1990년대의 책 100선’으로 선정되었고, 2007년에는 ‘우리시대의 명저 50’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1부 시대의 시

사람아, 사람아!
- 균열, 피해 면적, 그리고 환생

풀잎, 갱생, 역사
- 순환의 노래와 역사적 상상력

「우울한 거울」의 화자에게
- 시와 역사, 또는 맹목에 대해 실언하기

여신의 가위 소리
- 시와 테러리즘

나오너라 봉구야, 부끄러워 말고
- 심호택의 유년에 대한 명상의 시들

낙동강 물난리, 국제화, 지상의 아름다움
- 신경림 시집 『쓰러진 자의 꿈』을 읽으며

내 노래의 붓을 꺾을 것인가
- 데릭 월컷, 강은교, 이진명: 시 또는 구슬에 대한 믿음


2부 기억을 위하여

문학적 신비주의의 두 형태
- 역설의 신비주의와 은유의 신비주의

다시 우화의 길에 선 시인을 위하여
- 최승호 시인의 10년

에로스의 독법과 포용의 시학
- 시의 이야기와 시의 수사성

망각의 시학, 기억의 시학
- 후기 산업사회에 대한 시적 대응

정신대, 역사, 문학


3부 혼돈 시대의 소설

90년대 소설의 영화적 관심과 형식 문제

시뮬레이션 미학, 또는 조립문학의 문제와 전망
- 이인화의 ‘혼성 기법’이 제기하는 문제들

형식, 패러디, 영상 기법
- 지상 토론 4제

이 시대에 전위예술은 가능한가

한국문학의 국제 위상
- 경쟁을 위한 조건의 점검

다섯 가지 오해


4부 왜 문학인가

압구정의 유토피아/디스토피아

문화의 몰락과 비평의 위기
- 이 시대의 문학비평은 무엇인가

문화, 이데올로기, 일상의 삶
- 비판적 문화론의 현대적 전개: 루이 알튀세와 앙리 르페브르

고슴도치와 여우, 그러고 두더지
- 비평적 문학교육의 필요성에 대하여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사실 시인에게는 ‘생태계의 시’라는 것이 따로 있지 않다. 그는 자연 속에 있는 것들의 존재방식으로부터 한시도 눈을 떼지 않기 때문에 시인인 것이다. 이처럼 시인들의 시선이 자연으로 쏠리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그동안 딴 데서 노닐다가 갑자기 자연으로 돌아왔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의 신음 소리,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것들의 아픈 신음이 시인들의 귀를 밤낮으로 쟁쟁 울리기 때문이다. _「사람아, 사람아!」(19~20쪽)

문학은 근원적으로 역설 위에 성립한다. 왜냐하면 문학 자체가 ‘거짓말쟁이의 패러독스liar’s paradox’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거짓말쟁이의 진술은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라는 진리의 역설적 표현이다. 문학은 스스로 허구이고 거짓말임을 시인함으로써 진리를 말하는 담론양식이며 이는 근원적으로 역설의 양식이다. _「문학적 신비주의의 두 형태」(107쪽)

시인에게 허/무의 유혹은 마약과도 같다. 일단 허/무의 아편 맛을 들인 사람은 욕망의 구렁에 빠진 사람 이상으로 허/무에 집착하며, 군화가 군화의 습성으로 천하를 통일하려 들듯 허/무의 아편쟁이는 무 하나로 천하를 통일한다. 그는 무를 부풀려 역사 시간 속에서의 삶의 모든 경험, 색깔, 고통, 아름다움을 백지화한다. 시인의 일은 하나의 화두로 천하통일하자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제각각의 소리, 색깔, 모양새에 끊임없이 놀라운 눈 코 귀를 갖다대어 자신과 이웃들의 마비를 막자는 것이다. 시는 마비에 대한 방어이다. _「다시 우화의 길에 선 시인을 위하여」(136쪽)

비유의 영역은 거의 전적으로 문자매체의 것이다. “수술대 위의 마취된 환자 같은 저녁놀”(엘리엇)이라든가 “간장이 시어지고 소금에 곰팡이 슬 때까지”(조태일)의 표현 효과를 영상이 무슨 재주로 성취할 것인가? 문자예술은 일상화된 표현의 상투성을 깨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_「형식, 패러디, 영상 기법」(236쪽)

