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트르 대제

제임스 크라크라프트 지음 | 이주엽 옮김

살림 2008년 11월 09일 출간 종이책 : 2008년 02월 2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러시아를 일으킨 표트르 리더십의 의미를 재해석하다

〈표트르 대제〉는 러시아를 일으킨 표트르 대제의 리더십을 소개하는 책이다. 러시아사의 권위자로 꼽히는 제임스 크라크라프트가 군사, 행정, 언어, 문화, 예술 전반에 걸친 표트르 대제의 개혁 사업을 정리하였다. 표트르 대제 시대의 문화적 변혁을 다룬 3부작『러시아 문화 속에서 표트르 대제가 일으킨 혁명』을 간추려 대중적으로 읽기 쉽게 펴냈다.

표트르 대제는 근대 초기 유럽 변방의 낙후한 국가였던 러시아를 당당한 유럽 역사의 주역 중 하나로 끌어올렸다. 표트르 대제의 시대에 러시아는 서구화와 근대화를 달성하였고, 정치와 문화 방면에서도 유럽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 그의 치세를 통해 러시아는 적극적으로 서방으로 진출하는 역사적 행로를 마련하였다.

이 책은 최신 연구 결과와 다양한 관점들을 반영하여, 표트르 치세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있다. 무엇이 표트르 대제가 일으킨 혁명적 변화를 가능하게 했는지 알아보고, 그 성과와 한계를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 러시아의 역사에서 표트르의 치세가 갖는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측면을 살펴본다.

목차

서문
1. 표트르와 동료들
2. 군제 혁명
3. 외교 혁명과 관제 혁명
4. 문화 혁명
5. 혁명과 저항
6. 상트페테르부르크
결론

연표
주
더 읽을거리
색인

책 속으로

본문 중에서

표트르의 동료들 중에는 친척과 놀이친구는 물론 선원과 다양한 국적의 용병, 조선공, 포병도 있었으며, 그 외에 다양한 신분의 러시아 가문 자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안에 따라 교양 있는 루테니아인(우크라이나인/벨로루시인) 성직자, 독일인 법학자, 기타 외국인 학자, 네덜란드나 이탈리아 혹은 프랑스인 예술가와 건축가, 한두 명의 영국인 상인, 혈통이 모호한 발트 해 지역 출신의 정부(情婦) 등이 가세했다(이 여자는 나중에 황후와 여제가 된다). 수십 명에 이르는 이 동료 집단의 구성원들은 표트르가 러시아 해군을 창설하고 육군을 근대화하며 새 수도의 기초를 닦고, 국가를 급진적으로 재조직하며, 때로 과격한 수많은 사회문화적 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도왔다. - 본문 14~15쪽

표트르는 또한 전임 차르들이 남겨놓은, 오스만투르크와 폴란드 사이의 유동적 국경선과 긴장 관계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새 영토를 얻고 전략적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이 두 강대국과의 전쟁은 스웨덴과의 전쟁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연되었다. 스웨덴과의 전쟁은 단순히 발트 해안의 일부 영토를 확보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유럽 북동부의 패권을 다투는 문제였다. (…) 1700년 스웨덴이 나르바에서 러시아를 패배시킨 직후 몇 년 동안, 표트르는 왕위에서 쫓겨나고 러시아는 스웨덴의 우방국들에 의해 분할될 것처럼 보였다. 표트르는 러시아에도 유럽 선진국에서 진행되던 군사적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군의 창설은 그 과정의 중요한 단계였다. 또다른 중요한 작업은 육군의 근대화였다. - 본문 56~57쪽

표트르는 그가 물려받은 국가를 좀 더 효율적으로 기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진정으로 동시대의 유럽에서 빌려온 것에 맞먹는 수준으로 그 권력을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진보를 이루었다. (…) 상대적으로 낙후된 러시아의 정치에 대한 그의 해결책은 유럽에서 경험한 관료제 혁명으로 러시아 정부를 인도하는 것이었다. 표트르의 개혁국가를 러시아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만큼만 동시대 유럽적 관점에서 이해한다면, 표트르의 러시아는 동시대 프랑스, 프로이센, 스웨덴 등에서 부상하고 있던(혹은 이미 형성된) ‘절대군주제’로 묘사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절대군주국가의 세습왕권은 모두 새롭게 근대화된 군사력과 국가관료제를 갖추어 국내 통치를 강화하고 외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 본문 95~96쪽

표트르의 거대한 혁명 프로젝트의 각 구성 요소는 러시아인들로 하여금 수많은 새로운 문화적 실현, 가치, 용어들을 받아들이게 했다. (…) 의복, 행동거지, 사교, 항해, 건축, 조경, 화기, 미술, 회계, 측량, 조각, 작문, 시각화의 새로운 방법이 도입되었다.
표트르 치하 러시아의 경우, 그의 체제가 추진한 경제적 혹은 사회적 변화들은 주로 전쟁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최종적으로 경제적 혹은 사회적 혁명으로 이어졌다. 표트르 시기에 일어난 것 중에서 러시아에서 큰 역사적 중요성을 지니는 것은 문화적 혁명이었다. 문화혁명은 동시대 러시아인의 삶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방면에서 일어난 변화들에 촉발되었지만 또한 그 변화들을 넘어선 것이기도 했다. - 본문 115~116쪽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트르 혁명을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체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빠른 속도로 러시아의 새로운 해군과 근대화된 육군의 가장 중요한 기지가 되어갔다. 병원, 막사, 연병장, 조선소, 학교 등에 세워져 육군과 해군 혁명의 중심이 되었다. 경제적 중요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건설은 벽돌, 타일, 유리를 러시아 역사상 전례가 없는 규모로 생산하게 만들었다. (…) 그러나 상트페테르부르크가 표트르 혁명의 체현자로서의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한 것은 무엇보다도 러시아의 새로운 문화적 수도로서의 기능이었다. 여기서 ‘문화적’이란 단순히 건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각예술, 문학, 과학, 교육, 연극, 음악, 예절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이다. - 본문 206쪽

