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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난다

2017년 01월 10일 출간

종이책 : 2015년 12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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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2.31MB)
ISBN 9791195907755
쪽수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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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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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이고도, 특별한 뉴욕 산책!
번역가이자 예술가이자 에세이스트 박상미가 걷고, 보고, 쓰면서 발끝으로 살아낸 정통 뉴욕 아이템『나의 사적인 도시』. 이 책은 뉴요커로 오래 살던 저자가 뉴욕에서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모든 것을 정리해나간 ‘진짜배기’ 뉴욕 이야기로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간 뉴욕에서 써내려간 블로그의 글을 다시금 가다듬어 엮은 책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이야기하는 이 책에는 사람은 얼마나 견딜 수 있고, 사람의 재능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차분하고 논리적인 문장 속에서도 뜨겁고 끈끈한 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 책은 가르치려는 책이 아님에도, 저절로 배움의 기회를 선사한다. 책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두지 않고 하루하루의 삶을 솔직 담백하게 기록한다는 블로그의 형식답게, 뉴욕의 문학, 미술, 패션 등 우리에게 미처 소개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적 기운을 거칠면서도 생생하게 전해준다. 또한 매일같이 ‘출몰’하는 여러 예술가들의 생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하며, 한국에 소개가 전무한 문인들의 이야기, 뒤늦게 한국에 소개되어 열풍을 일으킨 작가들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번역을 희망했던 일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표지로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아티스트이자 삽화가 솔 스타인버그의 작품을 담았다. 표지 커버를 벗겨 펼치시면 본문에 소개되고 있는 뉴욕 주 본거지들을 산책로로 표현한 지도가 들어 있다. 뉴욕의 문화적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팁을 제공한다.
번역하는 이의 한 사람으로 저자 박상미는 시인의 ‘태도’와 닮아있다. ‘솔직함’, ‘배어남’ ‘우아함’이 무엇인지 살아가는 ‘태도들’에 깊이 숙연해져보고, 매일의 말과 행동을 더듬어 기록해가는 저자의 글에는 나름의 견과 관, 스타일이라는 것이 고집스럽게 구축되어 있다.
서문_스스로 자귀 짚다 9

1부(2005~2006)
Never Not an Artist 14
상실의 역사 17
마감 후 신디 18
좁게 살기 20
하이힐을 신고 쓰다 22
절반의 주소, 시인의 집 24
오늘의 디재스터 26
닫힌 과거, 빛나는 책 27
에드거 앨런 포와 주크박스 29
subtlety 34
밤 35
호퍼의 동네 35
calm inside 37
‘마음대로’ 보기 39
반복과 죽음 43
나를 만지지 마시오 45
노트북 추리사건 47
이기와 이타 50
내 종류의 여름 53
폭력성 54
솔직함 56
기억을 보다 57
시인의 산문 59
쓰도록 달콤한 61
철학으로의 소풍 62
정면 64
닮음 65
Life and Death 66
코끼리 드레스 68
헬무트 랭 69
들어올림 71
‘걷기’ 위하여 71
큐비즘 읽기 73
이방인 74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한 75
세 번 멈추다 78
겁쟁이 사자 재스퍼 존스 80

2부(2007)
나에게 뉴욕 86
솔 스타인버그의 춤 89
흔적 위에 다시 쓴 91
배우들 vs 배우들 94
항생제 96
눈과 쌀 98
‘My Funny Valentine’들 99
상실 100
매혹과 사랑 사이 101
‘시인적’ 의복 103
언어와 슬픔 104
덜컹거리는 리무진 105
미래로부터 아이디어를 훔치다 107
12월 31일, 1958년 108
이사무 노구치의 정원 미술관 110
나와 돌과 정원과…… 115
윌리엄스버그 118
내부의 부조리함 119
살과 피와 똥의 에로스 121
가구에 꽂히다 125
하루종일 비 126
나는 기억한다 128
‘효과적’예술 130
발튀스와의 일주일 132
complexity 134
백만장자의 모험 134
호퍼의 풍경 136
재즈 인 뉴욕 138
태도들 140
I Hate Perfume 143
노장의 변화 144
‘나쁜’ 그림의 계보 146
유일한 낙, 누드 트리 148
크리스마스와 쇼핑의 관계 149
빈방의 빛 150
마르트의 얼굴 152

