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2020년 08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20년 05월 0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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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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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스토리’의 관점으로 새롭게 쓴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국내 최고 질병사(史) 전문가인 김서형 교수가 인류의 운명을 뒤바꾼 전염병의 역사를 추적하다!
사실 전염병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역사학자인 윌리엄 맥닐이 ‘인류의 역사는 곧 전염병의 역사’라고 주장한 것처럼, 전염병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늘 인류와 함께해왔다. 전염병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방증하듯, 전염병을 다룬 역사책들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앞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병균을 인류의 운명을 결정지은 핵심 요소로 꼽았다. 지금도 의학계나 역사학계에서는 전염병의 역사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 출간된 전염병 관련 역사책들은 의학사에 한정해 역사적 인물이 걸린 질병에 초점을 맞춘다거나 전염병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만을 주요하게 다룬다.
하지만 이 책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질병사(史)를 전공한 역사학자 김서형 교수는 전염병의 발생 원인과 역사에 미친 전염병의 영향뿐만 아니라, 전염병이 확산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배경에도 큰 방점을 둔다. 빅히스토리(거대사) 분야의 탁월한 연구자이기도 한 저자는 좀 더 거시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가지고 전염병의 역사에 접근한다. 요약하자면, 인류가 이동하고 교류하면서 형성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물건이나 지식뿐만 아니라 전염병도 함께 퍼져나가면서 역사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크게 고대의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트워크’, 대항해시대와 식민지시대의 ‘아메리카 네트워크’, 산업혁명 시기의 ‘산업 네트워크’, 현대사회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나누어서 알아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인류의 운명을 뒤바꾼 전염병의 역사를 좀 더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역사 속에서 전염병의 도전에 인류가 어떻게 응전해왔는지 성찰해보면서, 이른바 ‘전염병의 시대’가 되어버린 21세기에 소중한 지혜와 교훈도 얻게 될 것이다.
제1장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트워크와 전염병
01 인류의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
02 실크로드와 천연두
03 바닷길과 페스트
04 몽골제국의 등장과 유럽의 흑사병
제2장 아메리카 네트워크의 결합과 전염병
01 유럽인의 아메리카 이주와 천연두
02 콜럼버스의 교환과 매독
03 아프리카 노예무역과 황열병
제3장 산업 네트워크의 확대와 전염병
01 도시화와 콜레라, 그리고 위생 개혁운동
02 결핵이 드러낸 사회문제
03 대기근과 장티푸스
제4장 전쟁과 전염병
01 미국내전과 세균성이질
02 제1차세계대전과 ‘1918년 인플루엔자’
03 현대 전쟁과 셸 쇼크
제5장 현대사회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염병의 진화
01 아프리카의 식민화와 말라리아
02 글로벌 사회와 에이즈
03 21세기의 글로벌 전염병
맺음말|전염병의 역사를 돌아보고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하자
참고문헌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단순히 인간의 이동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인간과 더불어 다양한 상품과 물건, 사상, 종교, 그리고 전염병이 이동한 루트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인류 역사 속에서 발생한 수많은 현상과 변화, 이것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와 교훈까지 끊임없이 성찰한다. 따라서 인간의 이동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20세기 이후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구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나타난 현대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호모사피엔스가 전 지구적으로 이동하면서부터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는 형성되기 시작했다. 물론 당시 글로벌 네트워크의 범위는 오늘날보다 훨씬 좁았다. 그럼에도 다양한 규모의 글로벌 네트워크 속에서 인간과 함께 이동한 여러 요소를 살펴보는 것은 인류 역사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틀을 제공해준다. _7~8쪽