기술주의의 함정은 늘 신기술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위의 기술주의는 상품 형식의 회로를 벗어날 길이 없다. 현대의 소비문화에서는 ‘충격’만큼 빨리 소비되는 것이 없으므로 충격적 신기술은 매번 그 충격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목이 부러질 때까지 ‘스턴트’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지금의 소비문화는 더이상 소비자를 가리켜 ‘당신은 소비자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소비문화의 새로운 어법은 소비 대중을 향해 ‘당신은 시인이다’라고 말한다. 이것이 ‘광고의 시’ 또는 시적 광고의 어법이며 무의식을 파고드는 이 식민화의 기법에 관한 한 오늘날 진정한 전위는 예술이 아니라 광고이다. _「이 시대에 전위예술은 가능한가」(253쪽)

자연이 노예화될 경우, 그 자연의 불가피한 일부인 인간 자신도 노예화의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 인간에게 착취 대상으로만 파악되는 한 자연은 그 인간에 대한 모든 호의를 회수한다. 근대적 생산/소비 방식은 인간의 삶과 가치 체계로부터 자연을 제외하고 그 품위를 조롱했다는 점에서 그 이전의 삶의 양식들과 가장 현저하게 구분된다. 인간에게서 배제당한 자연은 역으로 인간을 배제한다. 시인은 눈 내리는 숲으로 가지 못하고 아이들은 비를 겁내고 농사꾼은 땅을 믿지 못한다. _「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377쪽)

우리가 문명을 비난할 수는 있어도 인간이 현재 이룩해놓은 삶의 단계는 그 문명 없이는 동서양 어디서건 단 하루도 지탱되지 않는다. 동구 밖 개천에 구태여 ‘다리를 놓을 필요가 없었던’ 그 노자의 시대로 인간은 되돌아갈 수 없다. 그 시대로 되돌아가려면 우선 지구상의 현재 인구 가운데 4분의 3은 사라져야 한다. 그러므로 ‘과거로의 회귀’라는 불가능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문명에 대한 전면적 거부를 제의하는 일은 문학과 문학교육이 취택할 만한 사색 내용이 되기 어렵다. 우리의 시인, 작가들 중에는 이 방향으로의 모색을 자연 파괴의 문명에 대한 문학의 대안적 사색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_「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378쪽)

혜성처럼 등장해 전설이 된 비평의 부활
인문학자 도정일의 첫 문학에세이, 22주년 개정판

사회여, 나라여, 큰 것만 좇는 우리의 거인 친구들이여, 시인의 말을 경청하라! 시의 언어를 삶의 모든 문맥에 참조하라! 신문 사설에, 칼럼에, 대화에 시인의 말을 인용하라! 왜소해지지 않기 위하여, 부황기에 허영까지 덮친 귀머거리 장님이 되지 않기 위하여. _「낙동강 물난리, 국제화, 지상의 아름다움」에서

문학평론가 도정일의 첫번째 저작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개정판이 ‘도정일 문학선’ 3권으로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1994년 당시 ‘늦깎이’ 신예 비평가였던 저자의 이 책은 출간 후 입소문을 타면서 평론집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쇄 10,000부의 판매고를 올리고 절판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99년(아직 절판이 되지 않았을 때)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는 ‘전문가 100인이 선정한 1990년대의 책 100선’(교보문고)으로 선정되었고, 2007년에는 ‘우리시대의 명저 50’(한국일보)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절판 상태의 책이 ‘우리시대의 명저’로 소개된 지 9년 만에, 출간 22주년 개정판으로 출간된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는 그러니까 2016년에 새로 소환해낸 비평 버전의 ‘응답하라 1994’인 셈이다.