3부(2008)
지브란의 신화 156
버터플라이 158
천장 높은 방의 기억 160
음식 아닌 음식 161
설터와의 저녁 163
뤼크 튀이만을 만나다 165
편두통과 오리엔탈 카펫 167
블러디 맥베스 168
‘보호’의 끈 169
그린의 인간들 171
3분의 1에 대한 애도 : 레이 존슨 173
무의식의 일들 176
깨질 수밖에 없는 177
마음에 남는 이미지 178
나를 여행하게 하소서 180
거스틴의 드로잉 183
뉴욕에서 노래 부르기 184
건물을 연주하다 186
불꽃놀이 189
실험적 걷기 190
‘훈훈한’ 여름 패션 192
줄 위의 친구들 193
그녀의 콘트라포스토 194
침묵과 변주의 성전 196
책상 풍경 202
마틴 마르지엘라 205
터키식 방 206
소파와 담요와 소멸 속에서 208
『취향』의 뒷얘기들 210
공기 속 단어들, 종이 위 시인들 214
뉴욕 부류 215
The Gift 217
겨울 속 여자애 219
1953년 존 치버의 크리스마스 221
취향 이상의 취향 222
늑대를 요리하는 법 226

4부(2009~2010)
잔더의 아이들 232
스틸 라이프 234
우아함 236
무신론의 간략한 역사 237
겨울 239
나이스 뷰 239
아네모네 243
로즈 가든 244
모바마의 런던 패션 244
비싼‘ 여자들’24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허브 250
장례식 다음날 251
희열 254
베이컨 회고전 254
모래 한 알 258
어디에도 없는 갤러리 259
막바지 260
초기작 261
베리만의 귀신들 265
시인의 소포 267
마침내 여름 268
오, 윌리스 269
번개 들판 유감 270
생일 271
얼마 전 기하학 273
앨리스 먼로 274
자유, 거스턴 276
간만에 자전거 278
In Praise of Shadows 280
그림과 그림자 282
소호 밤길 284
파슬리 285
착한 사람 호세 287
Originality vs Authenticity 288
모피를 입은 비너스 290
다운힐 레이서 292
팜 코트 294
뉴욕의 젊은 시절 295
미스터리 297
서늘했다 299
Division St 300
애틋한 뉴욕 301

길을 하나 발견했다. 베드퍼드 스트리트. 내가 사는 찰스 스트리트에서 카마인 스트리트에 있는 도화라는 한국 레스토랑에 갈 때 발견한 길이다. 번화한 블리커 스트리트와 평행한 길인데 블리커보다 좁고 매력적이다. 인도에선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어렵다. 이사 온 후 수확이다, 하며 두리번두리번 걷는데 어떤 명패가 보였다. 폭이 아주 좁은 집의 벽 위에 시인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Edna St.Vincent Millay, 1892~1950가 살던 곳이라 쓰여 있었다. 『 Savage Beauty』의 주인공. 피츠제럴드의 부인 젤다 피츠제럴드의 전기 『 젤다Zelda』를 썼던 낸시 밀퍼드의 또하나의 역작이란 평을 받는 책이었다. 그 집은 이제까지 내가 뉴욕에서 본 어떤 집보다 그 폭이 좁았다. 주소는 이랬다. 75 1/2 베드퍼드 스트리트. 절반의 주소도 있구나. _p25 「시인의 집」에서

미술사에서 가장 시적인 주제 중 하나가‘ 놀리 메 탄게레Noli Me Tangere’가 아닐까 싶다. ‘놀리 메 탄게레’는 예수가 부활한 직후, 무덤가에서 울고 있던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를 알아보고 반가움에 부둥켜안으려는 순간 예수가 한 말이다. “나를 만지지 마라.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못하였으니.” 수많은 화가들이 이 극적인 장면을 그렸지만, 난 그중에서도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의 버전이 사랑스럽다. 마리아는 이를 주제로 한 그림에서 종종 공격적으로 표현될 때가 많은데, 여기선 아이를 안으려는 듯 다정한 포즈다. 그러나 압권은 예수의 포즈. 오른손을 가볍게 내저으며 엉덩이를 살짝 빼는 동시에 오른발을 풀밭에 살포시 내딛었다. 누군가의 손길을 거절하는 방식이 이렇게 섬세하고 우아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육신을 가진 존재에게 ‘나를 만지지 마시오’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내가 원하지 않을 때 내 몸에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할 권리. 가만 내버려두길 요구할 권리. 너랑은 지금 다른 세상에 있어,라고 주장할 권리. 거절하기 어려울 때는 우아함에 초점을 맞출 일이다. 우아한 거절. 프라 안젤리코의 예수처럼. _p45「나를 만지지 마시오」 전문

