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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에밀 졸라 지음 | 김치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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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14년 07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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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2.34MB)
ISBN 978895463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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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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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는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 문학론이 집대성된 ‘루공마카르’ 총서 스무 권 중 아홉번째 작품이다. 이 소설은 파리의 신인 여배우 ‘나나’가 타고난 육체적 매력으로 파리 상류사회 남자들을 매혹해 차례로 파멸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나 자신과 나나 주변의 인물들이 파멸해가는 과정을 통해, 졸라는 나폴레옹 3세의 집권에서 시작되어 보불전쟁의 패배로 막을 내리는 ‘제2제정기’라는 한 시대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나

해설│아름다운 육체의 악마성과 순수성
에밀 졸라 연보

그녀는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몸을 흔들어댔다. 하지만 관객은 그것을 전혀 천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쌍안경을 그쪽으로 돌렸다. (…) 그녀는 그것에 괘념치 않고 얇은 의상 밑에 가려진 엉덩이를 불쑥 내밀어 둥그런 형태가 드러나게 한 뒤, 몸과 목을 뒤로 젖히고 두 팔을 벌렸다.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녀는 즉시 돌아서서 무대 안쪽으로 올라가면서 짐승의 털 같은 적갈색 머리칼이 난 목덜미를 보여주었다. 박수 소리가 미친 듯이 울려퍼졌다. (27~28쪽)

나나는 남자들에 대한 욕설을 소리 나지 않게 퍼부으며 화풀이를 했다. 그 상스러운 말들이 조에를 슬프게 했다. 조에는 마님이 옛날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녀는 감히 마님에게 진정하시라고 간청했다.
“아! 제기랄! 더러운 놈들이야! 그 작자들은 그 짓만 좋아한단 말이야!” 나나가 노골적으로 말했다. (70쪽)

모두들 돌아보았다. 나나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거나 다름없었다. 얇은 무명 속옷으로 젖가슴을 반쯤 가렸을 뿐이었다. (…) 젖가슴이 봉긋 솟아오른 나나는 맨팔과 맨어깨를 드러낸 채 젊고 풍만한 금발 미인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면서 조금이라도 기분이 상하면 다시 몸을 감추려는 듯, 한 손으로 여전히 커튼 자락을 쥐고 있었다. (181쪽)

포슈리의 기사는 ‘황금 파리’라는 제목으로, 4~5대에 걸친 술꾼 집안에서 태어난 묘령의 여자 이야기였다. 그녀의 피는 가난과 음주벽의 오랜 유전으로 인해 더러워졌으며 신경성 장애 증세를 일으키고 있었다. (…) 기사 말미에는 그녀를 파리와 비교한 부분이 있었다. 쓰레기에서 날아온 햇빛 색깔의 파리 한 마리가 거리에 즐비한 시체에서 죽음을 채취해, 보석처럼 반짝이는 모습으로 윙윙대고 춤을 추며 궁전 창문으로 들어가서는 남자들 몸에 앉기만 하면 그들을 썩게 한다는 것이었다. (271쪽)
사탱은 나나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혹시 퐁탕이 그녀를 죽이지 않을까 걱정되어 한 시간 동안이나 길거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이튿날이 되면 두 여자는 화해한 이야기를 하며 한나절을 보냈다. 입 밖에 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들은 얻어맞은 날들을 더 좋아했다. 그것이 그녀들을 더욱 열광시켰기 때문이다. (315쪽)

“아아! 남자들은 정말 나를 귀찮게 해!” 이 한마디 외침 속에 그녀의 일생이 요약되어 있었다. (408쪽)

그녀는 타락의 지평선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그녀는 방약무인하게 사치를 부리고 돈에 대한 경멸을 보이며 도시 전체를 지배했다. 그로 인해 엄청난 재산을 공개적으로 탕진했다. 그녀의 저택에는 대장간의 불꽃 같은 것이 존재했다. 거기서 끝없는 욕망이 불타고 있었다. 그녀의 하찮은 입김 한 번에 황금이 재로 변했고, 바람이 시시때때로 그것을 쓸어냈다. 그 누구도 이런 미친 듯한 낭비는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519~520쪽)

음란한 행동이 그들로 하여금 궤도를 이탈하게 했고, 육체의 터무니없는 망상 속에 그들을 던진 것이다. 옛날에 잠을 못 이루던 밤이면 느끼던 종교적 공포가 이제는 짐승 같은 갈증으로 변하고, 네 발로 기어다니며 으르렁대고 물어뜯는 분노로 변한 것이다. (563쪽)

그것은 송장이었고, 피와 고름 덩어리였고, 쿠션 위에 던져진 썩은 살덩어리였다. 작은 고름집들이 얼굴 전체를 뒤덮었고 뾰루지들이 엉켜 있었다. 퇴색하고 문드러져서 진흙덩이처럼 회색이 된 고름집들은 형체를 알 수 없는 반죽 같은 얼굴 위에 핀 곰팡이 같았다. (…) 이 무섭고 끔찍한 죽음의 얼굴 위로 머리칼이, 그 아름다운 머리칼이 햇빛처럼 찬란한 불꽃을 지닌 채 황금의 개울처럼 흐르고 있었다. 비너스가 썩은 것이다. 시냇가에 버려진 내성이 강한 시체에서 그녀에 의해 채집된 바이러스가, 그녀가 민중을 망쳐놓은 그 효소가 그녀 자신의 얼굴로 옮겨와 그녀를 썩게 만든 것 같았다. (601쪽)

