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와 다윈이 만난다면
2012년 12월 03일 출간
국내도서 : 2010년 12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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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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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화론과 불교가 만나는 곳과 만나지 못하는 곳은 어디인가(안성두)
2. ‘진화론적 해탈’은 가능한가 - 불교와 진화론의 지적 통섭(최재천)
3. 불교적 진화는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우희종)
4. 진화론은 철학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이한구)
5. 진화론과 기독교의 역사는 불교에 무엇을 말하는가(홍성욱)
불교용어해설(안성두)
발간사
p.71
불교가 진화론과 가장 다른 점은, 불교가 현상 세계를 설명하는 데 있어 심-신 이원론을 절대로 버릴 수 없다는 점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불교가 모든 존재의 구원을 목표로 하는 형이상학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진화론에서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믿지만, 만일 수행을 통해 획득한 상태가 유전되지 않는다면 이는 모든 종교와 윤리적 행위에 있어 치명적인 일이 될 것이다. (안성두)
p. 120
과학과 종교는 결코 하나의 단위로 융합될 수는 없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충분히 알게 되면 통섭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종교 중에서도 불교가 진화론과 지적 통섭의 가능성이 특별히 높아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이 아닌 듯싶다.
유전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생명은 언뜻 섬뜩하고 허무해 보인다. 그러나 그 약간의 소름끼침과 허무함을 받아들이면 스스로가 철저하게 겸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불교의 해탈 경지로 들어서는 듯한 착각마저 느낄 수 있다. 연기적 윤회로부터의 일탈인 해탈을 ‘나’라는 개인의 차원에서 이룰 게 아니라 나를 구성하는 유전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최재천)
p. 169
그러나 불교에서는 인간이 그러한 생태계 속에서 수동적으로 변화해가는 것이 아니라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이라는 모습으로 삶의 주인이 되어 150억 년, 아니 불교식으로 말한다면 삼세에 걸친 진화 과정에서 언제나 능동적인 참여의 자세를 지녀야 함을 말한다. 일상적 삶의 현장에서 진화라는 것은 ‘삶의 자세’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불교의 연기적 진화는 수만, 혹은 수억 년의 진화라는 관념적 진화가 아니라 하루하루의 지금 이 자리에서 ‘상구보리’라는 ‘수행’과 ‘하화중생’이라는 ‘신행(信行)’으로 실현되며, 또한 그 수행과 신행이라는 두 모습이 결코 둘이 아님을 말해주는 진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적 진화는 일상 생활 자체가 수행과 신행이 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으며, 그것은 삶의 자세이자 또한 간절한 기다림의 자세임을 말한다.(우희종)
p.170
진화의 세계는 결정론적 세계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진화에는 진화의 과정이 추구하는 어떤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필연적인 방향성도 필수적인 과정도 최종적인 목표도 없다. 불교가 보는 세계도 결정론적 세계나 목적론적 세계가 아니다. 어떤 초월적 존재도 허용되지 않는다. 삼라만상의 모든 변화는 연기에 의해 설명된다. 이런 점에서 진화론과 불교는 모두 초자연주의가 아닌 자연주의이다.(이한구)
p.288
진화론과 관련해서 불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은 다윈이 아니라 헉슬리였다. 헉슬리는 당시 유럽 지식인들에게 소개되던 불교에서 인격신에 의존한 서양의 종교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특성들을 발견했다. 그가 보기에 불교에서는 유일신이 없으며, 인간의 영혼에 집착하지 않고, 영생을 허무맹랑한 것으로 간주하며, 기도의 효력을 부정하는 등, 서양의 기독교나 유대교에서는 볼 수 없는 바람직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또 헉슬리는 사물의 실체(substance)를 부정했던 불교의 특성이, 실체를 부정했던 철학을 발전시켰던 영국의 관념론자들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음에 주목했고, 특히 불교와 데이비드 흄의 철학적 유사성을 지적했다(홍성욱)
