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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정용준 소설
정용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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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06일 출간

종이책 : 2015년 08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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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2.92MB)
ISBN 9788954678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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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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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으로 빛나는 문장들과 시처럼 속속들이 파고드는 비유와 사유의 힘!

정용준의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2011년에 펴낸 소설집《가나》와 2014년에 펴낸 장편소설 《바벨》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소설이다. 피와 눈물로 얼룩진 사연들에 누구 하나 너는 유죄다, 선뜻 말하기에 망설임을 주는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네 일상과 너무도 가까운 근거리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상의 그림자처럼 가난과 폭력과 죽음에 무참히 흔들리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들의 피, 우리들의 혈육, 우리들의 가족 관계를 건드리며 이입의 몰입과 집중을 끌어내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474번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미드윈터-오늘 죽는 사람처럼
개들
이국의 소년
안부
내려
새들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네
해설 | 김나영 (문학평론가)
닮은 삶의 냄새로 말하다
작가의 말

이곳은 내 일터이자 집이다. 개를 사육하지만 도살도 한다. 근수가 많이 나가는 도사견을 주로 키우지만 버려진 애완견이나 떠돌이 개도 키운다. 곰이나 병구가 거리에서 잡아오기도 하고 개 주인들이 사육장에 맡기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개를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묻지 않는다. 다시 찾아가는 이들도 없다. 농장에서는 거부하는 개가 없다. 늙고 병들어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다리를 절고 눈이 돌아간 병신이라도 농장은 차별하지 않는다.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개들」에서

준아,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그들의 말처럼 내가 독종인 것은 아닐까.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육 년 전 그날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수천 번도 넘게 생각해봤다. 어쩌면 내 머릿속엔 이제 그 생각밖에 없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들아, 답은 언제나 같아. 그것만큼은 결코 변하지 않지. 다른 것은 다 몰라도 그것만큼은 이 애미가 아니까. 너는 절대 자살하지 않았어.-「안부」에서

권선징악이 분명한 드라마가 있다면 설사 죄를 지었다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악인이다 할 인물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가 있다. 정용준의 소설은 그 후자에 가까워 피와 눈물로 얼룩진 사연들에 누구 하나 너는 유죄다, 선뜻 말하기에 망설임을 준다. 작가 정용준 특유의 포옹력은 등장하는 인물들마다 시선 하나하나를 아끼지 않아 따스한 인정을 품은 듯도 하지만, 한편 세상을 바라보고 읊조리는 그들의 혼잣말로 보자면 인간사의 냉혹한 절망과 밑바닥을 이미 알아버린 듯한 자조의 찬 서리가 이미 깔려 있음도 짐작하게 된다. 그 사실이 새삼스러운가. 아니다. 우리 모두 그 모순의 슬픔을 알면서도 마치 모르는 척 잊으면서 살아갈 뿐이다. 정용준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삶에 현미경을 갖다 대거나 망원경을 갖다 대면서 다만 쓰고 다만 읽게 하는 것이다. 쓰고 읽는 그 순간만큼은 우리 자신들에게, 우리 자신들의 생에 솔직할 수 있으므로. 소설과 소설가의 역할은 때론 이런 의뭉스러움으로 빛나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정용준의 단문으로 빛나는 문장들과 시처럼 속속들이 파고드는 비유와 사유의 힘은 둘째치고서라도 말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용준

저자 : 정용준
저자 정용준은 1981년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수료했다.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소설집 『가나』, 장편소설 『바벨 』이 있다.

작가의 말

울면서 묻는 사람을 봤다. 묻다가 우는 사람도 봤다. 그들 중 몇몇은 죽었다. 그는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른다. 들리지도 않는데 계속 말하고, 말하고, 말한다. 그것을 지켜보는 일이란 괴로웠다. 민망하고 미안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떤 날엔 들어주고 보이는 척했다. 그러다 소설을 썼고 웃긴 문장은 읽어주기도 했다. 웃으라고 읽어줬는데 그는 계속 울고 물었다. 그게 계속 반복되는 나날들이었다. 이제 나는 ‘물음’과 ‘울음’이 달라 보이지 않는다.
슬픈 것들을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것들. 억울한 줄도 모르고 화난 줄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사는 것들. 분노로 타올랐다가 금방 잿빛으로 변한 것들. 잃어버린 투명한 정신들. 왜 나는 그것을 쓰는 걸까. 미안해서일까. 부끄러워서일까.
소설이 좋다. 소설이 내게 하는 일들. 소설을 쓰며 느끼는 것들. 아무 힘도 없는 문장 한 줄과 허구의 이야기가 나를 지키고 보호한다는 환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내 곁에 서서 말을 들어주고 종종 대화도 나눈다고 믿는 망상과 어리석음, 이 모든 것들이 나는 좋다.
소설이 세계를 바꿀 수는 없겠지. 하지만 사람은 바꾼다. 쓰는 자는 바뀐다. 읽는 자는 바뀐다. 이것은 내가 경험으로 깨닫게 된 유일한 믿음이다.
내 소설 속 인물들이 모두 꿈속으로 찾아왔으면 좋겠다. 사죄하고 싶다. 밥도 사주고 싶다. 예쁜 이름도 지어주고 싶고 따뜻한 이야기도 새롭게 만들어주고 싶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해피엔딩도 선물해줘야지. (그리고 부탁해야지. 문장이 잘 써지는 손가락을 주세요. 용기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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