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빌의 유령

오스카 와일드 지음 | 김미나 옮김

문학동네 2013년 01월 24일 출간 종이책 : 2012년 10월 3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19세기 영국 최고의 이야기꾼인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전집 『캔터빌의 유령』. 빅토리아 시대의 낡은 도덕적 관습과 시대정신을 풍자한 소설 《캔터빌의 유령》, 조건 없는 헌신과 사랑을 보여주는 동화 《행복한 왕자》 등의 작품과 정제된 언어의 산문시까지 모두 수록하였다.

목차

아서 새빌 경의 범죄와 그 밖의 이야기들
아서 새빌 경의 범죄 9 / 비밀 없는 스핑크스 59 / 캔터빌의 유령 68 / 모범적인 백만장자 110
행복한 왕자와 그 밖의 이야기들
행복한 왕자 121 / 나이팅게일과 장미 135 / 이기적인 거인 145 / 헌신적인 친구 152 /
비범한 로켓 불꽃 168
W. H. 씨의 초상화
W. H. 씨의 초상화 187
석류나무 집
어린 왕 239 / 공주의 생일 259 / 어부와 그의 영혼 285 / 별 아이 335
산문시
예술가 359 / 선행가 361 / 제자 364 / 예수 366 / 심판의 집 368 / 지혜의 스승 371
해설 │ 오스카 와일드, 가장 훌륭한 이야기꾼 379
오스카 와일드 연보 391

책 속으로

배우들은 운이 좋다. 그들은 비극에 나올지 희극에 나올지, 그리고 괴로워할지 즐거워할지, 웃을지 울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에게 맞지 않는 역할을 맡도록 강요받고 있다. 길든스턴 같은 사람이 햄릿 역할을 하고, 햄릿 같은 사람이 핼 왕자처럼 농담을 해야 한다. 세상은 연극 무대이지만, 주어진 배역은 엉망이다. (「아서 새빌 경의 범죄」 p.21)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민을 가서 생각을 넓히는 거예요. 우리 아빠가 기꺼이 무료 통행권을 주실 거예요. …… 일단 뉴욕에만 가면 할아버지는 틀림없이 큰 성공을 거둘 거예요. 제가 알기론 그곳에는 할아버지와 같은 유령 하나를 갖기 위해 수십만 달러를, 그리고 가문의 유령을 갖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낼 사람들이 수두룩해요.” (「캔터빌의 유령」 p.75)

사람이 부유하지 못하면 매력적이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로맨스는 부자들의 특권이지 실직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은 실질적이고 단조롭게 살아가야 한다. 매력적인 것보다는 지속적인 수입이 있는 편이 더 낫다. (「모범적인 백만장자」 p.111)

편지의 요점은 그가 윌리 휴즈에 관한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실패했으며, 시릴 그레이엄이 이 이론을 위해 목숨을 바쳤듯 자신도 똑같이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었다. …… 끔찍한 순간이었다. 나는 심한 고통으로 구역질이 났지만, 그럼에도 그 내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종교적 신념을 위해 죽는 건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최악으로 사용하는 일이다. 하물며 문학 이론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니! (「W. H. 씨의 초상화」 p.233)

“그대의 주인은 누구인가?” 어린 왕이 물었다.
“우리 주인 말이오!” 그 직공은 씁쓸하게 외쳤다. “그 사람은 나와 같은 인간이오. 사실 주인과 내가 다른 점은 이것뿐이지-나는 누더기를 걸치고 다니는데 그는 좋은 옷을 입는다는 것, 그리고 나는 굶주려서 기력이 없는데 그자는 너무 먹어서 탈이라는 것.” (「어린 왕」 p.245)

출판사 서평

19세기 영국 최고의 이야기꾼 오스카 와일드
전 세계 수백만 부가 팔린 그의 단편전집

19세기 영국 최고의 이야기꾼 오스카 와일드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모든 단편을 모아 한 권으로 묶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오스카 와일드가 1887년부터 1891년까지 발표한 작품들로, 그는 이 시기에 가벼운 사회코미디(『아서 새빌 경의 범죄와 그 밖의 이야기들』)로 시작해 당시 유행하던 동화(『행복한 왕자와 그 밖의 이야기들』)로, 보다 더 치밀하고 정교한 구성을 보여주는 이야기(『석류나무 집』)로, 그리고 자신이 개척한 새로운 장르(「W. H. 씨의 초상화」)로 빠르게 옮겨가며 다양한 소설 양식을 시도했다. 그리하여 확고하고도 뛰어난 업적을 이루어내고 작가로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빅토리아 시대의 낡은 도덕적 관습을 풍자한 「캔터빌의 유령」을 비롯해 조건 없는 헌신과 사랑을 보여주는 동화의 고전 「행복한 왕자」, 추리소설 형식의 비평 「W. H. 씨의 초상화」, 유미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공주의 생일」「별 아이」 등의 작품과 정제된 언어로 쓰인 산문시까지, 오스카 와일드의 탁월한 재담가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1854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유명한 의사이자 고고학과 민속학에 조예가 깊었던 아버지, 민족주의자이자 시인이었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문학과 예술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1871년 트리니티 칼리지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고전문학으로 탁월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았으며, 재학 중 옥스퍼드 대학이 그해 최고의 시를 쓴 학생에게 수여하는 뉴디게이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 시절 와일드를 사로잡은 것은 문학보다는 유미주의였다. 그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창하고 스스로를 ‘미학교수’라고 부르며 화제의 대상이 되는 것을 즐기고, 유미주의를 알리는 강연을 다니며 유명세를 떨쳤다.
와일드는 1884년 콘스턴스 로이드와 결혼하는데, 이듬해 연년생으로 두 아들이 태어나자 아내의 수입만으로는 더 이상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1887년에 『여성세계』의 편집자로 일을 시작하고 글도 본격적으로 다시 쓰기 시작한 그는 1888년에 동화집 『행복한 왕자와 그 밖의 이야기들』을 출간한다. 그동안 작가이기보다는 뛰어난 언변과 다소 괴팍한 행동으로 이름을 떨친 그에게 이 작품은 대중적인 명성을 가져다준다. 자신의 재능에 자신감과 확신을 얻은 그는 1889년에 셰익스피어 소네트에 대한 해박한 문학 비평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전개한 「W. H. 씨의 초상화」를 발표하고, 이어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단편집 『아서 새빌 경의 범죄와 그 밖의 이야기들』, 동화집 『석류나무 집』 등을 차례로 출간하며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로 소설가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다.
“이 단편들은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현대의 삶을 비추기 위한 시도이다.” _오스카 와일드