몽골제국의 넓은 영토와 체계적인 도로는 교역이 활발해지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몽골제국의 도로망은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는데, 바로 전염병의 확산이었다. 14세기 동안에 아프로-유라시아에서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은 흑사병이었다. 흔히 ‘페스트’라고 부르는 흑사병은 원래 중국 남서부 지역의 윈난성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던 풍토병이었다. 쥐를 숙주 동물로 삼아 기생하는 벼룩이 사람에게 흑사병을 옮기는데, 발열과 통증, 림프샘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몽골제국이 윈난성을 정복하면서 흑사병은 자연스럽게 몽골제국 내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상인들의 교역이나 활발한 정복 전쟁과 함께 몽골제국 근처의 여러 지역으로 흑사병이 퍼졌다. _53쪽
20세기 이후 황열병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며, 강제 이주한 아프리카 원주민과 함께 아메리카로 옮겨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5세기 말 콜럼버스를 비롯한 유럽인이 건너가면서 그들과 함께 아프로-유라시아의 다양한 전염병도 함께 건너갔다. 그 결과, 당시 아메리카 원주민의 90퍼센트 이상이 아프로-유라시아로부터 이동한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말 그대로 아메리카 원주민이 멸종한 것이다. 전염병 덕분에 유럽인은 쉽게 아메리카를 식민지로 정복할 수 있었다. 아메리카의 은과 금, 사탕수수와 커피, 면화 등을 재배해 상품화하고자 새로운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황금해안에 사는 수많은 아프리카 원주민을 노예로 삼아 아메리카로 데려왔다. 이들과 함께 황열병도 함께 이동하면서 아메리카에 살던 유럽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_105쪽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전염병인 결핵은 21세기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핵은 산업혁명 이후 산업 네트워크의 형성과 확산 속에서 장시간의 노동과 불균형한 식사로 가난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널리 확산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결핵은 빈부 격차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전염병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오늘날 결핵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인도와 아프리카라는 사실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결핵은 더 이상 한 지역이나 국가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전염병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토대로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핵을 비롯한 치명적인 전염병은 결국 전 세계가 어떻게 통제하고 예방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_131쪽
유럽에서는 프랑스 남서쪽에 있는 보르도에서 처음 ‘1918년 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이 지역은 미국해외파견군이 도착하는 여러 항구 가운데 하나였다. ‘1918년 인플루엔자’의 발생 기원에 관해 여러 학자가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는 미국에서 처음 발생한 뒤 병력 이동과 더불어 유럽으로 확산되었다고 믿고 있다. 1918년 가을에는 매달 25만 명 이상의 해외 파견군이 유럽으로 이동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프랑스-영국 연합군이 독일군과 전투를 벌인 서부전선으로 파병되었다. 결국 서부전선에서도 ‘1918년 인플루엔자’가 급속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전염병의 원인을 밝히지 못해 별다른 치료나 조처를 취할 수 없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 환자의 격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1918년 인플루엔자’는 서부전선 전체로 퍼졌다. 당시 환자 수는 약 7,000명 정도였다. 뫼즈-아르곤전투에서 연합군은 최후 공세를 펼쳤는데, 이때 전투 사상자는 약 90명이었다. 반면, ‘1918년 인플루엔자’ 사망자는 450명 정도로 다섯 배 이상 많았다. _166~167쪽
그렇다면 왜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백신을 만들어서 에이즈를 치료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가 매우 빠른 속도로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증식에 불리한 조건이나 환경이 되면 증식을 멈추고 인간의 몸속에 오랫동안 잠복한다.
