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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104
윌리엄 포크너 지음 | 민은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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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13년 01월 0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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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7.64MB)
ISBN 9788954630788
쪽수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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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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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은 백인 소년 아이작이 도덕적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성장소설이다. 아이작은 광활한 숲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고, 진정한 숲의 주인으로 성장해간다. 그가 태어나기 전 과거와 그가 노인이 된 후에 장면 등 시간을 넘나들며 아이작의 모습을 그려낸다. 특히 소유와 권리에 대한 의미 확장 뿐 아니라 흑인들의 내적 변화와 남부 백인 사회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제1장 _007
제2장 _033
제3장 _059
제4장 _097
제5장 _183
해설 ┃ 겸손과 긍지라는 가치 _207
윌리엄 포크너 연보 _215

- 그것은 남자, 백인도 흑인도 인디언도 아닌 그저 남자, 불굴의 의지와 담대함으로 견뎌내고 겸허함과 노련함으로 생존하는 사냥꾼의 이야기, 또 그들과 함께 등장하지만 외려 그들보다 도드라져 보이는 개와 곰과 사슴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황야 안에서 황야의 질서에 따라 황야가 이끄는 대로, 그 어떤 후회도 자비도 없이 고대의 가혹한 규칙에 따라 벌이는, 고대로부터 간단없이 이어져온 시합, 즉 최고의 게임, 최고 경지의 숨쉬기와 최고 경지의 귀 기울이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10쪽)

- 그 땅에서 늙은 곰은 이름을 얻었건만, 수많은 인간들은 자기들끼리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12쪽)

- “꼭 사람 같다.” 샘이 말했다. “꼭 사람 같아. 용기를 내야 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미룬 거야. 머지않아 용기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개도 뭣도 아니란 걸 줄곧 알고 있었던 거다. 결국 그렇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미리 알았던 거야.” (19쪽)

- 소년은 이제 겨우 열 살이었다. 소년은 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시간이 생겨나 시간이 되는 곳, 여기에도 저기에도 속하지 않는 망각의 그늘 아래 죽음을 면제받은 늙은 곰과 죽음을 조금이나마 맛보게 된 자신이 서 있는 모습을. (25쪽)

- 소년은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었다. 공포가 자신을 완전히 사로잡는 순간, 그의 피와 가죽, 내장, 뼈, 그리고 기억이라는 것이 생기기 한참 전의 기억까지 모두 마비시키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 순간에 이 곰이나 앞으로 거의 70년 동안 그가 쫓게 될 다른 모든 곰, 모든 사슴과 그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유일한 차이가 될, 미약하지만 투명하고 흔들림 없는 명료한 정신만은 잃지 않을 것이었다. 샘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무서워하는 건 괜찮아. 그건 어쩔 수 없어. 하지만 두려워하면 안 돼. 숲속 동물이 너 해치는 경우는 네가 그놈을 몰아붙일 때, 그리고 그놈이 네 두려움을 냄새 맡을 때 말고는 없어. 무서워하는 건 곰도 사슴도 겁쟁이 무서워할 수 있어. 용감한 사람이 겁쟁이 무서워하는 것과 똑같아.” (29쪽)

- “우린 그 개를 길들이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저 그 개가 제 본모습 그대로이기를 바라는 거죠. 우린 그냥 그 개가 알게 되기를 바라는 것뿐이에요.” (48쪽)

- 하지만 이 녀석은 자네들 재수 없는 사토리스가나 에드먼즈가 사람들이 농장이나 은행이라는 것을 만들어내기 훨씬 전부터 이 숲에 살던 옛사람들처럼 이 숲을 잘 아네. 이 녀석에겐 날 때부터 알고 태어나 비록 무서운 마음은 품을지언정 두려워하지는 않는 무엇이 있어. 자네들은 그게 무언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 하지도 않기 때문에 농장이나 은행 따위를 만들어서 그 뒤에 숨어살잖나. 하지만, 이 녀석은 우린 총을 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가지도 못했던 그 곰을 한 번 보겠다고 나침반에 의지해 16킬로미터를 걸어갔다가 기어이 곰을 보고 또다시 16킬로미터를 나침반만 보고 걸어 되돌아온 아이야. (91-92쪽)

