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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자

막심 고리키 지음 | 이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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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7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13년 07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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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28MB)
ISBN 978895463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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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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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 속에서 걸어나온 ‘혁명의 바다제비’, 막심 고리키의 위대한 작품들!
러시아 저항 문학의 상징, 막심 고리키의 소설 『은둔자』. 억압적인 전제정권에 대한 저항과 혁명운동에 대한 지원을 멈추지 않았던 막심 고리키의 대표 걸작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초기에서 중기, 후기로 가며 변화하는 그의 진정한 삶과 문학을 다시 읽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러시아 역사의 격변기를 살았던 그가 만들어낸 문학세계를 엿볼 수 있다.
거짓말하는 검은방울새와 진실의 애호가 딱따구리
첼카시
이제르길 노파
스물여섯 명의 사내와 한 처녀
첫사랑
은둔자
카라모라

해설 | 고뇌 속에 더욱 맑아진 영혼의 수정체를 찾아서
막심 고리키 연보

그는 정말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는 여자를 낚는 솜씨 말고는 내세울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 능력을 빼면 살아 있을 의미가 없었다. 오직 그 능력만이 그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혼이나 육신의 질병이나 다름없는 어떤 것을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고 가장 훌륭한 것인 양 생각하는 인간들이 있다. 그런 인간들은 평생 그 병을 자랑스레 달고 다니며 그것을 살아가는 보람으로 삼는다. 그 병으로 고통받으면서도 그들은 그것으로 살아가고 징징거리며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그들은 그 병을 가지고 사람들의 동정을 얻으려 하고, 그걸 빼면 그들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에게서 이 병을 빼앗아 고쳐버리면 그들은 불행해지고 말 것이다. 삶의 유일한 수단을 잃어버리면 그냥 빈껍데기가 되기 때문이다. 때로 인생이란 너무나 보잘것없는 것이라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결점을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로 인해 목숨을 부지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할 일 없이 지루한 나머지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_ 130쪽 「스물여섯 명의 사내와 한 처녀」 중

“당신을 모욕하다니, 그건 하느님을 모욕한 거야!”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 소리는 씩씩하고 아주 밝아서 말의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 하느님이 어디 있냐고? 당신 영혼에, 당신 가슴에 주님의 혼이 성스럽게 살아 계시지. 당신 형제들은 바보야. 어리석은 짓으로 주님을 욕보인 게야. 그 바보들을 안됐다고 불쌍히 여겨야 돼. 물론 잘못했지. 하느님을 욕보이는 건 어린애가 제 부모를 욕보이는 짓과 같아……”
그리고 다시 노래하듯 말했다.
“오, 밀라야……”
나는 전율을 금치 못했다. 나는 지금까지 이 익숙한 단어에 그렇게 기쁨에 찬 다정함이 담길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고 그런 걸 들어본 적도 없었다.
_ 219쪽 「은둔자」 중

눈에는 ‘수정체’라는 게 있어 사물을 올바르게 볼 수 있다고들 말한다. 인간의 영혼에도 그런 수정체가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영혼에 수정체가 없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는 것이다.

정직하게 사는 습관? 그건 올바르게 느끼는 습관이다. 하지만 올바르게 느낀다는 것은 그것을 완전히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그런데 인간이 성자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혹은 영혼의 장님으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일은 인간을 짐승이나 속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 어쩌면 눈이 멀었다는 것, 그것은 성스럽다는 뜻이 아닐까?
_ 292~293쪽 「카라모라」 중

고리키의 작품은 문학의 정점에 서 있다. _루카치

러시아 저항문학의 상징, 막심 고리키 대표 걸작선

로맹 롤랑은 고리키를 일러 ‘19세기와 20세기, 두 시대를 잇는 가교와도 같은 작가’라고 칭했다. 19세기 전제주의 정권 국가에서 혁명을 통해 20세기 소비에트연방으로 변모한 러시아. 막심 고리키는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서 억압받는 프롤레타리아 민중에게 현실을 바라보게 하고 그들을 혁명으로 이끌었으며, 그러면서도 이념과 사상에 파묻혀 인간과 예술을 잊지는 않았다.
이런 고리키의 문학세계를 몇몇 단편으로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단편뿐 아니라 수많은 장편소설과 희곡, 문학론과 시평 들이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리키가 단편에서 빼어난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반적 평가를 고려하면 대표 단편들을 통해 고리키 문학의 특성과 현대적 면모의 일단을 맛보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작품 소개