사람들이 내가 쓴 책에서 원하는 것은 결국 뉴욕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의 처음부터 나에게 뉴욕이란 도시는 중요했다. 내가 태어난 도시가 아니라 내가 살기로 선택한 도시. 뉴욕은 나라는 개인에게 매우 사적인 은유였다. 내가 자라나며 불만을 품었던 중산층적 가치들의 전복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 안정과 위생과 효율보다 도전과 거침과 우회가 인정되는 곳. 불가능하게 치솟은 빌딩들처럼 위대함이 꿈꾸어지고 시도되는 장소로서의 은유. 뉴욕은 내 삶의 변명들을 뭔가 다른 것으로 바꾸어가는 데 필요한 나만의 내면적 장치였다. (중략) 생각해보면 나는 『뉴요커』로 뉴욕의 언어를 배웠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무슨 기사인지 종잡을 수 없었지만 친구가 권해 얼결에 구독했고 다른 뉴요커들처럼 그렇게 지하철이나 거리의 구석에서 잡지를 길게 반으로 접어 읽곤 했다. 그렇게 몇 년을 하면서 나도 남들처럼 이번에 누구누구가 쓴 그 기사 읽었어? 따위로 시작하는 대화에 낄 수 있게 되었다. 솔 스타인버그는 내가 글과 말을 배운 『뉴요커』의 삽화가요, 아티스트이다. 그도 나처럼 그의 지도에선 보이지도 않는 나라에서 뉴욕으로 왔다. 만나면 아마 할 얘기도 많을 것이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을까. 책을 쓰든 뭘 쓰든 자기중심적으로 뉴욕을 느끼고 살라고. 모든 것의 시작은 지독하게 사적인 거라고. _p87~88「나에게 뉴욕」에서

난다의 《걸어본다》세번째 이야기
번역가이자 예술가이자 에세이스트 박상미가
걷고, 보고, 쓰면서 온몸으로 관통해낸 정통 뉴욕 아이템
『나의 사적인 도시』

많이들 아시겠지만, 널리 들어들 아시겠지만 여기 ‘박상미’라는 이름의 매력적인 인물 한 명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물론 그 이름과 나란히 놓인 것이 ‘책’임을 짐작들 하실 거라 예견하거니와 제목을 밝히니 영어로는 ‘My Own Private City’, 우리말로는 ‘나의 사적인 도시’라 하겠는데요, 저라면 ‘사적’이라는 대목에 흥미를 가질 것도 같습니다. 지극히 ‘사적’이라는 것은 지극히 ‘특별’하다는 말로도 풀이될 수 있을 텐데요, 네, 저자 박상미의 신간 『나의 사적인 도시』는 뉴요커로 오래 살던 저자가 뉴욕에서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모든 것을 정리해나간 ‘진짜배기’ 뉴욕 이야기로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간 뉴욕에서 써내려간 블로그의 글 A4 700여 장을 다시금 가다듬어 출간한 책입니다.

저자는 서문 속에서 ‘자귀 짚다’라는 말을 언급했지요. 짐승을 잡기 위해 그 발자국을 따라간다는 뜻이라지요. “나라는 짐승은 무슨 먹이를 찾아 어떤 발로, 어떻게 걷고 있을까. 어떤 길을 다니고, 어떤 풀의 냄새를 맡고, 어디서 물을 먹으며, 가끔씩은 멀리 보기도 할까.” 자신이 쓴 글을 거슬러 되짚어보는 일이 바로 이 ‘자귀 짚음’이라면 이렇게 모은 글들 속에 저자의 미적 감식안이자 가치관을 엿보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생활화되어 있음을 바로 알아챌 수가 있었는데요, 예컨대 이 책을 두고 “달이 있다는 것을 나만 모르고 살다가 어느 날 밤 달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 기분”이었다라고 앞서부터 소감을 말하자면 성급한 것이 되려나요.

그동안 나는 내가 누구보다 뉴욕을 사랑한다고, 나에게 뉴욕은 특별하다고 생각해왔다. 이것이 매우 특별한 일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 용산이 특별하고 누군가에게 베를린이 특별한 것처럼, 나에겐 뉴욕이 특별했다. 여기 그려진 뉴욕은 나만의 특별한 뉴욕이다. 그 안에서 내가 본 것, 내가 느낀 것, 내가 생각한 것은 모두 뉴욕이란 도시의 일부이고, 나만의 사적인 뉴욕이다. 사적이라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모든 일은 지독히 사적인 것에서 비롯하니까. _p10「서문」에서

