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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걸어본다 7
박연준 , 장석주 지음
난다

2016년 08월 08일 출간

종이책 : 2015년 12월 24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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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3.12MB)
ISBN 9788954641821
쪽수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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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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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를 경험한 한 남자와 시드니를 경험하지 못한 한 여자의 이야기.
걸어본다 일곱번째 이야기『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시드니를 경험한 한 남자와 시드니를 경험하지 못한 한 여자가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외지에서 함께 걸어본 기록을 한데 모은 책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차이점, 둘 다 시인이라는 공통점을 껴안은 두 사람은 시드니에 사는 한 지인이 빌려준 집에서 한 달을 살아보며, 남자와 여자는 얼마나 다른가, 그럼에도 그 차이를 ‘사랑’이라는 것이 어떻게 극복하게 해 주는가 등을 낱낱이 기록했다.

사랑하는 두 남녀, 장석주 시인과 박연준 시인. 이 책은 결혼에 이른 두 남녀의 이야기가 전제되어 있긴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주제어는 ‘사랑’이 아닌 ‘이해’다. 이해하지 않으면 상대의 눈을 바라볼 수 없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진심을 쏟아낼 수 없다. 이 책은 오랜 시간 한 남녀가 서로 눈을 맞추기 위해 팽팽하게 시소를 탔던 그 불안함이 치유되어가는 과정의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식’이라는 형식이 주는 민망함과 어색함, 불편함에서 벗어나 ‘식’없는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그때 문득 스쳐간 것이 ‘책’이라는 물성의 힘이었고, 책으로 그들의 결혼을 공표하기로 한다. 결혼식을 대신하는 책. 이 책은 글이 만들어낸 결혼, 책이 거행시켜준 결혼식의 다른 이름이다.
제1부
서문_ 우리는 ‘새벽의 나무 둘’처럼 … 11
처음 살아보는 … 14
첫날 … 20
심심함을 그대로 두세요 … 24
저는 당신 집에 있습니다 … 32
구름은 흐르고 옥수수는 젊다 … 37
그놈의 ‘platwhite’ … 41
와인 한 병이 누워 있다 … 45
생각을 만지는 일 … 54
비 숲 … 56
파닥이는 인류 … 60
오늘의 사건 … 66
혼자 걷기 … 69
스타 시티 … 76
한번 살아보세요 … 81
밤이 지극하다 … 88
책 소파 … 94
돌아와서도 헤매야 한다 … 97

제2부
서문_ ‘1인분의 고독’에서 ‘2인분의 고독’으로 … 107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 … 110
웰컴 투 시드니! … 112
느림의 경제학 … 120
‘명예’란 수도원에 들려면 … 128
푸르름의 음계는 ‘도’다 … 139
아름다움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 … 146
괄호 속의 행복 … 154
저 밤 속으로 순순히 가지 말라! … 161
걷는 인간의 탄생 … 168
종일, 바람 … 177
바람이 불고 수염은 자란다 … 185
유칼립투스 숲속에서 … 194
어느 날 아침 … 200
먼 데서 찾는 것은 우리 뱃속에 있다 … 202
‘숲평선’ 위로 별들이 뜬다 … 208
시드니에서 보낸 마지막 주 … 214
작별 인사 … 219

생각 끝에 ‘처음’이란 말에 닿았다. 단 한 번이라는 삶의 조건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매 순간 ‘처음 살아보는 삶’을 고집할 순 있을 것이다. 오늘, 지금이라는 순간은 처음 겪는 시간이다. 이 시간 이후는 겪어보지 못한 시간, 처음 살아보는 삶이다. 일상이 반복될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지는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우리 모두 처음인데!

‘처음 살아보는 삶’이 주어졌으니 무얼 시작해볼까? 호주에 가서 캥거루나 볼까? 누군가 우동 먹으러 일본 다녀오겠다는 소리처럼 배부르고, 얼빠진 소리 같다. 그러나 정말이다! 호주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보게 되었다. 호주에 사는 지인이 긴 여행으로 집을 비우게 되었으니 와서 지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다. 물론 관광 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살던’ 집에 들어가서, 그 집 살림을 하며 먹고 자고 생활하게 된 것이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인생과 잠깐 바꿔 살아보기로 한 것처럼 설렌다! 이제 ‘단 한 번’이란 단어에 내포된 한정성은‘ 처음’이라는 말에 담긴 무궁무진함과 희망으로 대체되었다.