이념과 편견 아래 가려져 있던 위대한 고통의 작가, 막심 고리키

막심 고리키의 본명은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페시코프다. 알렉세이는 첫 단편 「마카르 추드라」를 발표하면서 막심 고리키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고리키’는 러시아어로 ‘고통스러움, 쓰라림’이라는 뜻이다. 막심 고리키,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이라는 뜻처럼 들리는 이 이름이야말로 그의 삶과 문학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말이라 해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온갖 하층 직업을 전전하며 러시아를 떠돌아다녀야 했던 그가 맞닥뜨린 쓰라린 현실, 출구가 없어 보이는 자신의 삶과 러시아의 현실에 대한 비극적인 인식. 바로 이것이 ‘막심 고리키’라는 필명에 함축되어 있다.
고리키는 1898년 두 권의 단편집을 출간하면서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유럽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깡마르고 허름한 차림새에 투박한 외투 하나를 걸치고 나타난 막심 고리키는 당대 문학인들에게 말 그대로 ‘민중 속에서’ 그대로 걸어나온 인물이었다. 그의 작품은 러시아와 유럽 사회에 새로운 힘으로 받아들여졌고 고리키는 일약 러시아 저항문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는 억압적인 전제정권에 대한 저항과 혁명운동에 대한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또한 혁명 후에는 혁명에 수반된 잔혹한 폭력과 권력 남용, 대중의 무지한 힘의 분출과 문화 파괴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정권은 고리키를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했고 이는 수차례의 투옥과 망명으로 이어졌다.
고리키 사후 소련 정권은 고리키를 추앙하고 신격화했다. 그의 작품은 감히 넘볼 수 없는 고전의 반열에 놓였고, 수많은 학자들의 입에 발린 수사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이 몰락하자, 소련 시절에 대한 무조건적인 무고와 부정의 회오리가 고리키를 덮쳤다. 곳곳에서 고리키 동상이 끌어내려지고 ‘고리키가 어떻게 스탈린에 매수되었는지’ ‘실제로는 별 예술성이 없는 그의 문학이 얼마나 이데올로기적으로 부풀려졌는지’를 무고하는 기사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격정과 소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세계는 다시 고리키에 주목했고 그의 작품은 이념적 회오리에 사로잡히지 않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재평가받고 있다.

과연 진정한 고리키는 누구였는가, 그의 문학은 어디에 있는가. … 오늘날 이 위대한 고통의 작가, 거인과도 같은 작가 고리키를 러시아문학의 위대한 주춧돌 중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는 독자나 문학자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_이강은(옮긴이)

초기-적극적 행동주의의 보샤키 문학

고리키가 초기 십여 년 동안 발표한 단편들은 대부분 떠돌아다니거나 보잘것없이 사는 사회 하층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통 ‘보샤키(부랑자) 문학’이라 불린다. 이들은 당시 급속하게 진행된 산업화 과정, 즉 농촌이 해체되고 농촌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계층이다. 그러나 고리키의 작품은 당시 시대 분위기에 부응하며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을 내세웠다.
「첼카시」와 「이제르길 노파」의 주인공들은 농촌에서 내몰려 항구나 도시 주변, 건설현장, 초원지대를 떠돈다. 그들은 가난하고 돌아갈 곳이 없으며 도둑질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침울하고 무기력하지 않다. 오히려 대담하고 강렬한 저항과 자유를 추구하며 로맨틱하기까지 한, 인간성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다. 고리키의 초기 작품들은 이러한 주인공들을 통해 농민적 세계관에 결별을 표하며 기존의 도덕률을 거부한다. 또한 자연을 묘사할 때도 전통적인 사실적 묘사를 중시하기보다 인물과 상황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신낭만주의적 경향을 띤다.

중기-소외당한 노동 현장의 세밀한 묘사

초기의 부랑자 주인공들은 중기에 접어들면서 보다 구체적인 사회계층으로 변모한다. 작품 속 노동현장에 대한묘사 또한 매우 세밀해진다. 「스물여섯 명의 사내와 한 처녀」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주인공들이 정착노동자라는 점과 노동현장에 대한 묘사가 매우 세밀하고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개인적 자유를 갈망하지만 이유와 방향이 모호했던 초기 문학세계가, 제한된 노동현장에서 억압된 심리를 분출하는 현실적 형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심리 포착은 중기 문학의 핵심을 이룬다. 고리키는 구체적 현실과 그 안에서 태어나는 노동자의 감성을 상세하게 표현하고 집단으로서의 노동자가 가지는 심리를 파헤침으로써 노동자 문학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후기-혁명, 그리고 진정한 인간 속으로