책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두지 않고 내 하루하루의 삶을 솔직 담백하게 기록한다는 블로그의 거칠거칠할 수 있는 터프함은 그러나 생생하면서도 날것 그대로의 건강식이어서 엿보는 일만으로도 뉴욕의 문화적 근육과 살과 피를 이식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저자 박상미는 오랜 기간 뉴욕에 머물면서 문학, 미술, 패션 등 우리에게 미처 소개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적 기운을 생동감 있게 불어넣어준 문화 전도사이기도 했습니다. 그간 저자가 번역한 책을 한번 볼까요? 『빈방의 빛』『이름 뒤에 숨은 사랑』『그저 좋은 사람』『어젯밤』『가벼운 나날』 등의 문학 서적들을 통해 에드워드 호퍼, 마크 스트랜드, 줌파 라히리, 제임스 설터 등을 소개했고, 『미술 탐험』『여성과 미술』『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우연한 걸작』 등의 미술 서적들을 통해 현대미술을 보고 현대미술을 읽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제시를 했으며, 『사토리얼리스트』『페이스헌터』『킨포크 테이블』『휴먼스 오브 뉴욕』 등의 문화 서적들을 처음으로 소개, 번역하면서 우리 삶의 질적 변모를 꾀하는 데 그 시초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번역자라는 가면 뒤에 특유의 그 ‘촉’을 숨겨왔지요. 아주 겸손되이 말입니다.

여기 한 예술가의 “지독하게 사적인” 뉴욕은 ‘거의 모든’ 예술가들의 도시다. 뉴요커의 미적 순례의 리듬을 따라 뉴욕의 갤러리들과 매력적인 거리들을 찾아다니고, 공연이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작은 가게에 들르거나 동시대의 스타일과 패션을 엿보고, 뉴욕의 한 모퉁이 방에서 책을 읽어본다. 그건 관람자의 장면이기보다는 예술가들의 삶과 죽음과 그들 작품과의 마주침을 ‘다시 마주치는’ 사건이다. 그 마주침의 언어들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예술가들을 둘러싼 흥미로운 정보만이 아니라, 예술가와 예술가 사이에서 화학적으로 발생하는 다른 세계의 공기이다. _이광호 추천사에서

『나의 사적인 도시』는 가르치려는 책이 아닙니다. 그저 절로, 그렇게 저절로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확연하게 보이지 않기에 단순하게 보는 것 이상의 ‘봄’을 저절로 따라해보게 되는 책입니다. “미술을 생활화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적은 무지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향한 자신의 정당한 욕구를 남의 눈을 의식해 억압하는 것이다”라고 했던가요. 책에 등장하는 리처드 터틀, 뤼크 튀이만, 사이 톰블리, 이사무 노구치, 프란체스카 우드맨, 레이 존슨, 헨리 다거, 프란시스 베이컨, 보나じ 모란디, 프란시스 알리스, 월리드 베쉬티, 키타이, 아우구스트 잔더 등 매일같이, 쉴 틈 없이 ‘출몰’하는 여러 예술가들의 생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할뿐더러 그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취향’을 알게 하는 자신만의 ‘안목’에 대해 재고해볼 여지를 줍니다. 게다가 한국에 소개가 전무한 엘리자베스 비숍이나 마크 스트랜드, 조 브레이나드, 로버트 크릴리와 같은 문인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수전 손택, 그레이엄 그린, 존 치버, 필립 로스, 앨리스 먼로 등 뒤늦게 한국에 소개되어 열풍을 일으킨 작가들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번역을 희망했던 일화 등등은 우리 영미 문학권의 새로운 계보를 그려낼 수 있는 저자만의 역량을 엿보게도 합니다. 헬무트 랭, 마틴 마르지엘라, 릭 오웬스, 폴 푸아레 등의 디자이너들을 말하면서 ‘뉴욕’과 뗄 수 없는 ‘패션’ 또한 언급한 대목들을 보자면 뭔가 큰 숲에 든 느낌이 들다가도 더욱 커져가는 호기심이 발동됨을 느낍니다. 이 나무 이름은 뭔가, 저 나무 이름은 뭔가, 증폭되는 미스터리. 그런 의미로 보자면 이 책은 한 덩어리의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데 키리코가 그랬다지요. “이 세상 어떤 종교보다 화창한 날 길을 걷는 사람의 그림자 속에 더 많은 미스터리가 있다”라고요. 예술에 미스터리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어떤 사람을 말해주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반복해서, 생각해서 하다보면 결국 하나의 태도, 삶에 임하는 태도가 되는 것이다. 땅을 밟는 것이, 길을 걸으며 들꽃을 꺾는 것이 좋은 사람은 많이 걸을 것이다. 많이 걷다보면 걷는 것은 그가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태도요, 방법론이 된다. 자동차는 조금 덜 타고 조금 더 걷는 삶, 두 다리를 써서 생각하는 삶. 그가 말한 실수하기, 신뢰하기, 실패하기…… 모두 같은 맥락이다. 성자의 숭고함도, 인생 선배의 귀띔도, 바르게 사는 사람의 도덕률도 아니다. 작업을 하며 살아가는 한 작가의 ‘태도들’인 것이다. 실수에 열려 있고, 믿음을 잃지 않고, 실패에서 배우는. _p142「태도들」에서