처음이란 열지 않은 판도라 상자다. 맨 앞이다. 출발 전이다. 아무것이거나 모든 것이다. 처음이란 시간 속에 웅크리고 있을 사건들, 나날의 함의! 삶의 저의!
-p17~18

우리가 싸울 때는 어떤 근본적인 문제를 두고 싸우는데, 아마도 다른 연인들과 비슷한 문제들일 것이다. 싸우려는 자는 결국 자신의 ‘행복’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이봐요 당신. 내가 사랑하고 있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당신. 내가 좀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당신이 이렇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식이다. 그러므로 연인 간의 싸움이라면 특별히, 제대로 겪고 치러내야 한다. 서로의 행복을 위한 일이니까. 문제가 있어도 싸우지 않는 커플이 위험하다. 싸우지 않는 커플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고 죽어가는 나무처럼 조용히, 조갈 속에서 칙칙하게 썩어갈 뿐이다.
-p46

대개 사랑은 콩깍지가 씐 상태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콩깍지가 벗겨졌는데, 그것도 한참 전에 벗겨졌는데도 그 사람이 좋은 것이다. 모든 단점들을 상쇄시키는 것, 이해 불가능한 상태가 사랑이다.

나는 그의 나쁜 점을 열 개 이상 말할 수 있지만(정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한다. 반면에 가장 좋은 점이 뭐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단순하게 말할 수 없고, 그냥 좋은 것이다. 좋은 이유는 말할 수 없고, 나쁜 점은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는데도 그 사람이 좋은 것. 비논리적이고 납득할 수 없는 사태. 그러니 누군가 연인의 뻐드렁니가 좋다느니, 손가락을 코에 넣어 코딱지를 파줄 수 있다느니, 심지어 (내 친구 중에 있는데) 그의 뚱뚱하고 머슴 같고 지저분한 몸이 좋다고 고백할 때 우리는 이해하려들면 안 된다. 이해란 말의 반대편에 있는 게 사랑이니까.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나?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p52~53

시드니에 와서 나는 날마다 걷고, 걷고, 또 걸었는데, 내가 걸으면 안에서 누군가는 멈춰 선다. 내가 멈춰 서면 안에서 누군가는 걷기 시작한다. 그 누군가는 누구인가. 그것은 아마도‘ 나’라고 부르는 존재일 텐데, 나는 그 ‘나’를 다 알지 못한다‘. 나’를 구성하는 것이 살과 뼈만은 아닐 것이다. 몸은 분명 살과 뼈로 이루어지지만 오장육부 그 어딘가에 영혼이 있다. 영혼 안에는 한줌의 꿈, 한줌의 연민, 한줌의 외로움, 한줌의 욕망이 있다. 건각의 위용을 뽐내며 시드니 거리들을 걸을 때마다 이 모든 것이 함께 움직인다.
-p183

대체 낯선 곳에서 처음 살아보는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낯선 침실에서 잠자고, 낯선 부엌에서 밥을 지어 먹고, 낯선 거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새벽에 낯선 온도, 낯선 소리들, 낯선 분위기 속에서 깨어난다. 낯선 도시에서 쓸모를 향한 그악스러움을 애써 물리친 채 빈둥거리는 삶은 어떤 의미를 빚어내는가. 오직 느림으로만 채워진 삶, 심심함으로 충만한 삶이 가능하다면, 이 삶은 무슨 빛깔로 우리 앞에 나타나는가. 처음, 살아보는 삶은 우리 존재를 낯선 환경 속에 밀어넣고 새로운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실험이고 모색이었다.
-p219~220

우리는 저마다 시간이라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간다. 나날의 삶은 실은 거센 바람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대항해다. 시드니에서 시드니의 시간을 살았다면 서울 서교동으로 돌아가서는 서교동의 시간을 살아야 한다.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밤, 시드니에서의 시간을 탕진하고 여행 가방을 꾸린다. 내일 아침, 서울로 돌아간다. 동트기 전 시드니 공항으로 나갈 것이다. 인천공항행 대한항공 비행기편은 시드니 공항에서 오전 7시 40분에 이륙한다. 새벽 2시, 짐을 챙기면서, 안녕, 시드니, 하고 무심히