- 첫번째 종족은 아무런 경고도, 준비할 틈도 없이 하루아침에 자유와 평등을 떠안게 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혹은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훈련도 받지 못한 채 너무나 갑자기 얻게 된 자유를 오용했지만 그것은 그들이 철부지 아이들처럼 무지해서도 아니고 너무나 오랫동안 속박되어 살다가 갑자기 자유를 얻게 된 나머지 어쩔 줄 몰라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자유를 오용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인간이 자율과 방종이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구분하기 위해서는 고난을 통해서 배우는 지혜조차 뛰어넘는 다른 종류의 어떤 지혜가 필요한가보다.’ (148쪽)

- “용기와 명예와 긍지와 연민. 그리고 정의와 자율에 대한 사랑. 이 모든 것이 마음을 움직인단다.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진리가 된단다. 이제는 알겠니?” (158쪽)

- 라이언에게도 샘에게도 죽음이란 없었으므로 그 둔덕은 죽은 자들의 거처가 아니었다. 라이언과 샘은 땅속에 갇힌 것이 아니라 땅속에서 자유를 찾았으며, 땅속에 누운 것이 아니라 땅의 일부가 되었다. 무수한 부분으로 분해되었지만 그 무수한 부분 하나하나가 흩어져 사라지지 않고, 나뭇잎과 잔가지에서 티끌로, 공기와 태양과 비에서 이슬과 밤으로, 도토리에서 참나무와 나뭇잎으로 그리고 다시 도토리로, 어둠에서 새벽으로, 다시 어둠으로, 또다시 새벽으로, 계속 바뀌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은 채, 무수한 부분들이 모여 하나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올드벤. 올드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올드벤에게 발을 돌려줄 것이었다. 틀림없이 돌려줄 것이었다. (202쪽)

세계문학전집 104


한 소년의 성장담, 한 가문의 연대기, 한 나라의 역사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일구어낸 20세기 미국 소설의 놀라운 업적!

“포크너는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이다.” _알베르 카뮈

성장과 대결의 이야기. 근원에 대한 성찰로 이끌어주는 걸작!
끈끈한 질감이 살아 있는 찰진 번역! _정영목(번역가)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곰』이 그의 작품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비견될 만하다. (…) 성인이 되어 숲을 찾은 소년이 사냥의 스승이었던 죽은 샘의 환영을 보며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장면은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은, 미국 소설 역사상 가장 뭉클한 장면 중 하나이다. _대니얼 호프먼, 미국의 22대 계관시인

20세기 미국 소설의 놀라운 업적
윌리엄 포크너의 중ㆍ단편들 중 단연 압권으로 평가받는 작품!

윌리엄 포크너의 『곰 The Bear』은 1942년 출간된 『모세여 내려가라와 다른 이야기들 Go Down, Moses and other stories』에 수록되었던 총 일곱 편의 작품들 가운데 핵심을 이루는 소설이다. 20세기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놀라운 업적으로 인정받는 작품이며, 19세기 말 남북전쟁 이후의 미국을 배경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잘 표현해낸 미국 현대문학의 걸작이다. 미국의 22대 계관시인인 대니얼 호프먼은 『곰』이 포크너의 작품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비교했으며,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일컬어 포크너의 작가 경력에 전환을 가져오는 중추적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곰』은 포크너의 주요 장편소설에서 보이는 난해한 절망감에서 탈출한 최초의 작품이자 신화적 분위기 속에서 도덕적 성숙을 향해 가는 빼어난 성장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백인 소년 아이작을 주인공으로 삼아, 소년이 광활한 숲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고, 최고의 사냥꾼 샘과 전설의 늙은 곰 올드벤을 만나 진정한 숲의 주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숲에서의 경험을 통해 소유와 권리에 대한 의미를 확인하며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백인 소년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포크너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흑인들의 내적 변화와 함께 남부 백인 사회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등장하는 미시시피 강이 그랬던 것처럼, 『곰』의 주요 무대인 거대한 숲 빅바텀은 문명에 의해 사라질 운명에 처한 장소인 동시에, 겸허와 긍지와 명예가 존재하던 시절의 인류의 고향으로 그려진다.