포르노적으로 아무리 체조하듯 섹스를 해봐야,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처럼 에로틱한 건 세상에 없다. 톰블리의 그림은 에로스가 살아 있는 침대다. 서로 물고, 빨고, 씹고, 정성껏 핥아주는. 서툴고, 떨리고, 격정적이고, 냄새나고, 향긋하고, 짜고, 맛있고, 시끄럽고, 애틋하고, 감미롭고, 지극히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침대. 그 위엔 살과 피와 똥뿐 아니라 하늘도 있고, 구름도 있고, 바람도 있고, 바다도 있고, 죽음도 있다. 잘 보면 기가 막히고 가슴 무너지는 그림이다. _p124「살과 피와 똥의 에로스」에서

푸아레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여성들을 코르셋으로부터 해방시켰다는 사실 때문이다(대신 브래지어를 만들었다). 허리를 죄지 않는 편안한 실루엣의 드레스와, 판탈롱이란 헐렁한 바지를 디자인해 여성들의 활동을 편하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푸아레의 관심은 실용성 자체에 있지는 않았다. 특히, 샤넬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남성적이고 스포티한 의상에 대해선 적의에 가까운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의 신여성들은 푸아레가 원하던 것처럼 옷을 입을 때마다 ‘예술적 재탄생’을 할 수는 없었고, 결국 그의 브랜드는 몰락의 길을 걷고 만다. 80년 전『뉴요커』에 푸아레에 관한 이런 글이 실렸었다고 한다. 푸아레는 “미래로부터 아이디어를 훔쳐 당대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자신이 아이디어를 훔쳤던 그 미래에서 푸아레는 지금 기분 좋게 빛을 쬐고 있는 듯하다. _p108 「미래로부터 아이디어를 훔치다」에서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사람’을 얘기한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람은 얼마나 견딜 수 있고, 사람의 재능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차분하고 논리적인 문장 속에서도 뜨겁고 끈끈한 정을 고스란히 들키고는 합니다. 우리말과 영어가 혼재된 삶을 살아가는 운명 속에서 어떤 본연이란 것에 보다 가까운 말을 찾고자 흔들리는 저울추처럼 고뇌하는 사람.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언어로 가장 환상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비단 시만의 몫일까요. 번역하는 이의 한 사람으로 저자 박상미의 ‘태도’는 시인의 그것과도 참 닮아 있다는 생각입니다. ‘솔직함’, ‘배어남’ ‘우아함’이 무엇인지 내 안의 살아가는 ‘태도들’에 깊이 숙연해져보는 일. 매일의 말과 행동을 더듬어 기록하는 일이 일기라 할 때 이 모음집은 우리 문학 속 아직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은 ‘산문’이라는 장르적 정의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나름의 견과 관, 그 스타일이라는 것이 고집스럽게 구축되었다는 물질성이 참으로 단단하기도 한 까닭입니다. 박상미의 『나의 사적인 도시

작가정보

저자(글) 박상미

저자 박상미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구반포에서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다녔고, 졸업 후인 1996년 뉴욕으로 건너갔다. 뉴욕에 살며 외국인이 겪는 갖가지 어려움을 경험했고, 서울에선 못 했던 미술을 공부했고, 새로운 말을 배우기 위해 글을 읽었고, 읽다보니 쓰게 되었다. 글을 읽고 쓰며, 그림을 그리고 보며, 지금의 삶을 구성하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동안『뉴요커』와『취향』을 썼다.『빈방의 빛』『이름 뒤에 숨은 사랑』『그저 좋은 사람』『어젯밤』『가벼운 나날』 등의 문학 서적들,『미술 탐험』『여성과 미술』『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우연한 걸작』 등의 미술 서적들, 『사토리얼리스트』『페이스헌터』『킨포크 테이블』『휴먼스 오브 뉴욕』 등의 문화 서적들을 번역했다.
2010년 단기 프로젝트로 귀국하여 한동안 발이 묶였고, 요즘은 글쓰는 일 외에 서울 창성동에서 프라이빗 갤러리 토마스 파크Thomas Park를 운영하며, 서울과 뉴욕을 오가는 삶을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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