1887년부터 1891년까지 그가 발표한 단편과 동화들은 뛰어난 작품성과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 시기 그는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 일과 창작에 몰두하며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의 뛰어난 화술은 우아한 문체로 작품 속에 살아났고, 날카로운 위트도 빛을 발했다.

“난 도무지 여자를 이해할 수 없어.” 그가 대답했다.
“이런, 제럴드.” 내가 말했다. “여자는 사랑을 해야지 이해하려고 하면 안 돼.”
(「비밀 없는 스핑크스」 p.60)

또한 그는 그의 작품들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자신의 예술 철학과 사회적 관심을 표현했으며, 빅토리아 시대의 가난과 특권, 예술이라는 진지한 문제들을 녹여냈다.

“작은 제비야,” 왕자가 말했다. “넌 나에게 놀라운 일들에 대해 얘기해주었지만, 인간의 고통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없단다. 불행만큼 대단한 수수께끼도 없단다. 작은 제비야, 내 도시 위를 날아다니면서 네가 보는 것들을 얘기해주렴.”
그래서 제비는 큰 도시 위를 날아다녔다. 그리고 부자들은 아름다운 집에서 즐겁게 사는데 거지들은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제비는 어두운 골목길로 날아가 캄캄한 거리를 멍하니 내다보는 굶주린 아이들의 창백한 얼굴을 보았다. 다리의 아치 밑에서는 두 소년이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꼭 껴안고 누워 있었다.
(「행복한 왕자」 p.131)

현대의 비극적 문제를 섬세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형태로 다루고자 한 그의 표현력은 동화의 형식을 빌렸을 때 극대화되었다. 오스카 와일드는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의 단편들은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현대의 삶을 비추기 위한 시도-이상적이지만 모방적이지 않은 양식으로 현대의 문제점들을 다루고자 하는 시도”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작方》호평받던 1895년, 그는 옥스퍼드 대학교 후배였던 앨프리드 더글러스 경과의 남색 혐의로 고소당해 2년의 중노동형을 선고받는다. 이로 인해 명예는 물론이고 그의 삶도 완전히 추락하는데, 와일드의 이런 굴곡진 삶은 그의 작품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사후에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데도 일조했다.

그가 시대를 초월하는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와일드는 자신의 산문시 중 「예술가」의 내용을 빌려 앙드레 지드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내가 이야기 속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요. 조각가는 자기 생각을 대리석으로 옮기지 않아요. 대리석으로 직접 생각을 하지요. 옛날에 오직 청동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조각가가 청동으로만 생각하듯 오스카 와일드는 이야기로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19세기에 그가 남긴 재치 있는 명언들은 현재에도 수없이 인용되며, 그의 동화와 단편소설은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수백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또한 만화영화, 연극 등 다양한 매체로 극화되어 사랑받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뛰어난 풍자와 해학, 재치와 유머가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진 모든 단편을 모아놓은 이 책은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해외 추천사

『행복한 왕자』는 이 장르에 속한 작품들 중 가장 완벽하다. 그리고 산문시는 섬세한 감각과 순수한 언어로 쓰인 보석이다. _월터 페이터

사악한 악의 힘에 대항해 사회적 가치를 지켜내는 기존의 동화와 달리,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악의 위협은 사회적 가치들이 얼마나 부패해 있고 빈약한지를 폭로한다. 그의 단편들은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이며,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_이언 스몰

안데르센은 와일드보다 훨씬 더 많은 동화를 썼지만 오랫동안 기억되는 동화를 더 많이 쓴 것은 아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안데르센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를 능가한다. _이소벨 머레이

오스카 와일드는 마치 지난밤에 미리 써둔 것 같은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면서도 완벽하게 자연스럽다. 그는 가장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_윌리엄 예이

작가정보

저자(글) 오스카 와일드

저자 오스카 와일드는 185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 시절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창하며 유미주의에 심취했고 작품과 생활 속에서 그 사상을 실천했다. 1888년『행복한 왕자와 그 밖의 이야기들』을 발표한 뒤 소설가로 명성을 얻었고, 「W. H. 씨의 초상화」『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등을 차례로 출간했다. 작가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중 남색 혐의로 2년간 레딩 감옥에 수감되었다. 출감 후 파리에서 가난하게 살다가 1900년 세상을 떠났다.

번역 김미나

역자 김미나는 전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호주 QUT 대학에서 교육학(TESOL)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주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