만약 수천 년의 시공을 건너 붓다와 다윈이 만나게 된다면, 그들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들의 지식과 지혜는 어떤 지점에서 서로 만나고, 또 어떤 부분에서 서로 대립하며 치열하게 논쟁하게 될까? 불교와 진화론의 접점에서는 어떤 지식이 새롭게 발생할까? 아니, 애초에 그들에게 과연 ‘접점’이라는 것은 과연 생겨날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우리 시대 최고의 면역학자, 불교학자, 생물학자, 철학자, 과학기술사학자가 학문과 종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하게 읽어내는 불교와 진화론의 관계와 담론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또한 불교와 사회생물학, 현대 진화론의 논쟁, 기독교와 진화론의 역사, 진화론이 철학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 깊고 넓게 서술하고 있기도 하다. 독자들은 궁극적으로 진화론과 철학, 종교, 과학, 역사 등에 대한 학자들의 독창적이고 빛나는 생각들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스스로를 다윈주의자라 부르리라”(달라이 라마)
얼핏 보기에 불교와 진화론만큼이나 관계가 멀어 보이는 것들도 드물다. 우리의 ‘상식’에 비추어 볼 때 불교는 참선과 명상 등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조용한’ 동양의 종교이며, 진화론은 “인간을 하나님의 아들에서 원숭이의 후손으로 떨어뜨린”, ‘냉정한’ 서양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생물학자 최재천의 글에 따르면, 세계적인 심리학자 폴 에크먼이 달라이 라마에게 다윈에 관한 내용을 들려주자 달라이 라마는 위와 같이 화답했다고 한다. 에크먼은 어떤 이야기를 했고, 달라이 라마는 왜 그렇게 대답했던 것일까?
불교와 진화론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넘어서
에크먼은 다윈이 비록 불교에 귀의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자애심에 대한 그의 생각을 보면 거의 불자와 다름없다고 말한다. 불교와 진화론이 통하는 것은 단순히 에크먼이 말한 윤리학적 층위의 유사성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그들이 지닌 세계관이 서로 상통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불교학자 안성두는 불교와 진화론의 공통점은 현상 세계를 설명하는 데 있어 인격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의 개입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고 말한다. 즉 진화론은 인격신 대신 ‘자연 선택’을, 불교는 자신과 타인의 ‘업’으로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다. 또한 우희종에 의하면 생물학적 진화에서 생명체가 주위 환경과의 다양한 관계맺음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되어 변화해 가듯이, 불교의 연기적인 진화에서도 삶은 다양한 형태의 관계맺음을 통하여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나아가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외에도 필자들은 진화론과 불교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탐색하고 있다.
우리 시대 최고의 학자들이 넘나드는 학문과 종교의 경계
하지만 필자들은 불교와 진화론의 단순한 유사성을 넘어 그것들이 만나는 지점과 만나지 못하는 지점들을 예리하게 지적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각 학자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불교와 진화론, 과학과 종교의 역사와 현황, 논쟁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어 책의 가치를 더한다. 예를 들어 철학자 이한구는 진화론은 단순한 과학 이론이 아니라 현대 철학에 엄청난 파문을 던진 새로운 철학이었다는 것을 꼼꼼히 검토하고 있다. 과학기술사학자인 홍성욱은 진화론과 기독교가 맺어 온 관계가 생각만큼 대립적이거나 비타협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면역학자 우희종은 사회생물학 이후의 현대 진화론의 최신 논쟁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이것이 결국 불교의 ‘연기적 진화론’과 어떤 의미망을 구축하는지에 대해 쓰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불교와 진화론의 관계를 넘어, 종교와 과학, 철학의 관계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안성두
저자 안성두는 불교학자. 한국 불교학에서 가장 필요한 분야가 고전학 분야라고 믿고 있으며, 문헌학적 연구에 기초한 불교철학의 이해가 정초된 후에야 비로소 타학문과의 학제연구가 올바른 의미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분야는 인도 유식학과 이와 관련된 티벳 불교문헌의 연구이다.
저자(글) 홍성욱
저자 홍성욱은 과학기술사학자.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편으로는 인간,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사회를 생각하면서, 인간-과학기술-사회와의 관계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을 학문의 화두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서 역사적 방법, 사회과학적 방법, 철학적 방법을 넘나들거나 융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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