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F/B1 일층 지하 일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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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4.22MB)
- ISBN 9788954628730
- 쪽수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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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냇가로 나와 041
바질 087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129
1F/B1 165
유리의 도시 205
크랴샤 239
해설: 차미령_ 발명가 김중혁씨의 도시 제작기 275
작가의 말 304
내가 만들고 싶은 도시가 있었다. 모든 골목과 골목이 이어져 있고, 미로와 대로의 구분이 모호하고,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또 다른 풍경이 이어지며, 자신이 찾아온 길을 되돌아가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갈래길이 존재하는 도시를 만들고 싶었다. 도시의 외곽에는 바다가 있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다가 문득 코끝으로 비린내가 훅 끼치는 순간 파도가 자신에게 몰려드는 풍경을 사람들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몇 시간 동안 스케이트보드 낙서를 따라다니다 ‘보드빈터’와 처음 마주쳤을 때 나는 내가 만들고 싶었던 도시의 모습을 보았다. 보드빈터는 갑자기 나타난 바다와 같았다.
_「c1+y = :[8]:」 중에서
수집가에서 발명가로, 디제이에서 작곡가로,
이것저것발명가 김중혁, 이번엔 도시다!
내가 만들고 싶은 도시가 있었다. 모든 골목과 골목이 이어져 있고, 미로와 대로의 구분이 모호하고,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또다른 풍경이 이어지며, 자신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갈래길이 존재하는 도시를 만들고 싶었다. 도시의 외곽에는 바다가 있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다가 문득 코끝으로 비린내가 훅 끼치는 순간 파도가 자신에게 몰려드는 풍경을 사람들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_「C1+y=:[8]:」에서
지하에서 우주까지, 골목에서 빌딩숲까지, 이 소설집의 김중혁은 도시 곳곳을 새로 쓰고 있다. 우리가 지각하고 인식해온 도시와 묘하게 닮아 있기도 하고 또 묘하게 낯설기도 한 그 공간. _차미령(문학평론가)
디지털시대, 최첨단의 미디어로 아날로그를 써내려가기
아날로그 | 소리, 빛, 전기 등의 파장을 갖는 것들을 아날로그 방식이라고 부른다. 디지털이 0 또는 1이라는 인위적인 신호로 바꾸어 표현한다면, 아날로그는 자연에서 생성된 파장을 가능한 한 그래도 재현한 것을 말하다. 이런 물리적인 뜻 외에도 디지털 기기들의 발달로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과거의 향수를 상기하며 그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들을 가리켜 ‘아날로그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임의대로 해석하자면, 아날로그는 곡선을 그리는 연속적인 어떤 움직임이고, 디지털은 (디지털시계가 그러하듯이) 단속적인 숫자(0과 1)의 어떤 깜빡임이다.
얼핏, 최첨단의 미디어를 다루며, 디지털세대를 대표할 듯 보이는 작가 김중혁은 오래전부터 이 아날로그의 문장/이야기들을 써내려왔다. 오랜 시간 긴 파장을 만들며 현재와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어떤 것. 세번째 소설집 『일층 지하 일층』에서 역시 김중혁만의 참신한 감수성은, 그 긴 아날로그의 끈을 놓지 않는다. 지난 두 권의 소설집 『펭귄뉴스』(2006)와 『악기들의 도서관』(2008)에서 각종 아날로그적 도구들―LP, 라디오, 자전거, 지도, 타자기―로 이루어진 박물관과 김중혁표 특별 리믹스 앨범을 선보였다면, 이번엔 도시다.
소설 속 화자가 만들고 싶다는 도시는, 곧 작가 자신이 만들고 싶은 도시일 터. 그 도시는 첨단의 기기들로 이루어진 미래도시가 아니라, 골목과 골목을 돌아, 수많은 갈래길들을 지나면 소금기 어린 바닷비린내가 몰려드는 곳이다. 그곳에서 김중혁은 자신만의 도시를 발견하고, 발명한다. 골목을 벗어나면 갑작스레 맞닥뜨리게 되는 물비린내, 버려진 골목, 사람들이 떠난 빈집 담벼락에 쓰여진 낙서들, 폐허가 되어 사라진 건물의 자리에 여전히 남아 있는 어떤 환각/환영들. 그리고, 이별 이후 몸에 새겨진 징후에 이르기까지.
그곳은 도시계획 따위론 만들 수 없는 숨은 골목들과 예상치 못한 빈터가 나타나는 곳(「C1+y=:[8]:」)이고, 이야기의 전설이 만들어지는 냇가가 있는 곳(「냇가로 나와」)이며, 도심 속 주택의 좁은 벽을 돌아나가면 괴식물들이 덩굴을 이루고 자라고 있는 곳(「바질」)이다.
그곳은 또한 모든 ‘사이’에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사이’는 0과 1로 깜빡거리며 단절/분절되는 디지털의 세계에는 있을 수 없는 틈이며, 연속적인 파장의 일부, 한 과정이다.
모든 ‘사이’를 이야기하기
「1F/B1」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가 지나쳐버린 ‘사이’ 의 어마어마한 낯선 공간을 정교하고 침착하게 보여준다. 나는 보지도 못한 그 ‘사이’로 침투해들어가는 상상력이 주는 흡인력이 놀라웠다. _신경숙(소설가)
비밀관리실은 숫자로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일층과 지하 일층 사이의 어떤 곳이었고, 슬래시(/)처럼 아무도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는 아주 얇은 공간이었다._「1F/B1」
사람들은 각자의 층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끼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곳도 저곳도 아닌, 그저 사이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지하 일층과 일층 사이, 일층과 이층, 이층과 삼층, 층과 층 사이에 우리들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슬래시가 없어진다면 사람들은 엄청난 혼란을 겪을 것입니다. 우리는 아주 미미하지만 꼭 필요한 존재들인 것입니다. _「1F/B1」
그곳―김중혁의 도시―은, 허구와 실재의 사이(「냇가로 나와」), 벽과 벽 사이(「1F/B1」), 사라진 골목과 무너진 폐허의 사이, 마술과 환각의 사이(「크랴샤」)에 존재한다. 제 생명의 줄어드는 숫자가 곧 제 이름이 되는 메갈로시티에서 사람들은 제 생명이 언제 꺼질지 알고 있으며(「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수천수만의 유리로 둘러싸인 현대도시 서울에서 유리들은 스스로 추락한다(「유리의 도시」). 삶과 마술, 현실과 환각을 구분할 수 없는 이 도시에서, 소설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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