출판사 서평

러시아의 역사를 바꾼 치세

“러시아는 표트르 치세에 유럽의 국가체제에 편입되었다. 또한 그가 거둔 군사적 승리와 그에 수반된 외교적 노력에 힘입어 정부와 상류층 문화는 빠르고 강렬한 유럽화를 경험했다. 18세기 말이 되자 러시아는 유럽 열강의 하나가 되었다. 러시아는 곧 나폴레옹 전쟁(1796~1816)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상류층 문화는 황금기의 번영을 누렸고 그 시대의 대표적 인물인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을 배출했다. 이어지는 제정러시아의 정치적 성과와 문화적 성취를 두고 표트르에게 무작정 찬사를 보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어지는 사회적 경제적 궁핍상을 두고 표트르를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두 갈래의 결과물은 어떤 식으로든 그가 주도한 혁명의 산물이었다.”

러시아는 방대한 영토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아시아적 성격과 유럽적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근대 초기 유럽의 관점에서 볼 때 아시아에 가까운 변방의 후진국이었다. 낙후한 러시아를 당당한 유럽 역사의 주역 중 하나로 끌어올린 것이야말로 로마노프 왕조의 표트르 대제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이었다. 표트르 대제의 시대에 러시아는 서구화와 근대화라는 업적을 달성했으며 정치적, 문화적으로 유럽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었다. 즉 표트르 대제의 치세를 통해 러시아는 그 역사적 행로를 완전히 바꾸어 적극적으로 서방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위기와 난관을 극복하는 강력한 추진력

표트르 대제는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 차르 알렉세이의 뒤를 이은 이복형 표도르 3세는 자식을 낳지 못하고 일찍 죽고 말았다. 군사 쿠데타를 통해 실질적인 권력을 장악한 이복누이 소피아 공녀는 표트르를 그의 다른 이복형 이반과 함께 전무후무한 공동 차르로 앉혔다. 허수아비 차르로 권력을 위협받던 청소년기의 표트르는 다양한 취미 생활로 친구들을 사귀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것은 무의미한 허송세월이 아니었다. 표트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이 동료들은 그의 강력한 후원자 겸 참모 집단이 되었으며, 취미생활이었던 전쟁놀이와 뱃놀이는 군사 개혁을 통해 전장에서의 승리로 이어졌다.
표트르의 시대는 결코 평안한 시대는 아니었다. 서쪽에서는 스웨덴 왕국과 영토 대결을 벌여야 했으며 남쪽으로는 오스만투르크와의 갈등이 존재했다. 그리고 치세 내내 끊임없이 반개혁세력이 내란과 모반을 획책했다. 그러나 표트르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내란을 진압하면서도 정치를 개혁하고 도시를 건설하며 문화를 바꾸어 나갔다.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실천으로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버리다

표트르 대제는 치세 초기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통치를 맡겨둔 채로 대사절단을 이끌고 직접 유럽을 돌아다녔다. 그는 이 시기를 이용해 직접 조선술과 항해술을 배우고 아카데미의 학자들을 만나 러시아의 새로운 학교를 위한 교사를 초빙했다. 그는 유럽의 최신 문물들을 직접 가져왔으며 그가 도입한 새로운 문화는 구 귀족과 교회 세력, 소수민족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라는 거대한 나라를 변화시키기 시작했으며 그 방향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었다.
그의 개혁은 전방위적인 것이었다. 그는 집단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존 권력구조를 혁파해 귀족적 지배체제를 합리적인 관료제로 바꾸었으며 근대적 외교를 시작하고 군사 교육과 체계를 혁신했으며 해군을 새롭게 창설했다. 한편 문자 혁명과 인쇄 혁명을 통해 계몽의 기틀을 닦고 미술과 음악, 의학 등 서구의 앞선 문물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여 러시아의 문화 혁명을 이룩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이 집대성된 곳이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즉 표트르의 도시이다. 그는 아무것도 없었던 땅을 거대한 도시로 바꾸어버리는 거대한 사업을 의욕적으로 진행했으며 지리적으로 불리한 위치였던 이곳을 군사적, 정치적, 외교적, 문화적인 중심지로 만들었다. 지금도 러시아인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새로운 러시아를 향한 끝없는 발전이라는 비전을 보여주는 표트르의 도시로 기억하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제임스 크라크라프트

저자 제임스 크라크라프트(James Cracraft)는 우리 시대의 러시아사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조지타운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오랫동안 일리노이 대학교 시카고 캠퍼스의 교수로 재직했다. 표트르 대제 시대의 문화적 변혁을 다룬 『러시아 문화 속에서 표트르 대제가 일으킨 혁명』 3부작이 있으며 본서는 이 책을 축약해 대중적으로 펴낸 것이다. 2007년 교수직에서 은퇴한 뒤 현재는 미국과 러시아의 문화적 교류에 관한 대중적인 역사서를 준비하고 있다.

번역 이주엽

한림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동양사학과에서 중앙 아시아의 역사를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부 시절 한림대학교 영자신문 The Hallym Post의 편집장을 맡았으며 졸업 후에는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중국어, 영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몽골어, 티베트어 등 여러 언어에 대한 어학 실력을 바탕으로 양서 번역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