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
2011년 12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11년 11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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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52216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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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 위하는 척하며 위하지 않는 - ‘장애우’라는 함정
·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라는 신화
· 같은 것보다 섞인 것이 아름답다 - 순혈을 향한 욕망
· 동성애는 변태적? - 다른 빛깔의 사랑
· 병영 사회를 떠도는 국가주의의 유령
제2장 차이가 만들어 낸 또 다른 차별 _ 여성의 그늘
·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말들
· ‘남녀 대 연놈’의 심리학 - 은밀한 차별의 순서
· 밥이나 하라고? - 성별 분업, 그 깊은 오해
· 깨끗한 그러나 불순한 - 순결 의식의 속뜻
· ‘착한 몸매’라는 모순 - 신체로 윤리를 판단하다
제3장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풍경 _ 가정의 그늘
· ‘미(未)’의 폭력성 - 강요된 결혼, 결혼의 억압
·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 숨기는 말, 숨겨진 진실 - 감춰진 폭력의 풍경
· 사랑의 매, 그 불편한 진실
· 너의 몸은 도구다 - 임신을 둘러싼 말들
제4장 보이지 않는 언어, 보이지 않는 장벽 _ 사회의 그늘
· 호칭, 하얀 거짓말의 처세술
· 전쟁의 수사학 - 스포츠와 전쟁의 말들
· 중심의 억압 - 서울 공화국 엿보기
· 우리 안의 집단주의 - 자기소개를 통해 들여다본 집단주의
· 국민에서 시민으로
· 걔는 따당할 만해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 혹은 “군대 갔다 와야 어른 된다.”는 말은 거의 관용적 표현처럼 굳어져 사용됩니다. 이 말들에 따르면 군대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거나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곳입니다. 군대는 정말 철없는 사람을 철들게 만들까요? 군 생활을 통해 완성되는 ‘사람’과 ‘어른’은 어떤 사람과 어른일까요? _ p.71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을 두 가지만 들라면, 단연 돈과 몸이 되지 않을까요? 돈이야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고, 예쁜 것, 섹시한 것, 잘빠진 것, 잘생긴 것, 아름다운 것이 최고의 덕목인 시대입니다. 외모가 상품 가치가 되다 보니 인성이나 됨됨이보다 외모로써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합니다. 한마디로 외모는 능력이고 자본입니다. 얼짱, 몸짱, 동안, S라인, V라인, 꿀벅지, 개미허리, 섹시 가슴, 명품 다리, 착한 몸매, 미친 몸매, 육감 몸매 등의 말들이 세상을 떠돌고 성형 열풍이 세상을 휩쓸고 있습니다. _pp.136-137
결혼이 선택이라는 점에서,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아직 결혼하지 않음’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는 더하고 빼고 할 것 없이 있는 그대로 ‘결혼하지 않음’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굳이 한자말로 바꾸자면 미혼이 아니라 비혼(非婚)이 적당하겠죠. ‘미(未)’에는 ‘아직 ~ 아니다’의 의미가 있지만 ‘비(非)’에는 그런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비(非)’는 그저 ‘아니다’만을 뜻합니다. _p.154
우리말에서 상하(上下)는 기본적으로 위아래를 가리키지만, 거기에는 다른 뜻도 여럿 있습니다. 상하는 좋고 나쁨, 귀하고 천함, 윗사람과 아랫사람 등을 뜻하기도 합니다. 가령 상하는 ‘상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펼쳤다.’와 같이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의미로 쓰입니다. 여기서 상(上)에 해당하는 말들은 대체로 긍정적이고 하(下)에 해당하는 말들은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상경과 하향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_p.233
자기소개의 내용이 뻔한 이유는 뭘까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연고주의 탓입니다. …… 출신 지역이나 학교 등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 주는 사회에서, 나이와 직장 등은 상대를 파악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정보가 됩니다. _p.245
‘왕따’가 ‘집단 따돌림’의 의미로 굳어지면서 ‘왕따시키다’ ‘왕따당하다’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왕따’는 ‘집단 따돌림’이라는 현상적 의미와 더불어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이라는 대상적 의미도 지닙니다. “왕따 되지 않게 조심해!”에 쓰인 ‘왕따’는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왕따’가 생겨난 뒤 따돌림과 관련해서 개따(개인적인 따돌림), 공따(공부를 잘해 따돌림), 금따(금방 따돌림), 대따(대놓고 따돌림), 반따(반에서 따돌림), 은따(은근히 따돌림), 전따(전체가 따돌림), 집따(집단으로 따돌림), 따돌이, 따순이 등도 생겨났습니다. _pp.263-264
무심코 쓰는 한마디 말이 세상을 병들게 한다!