100여 편의 단편을 창작한 포크너, “단편은 시 다음으로 가장 매력적인 문학 형태”
실험적인 장편소설들이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창작된 단편소설들의 업적을 가리긴 했어도
『곰』은 현대사회와 인종 문제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다루기 위해 비평가들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작품

십대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1924년 첫 시집 『대리석 파우누스』를 출간하며 문학 인생을 시작한 윌리엄 포크너는 단편을 시 다음으로 가장 매력적인 문학 형태로 간주했다. 그는 실제로 장편소설을 제외하고도 100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포크너의 단편소설 Faulkner’s Short Fiction』의 저자 제임스 퍼거슨은, 포크너의 단편들이 장편들에 비해 덜 알려진 것은 당시의 문학비평 풍토가 단편이라는 장르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던 점도 있고,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소설 기법을 통해 구축한 포크너의 예술 세계가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창작된 단편의 업적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들 가운데 비평가들이 현대사회와 인종 문제를 다루기 위해 가장 많이 접근하는 작품은 『모세여 내려가라와 다른 이야기들』이다. 그중에서도 『곰』은 그 핵심을 이루는 이야기이며, 포크너의 초기 걸작들에서 보이는 형식적 실험이 엿보이는 유일한 단편이면서, 다른 장편들에 비해 서사 중심으로 쓰여 비교적 용이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편, ‘지역 작가’ 내지 ‘남부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하는 포크너를 그런 한계 속에 가두어버릴 수 없는 이유를 바로 이 작품 『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은 작가가 이야기의 초점을 흑인 문제에서 거대한 숲으로 옮겨 가며 남부의 죄의식을 남부 사람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인류 전체의 것으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포크너 스스로도 “작가란 자기가 익히 알고 있는 환경을 이용하여 일반적인 인간에 관해 쓸 뿐이다. 보편적인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진실하고 비극적일 수 있으며, 북부나 남부를 지엽적으로 다뤄서는 승화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소년의 성장담, 한 가문의 연대기, 한 나라의 역사
죽음을 면제받은 곰 올드벤과 죽음을 맛보게 된 소년 아이작의 이야기

『곰』은 전체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작이 열여섯에 사냥을 떠나는 1장을 시작으로, 아이작의 회상, 그가 태어나기 전의 과거사, 그가 노인이 된 후의 장면이 시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첫 세 장은 소년을 포함한 사냥꾼 일행이 전설의 곰 올드벤을 추격하는 이야기다. 보통명사인 ‘곰’이 아니라 고유명사 ‘올드벤’이라는 이름을 획득한 이 곰은 광활한 황야를 자기 집 마당처럼 휩쓸고 다니며 사람들 사이에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낸 영물이다. 아이작에게 사냥을 가르치고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심어준 샘 파더스는 인디언 추장과 흑인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노예로서 올드벤을 겁내지 않고 추격할 수 있는 유일한 개 라이언을 알아본 인물이기도 하다. 3장에서 곰은 라이언과 사투를 벌이다 결국 인디언의 피가 섞인 백인 사냥꾼 분 호갠벡의 칼에 쓰러지고 만다. 곰이 죽는 모습을 보며 샘도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심한 부상을 입은 라이언도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사냥 이야기는 잠시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4장에서 펼쳐진다. 4장에서는 스물한 살이 된 아이작과 그를 어려서부터 키워준 친척 형 매캐슬린 에드먼즈 사이의 깊고도 진지한 대화가 서술된다.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된 어지러운 가족사를 인식한 후 소유와 자유에 대한 개념을 확립한 아이작이 가문의 유산을 거부하고 나오기 때문에 벌어지는 논쟁이다. 마지막 장은 다시 사냥 이야기로 돌아간다. 곰을 쓰러뜨린 마지막 사냥 이후 거의 2년 만에 아이작은 샘과 라이언이 묻혀 있는 땅을 다시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명의 영속성에 대한 영적 체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의 후미를 장식하는 것은 무언가에 홀린 듯 미치광이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곰을 죽인 사냥꾼 분 호갠벡이다.

나이가 차면 숲으로 나가 사냥할 수 있기를 동경하던 백인 소년 아이작은 열 살이 되던 해, 드디어 드넓은 황야를 마주한다. 그곳은 소년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전설이 된 늙은 곰 ‘올드벤’이 지배하는 곳. 오랜 세월 광활한 황야를 누비며 사람들 사이에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낸 늙은 곰 올드벤은 숲의 수호자와도 같은 존재다. 곰을 사냥하기 위해 황야로 들어오는 사람들 중 실제로 곰을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곰은 “살아남기 위해서 맹렬하고 무자비했을 뿐만 아니라 자율과 자유에 대한 맹렬한 긍지로 인해 또한 무자비했기에” 그대로 숲의 전설이 되었다. 숲에 들어온 어느 날, 아이작은 곰이 존재를 드러내주기를 고대하며 총을 버리고 길을 나선다. 나침반과 은시계까지 동원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까지 나아간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오염된 존재였다. 총만 버린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소년은 나침반과 시계까지 풀어놓고 점점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소년은 올드벤과 조우한다.