*
자기감정을 아는 것,
사랑은 거기에서 출발합니다.
지금 나는 순해졌습니다.
지독함이 스스로 옷을 벗을 때까지,
사랑했거든요. -박연준

*
이제 망설임을 떨치고 용기를 냅니다.
사랑이라고 해도 좋아요.
어떤 사이프러스 나무도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당신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거기에 서 있으면 됩니다. -장석주

*
걸어본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시드니를 향해 있습니다. 누군가는 걸어본 곳이고 또 누군가는 처음 걷는 곳이라는 시드니. 이 책을 집어든 분들 가운데 시드니를 경험해보신 분들 또한 꽤 많으시겠지요. 더불어 발을 디뎌보지 못한 분들도 꽤 많을 테고요.『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시드니를 경험한 한 남자와 시드니를 경험하지 못한 한 여자가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외지에서 함께 걸어본 기록을 한데 모은 책입니다. 여자와 남자라는 차이점, 둘 다 시인이라는 공통점을 껴안은 채 그들은 시드니에 사는 한 지인이 빌려준 집에서 한 달을 살아보게 됩니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는 아마도 그 ‘살이’에 있을 텐데요, 한 집에서 한 ‘살이’를 함께하면서 그들은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다른가, 그럼에도 그 차이를 ‘사랑’이라는 것이 어떻게 극복하게 해주는가, 낱낱이 기록을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렇듯 한 권의 책으로 그 결과물이자 증거물을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글이 만들어낸 결혼, 책이 거행시켜준 결혼식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 소박한 잔치의 두 주인공을 이쯤에서 소개해보려 합니다. 짐작들 하셨겠지만, 남자이자 신랑은 장석주 시인이고 여자이자 신부는 박연준 시인입니다. 많이들 놀라셨겠죠. 아니면 그런가보다 고개들 끄덕이시려나요.

기실 저는 그 전자와 후자 사이에서 팽팽하게 요요가 되었던 한 사람입니다. 이 책을 기획한 편집자이기 이전에 살아생전에 박연준 시인의 언니로 평생을 살아주겠노라 약속을 했던 사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두번째 시집이던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또한 제 손으로 만들어주었던 참이었습니다. 죽음 직전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딸을 처제라 잘못 부른 아버지와 그런 부친의 마지막을 지켜봤던 연준의 공생을 제가 감히 알 것 같다고 잘난 척을 하며 지었던 제목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그 인연은 박연준 시인과의 돈독함이 컸어요. 글에 대해서라면 재능이 뛰어난 시인, 누구든 속이지 못하는 솔직함을 타고난 시인, 그럼에도 제 가장 은밀한 연애만은 오래도록 숨겨왔던 시인. 그런 박연준 시인이 언니라고 지칭되는 제게 연애를 한다고 했습니다. 누구냐, 그 이름은. 끝까지 박연준 시인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힌트는 한 가지, 나이가 좀 많은 문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때 제 입에서 장석주, 라는 이름이 튀어나갔습니다. 어떤 촉이 제게 귓속말을 하여 제 입이 방정을 떨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가 아닐까, 했던 어렴풋함이 사실로 드러나던 차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제 주측에 대한 놀라움을 가슴의 콩닥거림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결혼식 없이 살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식’이라는 형식이 주는 민망함과 어색함, 그리고 불편함을 저도 모르지 않아 그러라고 했습니다. 다만 주위에서 그래도 밥 한 끼는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조언들로 고민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문득 스쳐간 것이 ‘책’이라는 물성의 힘이었습니다. 그래, 책으로 공표를 하자, 책으로 모두에게 알리고 책으로 모두에게 축하를 받자!