우리를 둘러싼 차별과 편견의 벽을 넘어서
올바르고 가치 있게 말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교양!
말에서 태어난 세계, 다시 말 속에 갇히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내 언어 능력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 그의 선언에서 알 수 있듯, 말은 곧 말하는 사람의 세계와 생각을 반영한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폭언과 약자를 차별하고 무시하는 욕설은 말하는 이의 세계관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의 행동과 사고를 규정한다. 말을 골라 쓰고, 더욱 신중하게 써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우리가 쓰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어떤 가치관보다 더 커다란 위력을 발휘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일수록 언어의 파괴력이 미치는 영향과 범위는 더욱 커지고, 그런 만큼 십 대들의 올바른 언어 사용 습관이 무엇보다 절실해진다. 하지만 현실은 철저하게 이와는 다르다. 한 예로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가운데 욕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학생은 20명 중 고작 1명에 불과했고, 매일 한 번 이상 욕설을 하는 학생의 비율은 70%를 넘었다. 이러한 교육 현실은 욕설과 비판이 난무한 우리 사회의 이미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올바른 언어 교육 강화에 매진하는 것이 해결책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그런 언어를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차별과 편견의 벽을 직시하고 조금씩 무너뜨려 나가는 데서 더욱 효과적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책이다.
불평등한 말이 담고 있는 불평등한 현실을 직시하자!
-우리 아버지는 ‘장애우’입니다?
-걔는 따당할 만하다고?
-이명박 씨와 이명박 대통령님?
-얼짱 골퍼, 얼짱 선수, 얼짱 리포터?
-하나님 아버지 Vs. 하나님 어머니?
-미혼모가 있다면, 미혼부도 있을까?
-아줌마, 솥뚜껑 운전이나 하시지?
-‘조두순 사건’일까, ‘나영이 사건’일까?
-서울로 가면 ‘상경’이고 시골로 가면 ‘하향’?
-그 인간은 상종 못할 ‘잡종’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쓰는 말 속에는 수많은 편견과 차별,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불평등은 남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청년’이란 말을 살펴보자. 『표준 국어 대사전』의 풀이에 따르면 청년은 “나이가 20~30대 정도인 남자를 이르나 때로 그 시기에 있는 여자를 포함해서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익히 알다시피 한국인의 언어 직관에 따르면 청년은 대체로 남성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젊은 여자만 가리키는 말이 따로 있을까? 혹시 ‘처녀’일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처녀는 젊은 여자가 아니라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뜻한다. 한국어에서 청년과 적확하게 대칭을 이루는 여성 지칭 명사는 없다! ‘학부형’은 청년보다 더 노골적이다. 청년이 때로 여성을 포함하는 것과 달리 학부형은 아예 여성을 배제한다. 원래 ‘학부모’라는 단어에서 자리 잡고 있던 ‘어머니(母)’ 대신 ‘형(兄)’을 보호자로 내세운다.
가정에서도 이러한 불평등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부모가 자식에게 때리는 ‘사랑의 매’는 어떨까? 여전히 많은 부모가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때린다. 매를 맞는 어린이나 청소년 중에도 맞을 만한 행동을 했다면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까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맞을 만한 행동일까? 과연 그런 기준이 공정하게 정해져 있을까? 설사 맞을 만한 행동을 했다고 인정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폭력이란 것이 힘이 센 사람으로부터 힘이 약한 사람에게 무분별하게 가해지는 까닭이다.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불평등은 논의의 범위가 더욱 넓다. 속칭 ‘스카이(SKY)’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스카이를 벗어나면 ‘인(in) 서울’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이것은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가리키는 말이다. ‘스카이’와 ‘인 서울’을 지나면 어감도 이상한 ‘지잡대’가 있다. 지잡대는 지방의 잡다한 대학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서울 소재 대학을 다니는 학생은 ○○대생이라고 말하지만,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을 다니는 학생은 지방대생으로 싸잡아 부른다. 서울 소재 대학과 지방 대학의 격차는 대학의 교육 여건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바라보는 인식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사회에서 통용되는 호칭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 이를 테면 누구나 교수를 교수님이라고 부르지만 아무도 경비를 ‘경비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경비는 ‘아저씨’일 뿐이다. 사실 호칭으로 부르는 직업은 교수, 판사, 감독, 피디, 변호사, 국회의원 등 몇 개에 불과하다. 호칭의 눈으로 들여다본 한국 사회는 여전히 견고한 신분제 사회일 뿐이다.