1917년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은 누구 못지않게 그것을 기다려왔고 또 직접적으로 지원했던 고리키에게 당연히 환영받을 일이었다. 그러나 혁명 과정을 지켜보던 고리키는 뜻밖에도 혁명을 가혹하게 비판하기 시작한다. 혁명 과정의 혼란함과 폭력에 큰 충격을 받은 고리키는 혁명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멈추지 않았고, 마침내 강권에 의해 해외로 ‘망명’해야 했다.
혁명 이후 고리키의 작품세계는 크게 변화한다. 적극적 행동주의와 러시아 현실 비판이 주조를 이루었던 초?중기에 비해 후기 작품들은 현실에 대한 회의와 반성, 역사와 혁명에 대한 새로운 성찰,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대한 새로운 관찰을 다양하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카라모라」의 주인공은 탁월한 혁명 운동가였으나 동료를 배신하고 기관의 앞잡이가 되었다가 혁명가들에게 붙잡힌다. 그는 자신의 분열성을 긍정하며 혁명과 반혁명의 이념 이전에 보다 근본적인 인간적 본성에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은둔자」의 주인공은 산속 동굴에 은거하며 도덕적 훈계나 설교, 논리적 설득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 담긴 말로 사람들을 위로한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운 이념을 외부에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추함과 어두운 과거를 인정하고 자기 안에 숨어 있는 인간성을 피워낸 사람이다.
이 같은 변화는 혁명과 관련된 인간의 내면적 변화와 성찰의 일단을 보여주는 동시에 고리키의 새로운 내면적 변화와 그 핵심을 시사하고 있다.

이제까지 고리키의 단편을 소개한 여러 단편집들은 대체로 초기 작품들에 집중되어 있거나 혹은 별다른 선별 관점이 없었기에 고리키 문학세계의 진면목을 감상하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은둔자』는 초기에서 중기, 후기로 가며 변화하는 고리키 문학세계를 파악하고 현대적 해석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 단편선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민중 출신의 혁명가이자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라는 신화,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낙인, 그리고 1990년대의 급격한 평가절하까지. 막심 고리키라는 작가와 그의 문학세계를 왜곡하는 모든 것을 넘어, 이 책은 독자들이 러시아 역사의 격변기를 살았던 고리키의 진정한 삶과 문학을 다시 읽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관련 서평

막심 고리키는 민중을 그들의 진정한 운명으로 이끌면서 혁명의 길을 고뇌하며 걸어나간,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나고 위대한 예술가였다. _로맹 롤랑

고리키의 위대한 서사시는 헛된 설화가 아니라 반박의 여지 없는 진실이자 현실 그 자체다. 그의 작품 덕에 우리는 적대감이나 증오 없이, 러시아를 형제나 이웃처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_슈테판 츠바이크

혁명 이전과 혁명기를 완전히 포용하는 유일한 소비에트 작가로서, 막심 고리키는 그 시대의 중요한 문학적 지표로 남았다. _로널드 힝글리(러시아문학 연구가)

막심 고리키는 위대한 사람이었기에 위대한 작가였다. 그는 우리 모두의 스승이며, 우리는 그의 무덤 앞에 서서 그에게 올바른 길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해 고백해야만 한다. _루카치

오늘날 이 위대한 고통의 작가, 거인과도 같은 작가 고리키를 러시아문학의 위대한 주춧돌 중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는 독자나 문학자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_이강은(옮긴이

작가정보

저자 막심 고리키는 1868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페시코프. 일찍 부모를 여의고 엄격한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하층 직업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갔으며 그 와중에 독학으로 글을 깨치고 수많은 책을 읽었다. 하루 14시간씩 일하면서도 공부를 하고 싶어했으나, 대학 입학을 허락받지 못했다. 1887년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이 일로 평생 폐질환에 시달린다.
그후 당대의 유명 작가 코롤렌코의 소개로 서기로 일하면서 철학에 눈을 뜬다. 1892년 막심 고리키라는 필명으로 「마카르 추드라」를 발표했다. ‘고리키’란 러시아어로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이어 단편과 평론 등을 발표했고, 단편집을 출간하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서 체호프, 톨스토이 등 대문호들과 교류를 나누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발표하고 혁명 활동가들과 연루되면서 경찰의 감시 대상이 되었다.
1905년 ‘피의 일요일’ 사건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체포되고 망명 생활을 시작했다. 이 시기에 만난 레닌과 평생 우정을 나누게 된다. 1913년 귀국할 때까지 러시아혁명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으나, 이후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의 폭력성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결국 레닌의 강권으로 1921년 신병 치료라는 명목 아래 외국으로 떠났다. 1932년 귀국하여 전소작가동맹의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1936년, 스탈린과의 내적 갈등 속에서 죽음을 맞았다.

역자 이강은은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막심 고리키의 『클림 삼긴의 생애』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북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혁명의 문학, 문학의 혁명?막심 고리키』 『반성과 지향의 러시아 소설론』 『미하일 바흐친과 폴리포니야』, 옮긴 책으로 『청년 고리키』 『세상 속으로』 『대답 없는 사랑』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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