우리들의 비밀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평생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던 놀라운 감각의 소유자, 절대로 늙을 줄을 모르는 채 타고난 섬세함에 그 빗질을 매일같이 반복하는 장석주 시인도 흔쾌히 동참해주었습니다. 지금 와 그들에게 말하건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임을 잘 압니다. 책이라는 것은, 저자의 이름이라는 것은, 분서갱유를 아무리 목숨 걸고 한다고 해도 절대로 없어질 수 없는, 사라지기 힘든 존재임을 너무도 잘 아는 까닭입니다. 한때 한국 출판계에 놀라운 한 획을 그었던 출판사 ‘청하의 수장이었던 장석주 시인이 왜 그 사실을 몰랐겠습니까. 이는 남녀관계에서뿐 아니라 글쟁이로서의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다짐과 의지임을 잘 알아먹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서교동에 살림집을 차렸지만 그들은 시드니를 걸어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저는 그 재미가 훨씬 기대가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그것도 외진 시골 마을에서 오직 두 사람만이 던져진 형국이 되었으니 말이죠. 성실한 그들이 꼼꼼하게 기록한 시드니에서의 일상을 가장 먼저 훔쳐본 사람으로서 그 첫 감정을 토로하자면 온수의 여자와 냉수의 남자가 만났다는 느낌이었습니求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선 여자와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선 남자가 합쳐져 채워진 욕조 속의 물 온도는 정말이지 목욕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온도를 이루기에 충분했습니다. 몸을 목까지 푹 담그기에 적합한 온도의 따뜻함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기억나지 않는 양수에서의 떠 있음이 비유될까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노곤한 잠이 밀려왔고 자고 일어났을 때의 상쾌함이 일었습니다. 사랑이 일으킨 기적 가운데 하나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남녀의 사랑, 남녀의 연애, 남녀의 결혼을 다룬 책은 세상에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나 읽고 나면 그뿐, 내 사랑의 실천에 도움을 준 책은 정작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논리적으로야 백날 이해의 폭 안에서 맞는 말만 골라 한다지만, 실전에서 대입해볼 만한 자신감으로 덤벼든 책은 없었으니까요. 사랑하는 두 남녀, 그래서 결혼에 이른 두 남녀의 이야기가 전제되어 있긴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어는 ‘사랑’이 아닙니다. ‘결혼’ 또한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이 책이 주는 보다 큰 미덕은 바로 ‘이해’에 있지 않나 합니다. 이해하지 않으면 상대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진심을 쏟아낼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은 오랜 시간 한 남녀가 서로 눈을 맞추기 위해 팽팽하게 시소를 탔던 그 불안함이 치유되어가는 과정의 일부를 소개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의 힘은 믿어보자는 다짐의 책이기는 합니다.

결혼식을 대신하는 책. 사례를 찾아보니 그런 일은 지금껏 한 번도 행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서로 반대되는 기질을 가진 남녀이기에, 무엇보다 시를 쓰는 시인들이기에, 신부는 1980년생, 신랑은 1955년생이라는 나이의 차이라는 세월의 더께를 이겨낸 그들이기에 이러한 귀여운 퍼포먼스도 용인이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의 출간을 말미암아 두 사람의 결혼식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었습니다. 매년 이들 부부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서로가 함께임을 축하하는 술 한 잔을 서로에게 권하겠지요.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책을 읽어주심으로 정말이지 축하해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연준

저자 박연준은 순하게 빛나는 것들을 좋아한다. 모든‘ 바보 이반’을 좋아한다.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가 있고, 산문집『소란』을 냈다.

저자(글) 장석주

저자 장석주는 시인, 인문학 저술가. 서재와 정원을 사랑한다. 그것만 있다면 다른 도락은 다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 키드로 성장한 사람답게 책과 도서관을 좋아하고, 햇빛과 의자를, 대숲과 바람을, 고전 음악을, 그리고 침묵과 고요를 사랑한다. 스무 살 때『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해 문단에 나오고,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하고, 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입선하며 평론을 겸업한다. 스물다섯 살 때 출판사 편집자로 첫발을 내디뎠고, 그 뒤 독립해서 열세 해 동안 출판사를 경영했다. 1993년 출판사를 접은 뒤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대학교 세 군데에서 강의를 하며 방송 진행자로 활동했다. 경기도 안성에 살며 날마다 읽고 쓰는 일을 한다. 시집『몽해항로』『오랫동안』『일요일과 나쁜 날씨』 등을 포함해서『마흔의 서재』『새벽예찬』『일상의 인문학』『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글쓰기는 스타일이다』『일요일의 인문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작가의 말

