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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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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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신인! 입양아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다!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공개입양아 하늘이를 중심으로, 입양가족 내부의 갈등과 그 해소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앞서 출간된「기억을 가져온 아이」로 마해송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무서운 신인인 김려령 작가는, 담백하고 솔직한 문체로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입양가족의 현실을 보편타당하게 그려냈다.
하늘이는 크고 좋은 집에서 엄마, 아빠, 할머니와 지내지만,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드러낼 수도 없다. 하늘이는 공개 입양된 아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엄마와 아빠는 하늘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렇지만 하늘이의 가슴은 뭔지 모르게 숨이 턱턱 막혀온다.
그러던 어느 날, 입양 모임에서 알게 된 한강이가 가출한 사실을 알게 되고, 둘은 인터넷 홈페이지로 서로의 마음을 털어 놓는다. 한편 하늘이 엄마는 하늘이가 만든 종이 집 '하늘 마을'의 산장을 부서뜨리고, 그것도 모자라 하늘이에게 화를 낸다. 하늘이 또한 그런 엄마에게 힘들다고 소리치는데….
☞ 독서 감상 포인트!
이 작품에서 입양 부모와 입양아들이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자격지심과 그로 인한 갈등을 극복해 가는 과정은 가족을 구성하고 완성해 가는 도정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뛰어난 구성력과 이야기를 끌고 가는 문체의 힘을 통해 입양가족의 문제를 우리 시대 가족의 보편적 문제로서 제시하고 있다. - 심사위원(김진경ㆍ이재복) 글 중에서
지느러미에 찔린 상처
행복한 표정짓기
애완용 아이
사진 좀 찍지 마세요
해마 같은 딸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비밀 만남
태몽
심사평
‘가슴으로 낳았다’는 말은 이제 싫다. 나는 엄마 아빠 몸에서 나온 그런 딸이고 싶다.
하늘이는 공개 입양된 아이다. 크고 좋은 집에서 엄마, 아빠, 할머니와 지낸다. 텔레비전, 잡지, 모니터나 사진의 네모난 틀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하늘이네 가족은 사랑이 넘치고 사회에 대해서도 이타적인, 행복한 가족의 모습 그대로이다. 의사이자 청소년문제 전문가, 국내입양단체의 홍보대사인 엄마 아빠의 딸 하늘이는 불행해서는 안 되는 아이이다. 엄마와 아빠는 진심으로 하늘이를 사랑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눈들 때문에 하늘이는 왠지 모르게 숨이 막힌다. 아주 어렸을 때 “우리 하늘이는 가슴으로 낳았지.” 하며 엄마가 안아 주면 마냥 좋았지만, 이제 하늘이는 그 말이 싫다. 어떨 땐 남들에게 잘 보이기 좋아하는 엄마가 자기를 이용하는 것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늘이의 기분이 어떤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내 가슴에는 해마가 산다.
하늘이의 가슴에는 수술 자국이 있다.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어렸을 때 선천성 심장병 때문에 수술을 받은 흉터다. 하늘이는 우연히 본 동물도감에서 울퉁불퉁한 해마를 보고 자기의 수술 자국에 해마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못생긴 모습이 밉기도 하고, 해마 때문에 마음대로 뛰어놀 수도 없지만 싫든 좋든 한 살 때부터 데리고 있었던 해마다.
하늘이는 혼자 있을 때, 종이로 모형 집을 만든다. 하늘이 솜씨는 하나씩 만든 집들을 모아 작은 마을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두꺼운 종이를 조금도 빗나가지 않게 정확히 자르고 붙여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지만 하늘이는 나중에 살고 싶은 집의 모습을 그리며 정성스럽게 마을을 만들어 간다. 그러나 어느 날 그 마을은 망가지고 만다. 자신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는 하늘이의 마음에 상처를 받은 엄마의 화 때문이었다.
혹독한 아픔의 시간을 거쳐 하늘이의 종이 마을은 고쳐진다. 처음부터 하늘이 혼자만의 힘으로는 완성할 수 없었다. 하늘이 가슴 속의 해마, 차갑고 무뚝뚝하지만 속마음은 아이 같은 엄마, 다정한 아빠, 늘 하늘이를 구박하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하늘이를 사랑하는 할머니와 한 살 어린 친구 한강이. 모두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그 마을 지붕마다 포근한 눈이 내린다.
차가운가 하면 따뜻하고, 슬픈가 하면 위로가 되는 그림의 힘
끼어들 마음이 없다는 듯 담담한 선으로 슥슥 그려 나간 화가 노석미의 그림은 사실 따뜻하다. 다른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내 슬픔에 전염되거나 대신 화를 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차분하게 들어 주는 사람이 가장 위로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언제나 다채로운 색을 깊고 선명하게 표현해 내는 화가이지만 이번 그림은 붉은 색을 주로 써서 작업했다. 난색이지만 위험의 표시이기도 하고 슬픔, 화, 강렬한 열망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풍부한 표정을 가진 색이기 때문이다.
가능성을 담보한 신인 작가 김려령
작가는 무엇보다도 인물이 살아 있는가 죽었는가에 대한 예리한 촉각을 따라가는 자이다. 그러다 보면 흔히 으레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결말들이 간단하게 폭파되어 버리기도 한다. 김려령은 이제 그 예리한 촉각을 기르고 그 촉각을 좇아 의식이나 관습이 설정해 놓은 기성의 결말을 폭파해 보기도 하는, 진정한 작가로 거듭나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 문학상이란 늘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다.
동화작가이자 시인인 본심 심사위원 김진경의 심사평이다. 촉각의 날을 예리하게 벼리며 앞으로 진정성과 새로운 감동을 가져다 줄 작가의 활동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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