시인은 왜 숲으로 가지 못할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오는 밤 숲에 머물러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에는 이 책의 표제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마지막에 실린 글 제목이기도 하다)의 의미를 읽는 힌트가 담겨 있다. (물론 이 힌트는 프로스트가 써넣은 것이 아니라, 이 시가 발표된 지 71년이 지났을 무렵 도정일이 그의 시를 다시 한번 읽으며 슬며시 집어넣은 것이다.) 도정일의 안내를 따라가보자. 「눈 오는 밤 숲에 머물러」의 화자는 한 해의 가장 깊고 어두운 밤에 말을 몰아 눈 내리는 숲을 지나간다. 그러곤 문득 발길을 멈춘다. 인적은 전혀 없고, 눈 내리는 소리와 부드러운 바람소리만 들려오는 눈발 속의 숲은 너무 아름답다. 마치 삶의 가장 신성한 순간처럼 다가온 그 정취에 화자는 어리둥절 사로잡힌다. 그러나 화자와 동행한 말이 쩔렁 방울을 흔들자 화자는 세상과의 약속을 상기하며 “잠들기 전 갈 길이 멀다, 잠들기 전 갈 길이 멀다” 하고는 다시 말 머리를 돌려 숲을 떠난다. 프로스트 시의 화자는 “그렇게 떠나지만 그가 떠남으로써 남기는 미련의 공간, 그 눈 내리는 숲은 독자를 유혹하여 그곳으로 달려가게 한다.” 그러나,

누가 오늘날 프로스트처럼 눈 오는 밤 숲의 유혹을 노래할 수 있는가? 모더니스트의 시대까지도 작가, 시인들은 버지니아 울프처럼 “별의 언어를 옮겨 쓰는 세계의 은자”에게서 자신들을 발견하고, 나무를 돛 삼아 항해하는 한 척의 배라는 서정으로 이 행성을 그려볼 수 있었다. 나무들은 아름답고 나무가 있는 세계의 강물은 푸르러 그 강에 들어갔다 나오는 백조의 날개가 푸른 잉크빛으로 물들지 모른다는 행복한 서정을 그들은 펼칠 수 있었다. 모더니스트의 시대까지 갈 것 없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시인들은 “풀잎 하나가 우주를 들어올린다”(정현종)는 빛나는 상상력을 풀잎의 감성에 실어 세상으로 띄워보내지 않았던가. 그러나 나무들이 질식하고 숲이 죽어가는 지금 이 시대의 시인에게 그런 상상력은 가능하지 않다. 우주를 들어올리기는커녕 제 무게 하나도 추스르지 못하는 병든 풀잎을 시인은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풀잎 자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시인은 풀밭으로 가지 못한다. 농약 끈적한 풀밭에 앉아 풀잎의 숨소리를 들어야 하는 왜곡과 변태를, 그 비참을, 그가 무슨 수로 견딜 수 있으랴. _「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371쪽)

도정일에 따르면 문학예술은 궁극적으로 삶과 생명에 대한 긍정이고, 이 긍정은 자연의 테두리가 삶과 생명을 감쌀 때에만 유효하다. 그런데 자연의 테두리가 무너지고 생명의 큰 사슬이 깨어져나간다면, 문학은 당연히 그 존립 근거를 잃게 된다. “지상에서의 삶 자체가 위협받는 시간에 문학이 저 혼자만의 안전을 보장받을 동굴은 없다. 자연에 발생한 궁핍과 박탈, 왜곡과 파괴는 문학 자체의 궁핍화이고 그 가능성의 박탈이며 죽음의 예고이”기 때문이다. 독자를 숲으로 안내해야 할 시인이, 지금 시대에는 그 자신부터 숲으로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도정일은 진단한다. 그래서 인류가 맞닥뜨린 전 지구적 생태 위기의 정체를 짚고, 이에 대한 문학적 대응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첫 책을 세상에 띄웠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그의 글은, 그러나 전혀 과거 시점으로 읽히지 않는다. 1990년대와 그 시대의 문학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은 ‘불행히도’ 여전히 유효하다.