우리는 ‘새벽의 나무 둘’처럼
“네 이름을 발음하는 내 입술에 몇 개의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 오래전 이렇게 시작하는 메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첫 문장을 지금까지 외우고 있네요.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 당신 입술 위 내 이름을, 부서지는 몇 개의 별들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먼 곳에서 나를 향해, 별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녁이 되자 슬퍼졌습니다. 무릎을 꿇고 ‘얼음을 주세요’란 제목으로 시를 썼지요. 그 시로 시인이 될 줄은 몰랐지만 시를 쓰던 순간, 파랗게 내가 곤두선 불꽃이 된 기분이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자기감정을 아는 것, 사랑은 거기에서 출발합니다. 지금 나는 순해졌습니다. 지독함이 스스로 옷을 벗을 때까지, 사랑했거든요. 우리는 새벽의 나무 둘처럼 행복합니다. 잉걸불 속으로 걸어가는 한 쌍의 단도처럼 용감합니다. 그때 별들이 왜 하필 이쪽으로 걸어왔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이 책은 우리의 결혼 선언을 대신할 것입니다. 각자의 글이 빵과 소스 같기를, 그렇게 어우러져 읽히기를 바랍니다. 책의 처음과 끝에 김민정 시인이 있습니다. 그녀의‘ 사랑’이 아니었다면, 이 책은 나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시드니에서 만났던 분들, 어머니와 남동생 태준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나보다 먼저 생각하게 되는 사람, 나의 JJ에게도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천천히 오래 걸어요, 우리! - 2015년 12월, 서교동에서 박연준

‘1인분의 고독’에서 ‘2인분의 고독’으로

1인분의 고독 당신이 보인 뜻밖의 사적인 관심은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관례적 방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당신의 ‘사랑한다’는 고백에 놀랐어요. 그리고 기뻤습니다. 잎을 가득 피워낸 종려나무, 바다에 내리는 비, 그리고 당신. 그것은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의 목록이에요. 기름진 경작지 같은 당신의 황금빛 몸, 물방울처럼 눈부시게 튕겨오르는 당신의 젊은 사유, 서늘한 눈빛을 상상만 해도 나는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사랑이라니! 와디를 아시는지요. 사막의 강, 우기 때 물이 흐른 흔적만 남아 있는 메마른 강. 난 그런 와디나 다름없어요. 누구도 받아들일 줄 모르는 인색하고 협량한 마음의 와디. 당신이 흐르는 강물이 되어 이 협량한 마음의 와디를 가득 채우고 흐르길 오랫동안 꿈꾸었지요. 당신의 강물로 내 죽은 뿌리를 적시고, 마침내 잎과 꽃을 피워내고 열매 맺기를 꿈꾸었지요.
아아, 하지만 나는 그걸 흔쾌히 수락할 수 없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과실을 깨물어 그 넘치는 과즙의 열락을 맛보고 싶은 욕망이 없는 건 아니에요. 몇 날 며칠의 괴로운 숙고 끝에 당신의 사랑을 거절하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부디 거절의 말에 상처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미 낡은 시대의 사람이고, 그러니 당신이 몰고 오는 저 야생의수목이 뿜어내는 신선한 산소를 듬뿍 머금은 공기에 놀라 폐가 형편없이 쪼그라들지도 모르죠. 그러니 나를 가만 놔두세요.
더 정직하게 말하죠. 나는 오랫동안 혼자 잠들고, 혼자 잠 깨고, 혼자 걸어다니는 저 1인분의 고독에 내 피가 길들여졌다는 것이죠. 나는 어둠 속에서 1인분의 비밀과 1인분의 침묵으로 내 사유를 살찌워왔어요.
고갈과 메마름은 이미 생의 충분조건이죠. 난 사막의 모래에 묻혀 일체의 수분을 빼앗긴 채 말라가는 전갈이죠. 내 물병자리의 생은 이제 1인분의 고독과 1인분의 평화, 1인분의 자유를 나의 자연으로 받아들입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거기에 서 있으면 됩니다.
어느 해 여름 우리는 바닷가에서 쏟아지는 유성우를 함께 바라봤지요. 그때 당신과 나의 거리,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그 거리를 유지한 채 남은 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2인분의 고독
‘1인분의 고독’에 웅크려 있던 내 내면을 들여다보니, 거기 두려움이란 짐승이 불안한 눈동자를 하고 숨어 있더군요. 짐승의 눈에 겁이 잔뜩 들어 있어 가엾었어요. ‘1인분의 고독’을, 그 자유와 고요를 잃을까봐 두려웠던 것이지요. 이제 망설임을 떨치고 용기를 냅니다. 사랑이라고 해도 좋아요. 어떤 사이프러스 나무도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래서 ‘2인분의 고독’을 덥썩 받아 품습니다. 사랑이란 ‘2인분의 고독’을 뜨겁게, 늠름하게 받는 거예요. 생의 찬란한 순간들을 함께할 사랑하는 P와 이 멋진 책을 결혼 선물로 만들어준 김민정 시인께 감사드립니다. - 2015년 12월, 서교동에서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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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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