“나는 어제 하루 온종일 『나나』를 읽는 데 보냈다네.
그리고 잠을 이루지 못했지. 대단한 책이야, 이 사람아!”
_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밀 졸라의 대표작이자 화제작인 『나나』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0번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치수 선생이 예전에 번역했던 것을 토대로,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나온 2007년 플레이아드판 ‘루공마카르 총서’ 제2권을 대본으로 삼아 2년간 새롭게 다시 번역한 것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를 뒤흔든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
『나나』는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 문학론이 집대성된 ‘루공마카르 총서’ 스무 권 중 아홉번째 작품이다. 졸라는 유전(‘자연적 역사’)과 환경(‘사회적 역사’)이라는 측면에서 제2제정기의 프랑스 사회를 낱낱이 해부해 그 모습을 객관적으로 드러내 보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이 총서를 기획했다. 그 일곱번째 작품인 『목로주점』(1877년)이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함으로써 작가로서의 성공과 부를 동시에 거머쥔 졸라는 3년 뒤인 1880년 총서 아홉번째 작품인 『나나』를 출간한다.
『목로주점』 『제르미날』 『인간 짐승』과 더불어 총서에서 가장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둔 4대 역작 중 하나인 『나나』는 〈르 볼테르〉지에 연재된 소설이다. 이 소설은 파리의 신인 여배우 ‘나나’가 타고난 육체적 매력으로 파리 상류사회 남자들을 유혹해 차례로 파멸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졸라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일 년 반 가까운 준비 기간을 가졌다. 많은 자료 조사를 했고, 당대의 인기 여배우 블랑슈 당티니, 고급 매춘부 발테스 드 라 비뉴, 가수 오르탕스 슈나이더 등을 모델로 삼아 ‘나나’라는 주인공을 창조했다. 이 작품에는 화류계의 생활상과 그곳에 몸담은 사람들의 방탕하고 무분별한 행동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에 엄청난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은 “취향이 불결하고 세부 묘사가 노골적인 포르노 작가”라고 졸라를 비난했고, “네 발 가진 짐승의 소설” “음탕한 소설” “하수도 같은 소설”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에 졸라는 “악덕을 묘사함으로써 사회 풍속을 교정(矯正)하기 위해” 집필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나나』의 진가를 인정한 당대의 인물들 또한 많았다. 플로베르는 이 작품에 나타난 다채로운 재능에 감탄하며 졸라를 칭찬했고, 위스망스, 모파상, 세아르 등의 작가들도 그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대중 역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출간 즉시 5만 부가 넘게 팔렸고, 1885년에는 약 15만 부, 1902년에는 19만 부, 1928년에는 약 28만 부가 팔리면서 『목로주점』 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다. 이로써 졸라는 더욱 확고한 작가적 지위와 명성, 경제적 부를 확보하게 된다. 출간 이듬해인 1881년 『나나』는 연극으로 공연되어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거장 장 르누아르 감독(1926년), 크리스티앙 자크 감독(1955년)이 영화화, 1934년 할리우드를 비롯해 최근까지도 영화와 TV 시리즈로 꾸준히 제작되는 등 『나나』는 불멸의 고전 반열에 올라섰다.

‘황금 파리’가 상징하는 나나의 치명적인 매력
『나나』의 여주인공 나나는 루공마카르가의 시조인 아델라이드 푸크의 4대손이자 『목로주점』의 여주인공 제르베즈의 딸이다. 제르베즈와 나나의 외증조부와 외조부는 알코올중독으로, 외증조모는 발광증으로 생을 마감했다. (나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모습은 『목로주점』에 잘 나타나 있다.) 이렇듯 나나는 신경증과 알코올중독이라는 유전적 특성을 물려받았고 인간을 짐승으로 만드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타고난 육체적 매력 덕분에 〈금발의 비너스〉라는 연극의 비너스 역으로 데뷔한 뒤 하룻밤 만에 파리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인기 스타가 된다. 대리석 같은 육체와 치명적인 성적 매력으로 관객들을 압도한 나나의 집 앞에는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 있고, 나나는 그들을 귀찮아하면서도 돈과 쾌락이 가져다주는 달콤한 유혹에 길들어간다.
금욕적인 생활로 이름 높은 황후의 시종장 뮈파 백작, 부유한 은행가 스타이너와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관계, 위공 부인의 아들 조르주(또한 그의 형인 필리프 대위)와의 열정적인 연애, 동료배우 퐁탕과의 자기 파괴적 관계, 여자 친구 사탱과의 동성애 등 나나는 방탕하고 극단적인 관계를 맺으며 상대를 차례차례 파멸에 이르게 한다. 작품에서 포슈리가 그녀의 파괴적인 매력에 대해 쓴 ‘황금 파리’라는 제목의 신문기사처럼, “쓰레기에서 날아온 햇빛 색깔의 파리 한 마리가 거리에 즐비한 시체에서 죽음을 채취해, 보석처럼 반짝이는 모습으로 윙윙대고 춤을 추며 궁전 창문으로 들어가서는 남자들 몸에 앉기만 하면 그들을 썩게” 하는 것이다
평생 돈과 욕망을 뒤쫓는 삶을 살았던 나나는 파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돌아와 호텔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때마침 보불전쟁이 발발해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나오고, “베를린으로! 베를린으로! 베를린으로!”라는 시위대의 외침 소리가 울려퍼진다.