여러 차례 도깨비 실개천 건너듯 이런저런 얘기를 써오는 동안 나를 지배한 관심의 하나는 ‘시와 삶’의 문제로 물꼬를 트는 일, 더 정확히 말하면 시에 대한 비평적 반응과 읽기가 대중 독자의 삶에 연결되게 하는 일이었다. 시에 관한 우리의 평문들은 대체로 시의 사회적 유통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조밀하고 전문적인 비평적 읽기가 수행되는 차원은 그 차원대로 중요하지만 시의 사회적 의미와 효용이라는 부분에 눈 돌리는 읽기의 차원도 중요하다. 젊은 날 시를 즐겨 읽던 사람들도 삼십대 중반을 거치고 사십대에 들어가면 거의 대부분 시의 나라를 떠난다. 삶에서의 시의 중요성은 잊혀지고 시를 찾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마치 미성숙의 지수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여기엔 비평의 책임이 없지 않다. _「낙동강 물난리, 국제화, 지상의 아름다움」(76쪽)

대중소설은 값이 싸고 본격소설은 비싼 것이 아니다. 좋은 소설은 수용자의 정신 에너지, 집중,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좋은 소설이다. 이 수준을 뭉개는 일은 모든 높은 산을 뭉개어 동네 뒷산으로 만드는 일과 같다. 그게 바로 문화의 타락이고 몰락이라는 것이다. _「다섯 가지 오해」(265쪽)


문학의 비밀스러운 숲의 미로를 꿰뚫을 시원한 안내 화살표는 없을까?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개정판은 초판본의 차례 그대로 문장 그대로를 살리고 오류를 바로잡아 출간되었다. 1부 ‘시대의 시’에는 당시 도정일이 계간지 『문예중앙』 ‘이 계절의 시’란에 연재하던 평론이 주로 실려 있는데, 여기서 저자가 집중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은 생태/환경/자연과 문학 사이의 함수관계이다. 도정일의 시론, 시인론, 문학론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2부 ‘기억을 위하여’에는 저자 특유의 “시의 비밀스러운 숲의 미로를 꿰뚫을 시원한 안내 화살표” 같은 글들이 담겨 있다. 3부 ‘혼돈시대의 소설’에서 도정일은 영상매체의 시대, 소비문화의 시대, 포스트모던의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문자예술/서사의 역할과 위상은 변함없음을, 오히려 점점 더 중요해지기까지 함을 역설한다. 4부 ‘왜 문학인가’에서 저자는 인문문화적 가치의 위기와 문화의 몰락 현상에 맞서기 위해서 비평의 사회적 소임/공공성을 되새기고 새로운 문학교육의 도입을 촉구한다.

1983년 봄학기부터 대학 강단에 선 뒤로 10년 남짓 나는 나의 ‘태골’(게으른 뼈다귀)을 닦달질하면서 ‘문학교육’, 특히 우리의 문학교육에서 몹시도 취약한 부분인 대학원 ‘이론교육’이란 걸 실시해보느라 무용의 열정을 쏟아온 듯하다. 그 83년 봄학기 무렵의 나에게는 적어도 몇 권의 ‘저술’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그 저술의 어느 것도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물론 게으름 때문이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에 문단의 몇몇 인사들과 잡지 편집장들이 나를 세상으로 끌어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대학 한구석에 처박혀 소리 없이 게으른 뼈다귀나 추스르고 있었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끌려나와 등을 떠밀리고 채근질당하면서 이런저런 글들을 쓰는 사이에 내게는 ‘문학평론가’니 ‘비평이론가’니 하는 딱지들도 붙게 되었다. _초판 서문에서

도정일은 1994년 자신의 첫 책을 펴내면서 “나라 안팎이 사상과 가치의 극심한 혼돈 시대를 맞고 있고 나 같은 태골에게도 해야 할 일이 다소 있을 것 같아 1995년부터는 단단히 마음먹고 이런저런 ‘저술’들을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다짐을 밝혔지만, 그러면서 “친구여,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여, 원컨대 내가 다시 게으름에 빠지지 않도록 채찍질해주겠나”라며 당부하기도 했지만, 그는 계획대로 많은 저술들을 펴내지 못했다. 자신의 고백처럼 ‘게을렀기’ 때문이 아니라(지금까지 130여 편의 평론과 300편이 넘는 칼럼, 에세이를 쓴 그는 결코 글 쓰는 일에 게으른 적 없다), 문화운동과 시민운동과 교육 등 자신에게는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고, 그 부름에 먼저 응답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1년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라는 시민단체를 발족시킨 도정일은 전국적 독서운동과 도서만 만들기 운동(전국 12개의 ‘기적의 도서관’을 포함해 이 단체가 새롭게 만들고 조성한 도서관은 100개가량 된다)을 일으켰고, 2011년에는 퇴임한 대학에 복귀해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을 맡아 교양교육을 개편하는 일에 몰두했다. 2015년 한번 더 대학에서 퇴임한 도정일은 그제야 가쁜 호흡을 고르고, 지키지는 못했지만 결코 잊은 적 없는 ‘1994년의 약속’을 되새기고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개정판을 준비할 수 있었다.