글로벌 네트워크, 전염병을 퍼뜨리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전염병의 세계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십수 년 전에 나온 전염병 관련 역사책이 ‘역주행’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서둘러 전염병 관련 해외 역사책들이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책들은 의학사적 관점에서 전염병 자체에만 집중하거나 결과론적으로 전염병이 역사에 미친 피해나 영향 정도만 서술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전염병의 세계사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염병은 제아무리 전염성이 강하더라도 접촉이나 교류가 일어나지 않으면 파급력 있게 확산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역사상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전염병이 어떻게 그런 결과를 낳게 되었는지 주된 원인 또는 배경으로 ‘글로벌 네트워크’에 집중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빅히스토리(거대사)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개념이다.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가 제시한 ‘빅히스토리’는 민족이나 국가, 문명 단위를 뛰어넘어 전 지구적 패턴으로 세계사를 조망하는 역사관이다. 특히 빅히스토리에서 말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는 역사의 흐름을 혁명적으로 바꿀 만큼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16세기 대항해시대의 항로 개척이나 20세기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구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는 현대적인 현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호모사피엔스가 전 지구적으로 이동하면서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전염병의 확산에 주된 원인이 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시대별로 소개한다. 고대의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트워크’인 실크로드와 바닷길, 몽골제국의 넓은 영토와 체계적인 도로망은 전염병의 이동 경로가 된다. 대항해시대 이후에는 대서양 삼각무역을 비롯한 ‘아메리카 네트워크’가 전염병을 교환하는 통로가 된다. 산업혁명 시기에는 농촌에서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산업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전염병이 도시를 휩쓸면서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네트워크가 전 지구적으로 촘촘히 연결된 오늘날에는 전염병의 확산 속도가 무섭도록 빠르다. 최근 코로나19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경을 폐쇄하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해야 할 정도다.
인류의 역사는 곧 전염병의 역사
지금까지 우리는 역사를 다룰 때 엄밀히 말해서 ‘인간에 의한’ 역사만 살펴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적인’ 활동만 역사를 형성하는 데 유의미하고 다른 것은 부차적인 요소로 치부했다. 하지만 지구의 전체 역사에서 인간이 거주한 시기는 한 점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구상에는 인간만 홀로 살지도 않았다. 인간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간을 둘러싼 외적 요소까지 총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전염병을 역사의 무대 위로 다시 올려놓는 작업은 매우 뜻깊다고 하겠다.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도 ‘인류의 역사는 곧 전염병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전염병을 알아야 하고, 반대로 전염병을 이해하려면 인류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대비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도 전염병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염병은 인류 역사의 총체적인 국면과 맞물려 있는 ‘역사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전염병이 어떻게 세계사를 뒤바꿔놓았는지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실크로드를 따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천연두는 거대한 서로마제국을 멸망시킨 결정적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바닷길을 통해 전파된 페스트도 동로마제국을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 유라시아에서 대제국을 건설한 몽골제국은 의도치 않게 중국에서 발생한 흑사병을 유럽에 퍼뜨렸다. 흑사병은 십자군전쟁과 함께 중세 교회를 붕괴시키고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아메리카 식민지 개척 시대에는 아프로-유라시아에서 유럽인 개척자나 아프리카 원주민(노예)과 함께 건너간 온갖 전염병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이 멸종되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염병 치료약 개발이 비극을 낳는 경우도 있었다. 아프리카의 풍토병인 말라리아 치료제가 개발되자 유럽의 강대국들은 너도나도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식민 지배를 받은 아프리카는 지금도 전염병을 통제하거나 예방할 능력이 없다. 전염병이 전쟁에 미친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 수많은 병력이 대륙과 대륙 사이를 이동하면서 전염병을 옮기게 되는데, 전염병 자체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하고, 총칼보다 전염병으로 인한 전사자가 훨씬 더 많을 때도 있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로 규정했다. WHO는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에 이潔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했다. 세계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에볼라바이러스, 사스,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했듯이, 21세기에는 ‘글로벌 전염병’이라는 유령이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세계는 그 어느 시기보다 가까워지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전염병도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전염병이 식민지를 오래 경험한 아프리카처럼 한 지역에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글로벌 전염병이 만연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앞으로 인류의 미래는 전염병의 도전에 전 세계가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달려 있다
작가정보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에서 논문 「1918년 인플루엔자와 미국 사회: 전쟁, 공중 보건 그리고 권력」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지구사연구소 연구교수,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센터 연구교수로 활동 중이다.
『인류 최대의 재앙, 1918년 인플루엔자』 『세계사의 새로운 대안 거대사』(공역) 『왜 유럽인가』(공역) 등을 옮겼고, 『Teaching Big History』 『Education and Understanding: Big History around the World』 『빅히스토리: 인류 역사의 기원』 『김서형의 빅히스토리: Fe 연대기』 『그림으로 읽는 빅히스토리』 『초등학생을 위한 빅히스토리』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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