욕망의 대상이자 주체였던 나나와 한 시대의 몰락
이 소설 속에서 나나는 그야말로 갖가지 형태의 욕망을 보여준다. 뮈파 백작을 학대하고 네 발로 기게 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장면에서는 귀족 사회를 향한 보복에 대한 욕구를 엿볼 수 있고, 퐁탕에게 얻어맞으면서도 기쁨을 느끼는 대목에서는 극단적인 성적 욕망을 엿볼 수 있다. 여자 친구 사탱과의 관계는 동성애를 보여준다. 그녀는 여자가 누릴 수 있는 온갖 사치를 누리며 욕망의 극단까지 치닫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녀가 주변의 남자들을 모두 파산이나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나나』가 보여주는 욕망은 자연스러운 욕망이라기보다는 모든 것을 파멸로 몰아가는 ‘파괴적 욕망’이라
할 수 있다. 나나가 애인들이 보낸 선물을 부수면서 기뻐하는 장면에는 이런 ‘파괴적 욕망’이 단적으로 드러나 있다. 앞에서 졸라가 말한 집필 의도처럼 작가는 나나의 악덕을 묘사함으로써 프랑스 사회의 욕망이라는 괴물과 마주한 것이다.
소설 마지막 장면에서 나나가 머문 방 바깥에서는 보불전쟁의 발발로 성난 군중이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한다. 나나 자신과 나나 주변의 인물들이 파멸해가는 과정을 통해, 졸라는 나폴레옹 3세의 집권에서 시작되어 보불전쟁의 패배로 막을 내리는 ‘제2제정기’라는 한 시대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파란만장한 영욕의 세월을 산 나나의 몰락은 평생 돈과 욕망을 추구한 한 여자의 몰락인 동시에 ‘제2제정기’라는 한 시대의 몰락을 상징한다.

■ 추천평

『나나』는 인간의 타락을 다룬 주옥같은 작품이다. _모파상

극도로 황홀한 에로티시즘과 고삐 풀린 열정을 담고 있다. _르 피가로

나는 어제 하루 온종일 『나나』를 읽는 데 보냈다네. 그리고 잠을 이루지 못했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희한한 것들이나 강렬한 것들을 모두 열거해야 한다면 모든 페이지마다 주석을 달아야 할 걸세! 등장인물들의 성격도 모두 경이로웠네. 마지막 장면은 미켈란젤로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기법이었지! 대단한 책이야, 이 사람아! _플로베르가 졸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아름다운 책, 이 새로운 책은 루공마카르 총서 가운데, 오늘날까지 쓰인 모든 것 가운데 절대적으로 새로운 책이다. _위스망스(소설가)

『나나』의 주제는 이것이다. 사회 전체가 엉덩이로 덤벼든다. 수캐떼가 암캐 한 마리를 쫓아간다. 그러나 암컷은 발정하지 않고, 따라오는 수컷들을 비웃는다. 세상을 움직이는 커다란 지렛대인 수컷들의 욕망에 대한 한 편의 시(詩). _에밀 졸라의 창작노트에

작가정보

저자(글) 에밀 졸라

저자 에밀 졸라 Emile Zola는 1840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사망으로 여덟 살 때부터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신 후 학업을 포기하고 출판사에 취직했다. 1865년 첫 소설 『클로드의 고백』을 출간한 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867년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테레즈 라캥』을 출간했다. 이후 발자크의 ‘인간극’에 영향을 받아, 제2제정기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역사’를 그려내기 위해 ‘루공마카르’ 총서를 기획한다. 1871년 『루공가의 행운』을 시작으로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인간 짐승』 『돈』 『대지』를 포함해 1893년 『의사 파스칼』로 완간될 때까지 23년에 걸쳐 총 스무 권의 소설을 출간했다. 이를 통해 졸라는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1898년에는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해 ‘반유대주의’를 비판한 공개서한 「나는 고발한다」를 발표해 ‘양심 있는 지식인’ ‘행동하는 지성’의 표상이 된다. 1902년 파리에서 의문의 가스중독 사고로 사망했고, 1908년 팡테옹 국립묘지에 이장되었다.

역자 김치수는 서울대학교 문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불문과에서 석사학위를,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장, 인문과학대학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삶의 허상과 소설의 진실』 『문학사회학을 위하여』 『누보 로망 연구』 『상처와 치유』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누보로망을 위하여』 『대장 몬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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