내가 비평 작업을 시작했던 90년대 초 내게는 문학비평의 문학적?사회적 과제에 관한 어떤 인식 같은 것이 있었다. 당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그 세 가지는 첫째, 비평의 대중성 또는 비평의 대중적 친숙화를 도모하는 일, 둘째는 비평의 사

작가정보

저자(글) 도정일

저자 도정일은 문학평론가, 저술가, 문화운동가. 인문학의 사회적 책임과 인문문화적 가치의 실천을 강조해온 인문학자. 문학비평은 인문학적 실천의 하나라고 그는 생각한다. 잡지 편집장, 통신사 외신부장, 미국 유학을 거쳐 1983년부터 경희대 영어학부에서 비평이론, 서사론, 소설론, 문학사상사, 문명론 등을 가르쳤고 2006년 퇴임했다. 130여 편의 평론과 300편이 넘는 에세이, 칼럼 등을 발표해왔고 2011년부터 4년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을 맡아 대학 교양교육을 개편하는 일에도 몰두했다. 2001년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을 일으켜 독서 문화운동을 전개, 전국 12개 도시에 어린이 전용도서관 ‘기적의 도서관’ 세우는 일을 주도했고 80여 개 농산어촌 초등학교 도서관 조성 사업도 진행했다. 북스타트, 독서교사연수, 시민인문강좌, 청소년 인문학 읽기대회 등의 독서문화 확산 사업들을 지금도 전개하고 있다. 저서로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 『대담?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공저)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순교자』 『동물농장』이 있다. 소천비평문학상, 현대문학 비평상, 일맥문화대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문학비평은 문학이라는 형태의 예술적 창조행위와 수용행위에 대한 성찰행위이다. 그러나 문학에 대한 비평의 성찰은 불가피하게 사회적 성찰을 포함한다. 이것은 문학 생산과 유통의 사회적 차원 때문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한 사회가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근본적 가치’들을 비평이 부단히 정의하고 확인하고 옹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평이 옹호해야 하는 사회적 가치들은 공동체적 삶의 토대이다. 그 가치들 중에서 비평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인간성 파괴에 맞서서 인간의 품위와 자유를 지켜낼 ‘인문문화적 가치들’이다. 그 가치들을 옹호하는 비평적 작업을 나는 ‘비평의 인문학’이라 부르고 싶다. 세계적으로나 국지적으로, 현대의 시장유일주의 사회는 특징적으로 반인간적이고 야만적인 작동 원리에 지배되고 있다.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것은 나치 절멸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왔던 프리모 레비가 나치 수용소라는 야만의 체제를 향해 던졌던 질문이다. 레비의 시대보다도 더 엄혹하게, 지금은 사람들이 “이것이 인간의 세계인가”라고 묻는 상황에 빠져 있다. 비평은 사회가 유지해야 하는 인문문화적 가치들 모두에 고르게 민감하며 가치의 위기 국면을 가장 잘 감지한다. 가치에 대한 이 균형 있는 민감성이야말로 문학비평의 가장 큰 힘이며, 이 힘은 사회적으로 사용될 필요가 있다. 비평의 인문문화적 가치의 옹호에 대한 나의 관심이 90년대 초부터 나의 평론들에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이 평론집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다. 지금은 그 관심이 더 확장되고 심화되어야 할 때라고 나는 생각한다. _개정판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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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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