이렇듯 불평등한 말은 의심할 바 없이 불평등한 현실을 반영한다. 마찬가지로 약자를 폄하하는 말은 약자를 폄하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문제는 그런 말이 심지어 현실의 불평등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말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면서 현실을 바라보는 창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쓰는 한 약자를 폄하하고 비하하는 우리들의 사고도 바뀌지 않는다.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이해하는 바른말 사용 교과서
불평등은 차이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그런 차이는 도처에 있다. 다만 어떤 차이는 간과되고 어떤 차이만 부각된다. 예를 들어 결손가정이나 호래자식, 이혼남, 이혼녀, 편부모 같은 말들은 모두 결혼한 부부를 중심에 놓고 만들어졌다. 이런 말들은 아빠와 엄마로 이루어진 가정을 정상적인 가정으로 여기고, 그렇지 않은 가정을 모조리 비정상적인 가정으로 배제해 버린다. 그러나 오늘날 가정의 모습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이혼 가정, 비혼모 가정 등 부모 중 한쪽이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을 비롯해서 조손(祖孫) 가정, 독신자 가정, 무자녀 가정, 다문화 가정, 동성애 가정, 독거노인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변화와 차이를 깨닫는다면,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마땅히 달라져야 할 일이다.
문제는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세상의 언어를 이루는 근본적인 변화는 아직도 아득하다는 점이다. 그런 까닭에 『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는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혼혈인, 동성애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 등 사회적 약자를 둘러싼 말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를 둘러싼 모순과 허위를 좀 더 날카롭게 파고든다. 거칠고 날이 선 우리의 언어 습관을 반성하고 자책하기 이전에 먼저 우리의 삶과 우리들이 만든 온갖 허상을 냉철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말 뒤에 감춰진 편견과 차별의 실상을 그 뿌리부터 더듬는 이 책은 그래서 더욱 권할 만한 가치가 있다.
추천의 글
말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일상적 언어도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띱니다. 이 책은 말의 이면에 숨겨진 이러한 속성을 설득력 있고 예리한 분석으로 들춰냅니다. 이 책의 언어 해부학이 성공적인 것은 무엇보다 소외된 자들에 대한 진실한 연대의식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_권혁범 (대전대학교 교수, 정치학)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던가요? 제가 그만한 기지를 부린 순간은 기억에 없습니다. 그저 말실수 안 하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는 생각만 늘 합니다. 알아야 하고 겪어야 하고 고민해야 하고 올발라야 가능한 경지입니다. 남을 가르치는 것이 점점 부끄럽고 말실수라도 덜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큰 제게 길잡이 같은 책입니다.
_권인숙 (명지대학교 교수, 여성학)
헌법이 규정하는 바와 달리 우리 사회에서 차별은 널리 존재합니다. 차별은 ‘말’에서 시작하고 ‘말’로 낙인을 찍습니다. 그것도 주로 소수에 대한 다수의 언어적 폭력을 통해 이루어지지요. 말이 바뀌어야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차별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_안상운 (변호사, 『NGO·NPO 법률가이드북』 『명예훼손이란 무엇인가』저자)
소수자들에게는 언어가 없었습니다. 장애인은 ‘병신’일 뿐이었고, 동성애자는 ‘변태’라 손가락질 받았으며, ‘신성한 국방의 의무’ 여덟 글자 앞에서 병역거부자는 입도 뻥끗하지 못한 채 감옥에 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씩 자신의 말을 만들어 갔습니다. 울기도 했기만 웃기도 하면서. 이 책은 그 흐름 속에 있습니다.
_임재성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 저자
작가정보
저자 오승현은 서강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고교 독서평설』 집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목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사교육 안에서 ‘소수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논술 토론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십 대를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다 서른을 넘기고 글쓰기에 정박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행복한 지식 배달부』 『50명의 위인이 알려주는 국어낱말 100』 『뚝딱 교양 상식』 등이 있습니다.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기로 자신과 약속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쓴 책보다 앞으로 쓸 책이 더 많다고 믿습니다. 진짜 재능은 멈추지 않고 중단 없이 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불온한 삶과는 거리가 멀지만, 불온한 시선을 견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책은 불온한 시선들로 빚어졌습니다. 이 책이 비판하는 지점은 주류 언어의 모순입니다. 비판의 칼날은 남성의 언어, 강자의 언어, 체제의 언어를 겨눕니다. 비판의 옷을 걸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문장은 날이 서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쓰고 싶은 문장은 날을 세운 문장이 아니라 마음을 적시는 문장입니다. 언젠가는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문장을 쓰고 싶습니다. 서른다섯, 가야 할 길과 서 있는 길 사이에서 자주 두리번거리지만, 끝까지 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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