올드벤과 조우한 아이작은 점차 사냥꾼이 되어간다. 이제 아이작은 올드벤의 뒤틀린 발자국뿐 아니라 성한 발자국까지 구별해낼 수 있었다. 올드벤은 소년에게도 신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마치 거스를 수 없는 운명처럼, 올드벤을 정복하려는 사냥꾼 분 호갠벡과 싸늘한 노란 눈의 사냥개 라이언이 등장한다. 그리고 수천 년 이어져온 숲의 평화와 전설은 깨지고야 만다. 열여섯 나이에 목도한 올드벤과 샘의 죽음을 통해 소년은 숲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스물하나, 할아버지 대로부터 이어져온 미국 역사의 오류를 지적하며 유산으로 물려받은 땅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샘과 올드벤과 라이언이 죽고 거의 2년이 지나 홀로 숲을 찾은 아이작의 모습이다. 그는 숲을 걷다가 큰 뱀과 맞닥뜨린다. 온몸이 얼어붙는 원초적 공포를 경험한 후 아이작은 멀어져가는 뱀을 향해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탐욕의 삶을 영위한 친할아버지를 부정하고 뱀 혹은 샘으로 상징되는 자연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이다. 윌리엄 포크너는 유산을 부정한 후 남루한 삶을 이어가는 남부의 백인 아이작 매캐슬린이 아니라, 뿌리를 찾은 숭고한 순간의 인간 아이작의 모습으로 이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다.

◆ 194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윌리엄 포크너가 미국 현대 소설에 기여한 공로는 지대할 뿐 아니라 예술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_1949년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마크 트웨인은 문학의 지도에 미시시피 강을 그려놓았습니다. 50년 후 윌리엄 포크너 당신은 미시시피 주를 20세기 세계문학의 랜드마크로 창조해냈습니다. 끝없이 변모하는 형식, 한없이 깊고 진중한 심리적 혜안, 그리고 선인이든 악인이든 기념비적인 캐릭터들을 담고 있는 당신의 작품들은 현대 영미 소설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_노벨문학상 시상 연설 중에서

인간의 정신을 고양시키고, 인간의 과거를 영광스레 장식했던 용기와 명예와 희망과 긍지와 공감과 연민과 희생을 일깨워, 인간이 견뎌냄을 돕는 것이 바로 시인과 작가의 특권입니다. 시인의 목소리는 단순히 인간에 대한 기록에 그칠 필요가 없습니다. 시인의 목소리는 인간이 견디어나가는 데 있어 버팀목이, 기둥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_윌리엄 포크너,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 중에서

포크너의『곰』은 곰 사냥의 이야기이자, 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이다. 소년은 성장해가면서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는 멀어지지만, 대신 인류의 자궁으로 들어간다. 인간의 근원이지만 지금은 변방이 된 그곳에는 우리 모두의 뿌리를 상징하는 곰이 살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을 낳은 곳을 파괴하겠다고 결심한 듯 곰을 죽이는 일에 집착하며, 소년은 곰에게로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사로 대변되는 그 파괴의 역사와 대면할 수밖에 없다. 이 긴장과 대결을 중층적으로 쌓아올린 『곰』은 한 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를 근원에 대한 성찰로 이끌어주는 걸작이다. 우리는 이제 포크너 문체의 끈끈한 질감이 살아 있는 찰진 번역으로 『곰』을 만날 수 있게 됐다.
_정영목(번역가)

작가정보

저자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는 1897년 9월 25일 미국 미시시피 주 뉴올버니에서 태어났다. 십대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1924년 첫 시집 『대리석 파우누스』를 출간했다. 셔우드 앤더슨 등의 문인들과 교유하며 소설에 대한 관심을 쌓아갔고, 1926년에 출간한 첫 장편소설 『병사의 보수』를 통해 소설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소리와 분노』(1929)를 비롯해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1930) 『성역』(1931) 『8월의 빛』(1932) 『압살롬, 압살롬』(1936) 등을 차례로 발표하며 남북전쟁을 거쳐 현대에 이르는 미국 남부 사회의 변천 과정을 자신만의 독자적이며 강렬한 언어로 그려냈다. 1949년 형식과 주제에 있어 현대 소설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55년과 1963년 각각 『우화』와 『약탈자들』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미국 문예 아카데미의 회원이었으며,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훈했다. 1962년 7월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역자 민은영은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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